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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트럼프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국익 중심 대외정책 실패 전망에도

美 경제 불안·반이민 정서 깊어져

트럼프 떠나도 反세계화 지속될 것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자주의를 혐오한다.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조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다시 탈퇴했고 유네스코에서도 나온다고 최근 선언했다. 유엔에는 정규 예산의 22%를 담당했던 분담금을 내고 있지 않아 대표적 국제기구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들이밀어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이후 근 80년이 된 자유무역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질병·빈곤 퇴치, 보건, 안전, 교육, 인권 신장 등을 지원하던 미국의 원조 삭감은 심각하다. 담당 부처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진작에 폐쇄돼 축소 통합됐다. 뉴욕타임스는 5월 해당 부처가 실시해 오던 프로그램의 14%인 891개만이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중순 미 양원은 백악관의 요청에 따라 이미 승인했던 해외 원조 80억 달러도 동결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비대해진’ 부처의 조직을 재편한다면서 700여 개의 외교관 자리를 없애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 미 대법원이 연방정부 공무원의 대량 해고를 막은 하급 법원의 결정을 뒤집어 외교관의 대량 해고도 가능해졌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대중적 지지를 잘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국정 운영 방식과 ‘미국우선주의’ 외교정책 노선이 결합한 트럼프주의의 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오래전부터 미국이 이용 당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국제문제에 개입해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힘을 축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는 대미 수출국들이 공평하게 미국 제품을 사주지 않아 무역적자가 일어난 만큼 관세를 매겨 적자를 줄이고 해외로부터 투자를 늘려 자국 제조업을 중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외교적으로는 동맹이나 국제 연대를 자산이기보다는 채무로 여겨 발을 뺀다. 불가피한 동맹에 대해서는 비용을 더 내라고 압박하면서 거래하기를 즐긴다. 인권이나 민주주의 지원은 좌파 자유주의자들의 의제인 만큼 트럼프 외교 메뉴판에는 없다. 미국의 원조를 받으면서도 반미 대열에 선다면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협력에 인색하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우위에 있는 첨단 무기를 계속 발전하면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둔다. 이란에 대한 공습처럼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일시적 개입도 하지만 남의 나라 일에 군대를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만 문제만이 예외일 수 있다.

미국 대외 정책의 대전환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만의 생각은 아니다. 트럼프주의가 미국 사회 저변에서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트럼프의 정책은 임기 중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지난 대선에서 표를 줬던 중도층과 지지층 일부가 돌아서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지지율이 40% 초반에 그쳐도 끄떡없는 트럼프이니 선거에 지더라도 기세가 꺾일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주의가 트럼프의 퇴임과 함께 사라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만한 카리스마를 지닌 공화당 지도자가 다시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선진민주국가들에서 불고 있는 우파 반세계화 권위주의를 비껴가기에는 미국인들의 경제적 불안과 반이민 정서의 골이 깊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에서 내려와도 트럼프주의가 쉽게 사라지기 힘든 이유다. 트럼프주의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이들은 트럼프를 로마를 바로잡아 ‘팍스로마나’를 연 줄리어스 시저에 빗대거나 독일과 유럽을 곤궁에 몰아넣은 아돌프 히틀러에 견준다. 물론 트럼프주의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강대국 미국의 지도자가 바뀌면서 몰아친 트럼프주의의 영향은 가히 세계적이다. 분명한 것은 이 여파가 세계는 물론 미국에도 장기적으로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여념이 없을 이재명 대통령은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유무역, 평화와 안전 보장,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 협력을 견인할 수 있다면 이는 한국의 중요한 국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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