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달 말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외교가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퇴임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아 한일 과거사와 관련한 중대 발표를 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한편 한일 셔틀외교 복원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일 정상은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1박 2일간 부산에서 한일 정상회담과 만찬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이시바 총리의 방한을 공식화했다. 강 대변인은 “양자 방한을 계기로 한일 정상이 서울이 아닌 곳에서 회동하는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제주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후 21년 만”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양국 정상은 회담을 통해 ‘지방소멸’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양국은 한일 지방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한편 인구 소멸, 지방 활성화 등의 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10월 초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만큼 외교가는 한국에 주는 ‘마지막 선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한국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할 경우 신임 총리 역시 정책의 일관성을 무시할 수 없어 구속력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특히 유력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극우 성향을 드러내고 있어 그가 총리가 될 경우 한일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시바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지만 정계 은퇴를 하는 게 아닌 만큼 자민당 내부에서의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표심을 특정 후보 지지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과거사라는 전향적인 언급이 아니더라도 한일 관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관계 증진 정책 등을 발표할 경우 일본 차기 내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지난달 일본 도쿄에 방문한 이 대통령 덕분에 이시바 총리가 불명예 퇴임 수순을 피할 수 있었던 점도 이번 답방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임 후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첫 국가 정상이었다. 당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거친 뒤 한 주 만에 지지율이 22%에서 39%(요미우리신문)로 17%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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