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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바가지 요금 철퇴

송종호 정치부 차장





“옴마…기사님 고향이 목포여라. 저는 광준디.” 밤 늦은 시간 서울역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의 고향 사투리가 반가워 기사와 한참 수다를 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택시는 용산을 빙빙 돌고 있었다. 사투리를 쓰고 캐리어까지 있으니 서울 초행길이라 여겼나 보다. 야간이면 10분이면 도착할 곳을 40분 만에 도착했다.

사실 바가지 요금은 시대극을 다룬 드라마에서 볼 것 같은데 지금도 여행지나 명절 마다 반복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덕분에 무엇이든 제 가격이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유혹에 빠지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 정도가 심하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직접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 비싸게 받겠다는 데 네가 어쩔래 하면 그만인가”라며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에 서민 체감 물가를 왜곡시키는 바가지 요금은 눈엣가시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신경이 쓰였을 법하다. 숙박·교통·음식·관광 서비스의 신뢰도는 곧 국가 이미지와 직결된다. APEC을 취재 온 외신 기자나 외국 관광객이 터무니없는 요금을 지불했다는 후기를 남긴다면 APEC 성과는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가 서둘러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APEC이 마무리되는 11월 1일까지 숙박요금표 게시 여부 등 불공정 행위를 집중 점검하기로 한 배경이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과 숙박 앱에 리뷰 플랫폼까지 등장해 클릭 몇 번이면 가격 비교가 끝나는 시대다. 한 철 장사에 눈이 어두워져 바가지를 씌웠다가는 뭇매를 맞기 십상일 것이다. 지난 여름 바가지 논란이 컸던 속초 대포항 수산시장에 손님이 끊겨 텅 빈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바가지 요금 철퇴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줄 서 있는 승객의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바가지는 정부 단속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AI 앞에서 먼저 무너진다. 낡은 장사 방식은 이제 드라마 속에서나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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