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이 국립예술단체의 공연에서 호남을 비롯한 지방이 소외되고 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광주광역시(광산을)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할 말을 한 셈이지만 이는 앞서 윤석열 정부 때부터 추진 중인 ‘국립예술단체 전체의 지방 이전’ 무산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립예술단체 공연 실적’ 자료에 근거해 “최근 5년간 8개 국립예술단체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5443회의 공연을 열었고 이 가운데 호남권 공연은 106건으로 1.9%에 그쳤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제주도 23건(0.4%), 강원도 82건(1.5%)에 이어 3번째로 적은 수치다. 예상 가능하게 이들 단체의 공연은 서울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공연이 85.5%로 압도적이었고 서울 외 지방은 그나마 경기도가 가장 많은 3.6%이고 이어 대구 1.6%, 강원 1.5%, 경북 1.1%, 광주 0.8%, 전남 0.6% 등에 그쳤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곳은 인천으로 0.1% 수준이었다.
보도자료에서 민형배 의원은 “문화는 선택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권”이라며 “일부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누리도록 국립예술단체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국내 예술계에서 최고의 수준인 이들 국립예술단체들이 서울 공연에 집중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이지만 모두 ‘서울특별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 3월 6일 문체부는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를 공개하며 핵심 전략으로 ‘지역 문화균형 발전’을 첫머리에 세우고 1번 추진과제로 “국립예술단체 전체의 지역(지방) 이전”을 제시했다. 1번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긴급하다는 의미다.
‘문화한국 2035’는 내년에 우선 서울예술단과 국립오페라단을 광주와 대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다른 국립예술단체도 단계적으로 모두 지방 이전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지난 6월 18일 문체부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국립예술단체 전체의 지방이전” 과제는 살아 있었다. 이는 지방에서 강력히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이 주제는 논의에서 슬그머니 사라졌고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는 물론, 문체부의 주요 업무계획에서도 보이질 않는다. 당사자인 국립예술단체 측은 대체로 지방 이전에 부정적이고 일부에서는 공개 반대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문체부 내에서도 이젠 상황이 바뀌어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은 물 건너 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집권당으로 말하자면 국민의힘이 추진한 정책을 더불어민주당이 뒤엎는 셈인데 그 민주당 의원이 ‘국립예술단체 공연의 지방 소외’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이전 않고 지방소외를 해소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민형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초 문체부가 발표한 서울예술단 광주 이전을 위해 국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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