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훈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연재 중
행정법 파보기
4개의 칼럼 #법률
  • 행정법 파보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보조금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공재정이 민간으로 투입되었다고 모두 보조금은 아니고 보조금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그 돈의 성격, 관리와 처리,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용어 사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공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공기관 청사를 경비하는 용역을 제공한다면 그때 받는 돈은 보조금이 아니라 용역 대금입니다. 반면 국가의 청년 채용 장려 정책에 부응해서 청년을 채용하고 그 급여의 일부를 국가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받는 것은 보조금입니다. 무엇이 다른 걸까요? 쉽게 정리하면 용역 대금은 공공기관의 일에 대해서 용역을 제공해주고 받는 돈이고, 보조금은 공공기관의 일이 아닌 것에 대하여 대가성 없이 ‘공짜로 받는 돈’입니다. 조금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공정보를 사용하는 앱 개발을 하면 돈을 준다는 공고를 보고 앱 개발에 참여해 돈을 받았다면 이건 용역 대금일까요 아니면 보조금일까요. 그 앱이 해당 공공기관의 수요에 쓰이는 것이라서 바로 그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것이라면 용역 대금이고, 그저 그 앱을 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주는 것이라면 보조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보조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일은 아니지만 그 정책적 목표에 부합하는 일들을 하도록 지원하거나 응원하기 위해 대가 없이 주는 돈입니다(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5헌바168 결정 참조). 그에 비해 용역 대금 등 다른 돈들은 대개 어떤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돈이지요. 보조금과 보조금이 아닌 것의 구별을 제가 강조하는 이유는 보조금과 보조금 아닌 것이 잘 분간되지 않고 관리되거나 조사가 되거나 수사로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용역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 보조금이라고 보아 과세하거나 보조금법 위반을 혐의로 삼아 문제 삼는 일도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용역 대금의 일부로 구성되어 지급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것에 대하여 보조금법 위반을 적용하려고 하는 수사기관에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은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조금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보조금을 ‘대가없이 받는 돈’이라고 해서 ‘눈먼 돈’처럼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보조금은 ‘여러 개의 눈으로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보조금은 국가보조금법, 지방보조금법상의 엄격한 규율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금원’에 해당하여 ‘국가 등 교부주체를 위해 보관하는 금원’의 성질을 갖습니다. 따라서 보조금을 잘못 썼다가는 보조금법 위반의 죄책을 질 뿐 아니라 횡령죄의 피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보조금은 받은 목적대로 엄격하게 써야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2024.06.22 08:00:00
    보조금은 공짜가 아닙니다
  • 행정법 파보기
    A는 방위사업청과 민·군 겸용 핵심 구성품을 연구·개발·공급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고, 내용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던 중 당초 예상보다 초과 비용이 크게 발생해서 곤란을 겪게 됐다. 다행히도 애초의 협약에 초과 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해준다는 내용이 있었기에 A는 방위사업청에 ‘초과비용을 보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보전해줄 수 있는 초과 비용이 아니라는 입장을 회신했다. A가 주장하는 초과 비용은 100억이 넘는 규모였다. 때문에 A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초과 비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문제는 ‘어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지’였다. 초과 비용 청구가 민사적 청구라면 민사소송이므로 민사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된다. 하지만 공법상의 청구라면 행정소송이므로 행정법원(행정소송을 관할하는 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소가 부적법하게 된다. 실제로 해당 사안에서 A는 2014년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으로 소를 제기했다. 이 판단은 잘못되었을까? 그렇게만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판례는 민간이 공공주체와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체결하는 공공계약에 관한 분쟁을 ‘민사소송의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 참조). A는 공공주체와의 계약에 따라 ‘초과비용을 보전해주기로 한 합의’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보았으니 민사소송으로 청구하겠다 판단한 것에는 큰 잘못이 없다. 실제로 1심에서는 A가 승소하기도 다. 그런데 항소심부터 문제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항소심 법원에서는 해당 계약이 사법상 계약이 아니라 ‘공법상의 법률 관계’에 해당하니 행정소송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협약이 공공계약이 아니라 국가연구개발사업규정에 근거한 출연금 협약이고, 출연금을 증액하는 것은 행정청의 승인을 요하는 행정권한의 행사이기 때문에 법률관계는 ‘사적 자치’에 따라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사법상 계약’의 영역이 아닌 ‘행정처분이나 공법상의 규정 등에 따라 법률 관계가 정해지는’ ‘공법상 법률관계’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이 행정소송 대상이 되는 분쟁이 민사소송으로 제기되는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법원 관할상 서울 관내의 지방법원들은 행정소송을 할 수가 없고, 서울행정법원에서만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1심이 서울행정법원이 아닌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루어졌으니 결국 ‘1심 재판이 재판할 수 없는 법원에서 이루어진 경우’ 즉 관할권 위반이 발생한 결과가 됐다. 이 경우 법원은 소송을 ‘관할법원으로 이송’하게 된다. 즉 1심과 항소심을 거치고 나서 다시 1심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말인데, 문제는 그 이송이 소를 제기한 지 4년 만인 2018년에야 이뤄졌다는 것이다. A는 서울행정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되었으나 결국 2019년 말에 패소하고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 같이 행정과 관련된 소송은 ‘어떤 법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부터 복잡한 일이 발생한다. 물론 법원은 위와 같이 법원을 잘못 선택한 경우에 ‘이송’을 결정할 있지만, 렇게 이송이 결정되고 새로운 판단을 받기까지 당사자로서는 분쟁 해결이 지연되는 결과만 될 우려가 발생한다. 당초 서울지방법원에서도 관할에 관해 잘못 판단할 정도로 관할에 관한 판단이 어려운 것이라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반적으로 공공계약에 관한 청구도 일반 민사법원이 아니라 행정법원의 관할로 포섭하는 것도 검토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를 삼으려는 분쟁이 행정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것이 어떤 법적 성격을 가진 것인지에 대해서 신중하게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에 유효하고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24.05.25 08:00:00
    대체 어느 법원에 가야 합니까
  • 행정법 파보기
    일단 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법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실제로 구속하는 법률이 대체 무엇인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통 ‘법’이라고 부르는 것의 범위는 너무도 넓다. 국회에서 만든 법률 말고도,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와 규칙, 고시, 예규, 훈령, 지침, 규정, 운용요령 등까지도 ‘법’이라는 말로 통칭된다. 이유는 그곳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서 우리가 무언가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최소한 ‘법규적 효력’이 있는 것만을 법이라고 불러주기를 바란다. 법규적 효력이 있다는 말은 그 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국민에게 효력이 있다는 말이다. 이를 대외적 효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가 법이라고 부른 것 중에는 국민에게는 효력이 없고 정부 소속 공무원들이 업무를 추진할 때 지켜야 하는 내부적 기준으로만 효력이 있는 것도 있다. 이를 대내적 효력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법의 가장 큰 특징을 국민 모두에게 강제력이 있다는 것으로 포착한다면, 법규적 효력이 있는 것만을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은 국회에서 만든다. 그런데 국회에서 세상만사 모든 일을 다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해도 변화무쌍한 일을 모두 미리 다 예상해서 규율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가 정하도록 위임한다. 정부는 이렇게 위임된 사항과 그 법을 집행하기 위한 사항을 담아 법규명령(대통령령, 총리령·부령)을 제정한다. 법규명령은 보통 법명 옆에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법률과 법규명령을 합하여 ‘법령’이라고 부른다. 여기까지는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과 그 법률을 집행하는 범위 내에서 법규적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하는 자치법규인 조례와 규칙은 그 지역적 범위에서 법규적 효력이 있다. 이외의 것은 어떤가. 원칙적으로 정부가 스스로 제정한 그 밖의 규정들은 ‘행정규칙’이라고 통칭할 수 있다. 행정규칙은 원칙적으로 법규적 효력이 없다.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그것이 법령을 통해 위임한 범위 내에서 법규적 효력을 갖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을 뿐이다(법령보충적 행정규칙). 그렇기 때문에 행정규칙을 법이라고 부르려면 적어도 그 행정규칙의 내용과 관련된 법령과 자치법규에서 정부에 그런 내용을 별도로 제정할 권한을 주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같이 법을 분별하는 시선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서 행정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행정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KS인증 제도의 근거가 되는 산업표준화법은 KS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한 시판품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제20조에서 두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그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에서 직접 정하기 어려우니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라고 위임했다. 그래서 산업표준화법 시행령 제27조에서는 시판품조사를 ‘판매되는 제품 중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갑자기 산업표준화법 시행령에서 아무런 ‘위임’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법 시행규칙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 시료를 채취하지 않고도 ‘서류의 비교분석’을 통해서 시판품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둔 적이 있다. 이는 위임받은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법규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법원에서도 그 시행규칙의 규정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해 시판품조사의 결과로 내려진 행정처분을 취소한 사례가 있다. 예전에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에 관련해서 제정된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3-356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19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종류별로 해당 법령에 따른 면허 및 등록 등을 마치지 아니한 자는 경쟁입찰에 참가할 수 없으며, 입찰에 참가한 경우에는 그 입찰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위 고시에 따르면 ‘법령에 따른 면허 및 등록 등을 마치지 아니한 자’여서 입찰에 참가할 수 없는 자가 그 입찰에 따른 계약의 효력을 주장하는 사례에서, 법원은 위 고시는 ‘행정규칙으로서 법규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계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제 ‘법이 그렇단다’라고 막연히 이야기하지 말자.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법이 아닌지를 잘 따져보는 야무진 시민이 되어야 권리도 지키고 국가의 법치행정도 발전하게 할 수 있다.
    2024.04.28 08:00:00
    법은 무엇인가  
  • 행정법 파보기
    법은 원래 어렵다. 그런데 지금은 법이 어려운 정도를 넘는다. 법원은 ‘법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법을 아는 사람이 유별난 존재가 되는 지경이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법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난 4일을 기준으로 현행 법령의 수가 5303개에 이른다. 법령의 효력이 있는 행정규칙이나 자치법규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는 것 자체가 곤란할 정도다. 법은 최소한의 윤리라는 격언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법이 많고 어려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걸 어떻게 ‘최소’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법령이 없이 안전하게 현 시대를 살기가 어렵기도 하다. 수많은 법령은 우리 사회의 안정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거래의 질서와 같이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법령의 수가 많아진 이유는 어쩌면 그 최소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된 탓일 수도 있다. 문제는 법이 국민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을 무언가로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이제 통하기 어렵다. 법을 알아야만 아무런 문제 없이 온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고, 법을 모른다는 변명은 대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는가, 또 내가 소유한 땅에 건물도 아닌 가설물을 하나 두는 게 법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점은 어떤가. 법을 어기는 일은 너무도 쉽다. 어떤 사람은 그 부분을 몰라 투자금을 날리기도 하고 감당할 없는 행정제재를 받기도 한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와 관련된 기존 법령들을 알지 못하면 준비에 많은 노력과 비용만 들이게 된다. 그럼에도 때로는 낭패를 볼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형사 처벌까지 받기도 한다. 우리 사회를 바꿔나갈 혁신의 노력이 기존 행정법령에 대한 이해가 적거나 이후 입법 추진에 대한 기대를 잘못해 무너지는 사례도 너무나 많다. 법은 원래도 어렵고, 이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법령과 규범들의 대부분은 행정법에 속하는 것이다. ‘행정법 파보기’에서는 앞으로 행정법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서 ‘법알못’을 위한 ‘법잘알’ 컨설팅을 해 나아가 보고자 한다.
    2024.03.30 08:00:00
    ‘법알못’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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