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혜
오시혜 차의과학대학교 의료홍보미디어학과 4학년
연재 중
MZ 건강 아카이브
2개의 칼럼 #캠퍼스
  • MZ 건강 아카이브
    ‘아,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한숨 섞인 말이다. 대학 생활의 꿈과 환상은 사라지고 스트레스와 우울만 가중되는 처참한 현실 앞에 우리 사회 대학생들의 모습이 초라해지고 있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대학 입학을 꿈꿨던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다. 20대 청춘, 하지만 청춘이 정말 좋은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나이,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지만 정작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 필자는 이들을 ‘요즘 대학생’이라 부른다. ‘학업은 기본, 대외 활동은 필수 그리고 공모전은 많이 나갈수록 좋은 것. 또한 좋은 곳에 취업하려면 인턴은 꼭 해 봐야지.’ 몸이 열 개는 되어야 실행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말은 허상이 아닌, 학과를 불문하고 모든 학생들의 대학 생활 기본 공식이 된 지 오래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처럼 많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취업을 위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해진 세대다. 하지만 이들의 하루 속을 살짝 들여다보면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무기력감을 애써 지워보려 또 다른 일을 시작하지만 시간에 끌려다니며 버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요즘 대학생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번아웃(Burnout) 증후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 생활은 도전과 성장의 기회가 아닌 고된 생존 전쟁터가 되어버린 것일까? 번아웃이란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탈진한 상태를 뜻한다. 업무와 일상에 대한 무력감과 권태, 비인간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다. 이렇게 번아웃에 빠지면 우울증 발병 확률이 높아지고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 끔찍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며 과도한 스트레스로 에너지, 동기 부여, 긍정적인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다. 이처럼 번아웃은 지금껏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냈던 일상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번아웃 증상이 만연해지고 있다.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 대인관계 갈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들은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첫째, 입시 경쟁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다. 유년 시절부터 과도한 입시 교육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온 이들은 대학에 입학해도 여전히 학과 성적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된 채 자아 발견의 기회조차 잃고 만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입학을 결심한 곳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애써 태연한 척 앞만 보고 달리기 마련이다. 스스로 어떤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었는지, 이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걱정들이 앞선다. 걱정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지치더라도 뒤처지지는 말자는 말 한마디가 그들의 동력이 된다. 둘째,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활동 기회가 사라지면서 사회성 발달이 멈췄고 고립감이 가중됐다. 신입생들은 선후배들과 어울리며 대학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외로움과 무력감만 키웠다. 요즘은 다시 활발해지는 듯하나 단절된 선후배간 네트워크 속에서 오로지 나의 스펙만을 생각해야 하는 환경은 여전하다. 셋째,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하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취업문 앞 과도한 경쟁으로 취업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노력해도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것이다. 수많은 문이 닫혀 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에 따른 취업 스트레스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졸업 후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팽배하다. 끝없이 달리는 현재와 대비되는 불안정한 미래는 요즘 대학생들을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밖에도 번아웃이 찾아오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번아웃을 겪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달려오다 멈춘 것뿐인데 공부도, 취업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방황하다 중도 포기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낙인을 찍어 버린다. 끊임없이 돌아가던 챗바퀴가 순식간에 멈추었을 때 다시 움직일 힘은 없지만, 멈춰있는 것 자체에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청년 세대 전체의 잠재력 발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번아웃에 시달리는 이들을 구제하고, 미래 세대에게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한 일상 속에서 시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찾는 일이다. 단순히 내가 무엇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주변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여유가 꼭 필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 독서, 요리 등 일상의 기쁨을 꼭 누려야 한다. 흔히 말하는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 바로 ‘소확행’을 찾는 과정으로부터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동시에 주변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그들과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수적이다. 슬픔과 우울은 나눌수록 전염이 되기에 혼자 참아내는 것이 당연한 이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나의 안식처와 같은 존재를 떠올렸으면 한다.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빠른 방법은 볼 줄 모르는 지도를 보는 것보다 주변 사람에게 방향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 나의 삶이 지쳐있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좋다. 혼자 방 안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긍정적인 감정이 느껴지고, 불안함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잠시 길을 잃고 멈춰있다고 해서 그 모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 관리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다. 번아웃에 빠져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불규칙한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고,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며,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무력감으로 인해 물에 젖은 수건처럼 몸이 무겁더라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용기, 번아웃 극복은 그 사소한 용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산책’이다. 파란색과 초록색은 마음의 안정이 느껴지는 색이다. 연구에 따르면, 파란색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되고 녹색은 육체적, 정신적 균형을 맞춰 마음의 평안함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자연은 이 두 가지 색을 가까이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잠시나마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원에서, 또는 산과 바다에서 혼자만의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결국 번아웃이라는 절망적인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은 챗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나의 하루 속에 작은 여백을 만들고, 그 여백 속에서 사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그렇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동기부여를 느낄 때까지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아 이어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어쩌면 번아웃이라는 건 길고 먼 여정 사이에 찾아오는 터널과도 같다. 사람마다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은 다르고,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절망과 두려움일 수 있겠다. 하지만 다시 나아가고자 하는 힘이 생길 때는 터널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하나의 등불이 나에게 찾아올 것이다. 부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모든 청춘들에게 행복한 미래가 펼쳐졌으면 한다.
    2024.05.18 07:00:00
    ‘번아웃 늪’에 빠진 청춘의 꿈과 희망
  • MZ 건강 아카이브
    '워라밸'에서 '워라블'로. 이 짧은 단어의 변화 속에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집약돼 있다. 한때 우리는 일과 삶을 분리하려 애썼다. 지금 이 순간에도 퇴근 후엔 업무 연락을 차단하고, 주말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말 일과 삶을 완벽히 구분해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야근 없는 삶을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의 성과와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거나, 집에서도 일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직장인뿐 아니라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당장 앞에 놓인 프로젝트와 과제를 해치우고 휴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잠들기 전에도 그것을 끝내기 위한 잡념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워라밸이 아닌,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워라블은 '일과 삶의 융합'을 의미한다. 업무와 개인 생활의 조화를 추구하며, 자아실현을 이루는 업무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단순히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둘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이는 특히 Z세대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을 원하지 않는다. 자아실현의 장으로서 일하길 바란다. 동경하는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거나, 내가 가진 능력과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성장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그렇게 영감을 갈망한다. 특히 광고나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든 회사에 대한 로망을 가진 채 취업을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열정과 애정을 직업으로 승화시키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우리는 워라블을 추구하며 ‘덕업일치’를 꿈꾸는 건 아닐까? 나의 취미나 덕질하고 있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이가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워라블을 위해 노력하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일의 의미를 찾고 또 자신의 성장과 연결 짓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주도적 삶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직무에서 일한다면 단순히 제품을 팔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심리학이나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공부하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워 사회 트렌드를 읽는 통찰력을 기른다. 이렇게 일을 통해 배운 것들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러한 노력은 자기PR의 중요성과 같이 요즘 사회가 강조하는 가치 속에서 살아남는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워라블은 일과 삶을 섞어 생각하라는 말보다도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당연히 일을 해야 하는 존재라면, 그 속에서도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며 즐기는 자가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일과 삶을 대립 관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조화롭게 융합하는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선택의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만약 워라블을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압박일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대학 생활을 시작한 후로 단 한 번도 공부와 삶을 그리고 일과 삶을 구분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즐거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부와 일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을 꿈꾸고 있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명확한 업무 시간과 사생활의 구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구분 속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워라블’이라는 말은 잠깐 유행하다 사라질 트렌드가 아닌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을 거라 확신한다. 세대가 나뉘어질 만큼 세상 속에서 일과 삶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인사이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다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일과 삶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바로 우리 세대가 마주한 도전이자 기회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일에 대한 강박을 느끼거나 완벽주의, 또는 워커홀릭이라는 단어로 본인을 표현하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워라블을 추구하며 성장을 갈망하는 청춘일지도 모른다고.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4.08.31 08:00:00
    "'워라밸'이요? 이젠 '워라블'시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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