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평
조금평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소장
연재 중
농촌 유토피아
3개의 칼럼 #경제
  • 농촌 유토피아
    살기 좋은 정주 공간과 쾌적하고 여유로운 농촌다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공간정비사업이 몇 년째 진행 중이다. 이달초 2025년도 1차 신규 지원 대상 지구 12곳이 선정돼 새롭게 변모할 농촌 공간 조성지역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악취·소음 발생, 오염물질 배출 등 주민 삶의 질을 저해하는 난개발 시설을 정비·이전해 주민들을 위한 쉼터나 생활시설을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러한 변화들로 ‘농촌다움’이 보존되고 경관의 시각적 효과와 환경의 쾌적성, 농업의 다양한 가치 부각과 경제적 부활로 생활 서비스는 높아지고,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전남 영광군 묘량면은 또 다른 현재 농촌 모습을 대변한다. 2007년부터 17년간 지역의 고령 농민들과 공동 영농을 통해 소득 분배를 해 온 사회적 농장 ‘여민동락공동체’가 작년 12월 휴경을 결정했다. 설립 당시 평균 연령 72세의 농민들이 2023년 평균 연령 78.5세로 고령화가 주된 원인이었다. 청년층의 유입이 없는 정주민의 고령화는 ‘마을의 절멸’로 이어진다. 농촌 관련 정책 설계에 대한 주도권이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현장으로 옮겨지면서 ‘농촌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며 그에 필요한 일을 실행할 귀농·귀촌에 가치 지향적인 젊은 일꾼의 필요성은 절실하고, 이들의 정착에 필요한 안정적인 주거 공간 확보는 큰 숙제이다. 시골에서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 정부의 빈집 개보수 정비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 실정은 녹록치 않다. 농촌 공간 정비사업을 통해 기능을 상실한 채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농촌 지역의 각종 시설 공간들을 다양한 규모의 주거 공간으로 재구조화해 부족한 주거 공간 해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 일에 마을 공간 계획을 성공시킨 독일의 비트브르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트브르크는 농림산업이 주축인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50년간 농민 90%가 감소했지만, 주민과 정보 교류를 통한 마을 공간계획의 효과로 12년 동안 약 10% 인구가 늘어나는 대반전을 이루었다. 234개 마을 중 180여 개 마을은 인구 500명 이하이고, 전체 마을의 절반은 주민 200명을 넘지 않는다. 이들은 다시 돌아오게 하는 농촌을 만들고 마을을 재생시키기 위해 주민들과 논의하며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갔다. 문화재로 지정된 주택의 전통을 살리면서 시설 이용이 편리하도록 기능 개선에 초점을 맞춰 정비된 도로 등은 쾌적함으로 찾는 이들을 환경에 매료시켰다. 농촌 마을 공간계획 실행으로 뛰어난 정주환경과, 영유아 보육에서부터 양로원 등 노인 돌봄의 사회적 공동체가 활발한 비트부르크 프룀 지역의 사례가 이번 농촌 공간 정비사업의 신규 지원 대상 지구에 선정된 12곳에 선기능(先機能) 요소로 적용되기 바란다. 또한 농업 현장에 AI 신기술이 도입된 상황 속의 농촌다움의 모습과 미래세대가 생각하는 농촌다움의 모습들이 주민의 공감을 통해 반영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성매력(Experience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의 물성(物性·Materiality)은 사전적으로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뜻한다. AI로 인해 힘들이지 않고 쉽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간편한 세상,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실제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물성에서 감성적 매력을 느낀다. 농촌 마을 공간 재생에 지역 특산 건축 재료들이 활용되고, 건물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자연 친화적 설계를 적용하여 전통과 현대 기술의 융합으로 마을의 전통과 문화가 이어지고, 생활의 편리함이 증가하는 주거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다양한 자연의 재료들을 통해 촉각적, 시각적 경험을 제공함으로 물리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공간조성으로 농촌에서 거주의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매력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지역 특성과 창조적 상상력이 융합된 농촌다움의 환경 조성은, 봄이면 우리 대한민국 농촌에 살구꽃 복숭아꽃이 만발한 물성매력의 성지가 될 것이다.
    2025.02.19 16:56:34
    복숭아꽃 살구꽃 피는 '물성매력' 농촌
  • 농촌 유토피아
    후진국 중 가장 빠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나라, 그 대한민국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작금의 현실과 사태로 볼 때 디스토피아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니 말이다. 특히 농촌은 더욱 그러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다 기존 인구의 도시 유출까지, 거기에 문화와 교육과 의료와 복지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 생활의 불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래 농촌은 자연친화적 환경과 더불어 상생의 공동체가 살아있는 우리네 삶의 현장이었다. 농촌은 단순히 도시의 배후지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삶의 구현공간, 도농상생의 융합공간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의 대안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농촌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으나 우리가 잊고 있던 ‘유토피아’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농촌유토피아란 먹고 사는 걱정이 없고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농촌을 말한다.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문화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며, 개인의 자아실현을 향한 노력이 공동체의 발전과 자연스레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농촌이 이런 유토피아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일자리, 주거, 의료, 복지, 교육, 문화 등의 융복합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도시에서 이런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농촌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충남 홍성의 홍동면이나 경남 함양의 서하면이 유토피아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유토피아를 만드는데 있어 관(官)이 아니라 민(民)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위 관제 유토피아는 성공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깨어있는 민이 창조적 상상력으로 기획하고 지역주민이 공동체로 함께 할 때 유토피아는 성공할 수 있다. 물론 민이 먼저 씨앗을 심고 발아를 시키면 관이 도와주어야 한다. 이른바 선민후관(先民後官)이다. 이것이야말로 민관협치의 정석이고 또 지속가능한 모델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스코틀랜드의 핀드혼 공동체나 호주의 크리스탈 워터스 그리고 인도의 오로빌 공동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가까이는 일본의 가미야마 마을이 있다. 모두 민이 중심이 되어 만들고 성공한 곳이다. 그러면 유토피아(Utopia)와 유토피아(有土彼我)는 무엇이 다를까? 토머스 모어의 ‘Utopia’는 ‘어디에도 이루어질 수 없는 곳’, 즉 이상향이다. 반면 ‘有土彼我’는 ‘당신과 나 사이에 흙(자연)이 있는 곳’, 바로 농촌이다. 농촌이되 그냥 농촌이 아니라 ‘사람이 살만한 유토피아적 요소를 갖고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런 농촌형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2020년에 농촌유토피아연구소가 만들어지고 이어 2021년에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이 만들어졌다. 시대정신에 맞는 창조적 상상력으로 농촌을 혁신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 중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2022년부터는 농촌유토피아 선도마을을 곳곳에 만들고 있다. 이런 농촌형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공동체 마을이 스페인에 있는, 인구 2700명의 ‘마리날레다’라는 곳이다. 이곳을 소개한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라는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우리는 우리가 미래에 원하는 것을 지금 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내일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오늘 시작하면 그것이 가능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본보기가 됩니다. 정치를 하는 다른 방법, 경제를 하는 다른 방법, 함께 사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 다른 사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본보기 말입니다.” 또한 “유토피아는 근거 없는 환상이 아닙니다. 유토피아는 사람들이 가진 가장 고귀한 꿈입니다. 투쟁을 통해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습니다. 평화의 꿈, 즉 공동묘지의 평화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평등과 평화를 이뤄내는 꿈입니다. 간디가 말했듯이 평화는 단순히 폭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생산하는 자원과 부를 소수가 빼앗아 가지 않고 그것이 다시 노동자에게로 오는 꿈입니다.” 온갖 어려움에도 타율과 경쟁이 아닌 자율과 협동의 가치로 마리날레다는 유토피아를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을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실현해 낸다는 것이다. 저명한 미국의 교수이며 작가이자 활동가인 벨 훅스는 “만일 우리가 닫힌 시스템에서 열린 공간을 발견하고도, 거기에 들어갈 노력을 즉시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감옥에 가두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아무리 디스토피아 세상이라 하더라도 틈은 있게 마련이다. 그 틈을 비집고 새로운 공생공락의 유토피아 세상을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을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한 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다양한 형태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마을공화국을 만드는 운동가들도 있고, 융복합 농촌마을을 계획하는 전문가들도 있고, 귀농귀촌 생태마을을 건설하는 도시농부들도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마을을 꿈꾸고 있는 청년들도 있다. ‘어디에도 없는 곳’ 유토피아(Utopia)는 이상향에 불과하지만, ‘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곳’, 유토피아(有土彼我)는 바로 우리 사이에 있다.
    2024.12.31 15:53:37
    유토피아(Utopia)? 유토피아(有土彼我)!
  • 농촌 유토피아
    농촌지역 소멸 위기를 대변하는 것 중 하나는 초등학교의 폐교 소식이다.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본사가 있는 경상남도에도 2024년 12월 기준 미활용 폐교가 65개나 있는데 빠른 시간 내에 많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농촌지역 초등학교는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공유한 지역공동체의 구심 역할로서,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농촌학교의 급격한 감소는 여러 분야에서 지역의 쇠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농촌유토피아연구소는 그간 함양 서하초등학교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농촌학교살리기와 마을공동체살리기를 해왔다. 이는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최근 장수군에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교육의 역할과 방향’이라는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인구 2만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지방소멸 대표지역 장수군에서, 이런 규모와 주제의 포럼이 열린다 해서 만사를 제치고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인구감소 사회의 미래를 논한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우치다 타츠루 선생을 초빙하여 지역소멸 관련 대담도 갖는다니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작은학교살리기를 통한 마을공동체 활성화’라는 주제는 주관심 분야이기도 해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1박 2일간 열리는 행사에는 마을과 학교의 존립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전국의 다양한 공교육과 풀뿌리교육 관계자 15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교사들을 비롯해 지역 학부모가 중심이 된 마을교사들, 그리고 교육 바로세우기에 진정인 지역 활동가들이 모인 것이다. 췌장암 항암치료 중으로 온라인으로 참여한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과소지역(過疏地域)에서 과밀지역(過密地域)으로의 자본 이동 재해석은 자본주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국가존속을 위한 자급자족 방안 중 교육자립을 위한 모국어 정책 제언은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시켜 주었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에 있어 교육공동체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배운 바가 많았다. 한 참석자는 “아이들을 마을과 지역에서 환대하는 일의 중요성과 지역의 문화를 다시 발굴하고 다양함을 연결시킬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으며,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 지역에서 학교와 교사의 역할과 모습이 한계에 도달한 만큼, 미래 교육 방향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대화의 플랫폼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역이 소멸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민과 관의 협치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활성화 없이는 학교도 살아남을 수 없고, 학교가 살지 않으면 마을도 존속할 수 없다는데 많은 참석자들이 동의했다. 이런 것들이 결국은 농촌을 유토피아로 만드는 일인 것이다. 농촌유토피아란 농촌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는 것이다. 각 지역과 특색에 맞는 실현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2023년 3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소멸위기에 놓인 일곱 개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농촌유토피아 선도마을’을 만들기로 협약했다. 탄소중립과 자립자족 그리고 기본소득을 핵심으로 하는 ‘농촌유토피아 선도마을’은 현재 전북 곡성군과 충북 괴산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주거와 일자리, 경제, 의료, 복지 등이 가능한 50~100호 내외의 마을을 만드는 과업인 것이다. 결국 이번 포럼은 농촌을 농촌답게 만드는 다양한 의견 표출의 장이었다. 농촌유토피아의 계획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이런 행사가 농촌공동체를 활성화 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귀한 뜻들이 모여 농촌유토피아는 싹을 틔우고 종래는 큰 나무로 자라날 것을 희망해 본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4.12.17 13:17:26
    소멸지역에 새싹 틔우는 농촌유토피아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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