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시작된 138일간의 탄핵 드라마는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최씨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그 어떤 막장 드라마 작가도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때론 좌절하게 했던 탄핵 드라마. 그 결말을 앞두고 굵직굵직했던 사건들을 묶어 총정리해봤다.
| 촛불집회 현장 전경. |
|
◇집회의 새 장을 연 촛불 집회
이번 탄핵 심판 사태의 발단은 K스포츠 재단 설립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끈질긴 추적 보도에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개헌 카드로 궁지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JTBC가 최씨의 태블릿 PC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박 대통령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국민들은 그 어떤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일반인인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읽고 수정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시작된 1차 촛불집회는 해를 넘겨 지난 4일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총 집회 참석 인원만 1,587만3,000명(주최 측 추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십만, 수백만의 시민들이 모였지만 집회는 평화롭고 질서 있게 진행됐다. 경찰과의 충돌은 최소화됐고, 거리의 쓰레기도 집회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신화통신 등 외신들은 “집회의 새 장을 열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좌고우면하던 정치권도 결국 촛불 민심에 못 이겨 12월9일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 최순실씨가 강남의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는 모습. |
|
◇탄핵 사태의 시발점인 최씨 귀국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독일에 머물던 최씨는 귀국을 서둘렀다. 지난해 10월 30일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죽을죄를 지었다”며 동정 여론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성하는 듯한 모습은 다음 날 검찰 조사 후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사라졌다. 국회 청문회나 법원 등의 출석 요구에 공황장애 등의 사유를 대며 이리저리 피해갔다. 지난 1월 25일 특검에 강제 소환됐을 때는 취재진 앞에서 “자백을 강요받았다.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귀국 당시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특검 사무실의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무죄를 주장하던 최순실에게 “염병하네”라고 외치던 모습은 ‘사이다 영상’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
|
◇블록버스터 특검 출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1일 출범했다. 특검과 특검보, 파견 검사 등 총 122명으로 이뤄져 ‘블록버스터 특검’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규모만큼 높은 성과도 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롯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 총 13명을 구속하고, 30명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박영수 특검이 지난 1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후 기자들과 가진 브리핑에서 남겼던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더 중요하다”는 말은 아직도 국민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 지난해 12월 진행된 3차 청문회 장. 대부분의 증인들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증인석이 텅 비어있다. |
|
◇위증논란 불러온 청문회
특검의 출범에 맞춰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의 청문회도 진행됐다.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위증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탓이다.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모은 1차 청문회(지난해 12월 6일)에서 이 부회장은 “송구스럽다”는 말만 반복하며 모든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른 기업 총수들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청문회는 몇 차례 더 진행됐지만, 증인들이 불출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석한 증인들 역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답답함은 커졌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
◇드라마의 끝, 탄핵 심판 변론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11시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여부를 선고한다고 밝히면서 길었던 탄핵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할 경우 박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반대로 3명 이상이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직에 곧바로 복귀하게 된다. 4개월이 넘는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매서웠다. 어떤 결말로 끝이 나던 긴 겨울을 견딘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이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정순구·정수현 기자 soon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D
실시간 독자 의견
北 미사일 발사…文 대통령 까지 보고 걸린 시간 ‘41’분
北 미사일 발사…文 대통령 까지 보고 걸린 시간 ‘41’분
신동욱, `딸 하나 지키지 못하는 후보가...` `유담 성희롱` 언급
文, ‘간 보는’ 北에 “오판 없도록 할 것”…강경 기조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