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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그는 1,000마리 해태 식구와 함께 산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6.10 17:47:05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곳은 8년 전 청계천 황학동 벼룩시장의 골동품 가게를 들락거리면서였다. 늘 허름한 일꾼 차림으로 온 그가 도자기나 찻잔, 그리고 그림과 돌 조각들을 사면서 한 달에 두세 번 골동품 가게에서 만났다. 우리는 골동품 가게 사장과 소머리 국밥을 나누면서 친해졌다. 그의 이름은 황진, 직업은 조각가였다. 1963년생으로 강릉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94년 뉴욕에서 조각을 전공했으며 1996년에는 카파(Kapa) -
[오색인문학] 한 몸 된 두 나무, 도원경의 평화를 꿈꾸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6.03 17:28:53정자는 조선 성리학자의 이상 세계다. 정자의 현판은 성리학자의 이상을 드러낸 상징이다.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위치한 무우정(舞雩亭)은 가장 완벽한 성리학자의 이상 정자다. 이유 중 하나는 정자의 이름이고, 또 다른 이유는 정자를 세운 주인공이다. 무우정의 뜻은 ‘논어 선진(先進)’에서 유래한다. 즉 공자가 제자들에게 각각 자신의 꿈을 묻자 증점(曾點), 즉 증석(曾晳)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
[오색인문학] 초거성의 불타는 열정, 새 세대를 준비하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5.27 17:49:16밤하늘의 수많은 별 중 지난해 유독 큰 관심을 받은 별이 있다. 오리온자리의 알파별, 베텔게우스다. 오리온자리는 겨울철이면 밤새 오래도록 볼 수 있지만 요즘은 태양 바로 뒤에 있어 해가 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서쪽 지평선 아래로 져버리고 만다. 다시 오리온을 보려면 8월까지 기다려야 새벽녘 동쪽 하늘에서 잠시 만날 수 있다. 별자리 속 사냥꾼 오리온은 양쪽 팔에 각각 검과 방패를 들고 있다. 몽둥이와 짐승 가죽을 -
[오색인문학] 소처럼 일하는 건 미덕이 아니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5.20 17:57:50‘소’라는 동물은 나를 어릴 적 시골집으로 데려간다. 그 집 허름한 외양간에서는 큼직한 눈망울을 껌벅거리며 질겅질겅 여물을 씹는 소가 보인다. 나는 녀석과 친구처럼 지냈다. 촌 동네 어린 꼬마들은 소를 데리고 나가 풀을 뜯게 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워낙 성격이 온순한 동물인지라 연약한 아이도 소를 몰 수 있다. 정현종 시인은 잊지 못할 평화로운 풍경으로 ‘풀 먹고 있는 소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아이('어떤 -
[오색인문학] 해방과 평화 꿈꾼 식민지 조선의 ‘앨리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5.13 17:35:22의젓하게 비단 조끼 입은 흰 토끼가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보며 바쁘게 뛰어간다. 이웃집 복돌이네 토끼가 분명하건만 웬 조끼며 웬 시계인고. 게다가 세상에, 말이 통하다니. 토끼가 조선말을 하는 걸까, 갑자기 토끼 나라 말을 알아듣게 된 걸까. 하여간 말이 통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게 이상한 게 아닐까. 이럴 때는 앞뒤 가리지 말고 무작정 토끼를 따라가야 하는 법이다. 뭔가 새로운 일이 펼쳐질 테니까. 그렇잖아도 따분 -
[오색인문학] 아내냐 그림이냐 갈림길 선 전직 PD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5.06 17:22:46최부식, 현재 한편에 5만~6만 원 정도를 받는 시집 ‘봄비가 무겁다’의 시인이다. 취미는 그림과 시집 컬렉트. 그러나 전직은 포항 MBC 편성국장 PD였다. 계명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문학청년의 길로 들어선 그는 지난 1984년 방송국에 입사해서 다큐멘터리와 프로그램 제작 등 PD 생활을 하며 많은 미술계 사람을 만났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을 간다고 했던가. 그는 직급이 올라가고 월급이 늘어날수록 수집의 범위도, 배짱 -
[오색인문학] 돌·연꽃·나무에 스며든 성리학의 향기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4.29 11:37:39믿음은 인간 생존의 중요한 조건이다. 인간이 믿음을 중시한 것은 스스로 배신하기 때문이다. 중국 춘추 말 공자가 군대와 식량보다 믿음을 중시한 것도 배신을 일삼는 인간의 태도를 꿰뚫어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배신하지 않는 대상을 믿음의 표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사례는 정영방(鄭榮邦, 1577-1650)의 서석지(瑞石池, 중요민속자료 제108호)에서도 만날 수 있다.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에 위치한 서석지는 -
[오색인문학] 힘차게 뜬 화성 드론 '실패 서류'를 찢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4.22 11:29:15지난 19일 화성에 드론이 떴다. 올해 초 화성에 도착한 로버 퍼서비어런스에 함께 실려 있던 화성 헬리콥터 인제뉴어티가 성공적으로 첫 비행을 마쳤다. 인류는 이제 지구 밖의 다른 행성에서 드론을 띄우는 존재가 됐다. 사실 다른 행성에서 무언가를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5년에 금성 탐사선 베가는 지구보다 표면 대기압이 90배나 높은 금성에서 헬륨 풍선 두 개를 띄워 대기 환경을 관측한 바 있다. 금성 상공에 -
[오색인문학] 피라미의 은빛 군무를 보았는가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4.15 17:15:40안톤 체호프의 ‘산딸기’라는 단편소설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평생 단 한 번이라도 농어를 잡아봤거나 가을에 이동하는 개똥지빠귀들, 그러니까 맑고 신선한 날 시골 마을 위로 떼 지어 날아가는 개똥지빠귀를 본 사람은 말이죠, 절대 도시 사람이 될 수가 없어요.” 수사학적 과장으로 들릴 수 있는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선히 이 말에 동의하는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그 이유를 밝혀보 -
[오색인문학] 농촌·농민 사랑한 법학도, 번역가가 되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4.08 17:26:091935년 두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신문 창간 15주년 기념 현상 공모를 통해서다. 신춘문예는 지나갔고 신인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좋은 작품을 고대하며 최고액을 내걸었다. 다만 특별한 조건이 덧붙었다. 조선의 농촌을 다룬 것이어야 했다. 몇 년 동안 불타오른 ‘브나로드운동’이 절정에 달했다. ‘민중 속으로! 농민 속으로!’ 각계각층을 망라하며 전국적으로 펼쳐진 농촌계몽과 민족운동의 총결산. 장편소설 당선작은 바로 -
[오색인문학] 자식 잃은 슬픔 '자선의 미술'로 달래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4.01 16:36:39얼마 전 노란 표지의 책 한 권이 도착했다. 한 배우가 아이를 잃고 난 후 그리움과 상처의 순간들을 눈물로 써 내려간 아버지의 자서전,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에 걸려 불과 7살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들 석규의 이야기, 완전히 뒤바뀐 인생을 울컥하게 토해낸 이광기의 에세이집 ‘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이다. 이광기, 사람들은 그를 인생 2막이 더 다채로운 연기자, 미술을 좋아하다 나눔의 -
[오색인문학] 정이품송과 맺은 600년 부부緣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3.25 17:36:23?성(聖)과 속(俗)은 구분할 수 없다. 인간이 사는 곳 자체가 성이자 속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곧 성이고, 사람이 살기 싫은 곳은 곧 속이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俗離山)은 속세와 떨어진 산이고, 속리산 자락에 사는 사람도 속세와 떨어진 곳에서 살아간다. 속리산 자락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법주사가 자리 잡고 있다. 법주사는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7곳 사찰 중 한 곳이다. 법 -
[오색인문학] 달에는'라테 아트' 대가가 있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3.18 17:13:45달에는 밝고 어두운 지역이 공존한다. 망원경이라는 도구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달이 그렇게 보이는 이유가 실제로 밝거나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달에도 높고 낮은 지형이 있어서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천상의 모든 것은 완전한 구(球)형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달이 얼룩덜룩하지만 매끈한 구형이라고 주장했지만 달에도 지구처럼 산과 언덕과 움푹 들어간 지형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같은 논 -
[오색인문학] '바람 계곡 소녀'의 적은 괴물이 아니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3.11 17:26:49그 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곤경에 처해 있다.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됐다고 하니 그나마 한숨을 돌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그날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의학, 특히 면역학 관련 글을 접하다 보면 군사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방역도 그렇다. 외부로부터 침입한 적을 퇴치하는 것이 그 분야의 기본 서사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보는 게 현명한 일일까. 코로나 -
[오색인문학] 한국판 '미스 마플'은 비명횡사 했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1.03.04 17:33:41남 죽이는 놈은 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든 서양이든. 그런데 왜 죽었을까, 누가 죽였을까, 어디로 도망갔을까, 어떻게 잡을까. 그런 궁금증을 이야기로 만들어 함께 읽으며 즐기게 된 것이 추리소설이다.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가. 그 시체가 나만 아니라면. 누군가 죽은 뒤에야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죽은 사람보다 죽인 놈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자, 탐정. 애도는 잠깐이거나 생략, 피비린내 맡을수록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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