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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폭발'보다 '절제'가 예술을 만든다
오피니언 2019.11.14 16:49:06예술가적인 기질은 어떤 것일까. 한때는 필자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미술대를 다니던 시절,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술을 퍼마시고 세상 온갖 고민은 죄다 짊어진 것처럼 열변을 토했다. 그건 기성질서에 대한 거부와 반항의 몸짓이었다. 아니, 반항을 빙자한 무절제와 방종이었다. 아니, 예술가로서의 길을 찾아 헤매던 청년기의 열망이었다. 예술가 지망생은 ‘예술가적’ 제스처를 종종 절망적으로 되풀이한다, 예술가처럼 살면 -
[오색인문학] 650살 은행나무에서 성리학의 향기가...
오피니언 2019.11.07 17:09:26전라남도 나주의 객사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객사 중에서도 매우 규모가 크다. 이는 나주가 얼마나 큰 도시였는지를 보여준다. 나주의 규모는 전주와 더불어 전라도 명칭을 낳은 데서도 알 수 있다. 나주는 고려 현종 9년(1018년)부터 조선시대까지 나주목(羅州牧)이었을 만큼 전남의 중심 지역이었다. 나주객사의 이름은 금성관(錦城館)이다. 금성관은 나주의 진산인 금성산에서 딴 이름이다. 금성은 통일신라시대 말인 경덕왕 -
[오색인문학] 반짝이는 밤하늘에 '우리 문화' 심어보자
오피니언 2019.10.31 17:17:33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소행성 중 하나로 재분류된 것은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 투표 결과에 의해서였다. 어린 시절, 태양계 행성의 이름 앞글자만 따서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순서를 외웠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명’을 묵음으로 처리해야 하는 당혹의 시대가 시작됐다. 분명 행성이라고 배웠는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지를 않나,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에 황도 12궁이 13궁으로 변해 생일 별자리가 바뀔 -
[오색인문학] 사회 모순의 우울이 '극단 선택'을 낳다
오피니언 2019.10.24 17:22:21까마득한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멜랑콜리와 자살이 긴밀히 엮여 있다고 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당시에도 나이에 상관없이 멜랑콜리로 자살한 이들이 많았다고 증언한다. 먹고 살기 급급했던 그 시절에도 우울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니! 이를 상상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 현대인들이 과거를 폄하하면서도 역사에 무지한 데 있을 것이다. 우울증적 자살이 근대 이후에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속단한다면 이는 섣부른 오 -
[오색인문학] '동방의 등불'은 詩가 아닌 메모였다
오피니언 2019.10.17 17:25:23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조선인을 위로하는 시를 보내온다면 어땠을까. 식민지 출신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직접 조선을 찾아온다면 어땠을까. 첫 번째 일은 나라를 빼앗긴 직후인 지난 1916년에 실제로 일어났다. 두 번째 일은 3·1운동 10주년을 맞이한 1929년에 추진됐으니 성사될 리 없었다. 타고르가 처음 보내온 시는 지금도 남아 있지만 우리 기억 속에서는 말끔히 잊혔다. 두 번째 경우는 -
[오색인문학] 처가살이 화가 '북유럽 모나리자'를 남기다
오피니언 2019.10.10 17:01:14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는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완전히 잊혔다가 지난 1860년대에 프랑스 비평가 토레 뷔르거의 노력으로 빛을 봤다. 죽은 지 두 세기가 지나서야 ‘재발견’된 것이다. 남긴 작품이 많지 않았고 목록도 정리되지 않았던 터라 그의 작품은 새로 발견될 때마다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 보니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는 커다란 위작 사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영롱한 눈빛으로 관객을 돌아보 -
[오색인문학]여성산신의 신령스런 기운 서린 느티나무
오피니언 2019.10.03 16:55:13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위치한 국사암은 신라 문성왕 때 중국 유학승 출신 혜소가 지은 암자다. 국사암은 처음에는 보월암이었지만 신라 민애왕이 혜소를 스승으로 모시고 ‘진감국사’를 하사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국사암 입구의 느티나무는 진감국사가 국사암을 세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이곳의 느티나무는 진감국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둔 곳에서 자란 나무라는 얘기가 전한다. 국사 -
[오색인문학] 달탐사,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오피니언 2019.09.26 17:26:43올해 ‘우리’는 달 탐사선 두 대를 잃었다. 지구 전 인류인 ‘우리’ 말이다. 그 첫 번째는 지난 4월 이스라엘 기업 스페이스IL이 달에 보낸 착륙선 ‘베레시트(Beresheet)’다.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동안 몇 가지 난관을 만나기는 했지만 달 궤도까지 무난히 진입했다. 착륙 과정 초반에는 달 표면 사진을 찍어 보내며 낙관적인 기대를 불러왔다. 그러나 비행기도 착륙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하지 않던가. 착륙지점까지 불과 -
[오색인문학] '마지막 수업'에 3·1운동 함성을 담다
오피니언 2019.09.05 17:20:51오늘따라 키가 커 보이는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학생과 마을 주민들의 풍경. 교실 2층 살림집에서 선생님의 누이가 이삿짐을 꾸리고 있고 창밖에서는 점령군의 나팔 소리가 들려오는 시간. 새하얗게 질린 낯빛에 목까지 멘 늙은 선생님은 분필 하나에 한평생의 소명을 꾹꾹 눌러 담아 쓴다. ‘프랑스 만세!’ 40년 만에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은 아멜이요, 남은 학생은 프란츠다. 소년의 가슴속 깊이 프랑스어의 아름다운 울림과 자 -
[오색인문학] 르네상스 거장 3인 위상을 바꾼 낭만주의
오피니언 2019.08.29 17:08:50한 세기에서 한 명. 아니, 한 나라에서 한 명도 나오기도 어렵다는 천재가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는 세 명이나 나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다. 유럽인은 오랫동안 이들 ‘거장’ 중에서 라파엘로를 맨 위에 놓았다.라파엘로는 공작의 궁정 화가였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신부였던 삼촌 밑에서 자랐다. 페루지노의 제자로 페루자에서 활동을 시작해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금세 스승을 뛰어넘었다.페루자를 ‘ -
[오색인문학] 땅과 이름 가진 500살 거목 '인격'이 되다
오피니언 2019.08.22 17:22:31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의 ‘황목근’은 지구상에 있는 나무 중에서 아주 보기 드문 느릅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팽나무다. 왜냐하면 황목근은 땅을 가졌기 때문이다. 팽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다. 그런데 예천의 황목근은 우리나라 팽나무 중에서도 유일하게 땅을 소유한 나무일 뿐 아니라 사람처럼 이름까지 갖고 있다. 나는 아직 예천의 팽나무처럼 땅과 이름을 함께 가진 팽나무를 만난 적도, -
[오색인문학] 23년째 준비만...우주망원경 발사 '지난한 여정'
오피니언 2019.08.01 17:27:17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만났다. 전화번호도 주민등록번호도 010으로 시작하는 이 21세기 청소년은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그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그가 20세기부터 시작된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대체 언제 우주망원경이 돼요?” 이름부터가 ‘우주망원경’인데 언제 우주망원경이 되느냐니 이게 무슨 선문답인가. 사실 이 질문은 천문학자뿐 아니라 우 -
[오색인문학] 삶이 각박해도 더 먼저 더 오래 사랑하라
오피니언 2019.07.25 16:55:53대학교에서 젊은 청춘들을 앞에 두고 이따금 사랑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있다. 지루해하던 그들의 눈동자에서 순간적이지만 본능적인 호기심의 불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야기 내내 초롱초롱함을 유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거개 학생들의 눈망울에서는 반짝했던 총기가 이내 사라진다.한번은 사랑 이야기마저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저는 모태솔로거든요. 또 취직준비로 한동안은 연애하기 어려울 것 같아 -
[오색인문학] 흑인 노예의 비극적 삶서 읽은 '망국의 恨'
오피니언 2019.07.18 17:18:07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렸더라도 지금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말이 있다. ‘검둥이’라는 표현이 그렇다. 단지 피부색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과 멸시로 가득 찬 용어가 바로 검둥이다. 우리야 어지간해서는 흑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으니 애초에 백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말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자기 피부색을 살색으로 부른 우리 역시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내면화해온 것은 마찬가지다 -
[오색인문학]모네·르누아르, 스승에겐 눈엣가시였다
오피니언 2019.07.11 17:31:21예술은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익혀야 하는 것일까.조르조 바사리의 ‘예술가 열전’은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기록이다. 바사리는 초기 르네상스와 전성기 르네상스의 조형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자신의 손이 닿는 한 자료를 모으고 궁리했다. 오늘날 우리가 르네상스 예술가에 대해 떠올리는 것 대부분은 이 책에서 나왔다. 바사리의 책 맨 앞에 놓인 예술가는 ‘치마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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