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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제주 돌담의 수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24 19:00:002003년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제주도에 분 바람의 최대 속도는 초속 60m로 기록됐다. 태풍의 초속이 15m면 간판이 떨어지고 40m면 사람이 날아간다. 철탑이 휘어질 수 있는 초속 60m의 태풍이 몰아쳤는데도 제주도에 널려 있는 돌담의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은 파풍효과(破風效果) 덕분이다. 바람이 돌담을 이루는 돌과 돌 사이 구멍으로 통과하면서 잘게 부서져 힘이 약해지는 원리다. 오늘날 큰 건물을 지을 때 가운 -
[만파식적] 편도족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23 19:00:00몇 해 전 일본에 출장을 갔을 때 편의점마다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본 적이 있다. 편의점에는 작은 조리실까지 갖춰져 있었고 메뉴도 불고기부터 생선·카레라이스까지 다양해 간편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중년층들은 아예 도시락을 사 들고 집으로 가서 맥주와 곁들여 먹는 것도 유행이었다. 일본이야 일찍부터 도시락문화에 친숙한데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탓이거니 하면서 남의 -
[만파식적] 전기 도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22 18:35:22디프티 카카르·파하드 무스타파 감독의 2014년 작 다큐멘터리 영화 ‘카티야바즈(Katiyabaaz )’는 인도의 대도시 칸푸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카메라는 빈민가에서 만난 ‘로하’라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의 직업은 ‘카티야바즈’, 우리말로 하면 ‘전기도둑’이다. 사회 통념상 분명 범법자지만 칸푸르에서만큼은 영웅이다.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직접 전봇대에 올라가 전선에 쇠갈고리를 달 -
[만파식적] 고대도시 알레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21 18:30:00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이자 ‘실크로드’의 종착지인 시리아는 바빌로니아부터 오스만튀르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만 6곳에 이른다. 수도 다마스쿠스와 상업도시 알레포는 그리스의 아테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등과 더불어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도시로 꼽힌다. 이 중 시리아 북부 해발 400m 고원에 위치한 알레포는 지중해 연안 지역과 동방을 잇는 고대 대상로(隊商 -
[만파식적] 평양의 금수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18 19:00:53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귀순이 알려지면서 한 장의 사진이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세계적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인 앨버트 홀을 방문할 때 근접수행하면서 같이 찍힌 태 공사의 옆모습이었다. 이 사진은 태 공사가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 인사일 뿐 아니라 김정은 권부의 핵심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출신성분으로 태 공사는 평양판 ‘금수저’ -
[만파식적] 버핏 vs 소로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17 19:00:00글로벌 금융위기가 투자자들을 대혼란에 몰아넣은 2008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미국 주식을 사라(Buy American)”며 구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실제로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골드만삭스를 매입했다. 반면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악마의 시대가 왔다”며 오히려 위기의 장기화를 예언했다. 비판적 낙관과 절망적 비관이라는 두 사람의 장세 진단이 극명하게 엇갈린 순간이었다.버핏과 소 -
[만파식적] 사상 검증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16 19:00:001993년 3월19일 판문점. 이른바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씨는 남한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휠체어에 의지해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1952년 빨치산 활동을 한 혐의 등으로 붙잡혀 꼬박 34년간 남한에서 옥살이를 한 것은 전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상범으로 붙잡힌 좌익수는 2년에 한 번씩 있는 전향심사에 전향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감방에서 나올 수 없었다. 19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되면 -
[만파식적] 올림픽 수영장 인명구조요원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15 19:00:0021년 전인 1995년 일본에서 생전 처음 보는 제품이 등장했다. 긴 막대기 끝에 카메라를 달 수 있도록 만든 이 제품의 이름은 ‘셀프 초상화 카메라 거치대’, 지금의 ‘셀카봉’이다. 사용설명서에 ‘연인들이 여행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기 어려울 때 사용할 것’이라는 친절한 글귀도 넣었다. 현재라면 대박 히트를 쳤겠지만 당시에는 전혀 인기가 없었다. 최신 스마트폰이라면 자신이 찍힐 모습을 먼저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
[만파식적]"난 할 수 있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11 19:27:17스포츠는 국민을 울린다. 1998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한국 골프의 전성기를 연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대표적이다. 박세리는 1998년 LPGA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공이 물에 빠지자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공을 쳐올렸다. 당시 나이 21세. 이 맨발 투혼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던 우리 국민에게 커다란 용기를 안겨줬다. 구릿빛으로 물든 다리와 경계를 이룬 하얀 발은 여전히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 -
[만파식적] '곡성 촌놈' 이정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10 18:55:35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본 사람들은 그를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자신에게 온 전화는 반드시 회신하고 기자의 취재수첩보다 더 자세히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행적을 적어놓은 수첩과 박 대통령에 관한 한 거침이 없는 답변을 들으면 그의 ‘성심성의’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짙은 호남 억양에다 목소리 톤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늘 정력적인 그는 이를 고향인 곡성에서 시작된 ‘촌놈 기 -
[만파식적] 별똥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09 19:09:48위나라 장수 사마의는 어느 날 밤하늘을 살피다 별 하나가 긴 꼬리를 남기며 촉군 진영으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죽은 것을 안 그는 퇴각하는 촉군을 추격하다 갑자기 나타난 제갈량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 도망친다. 소설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내쫓았다’는 대목이다. ‘삼국지’에서는 이때뿐 아니라 여러 번 별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람 -
[만파식적] 에어컨 틀 권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08 19:00:15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 초강력 열파가 몰아쳤다. 평균 24도에 불과했던 도시의 기온은 무려 41도까지 치솟았고 저녁에도 26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폭염의 기세도 놀랍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 피해규모. 무려 739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거동하기 힘든 환자와 노인들. 혼자 살거나 노후한 아파트에 에어컨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곳에서 살다가 변을 당했다. 사회공동체의 붕괴와 치안 불안으로 남의 도 -
[만파식적] 항공사고 골든타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07 19:00:00비행기 사고의 80%는 이륙 3분 내, 착륙 8분 전에 일어난다는 통설이 있다. 그래서 그 시간을 ‘마의 11분’이라고 부른다. 만약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이때부터 ‘운명의 90초 룰’이 시작된다. 90초 내에 승객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법칙이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비행기 폭발 등의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90초가 항공사고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비행기 좌석과 비상구도 이 룰을 지킬 수 있도록 -
[만파식적] 올림픽 메달 가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04 19:00:01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출전한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지 리마 선수. 그는 37㎞까지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며 금메달이 유력했다. 하지만 종말론자로 알려진 한 남성이 코스로 난입, 그를 관중 사이로 밀치면서 페이스를 잃고 만다. 실망하거나 포기할 법도 했으나 그는 완주해 3위로 들어왔다. 황당한 일로 금메달을 놓쳤는데도 지 리마는 “최선을 다했고 나의 도전에 만족한다”고 말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 -
[만파식적] 탄저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03 19:00:00탄저균은 20세기 초 이후 생물학무기의 대명사였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연합군의 가축 몰살을 목적으로 무기화를 처음 연구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각국이 탄저균 무기 개발을 경쟁했다. 영국은 그뤼나드 섬에서 탄저균 폭탄을 실험했고 만주의 일본 731부대도 인간 생체를 대상으로 실험한 사례가 있다. 냉전 시대인 1978년에는 구소련에서 배양균이 유출돼 가축과 70여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기도 했다.제조·운반이 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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