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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남자의 가사노동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1 19:00:00‘태어난 지 이제 7개월 아랫니 두 개가 났다. 어미를 보며 즐거워하고 점점 더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는다.’ 조선 시대 문신 이문건의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손자의 출생과 성장 과정을 자세히 담은 이 책에는 아이의 울음소리부터 앉기, 씹어 먹기, 걸음마 연습까지 기록돼 현대판 ‘딸바보 아빠’들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다. 실제로 조선 양반가에서도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아이를 키우고 가사 -
[만파식적] 천연효모빵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20 19:55:04서양에서 지금처럼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빵을 처음 만든 주인공은 고대 이집트인이다. 하인리히 야콥의 저서 ‘빵의 역사’를 보면 이집트에서 부풀어 오른 빵이 만들어진 한참 뒤에도 그리스·로마·게르만 등 다른 나라 사람은 빻은 밀가루를 물에 섞어 죽으로 끓여 먹거나 뜨거운 돌에 구워 납작하게 만들어진 빵을 먹었다. 둘의 차이는 부패와 발효의 차이다.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라는 과정은 같은데 인간에게 이로우면 -
[만파식적] 화폐 모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9 19:00:00우리나라 최초의 1만원권 발행이 공고된 1972년 4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 준비를 하던 김성환 한국은행 총재가 갑자기 기자실을 찾았다. 석굴암 석가여래좌상(전면)과 불국사(후면)를 모델로 한 1만원권 도안에 대해 기독교계가 크게 반발하자 헐레벌떡 달려온 것. “종교적 관점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세계적인 문화재 석굴암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틀 뒤 “1만원권의 -
[만파식적] 환율 슈퍼301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8 19:00:13한국이 서울 올림픽준비에 여념이 없던 1988년 당시 미국 의회는 전가의 보도로 일컬어지던 무역법안 301조에 ‘슈퍼(super)’라는 단어를 추가한 ‘슈퍼301조’를 새로 통과시켰다. 슈퍼맨·슈퍼스타·슈퍼화요일…, 무엇이든 앞에 슈퍼라는 단어가 붙으면 강력한 힘을 상징하게 마련인데 슈퍼301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미통상 마찰하면 누구나 슈퍼301조를 떠올릴 정도로 그 힘은 무시무시했다.슈퍼301조는 외국의 불공정무역 -
[만파식적] 태백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7 19:00:00조선 세조 3년 가을 어느 날 저녁 태백산(太白山)자락인 경북 봉화군 대현리 주민들은 강원도 영월 관아에 일이 있어 가던 길에 백마를 탄 단종을 만났다. 행선지를 묻자 단종은 태백산에 놀러 간다고 했다. 얼마 후 영월에 도착한 주민들은 깜짝 놀랄 소식을 듣게 된다. 그날 낮에 단종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죽은 단종의 영혼이 말을 타고 태백산에 입산한 것으로 믿었다. 봉화군에 내려오는 비운의 왕 단종에 관 -
[만파식적]PX담배
오피니언 사설 2016.04.14 19:00:00“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달빛 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피던/화랑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6·25전쟁 중 국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할 때 만들어졌다는 군가 ‘전우야 잘 자라’의 한 구절이다. 전쟁터의 절박하고 비장한 분위기를 ‘화랑’이라는 담배 연기에 담아 애잔함을 느끼게 하는 노래다. 예전의 군대생활은 담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군에 들 -
[만파식적] 금배지의 가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3 22:09:15‘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을 곰곰 생각해보면 평안 감사가 그만큼 좋은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 평안 감사가 있다면 요즘에는 금배지(국회의원)가 있다. 이제껏 금배지가 싫어져서 그만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금배지도 저 싫으면 그만’으로 속담을 바꿔도 될 듯싶다.금배지를 달고 싶어하는 이유는 물론 진짜 금배지에 있지 않다. 금배지는 사실 금배지가 아니라 은배지다. 99% 은으로 제작 -
[만파식적] 엘리트 탈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1 19:20:47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탈북 인사 가운데 가장 고위급이다. 43세의 나이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에 임명됐고 11년간 최고인민회의 의장직을 수행하는 등 망명 직전까지 최고위층으로 있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김일성 사후 김정일과 갈등하다 1997년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이후 북한 체제와 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해 북한 권력층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눈엣가시’였다.황 전 비서의 망 -
[만파식적] 역사를 바꾼 1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11 09:07:461793년 1월16일 파리 콩코르드 광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국민공회에서 반역죄로 유죄를 받은 루이 16세에게 어떤 형이 내려지는가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각 지역 대표들은 처형을 할지 말지를 놓고 연설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찬반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온건파인 지롱드파는 처형을 반대했지만 급진적인 몽테뉴파는 즉각적인 처형을 주장했다. 오후8시에 시작한 투표는 자정이 넘어서도 계속됐다. 마침내 나온 결론은 3 -
[만파식적]선거정보 앱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07 19:00:00“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나, 아니면 커피를 먹어야 하나.”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그는 목숨과 커피 사이에서 황당한 고민을 했지만 누구나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선택은 시작된다. 버스를 탈까, 전철을 탈까,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늘 선택의 연속이다. 짬짜면과 반반치킨이 만들어진 것도 이런 선택의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이 우리를 기다린다.미국 스워스모어대의 사회행동학 -
[만파식적] 시에스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06 21:00:0010여년 전 그리스에 출장 갔을 때 일이다. 오후2시가 넘은 시각에 아테네국제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서는데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지나는 길에 보인 집들도 대부분 창문을 닫고 커튼까지 쳐 있어 적막감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거릴 시간인데도 한적한 것이 의아해 동승한 가이드에게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시에스타(siesta·낮잠) 때문”이라는 것. 말로만 듣던 남유럽의 낮잠 -
[만파식적]구상나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05 19:00:00몇 해 전부터 겨울이면 덕유산 눈꽃 산행에 나서는 재미에 빠져 있다. 해발 1,614m의 향적봉에서 중봉에 이르는 드넓은 구상나무 군락지에 피어 있는 상고대를 보노라면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한겨울에도 진초록 잎새를 뽐내는 구상나무 가지 사이로 피어 있는 화려한 눈꽃은 그야말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마련이다. 구상나무는 한반도 고산지대에만 자생하는 특산종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록수이자 -
[만파식적] '식목일의 추억'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04 21:00:00일년 중 4월은 다른 달들에 비해 큰 특징이 없음에도 식목일이 끼어 있어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짜로 하루 더 쉬는 여유로움까지 얻기도 했다. 다른 기념일에 비해 상징성이나 의미가 크지 않은 듯한데 공휴일로 쉬기까지 하니까 어린 마음에 더욱 반겼던 것 같다. 그러나 중고교 때에는 정작 공휴일로 쉬기보다 학교와 단체 등이 주최하는 각종 식수(植樹) 기념행사에 끌려다닌 경험이 많다.식목일이 올해로 71주년을 맞이했다. 세 -
[만파식적] 인구 늘리기 작전 실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4.03 19:00:00요즘 아이를 낳으면 로또 복권 1등은 아니더라도 2등 정도는 당첨된 셈이다. 지원 제도가 잘 정비돼 있는 경남 창녕군을 보자. 창녕군민이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이상 600만원)을 받는다. 새해 첫 아기를 낳으면 30만원. 다둥이를 낳으면 30만원의 출산축하금이 보너스로 따라온다. 아이가 커 다섯 살이 될 때까지는 매달 20만원의 아동양육수당이 나온다. 5년간 합치면 1,200만원이다. 셋째 -
[만파식적] 흡연경고 그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3.31 21:00:00지난 2002년 TV 금연광고에 코미디언 이주일이 나왔다. 중절모를 쓴 채 핼쑥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에게서 더 이상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저도 하루 두 갑씩 피웠습니다. 이제는 정말 후회됩니다. 일 년 전에만 끊었어도 말입니다… 흡연은 가정을 파괴합니다. 국민 여러분 담배 끊어야 합니다.” 광고에서 유언과도 같은 경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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