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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기나나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22 19:05:231896년 독립신문에 이색적인 의약품 광고가 실렸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금계랍(金鷄蠟)을 국내에 판매하니 도매금으로 싸게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금계랍은 당시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던 ‘키니네’였는데 발음이 어려워 이렇게 불리게 됐다. 우리나라에도 말라리아가 성행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금계랍이 특효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입도 크게 늘어났다. 황현은 ‘매천야록’에서 금계랍을 먹으면 낫지 않는 사 -
[만파식적] 노루즈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19 17:35:17지난해 2월28일 이란 테헤란의 랜드마크인 밀라드 타워에서 새해(노루즈·Nowruz)맞이 행사가 열렸다. 조로아스터교 역법으로 새해 첫날은 춘분(3월20일 즈음)이지만 미리 축하하는 자리였다. 여기에는 이란 정계인사·외교사절 등과 함께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함께했다. 이란에서 열린 새해 행사에 유엔기구 인사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유네스코는 노루즈 전후로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는 축제가 세대와 가 -
[만파식적]카페 드 플로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18 17:30:00“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 글을 쓰고, 식사 뒤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식사를 마치면 찾아오는 이들을 맞아 이야기를 나눈다. 카페 드 플로르는 우리 집과 같은 곳이다.” 프랑스 문단의 거장이자 실존주의 대표 작가인 장 폴 사르트르는 파리 생제르맹의 한 카페에서 살다시피 했다. 카페 주인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놓고 열두 시간을 버티는 괴력을 보여준, 가장 지독한 손님”이라고 칭했다. 사르 -
[만파식적] 바젤월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17 17:26:121995년 개봉한 영화 ‘007시리즈’의 17번째 작품인 ‘골든아이(Golden eye)’는 소련 붕괴 이후를 다룬 첫 시리즈이다. 게다가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첫 작품이어서 유명하다. 브로스넌은 출연이 확정되자마자 원조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네리와 비교됐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는 제임스 본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호평을 받았다.‘골든아이’ 이후 ‘007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비상한 관심을 끄는 -
[만파식적]고마군(高麗郡)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16 17:40:401976년 어느 날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들이 사이타마현에 있는 고마(高麗)신사를 찾았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잡겠다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고마신사의 영험함 때문인지 다나카 전 총리는 미국 록히드사로부터 5억엔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도쿄지검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다. 이 고마신사가 다름 아닌 고구려 마지막 왕인 보장왕의 아들 고약광을 기리는 신사다. 일본에서는 -
[만파식적]옥시덴털석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15 17:21:511961년 리비아에서 대규모 석유매장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채굴권을 따내려 오일업체들이 몰려들었다. 거대 석유 메이저들 사이에서 중견기업인 미국 옥시덴털석유도 명함을 내밀었다. 당시 옥시덴털 회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영권을 잡은 아먼드 해머. 리비아와의 협상을 앞두고 품질 좋은 양피지를 구해오게 한 그는 제안 내용을 정성스레 적었다. 그리고 리비아의 상징색인 초록과 검은색 끈으로 양피지를 묶어 협상 테이 -
[만파식적]친퀘첸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12 18:10:22영화 ‘로마의 휴일’에는 공주 역할을 한 오드리 헵번이 그레고리 펙과 함께 서민들처럼 스쿠터를 타고 로마 시내를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전후 피폐해진 경제 여건으로 자동차가 아니라 스쿠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아야 했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당시 피아트의 경영진은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며 도심에서 타고 다닐 만한 경제적인 소형차를 만드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래서 선보인 차가 길이 3m에 연비는 -
[만파식적]프레퍼족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11 17:19:32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사는 미국 LA 베벌리힐스의 대저택 지하에는 수백만달러를 들여 만든 지하벙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침실 2개에다 운동장과 세탁실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크루즈는 사이언톨로지라는 종교의 신자로 지구 종말에 대비해 이 벙커를 설치했다는 후문이다. 크루즈처럼 재난이 닥쳤을 때 살아남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프레퍼(prepper)족이라고 부른다. 대비한다는 -
[만파식적]카니발 그룹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10 18:36:42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전자·정보기술전시회(CES)에 조금은 이질적인 업종의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바로 세계 최대 크루즈선 운영사인 카니발그룹의 아널드 도널드 CEO였다. 그는 ‘오션메달리언’이라는 이름의 서비스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탑승을 예약하면 손목에 차거나 목에 거는 소형기기를 집에 배달해주고 이후 여행을 마칠 때까지 모든 것을 기기 하나로 해결해주는 정보기술(IT) -
[만파식적]홀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09 17:42:46힌두 전설에 나오는 히란야카시푸라는 왕은 자신을 무적으로 만드는 초능력을 믿고 교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급기야 그는 자신을 신으로 여기기 시작해 주변 사람들에게 경배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날 왕은 유일하게 자신을 섬기지 않는 아들을 죽이려고 불에 타지 않는 능력을 갖춘 누이 홀리카와 함께 불 속에 뛰어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홀리카의 망토가 왕의 아들을 보호하는 바람에 홀리카만 불에 타 재로 변했다고 -
[만파식적] 카뮈 '페스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08 17:55:40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40년대 프랑스령 알제리 북부도시 오랑(Oran). 흑사병으로 불리는 페스트가 갑자기 창궐해 도시가 폐쇄되고 시민들은 공포에 질린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명씩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막장 상황이 1년 동안 이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기본 상황 설정이다. 오랑은 마치 코로나19로 봉쇄된 중국 우한과 신천지 교인들로 감염자 폭증 사태를 맞은 대구를 오버 -
[만파식적]바키타돌고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05 17:54:20‘파란 바다 저 끝 어딘가 사랑을 찾아서…’ 가수 바비 킴의 노래 ‘고래의 꿈’에 나오는 고래는 드넓은 바다를 헤치며 사랑을 꿈꾼다.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 사는 바키타돌고래는 그런 바비 킴의 고래가 부러울 것 같다. 바키타돌고래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아마 천수를 누리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바키타돌고래의 수명은 20년가량 된다. 하지만 그때까지 사는 경우는 드물다. 중간에 인간이 쳐놓은 그물에 잡혀 죽는 -
[만파식적] 애견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04 18:02:111796년 영국에서 애견세가 신설됐다. 광견병 피해가 커지자 반려견에 세금을 부과했던 것인데 1987년 폐지하기까지 200년이나 유지됐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애견세를 도입했지만 지금은 독일과 아프리카 나미비아 정도만 부과하고 있다. 독일도 광견병 예방 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요즘은 반려견 입양을 위한 교육과 훈련, 공원 청소 등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고 있다고 한다. 일반 시민이 반려견을 -
[만파식적] 포드V8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03 17:36:191934년 5월23일 오전 9시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시골 도로. 잠복 중이던 경찰추격대의 눈에 포드V8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포착됐다. 연쇄 살인·강도 행각을 벌이던 범죄자 커플인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가 훔쳐 타고 다니던 차가 분명했다. 경찰추격대는 2월 중순부터 이들을 추격해오던 참이었다. 차가 사정거리에 들어서자 경찰대의 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경찰대는 특수 주문한 자동소총·권총 등의 총 -
[만파식적]코로나 맥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0.03.02 17:50:542015년 4월 영화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이 미국에서 개봉되자 많은 관객들이 코로나 맥주를 들고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제작 도중 교통사고로 타계한 주연 배우 폴 워커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폴 워커는 ‘분노의 질주’의 앞 시리즈에서 배우 빈 디젤과 함께 시원하게 코로나 맥주를 마시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코로나 맥주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단골로 등장했다. 중남미의 에메랄드빛 해변에서 얼음박스에 담긴 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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