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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두 달여 만에 고위급 인사 대면 외교 재개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0.06.08 18:19:5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멈춰있던 고위급 인사의 대면 외교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면 외교가 재개되면 그간 비대면으로 이뤄진 한국의 K-방역 외교에 탄력이 붙으면서 우리 기업인들의 현지 경제활동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8일 서울경제와 만나 한국 기업인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동지역의 한 국가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해외출장이 중단된 이후 외교부가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 교섭을 재개한 첫 사례다. 그동안 비대면 외교에 국한됐던 한국외교에 대면 외교 시계가 다시 돌게 된 것은 지난 3월 17일 미국을 방문했던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대표 이후 약 두 달여만의 일이다. 이 관계자는 “여러 국가들이 한국에 정부 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요청해 오고 있다”며 “회의를 거듭한 끝에 한국과의 경제교역 규모 등이 큰 중동의 한 국가를 결정하게 됐다. 상대 국가에서도 굉장히 예외적으로 교섭을 허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에 영향을 받겠지만 그간 화상회의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지던 외교활동이 대면으로 전환될 경우 한국의 교섭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화상회의는 공개석상에서 할 수 없는 내밀한 얘기를 할 수 없어 교섭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교부는 중동 지역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경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활동을 재개하는 데 대해 부담이 크다”며 “아직 최종 조율 단계라 해당 국가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코로나로 멈춰선 韓 외교혈맥 이달 다시 뚫린다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0.06.08 17:41:07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멈춰있던 고위급 인사의 대면 외교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면 외교가 재개되면 그간 비대면으로 이뤄진 한국의 K-방역 외교에 탄력이 붙으면서 우리 기업인들의 현지 경제활동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8일 서울경제와 만나 한국 기업인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동지역의 한 국가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 19에 따른 해외출장이 중단된 이후 외교부가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 교섭을 재개한 첫 사례다. 한국의 외교 시계가 다시 돈 것은 지난 3월 17일 미국을 방문했던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대표 이후 약 두 달여만의 일이다. 이 관계자는 “여러 국가들이 한국에 정부 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요청해 오고 있다“며 “회의를 거듭한 끝에 한국과의 경제교역 규모 등이 큰 중동의 한 국가를 결정하게 됐다. 상대 국가에서도 굉장히 예외적으로 교섭을 허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국가들이 한국의 고위 당국자 방문을 요청한 것은 K-방역 등으로 한국의 국가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한국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쿠웨이트는 지난 4월 11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 기업인의 예외 입국을 허용한 바 있다. 지난 1일에는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슬롯(독·배를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 19 상황에 영향을 받겠지만 그간 화상회의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지던 외교활동이 대면으로 전환될 경우 한국의 교섭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화상회의는 공개석상에서 할 수 없는 내밀한 얘기를 할 수 없어 교섭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대면회의가 이뤄지면 상대방의 의도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중동 지역에 코로나 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경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활동을 재개하는 데 대해 부담이 크다”며 “아직 최종 조율 단계라 해당 국가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수교 40주년을 맞았고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코로나 19 이후 첫 교섭 상대로 거론된다. UAE는 코로나 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혐한 정서가 거세지던 지난 3월에도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도 코로나 19 진단키트 첫 수출 대상국을 UAE로 결정했을 정도로 양국관계는 두텁다. 지난 2일 외교부가 중동 진출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민관합동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UAE에 진출해 있는 기업인들의 지원요청에 외교부가 주한 UAE 대사와 면담을 가졌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우리 기업인이 많이 진출해 있지만 코로나 1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만큼 인적교류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사우디는 지난 7일 (현지시간)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일일 확진자 수도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동 18개국에 194개 한국기업이 진출해 313개 건설현장에서 국민 5,625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이슈앤워치] "한일갈등, 98년 DJ에게서 해법찾자"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0.06.07 20:25:57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를 양분하는 ‘신(新)냉전’에 돌입한 가운데 일본 전범기업의 재산환수 문제로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미일 삼각동맹’의 균열과 한국의 외교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외교가 안팎에서는 한일관계를 지난 199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서 배우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8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합의한 날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임진왜란과 식민통치)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22년 전 DJ의 미래지향적 발상전환으로 한일관계가 새 지평을 열었듯이 이제 한국이 ‘미래’를 말함으로써 ‘과거’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최근 한일갈등을 우려하는 원로외교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과 주일 한국대사를 지낸 라종일(80) 가천대 석좌교수는 7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DJ·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 양국은 문화장벽을 없앴고 그 덕에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며 “좁은 이득만 생각하며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반일·반한감정을 부추기는 것이 자기에게 이득이 된다는 생각이 한일관계를 망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의 한일관계 화해를 통해 한국이 이득을 봤다”며 “DJ 같은 정치인이 있으면 (지금의) 한일갈등을 잘 풀어나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미중 갈등이 극대화되는 지금 동북아시아 자유 진영의 주축인 한일관계가 파국까지 치닫도록 두는 것은 한국에 자충수일 수밖에 없다. 김숙(68)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미국과 중국이 ‘편 가르기’를 하는 상황에서 한미일이 전략적 목표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나 북한 입장에서 한미일 가운데 한국은 가장 약한 고리인데 이럴 때일수록 우방국들에 신뢰를 주는 쪽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에 대한 설전에서 출발해 외교·경제·국방 등 전방위적으로 충돌하며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른바 ‘중국 때리기’를 오는 11월 대선의 최대 전략으로 삼았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양대 패권국가로서의 입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따라서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은 일본을 외교적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1·2차관을 모두 지낸 신각수(65) 전 주일 한국대사는 “남북·한미관계도 껄끄러운 상황에서 한일관계까지 역대 최악이 되면 우리 외교입지가 한꺼번에 줄어든다”고 우려했다./윤경환·박우인기자 ykh22@@sedaily.com -
한일갈등, 98년 DJ에게서 해법 찾자
정치 정치일반 2020.06.07 17:56:50한일 갈등이 전례 없는 파국을 향하고 있는 지금, 22년 전인 지난 1998년 10월18일 당시 김대중(DJ)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다시금 주목하는 것은 그로 인해 한일 양국이 해묵은 과거의 갈등을 벗어던지고 미래를 향한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DJ·오부치 선언’은 한국을 지칭한 일본의 첫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전에도 일본은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통해 태평양전쟁 당시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아시아의 여러 나라’라고 표현됐을 뿐 ‘한국’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 선언을 통해 한국은 ‘화해’, 일본은 ‘사과’를 말함으로써 미래를 향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해낼 수 있었는데,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현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회고를 들어보면, 김 전 대통령이 ‘한국의 화해, 일본의 사과’를 구상한 시점은 DJ·오부치 선언이 나온 1998년보다 최소 4년 이상 앞선다. 이 의원은 2018년 10월 DJ·오부치 선언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1994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정계를 은퇴하고 영국에 머물다 돌아온 DJ가 아태평화재단을 만들었던 때였다. 하루는 당시 신문기자였던 이 의원을 불러 일본 내셔널프레스센터에 가서 연설할 원고를 보여주더니 이렇게 묻더라는 것이다. “흔히들 한일관계를 말할 적에 한국은 과거에 너무 집착하고 일본이 늘 미래지향을 말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을 바꿔서 하면 어떨까?” 그러니까 한국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밂으로써 일본의 ‘사과’를 이끌어내려는 DJ의 구상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다듬고 또 다듬기를 거듭한 끝에 거둔 결실인 셈이다.하지만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지금 한일관계는 △불행한 역사 극복 및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민주주의·시장경제에 입각한 협력관계 강화 △한국의 대북 ‘햇볕정책’ 지지 등 DJ·오부치 선언의 공든 탑이 완전히 무너진 형국이다. 아무리 한일관계가 힘써 올려세우고 허물기를 무한히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신화’에 비유될 정도로 기반이 취약하다지만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국내 자산 강제매각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상황은 명분론에 사로잡혀 자칫 공멸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있을 만큼 위태롭다.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공시송달까지 아직 2개월가량 남았는데 그 안에라도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색된 한일관계 회복을 위해 양국 모두 명분론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외교가 필요하다. 김숙 전 유엔 대표부 대사는 “어떻게 하면 (한일) 양국관계가 증진할까,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며 “일본이 너무 편협한 데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100%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한일관계의 각종 현안은 아베 정권이 전후 최고의 우익정권이라 합의가 쉽지 않다”면서 “그래도 지금 우리의 대일 강경조치는 아베 정권에 산소호흡기를 다시 대주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중 양대 강국으로부터 자기 쪽에 줄을 서라고 강요를 받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일본을 외교적 지렛대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미중 갈등 속에 우리의 외교 입지가 편하지 않다”며 “그런데 한일 갈등까지 겹치면 우리가 외교를 해나가는 데 있어 정말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중 봉쇄전략의 핵심축이 한국과 일본”이라며 “한일 외교관계가 역대 가장 나쁜 상태에서 파국을 맞으면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여전히 일본은 살아 있는 외교 카드”라며 “우리나라의 외교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지금 일본과의 관계를 열어놓아야 외교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신냉전 시대가 세계화된 경제블록이 아닌 지역 단위로 축소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한일 간 경제협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다. 만약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싸고 경제전쟁을 벌일 경우 양측 모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한일 양국이 △문희상안 재논의 △실질적 고위급 대화채널 가동 등의 노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경제와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쳐 우리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면서 “지난 국회에서 논의됐던 문희상안을 국회에서 신중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우인·김정욱·김인엽기자 wipark@@sedaily.com -
8월4일 이후 자산매각 가능…법조계 "현행법으론 막을 방법 없어"
사회 사회일반 2020.06.07 17:52:37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인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앞으로 한일 관계는 급랭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제철 이외에도 다른 전범 기업 중 국내 자산을 압류당한 곳이 있고 이들 역시 법원의 공시송달 결정을 거쳐 현금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7일 법원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법원의 2018년 확정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일제 전범 기업이 보유한 국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단계까지 간 사례는 없다. 대신 그 이전 단계로 한국 내 자산이 압류된 기업은 일본제철을 포함해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 세 곳이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대전지법이 한국 내 상표권 2개와 특허권 6개를 압류했다.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1월 양금덕씨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 5명에게 1인당 1억~1억2,000만원의 위자료를 주도록 판결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이와 관련된 협의에 불응한 데 따른 것이다. 후지코시 역시 보유하고 있던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를 울산지법에 압류 당한 상태다. 일본제철에 공시송달 절차를 밟은 것처럼 나머지 두 곳도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자산 현금화 절차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채권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등을 담은 결정문을 일본 외무성으로 보냈지만 아직까지 반응이 없다. 채무자인 일본 기업들이 결정문을 받았는지 알 수 없고 서류가 반송된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이전까지는 공시송달을 결정하지 않았다. 포항지원의 공시송달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8월4일 이후 법원은 심문 절차 없이 자산의 매각을 허가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따로 정해진 시한은 없다. 다른 두 기업의 압류된 자산을 현금화하는 결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지 1년이 넘었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고령이라 더 이상 늦추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한일관계 등에 미치는 외교적 파장 등을 고려하면 바로 공시송달을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공시송달 조치에 따른 절차를 시작하면 늦출 수 있는 방법은 법적으로는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설명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손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함에 따라 강제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명령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자산의 압류 및 현금화는 사법부의 결정사항이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압류된 자산이 부동산·주식과 지적재산권(IP)이라 매각 절차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압류자산의 현금화 절차가 시작되면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앞으로의 전망을 가늠할 만한 유사한 선례도 없다. 다만 사법부 결정이니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매각될 예정에 있는 자산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탓에 실제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대법원의 판례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추가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김계순씨 등 후지코시에 강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 27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은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고 김옥순씨 등 5명도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2심에서 승소했다. 광주·전남 지역 강제동원 피해자와 가족 등 87명은 미쓰비시머티리얼·미쓰비시중공업·홋카이도탄광기선 등 11개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해 현재 광주지법에서 1심 진행 중이다. 이들 소송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판례를 바꾸지 않는 이상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범 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압류해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늘면 늘었지 멈출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한일갈등 전문가진단] "사법보단 외교적 해법으로…남은 두달간 대화 재개 충분"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0.06.07 17:49:43지난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과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으로 촉발된 한일관계는 이달 들어 다시 한 번 깊은 늪에 빠졌다. 정부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재개를 선언했고 법원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 절차에 대한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상호 보복 대응이 본격화되며 활로가 보이지 않는 한일관계, 외교안보에 수십 년 잔뼈가 굵은 원로들은 그 해법을 어떻게 볼까. 라종일(80) 가천대 석좌교수(전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및 주일한국대사), 김숙(68)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 강창일(68)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한일의원연맹 회장), 신각수(65) 전 주일한국대사(전 외교통상부 1·2차관) 등 외교안보 원로들은 강제징용 판결과 강제 자산 매각 결정은 사법부의 영역이라도 정부까지 외교적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위 실무급들이 나서 틀에 박힌 대화보다는 허심탄회한 논의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양국 국민들은 반일·반한 정서가 여전하고 최고위급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 갈등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자세가 역력하지만 정부 당사자들 간에는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는 8월4일 전까지 얼마든지 창의적 방안을 위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삼권분립이 원칙이기는 하나 외교적 교섭 등을 이유로 ‘사법 자제’를 강구하는 방법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 전 의원은 7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올 1월 초만 해도 (강제징용 판결과 수출규제 문제를) 대화로 풀려는 의지가 있었다”며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지도가 안 오르니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인 제공은 일본이 했지만 정치는 생물과 같다 보니 그 사이에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본다”며 “지난해에도 당장 (일본 수출규제로) 나라가 망할 것 같이 반응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8월4일까지 여유는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김 전 대사는 “한국과 일본이 미래 비전을 위한 공동의 전략적인 목표를 갖고 (접근)한다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게 나올 수 있다”며 “법원에서 공시송달 결정이 나오기는 했지만 양국 간 외교 협상이 진행 중일 때는 국익 차원에서 사법 자제를 통해 강제 매각 집행을 유예하는 요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원로들은 특히 한일 간 대화 과정에서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최고위급들이 직접 사안을 챙기기보다는 외교부 등 실무 부처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각부와 청와대가 외교 사안을 모두 주도하다 보면 각자 자국의 정치적 요소를 너무 의식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신 전 대사는 “일본은 아베 총리와 내각부가 (한일관계 작업을) 다하고 우리는 청와대에서 다하는 형국”이라며 “옛날에는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감정을 배제한 채 만났는데 지금은 외교 사안에 국내 정치적 요소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김 전 대사는 “정상회담은 합의에 실패할 시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위험이 있다”며 “실무진이 나서기에는 늦었고 장관급과 같은 고위 간부들이 대면으로 만나 창의적 방안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역시 명분에 대한 집착이나 여론몰이식 대응을 내려놓고 국익과 피해자들을 위한 실익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잇따랐다. 라 교수는 “정치인들이 사법부가 결정했으니 안 된다는 얘기만 하지 말고 직접 외교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며 “사법부 판단만 필요하다면 외교부와 정치인은 왜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나름 뭔가를 해보려다 시민사회가 반대하고 청와대가 받아주지 않으면서 막혔다”며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도 외교를 옳고 그른 입장만 따져서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신 전 대사는 “피해자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거의 없다”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과 우리 사회가 느끼는 감도 차이는 엄청난데 반일 명분만 내세우고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피해자 중심주의로 해결한다면 피해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피해자들은 사실 돈을 받는 데 가장 관심이 많다”며 “대부분 소득 하위계층인 이분들은 명분보다는 현실적으로 배상금이나 보상금을 받으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만 대화에 의지를 보일 것이 아니라 일본 역시 대화 창구로 나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왔다. 강 전 의원은 “일본이 대화를 좀 해줘야 한다”며 “그동안은 (일본이) 문을 걸어잠그고 모든 것을 중단시켜서 외교 문제를 얘기할 겨를도 없었다”고 답답해했다./윤경환·박우인기자 ykh22@@sedaily.com -
'1+1+국민성금'으로 징용 배상…"이제라도 '문희상 안' 재논의 필요"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0.06.07 16:00:47한일관계의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갈등의 근원인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지금이라도 다시 문희상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갈등의 실마리를 풀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문희상안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제시한 ‘한일 기업(1+1)’안에 민간 성금을 더해 만들어진 재단을 통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액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한일 양국 기업이 조성한 재단기금은 법적 책임이 있는 기업뿐 아니라 그 외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마련되고 이를 한일 정부가 보증한다는 점에서 ‘2(한일 기업)+2(한일 정부)+α(국민 성금)’안으로 불리기도 한다.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의 국제법 준수를 거론하며 ‘1965년 체제’ 유지를 강조하는 만큼 문희상안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 차원이 아닌 기업의 출연을 통한 기금 조성은 일본에도 입법을 통해 1965년 체제를 흔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할 수 있어 타협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1+1+α’안으로 마련될 기금에서 위자료가 지급될 경우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신 변제되는 것으로 보고 민사적으로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해 논란을 종결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한국 역시 일본 기업의 기금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사법부의 판결을 이행한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문희상안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는 최상의 안”이라며 “2(한일 기업)+2(한일 정부) 자발성 원칙에 입각해 우리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모습 보이고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상 기금액을 만드는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본도 문희상안에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현 출신의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거듭 문희상안의 입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가와무라 간사장을 만나 “(한일관계는) 중요한 일이니 잘 부탁한다”고 당부한 점을 고려하면 그의 주장은 일본 정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징용기업 자산매각 절차 돌입에...日 "모든 선택지 놓고 대응" 발끈
국제 정치·사회 2020.06.04 16:24:13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압류자산 매각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일본 정부가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관해 “일본 기업의 경제 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도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자산 매각과 관련한) 사법 절차는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자산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의 발언보다 수위가 높은 발언으로 사실상 보복 조치를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주식회사에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국내송달장소 영수인 신고명령 등의 서류를 수령하라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렸다. 민사집행법 등에 따라 법원의 주식압류명령 결정은 공시송달 실시 2개월 뒤인 오는 8월4일 송달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실제 강제 매각 완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NHK는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제철이 “문제는 국가 간 정식 합의인 한일 청구권협정·경제협력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공시송달 대응을 포함해 계속 일본·한국 양국 정부의 외교 교섭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의 강한 반발 속에 우리 정부는 한국 법원이 일본 강제징용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압류 결정문의 ‘공시송달’을 결정한 것에 대해 “사법부 절차에 밝힐 입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공시송달은) 사법절차이기 때문에 별도로 할 말이 없다”며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은 수차 말했고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사법판단을 존중하고 실질적인 피해자의 권리 실현이 되고 그다음에 양국 관계가 다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그런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해나가는 열린 입장으로 임하고 있다”며 “일본과는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박성규·박우인기자 exculpate2@@sedaily.com -
“모든 선택지 놓고 대응”…日. 징용기업 자산 매각시 보복 시사
국제 정치·사회 2020.06.04 14:50:30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압류 자산 매각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보복을 시사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관해 “(자산 매각과 관련한) 사법 절차는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일본 기업의 경제 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도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주식회사에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국내송달장소 영수인 신고명령 등의 서류를 수령하라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렸다. 일본제철 자산 압류 결정과 관련해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절차가 본격화 하면서 한일 관계는 더욱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 대항 조처를 할 방침이어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한일 결국 '루비콘 강' 넘나…日전범기업 자산매각 급물살
국제 경제·마켓 2020.06.04 08:40:05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일제 전범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지난 2018년 확정판결에 불복하며 배상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보유한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해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실제로 강제매각 절차에 들어갈 경우 한일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1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주식회사에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국내송달장소 영수인 신고명령 등의 서류를 수령하라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렸다. 공시송달은 통상적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서류를 보낼 수 없을 때 법원이 이것들을 보관해둔 뒤 서류를 송달받을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교부한다고 게시하는 송달방법이다. 법원이 일제 전범기업의 자산매각과 관련한 공시송달 결정을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3월 일본제철에 대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 7명에게 손해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씨 등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주식회사 피엔알의 주식 19만4,794주 등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압류했다. 피엔알은 제철 부산물 자원화 전문기업으로 일본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다. 압류한 주식의 현금화 신청을 낸 상태다. 현재 일본 기업 압류자산은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후지코시 보유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 대전지법(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 2건, 특허권 6건)에 나눠져 있다. 포항지원은 이 가운데 일본제철에 60일 이내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심문서를 보냈지만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반송됐다. 대법원이 서류를 재송달했지만 일본 외무성에 서류가 도착한 뒤 답변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나머지 2건은 아직 서류가 송달 중으로 반송된 이력은 없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한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이 추가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당국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후 강제징용 배상 절차가 시작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왔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만큼 배상 절차가 가시화하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일본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상반기에 강제징용 피해 원고들의 일본 기업 자산 매각명령이라도 나오면 타협의 여지도 사라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 기업 자산 강제집행에 따른)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해 10월에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양국의 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난해부터 누차 강조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해 8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내 B그룹으로 분류하면서 A그룹 국가로서 누리던 혜택을 박탈해뒀다.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포함된 A그룹은 전략물자에 대해 포괄허가(유효기간 3년, 제출서류 간소화, 빠른 심사)를 받는다. 반면 B그룹의 경우 원칙적으로 건별로 심사를 받는 개별허가(유효기간 6개월, 제출서류 9종으로 확대, 심사기간 최대 90일)를 받아야 한다. 이뿐 아니라 비전략물자라고 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역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제산업성이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신청 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막판에 제출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 일본이 압박할 수 있는 품목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정밀화학 원료, 플라스틱 등이 꼽힌다. 특히 탄소섬유와 CNC 공작기계의 경우 일본 정부가 무기로 전용할 우려가 있는 품목으로 규정한 터라 제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블랭크마스크 등 반도체 소재의 추가 수출제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외에 일본이 다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외 일본이 관세 인상, 송금 규제나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의 카드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임원은 “블랭크마스크의 경우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호야와 울코트 등의 일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며 “당장 수출제한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최악의 경우 해당 소재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하면 삼성의 파운드리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세종=김우보기자·윤경환 기자 violator@@sedaily.com -
日전범기업 자산매각 급물살…法, 압류명령 첫 공시송달
사회 사회일반 2020.06.03 21:55:28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일제 전범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지난 2018년 확정판결에 불복하며 배상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보유한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해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실제로 강제매각 절차에 들어갈 경우 한일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1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주식회사에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국내송달장소 영수인 신고명령 등의 서류를 수령하라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렸다. 공시송달은 통상적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서류를 보낼 수 없을 때 법원이 이것들을 보관해둔 뒤 서류를 송달받을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교부한다고 게시하는 송달방법이다. 법원이 일제 전범기업의 자산매각과 관련한 공시송달 결정을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3월 일본제철에 대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 7명에게 손해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씨 등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주식회사 피엔알의 주식 19만4,794주 등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압류했다. 피엔알은 제철 부산물 자원화 전문기업으로 일본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다. 압류한 주식의 현금화 신청을 낸 상태다. 현재 일본 기업 압류자산은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후지코시 보유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 대전지법(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 2건, 특허권 6건)에 나눠져 있다. 포항지원은 이 가운데 일본제철에 60일 이내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심문서를 보냈지만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반송됐다. 대법원이 서류를 재송달했지만 일본 외무성에 서류가 도착한 뒤 답변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나머지 2건은 아직 서류가 송달 중으로 반송된 이력은 없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외교갈등에 출구없는 한일 통상마찰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06.03 21:52:08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한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이 추가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당국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후 강제징용 배상 절차가 시작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왔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만큼 배상 절차가 가시화하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일본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상반기에 강제징용 피해 원고들의 일본 기업 자산 매각명령이라도 나오면 타협의 여지도 사라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 기업 자산 강제집행에 따른)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해 10월에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양국의 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난해부터 누차 강조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해 8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내 B그룹으로 분류하면서 A그룹 국가로서 누리던 혜택을 박탈해뒀다.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포함된 A그룹은 전략물자에 대해 포괄허가(유효기간 3년, 제출서류 간소화, 빠른 심사)를 받는다. 반면 B그룹의 경우 원칙적으로 건별로 심사를 받는 개별허가(유효기간 6개월, 제출서류 9종으로 확대, 심사기간 최대 90일)를 받아야 한다. 이뿐 아니라 비전략물자라고 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역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제산업성이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신청 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막판에 제출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 일본이 압박할 수 있는 품목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정밀화학 원료, 플라스틱 등이 꼽힌다. 특히 탄소섬유와 CNC 공작기계의 경우 일본 정부가 무기로 전용할 우려가 있는 품목으로 규정한 터라 제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블랭크마스크 등 반도체 소재의 추가 수출제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외에 일본이 다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외 일본이 관세 인상, 송금 규제나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의 카드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임원은 “블랭크마스크의 경우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호야와 울코트 등의 일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며 “당장 수출제한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최악의 경우 해당 소재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하면 삼성의 파운드리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윤경환 기자 -
강경화 장관 통화한 日외무상 "WTO 절차재개 매우 유감"
국제 정치·사회 2020.06.03 15:19:59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3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회담에서 수출 규제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한 한국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은 한국의 결정이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이 돼 있는 징용 문제를 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외교 당국 간에 긴밀하게 의사소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회담에서 “현금화(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뜻을 함께 밝혔다. 모테기 외무상은 전날에도 WTO의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한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그간 수출관리 당국 간의 대화가 계속됐음에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수출관리 수정은 수출관리제도의 정비나 그 운용 상태에 기반을 두고 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 명분으로 내세운 사항을 모두 개선했다며 수출 규제를 완화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으며 지난달 말까지 답변하라고 일본에 시한을 제시했으나 일본 정부는 원론 수준의 입장을 고수했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수출관리에 관해서는 국제적인 책임으로서 적절하게 실시한다는 관점에서 국내 기업이나 수출 상대국의 수출관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할 방침”이라고 원론적인 발언을 했고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조치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지금 상황이 당초 WTO 분쟁 해결 절차 정지의 조건이었던 정상적인 대화의 진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강경화 "수출규제 빨리 철회" 요구에... 日 "WTO 제소 매우 유감"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0.06.03 14:29:5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 외교장관에게 전화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날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재개 입장을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반면 일본 측은 이에 대해 자기들의 입장만 주장하며 당장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강 장관은 3일 일본 측의 요청으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갖고 대외무역법 개정 등 우리 측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일본이 제기한 수출규제 조치 사유를 모두 해소했음에도 해당 조치가 유지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강 장관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자 모테기 외무상은 오히려 한국 정부의 WTO 제소 추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은 한국의 WTO 제소 절차 재개 결정을 두고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양국의 입장을 설명했는데 모테기 외무상은 “(일본 기업 자산 강제집행에 따른)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해외에 체류 중인 한일 국민의 귀국을 위한 양국 정부 간의 협력을 평가했다. 아울러 이번 감염병 사태와 관련해 협력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장관은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한 양국의 입장과 평가도 공유했다. 외교부는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WTO 제소 절차 재개의 뜻을 밝히자 논의 결과에 따라 추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정부의 반격…‘日 수출규제’ WTO 제소 재개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0.06.02 16:47:07정부가 지난해 11월 잠정 중단했던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과 ‘신냉전’ 상태인 미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같은 보완 카드를 꺼내기 힘든 상황인 만큼, WTO 제소 재개로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일본이 지난해 7월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3대 핵심품목(EUV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 조치에 대해 WTO 제소 절차를 다시 밟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 품목을 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꾼 것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9월 WTO에 제소했다가 같은 해 11월 양국 간 ‘수출관리 정책대화’ 재개를 이유로 잠정 중단했는데, 이 절차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열리지 않고 있는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가 다시 열리는 대로 (재판 1심에 해당하는) 패널 설치 요청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WTO 제소 재개를 결정한 이유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라’는 지속적인 요청을 사실상 묵살한 데 따른 것이다. 산업부는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재개된 이후 지난 3월 대외무역법을 개정해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전략물자의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지난달에는 무역안보정책관 자리를 신설해 무역안보 전담조직을 확대했다. 이들은 일본이 지난해 7월 수출규제를 시작하고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구실로 삼은 것들에 대한 보완책이다. 그러나 일본이 문제 해결에 전혀 의지를 안 보인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달 말을 시한으로 한 정부의 최후통첩에 대해서도 일본은 무성의한 답변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후통첩에 대해) 일본 측 답변은 있었지만 우리가 기대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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