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아몬드"포스트코로나 화두는 사회불평등 완화…안전망 더 늘려야"
사회 전국 2020.06.04 17:54:30“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서울시의 선제적인 대응과 그에 따른 결과는 굉장히 놀랍습니다.”(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 “5년 전 발생한 ‘메르스’ 사태로 얻은 교훈과 경험이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신속대응팀을 즉각 파견하고 확진자 동선을 체계적으로 확보한 것이 ‘K방역’의 원동력입니다.”(박원순 서울시장) 세계적 문명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이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할 사회 불평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기에 감염병에 취약할 뿐 아니라 경제위기에 더 큰 고통을 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요 화두라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4일 서울시가 주최한 온라인 국제회의 ‘CAC 글로벌 서밋 2020’의 세부 행사로 진행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온라인 대담에 참석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국과 미국의 중요한 차이는 한국인들이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정부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한국의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확산 속도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고 확진자 동선을 체계적으로 추적해 서울의 누적 사망자는 4명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달라질 인류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코로나19는 사실 새롭지 않고 익숙한 질병”이라며 “흑사병이나 천연두 같은 감염병은 치사율이 50%나 됐지만 코로나19는 2% 수준이라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감염병은 1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감이었지만 코로나19에 비하면 전파 속도가 느렸다”며 “지금은 항공편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고 누구도 면역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지난해 12월 말 처음 발생한 뒤 불과 3개월 사이에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순식간에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발생하고 사회 전반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했다는 게 기존 감염병과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박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놓고도 공통된 인식을 나타냈다. 경제발전에 우선순위가 밀린 사회 불평등 문제 해결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평소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가장 먼저 찾아오고 가장 많은 피해를 안긴 뒤 가장 늦게 떠난다”고 강조해왔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에서는 아프리카계와 이주민의 코로나19 치사율이 월등히 높다”며 “사회 불평등이 감염병을 만나 재앙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사회적 불평등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도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자영업자에게는 생존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앙정부와 협력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서울시의 노력과 정책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지금보다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미국 상류층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스스로 위험을 느끼자 이제야 빈곤층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과 대담에 나선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겸 문명연구학자다. 1937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무엇이 인류문명 발달의 차이를 초래했는지를 밝힌 역저 ‘총, 균, 쇠’를 집필해 지난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생리학자로 출발했지만 조류학·생물리학·생태학·지리학·진화생물학·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 대가의 경지에 오른 지식인으로도 추앙받는다. 지난해에는 국가의 위기를 심층진단한 6년 만의 신작 ‘대변동’을 펴냈다. 2016년 서울경제가 주최한 ‘서울포럼’ 기조강연을 위해 20여년 만에 방한한 바 있다. 평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등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
[서울포럼 2020]코로나가 촉발한 '큰 정부 시대' 명과 암은
국제 정치·사회 2020.05.27 17:33:46‘코로나바이러스는 다시 돌아온 큰 정부 시대를 의미한다.’ 지난달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 각국에서는 ‘큰 정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BOJ) 등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는 등 전례 없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출을 늘리는데다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하는 봉쇄령을 내리며 국민의 일상에도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정부의 도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큰 정부가 돌아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규모의 팬데믹에 대한 정치적 반응은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종류의 국가 동원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도전은 대규모의 국가 개입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타임(TIME)지도 ‘우리를 팬데믹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큰 정부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대비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한 한국과 독일·중국 등을 언급하며 큰 정부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커진 정부의 역할과 방향이다. 정부의 개입이 경제적 효과를 낳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브라질이다. 그간 ‘큰 정부’를 지향했던 브라질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덕에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에 달한다. 한국의 재정지출 비중이 GDP의 20%대 초반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 같은 지출이 포퓰리즘성 정책에 쓰이면서 경제성장을 되레 저해했다는 점이다. 브라질 정부는 수천 명의 공공 부문 직원을 고용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을 늘렸다. 브라질 경제학자 라울 벨로주에 따르면 룰라·호세프 정권에서 브라질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매달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았다. 심지어 어부들이 어업을 할 수 없는 동안 매달 보조금을 지급하는 ‘세구루-데페수(seguro-defeso)’를 확장하는 등의 행보도 보였다. 대규모의 공공 부문 고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국립통계원(IBGD)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8%에 그쳤던 브라질의 실업률은 지난해 11.9%로 급증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브라질은 GDP 규모가 세계 8위이고 중남미 최대 경제국가로 경제 규모가 매우 크다”면서도 “비대하고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된 연방정부가 수십년 동안 경제적 자유를 억제해왔으며 활기찬 민간 부문의 발전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부정적인 결과만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의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과도한 정규직 보호, 짧은 근로시간에 대비되는 높은 임금, 높은 실업률로 ‘노동자들의 천국’이라는 비아냥까지 받던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개혁정책에 힘입어 환골탈태했다. 마크롱 정부는 △무제한이었던 부당해고 배상금을 1~20개월로 상한선을 정하고 △단체협약 협상 대상을 산별노조에서 개별노조로 변경했으며 △부당해고 제소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이 밖에도 글로벌 기업의 해고·감원 요건을 이전보다 완화하며 노동유연성을 확보해 결국 2014년 10.4%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해 8.2%로 2.2%포인트나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전에 만연했던 임시계약이 2018년 초부터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시직만 난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간 해고 부담에 고용을 꺼리던 기업들이 노동개혁 이후 오히려 적극적인 고용을 추진했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 베렌부르크의 플로리안 헨스 이코노미스트도 “마크롱의 노동정책 덕분에 오는 2022년까지 프랑스가 훨씬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세 감세와 부유세 폐지 등 친기업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프랑스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0.4%, 0.3%, 0.3%, -0.1%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0.5%, -0.2%, 0.3%, -0.1%를 기록한 독일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프랑스의 월별 제조업 구매관리자(PMI) 지수는 줄곧 독일을 앞지르기도 했다./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서울포럼 2020] 규제혁파·노동시장 유연화 없인 '초격차' 없다
산업 생활 2020.05.27 17:26:38KOTRA가 최근 발표한 ‘2019 외국인투자기업 경영환경 애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환경 과제 1순위로 노무환경을 꼽은 응답(24.1%)이 가장 많았다. 강성노조뿐 아니라 현(現) 정부 들어 규제 일변도로 흘러가는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라며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아 있던 외국계 기업도 고충을 호소하고 있는데 강화되는 노동규제로 국내 기업이 돌아올 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더욱이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비대면(언택트)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근로 노동자의 수요가 떨어지는 언택트 ‘뉴노멀’이 도래한 상황에서 자동차 등 전통산업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노동계의 목소리만 반영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로 노동현장에서 이탈되는 국민들을 위해 사회안전망 역시 강화돼야 하겠지만 당장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로시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노동·노사관계 부문 경영발전자문위원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산업환경 속에서 기업과 고용을 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협력적 노사관계를 확립하는 ‘노동시장 리뉴얼’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생존전략 중 하나인 과학기술 초격차를 위해서는 규제 해소가 필수적이다. 당장 노동규제 완화를 필요로 하는 곳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검역키트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 연구개발(R&D) 회사다. 특히 진단키트 업체의 경우 해외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생산량이 폭증하고 있는데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도입되면 주문량을 맞추기 힘들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주문량을 맞추려고 2~3교대에 주말도 없이 일하는데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헌 고려대 교수는 “대면업무가 활성화되면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가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이 이를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도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규제를 포함한 규제 완화 프로세스의 전반적인 검토도 필수다. 드론 산업의 사례를 보자. “섣불리 드론 사업 나섰다가는 범법자 되기 십상입니다.” 2016년 드론 규제를 대폭 풀어 드론이 택배를 운송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발표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드론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과 규제에 시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드론은 항공안전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12개 법령 이상에서 수십 가지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드론 대여 사업을 하려면 필요한 최소 자본금은 3,000만원부터이고, 자금을 마련했더라도 350만원을 들여 6개월 동안 이수받아야 하는 산업용 자격증도 따내야 한다. 이 관문까지 통과하더라도 수도권에는 경기도 화성 정도를 제외하면 비행이 상시 가능한 지역이 없어 시험운행을 위해서는 전라북도 전주나 강원도 영월까지 가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드론이 피자와 생필품을 넘어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의약품까지 배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우리나라 정부가 드론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지정해놓고도 규제를 푸는 속도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만하다. 비단 드론뿐이겠는가. 수년 전부터 신(新)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아왔고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높아진 비대면 산업군에 속하는 핀테크, 바이오·헬스, 인공지능(AI) 분야의 규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정부의 신속하고 정밀한 규제 완화를 주문하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신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며 “세계 경제강국들이 앞다퉈 육성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빅데이터·신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규제장벽을 제거하고 기업 혁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모든 산업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빅브러더’ 역할에서 현장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신산업의 흐름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스마트정부’ 역할로 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160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첫 번째 임무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규제를 1개 만들면 2개를 폐지하는 ‘투 포 원(two-for-one)’ 정책으로 총 446억달러 상당의 규제 비용 감축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 역시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통해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 수준은 현저히 낮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94.1로 전년(97.2)보다 오히려 3.1포인트 하락했다.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서도 불만족(22.0%)이라고 답한 비율이 만족(11.7%)의 두 배에 달했다. 정부의 의지에 비해 규제 완화 프로세스가 잘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개별 부처 중심으로 규제 개선 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여러 부처 간 얽혀 있는 규제를 신속하게 없애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다부처 규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논문용 연구만 열중…예산은 나눠먹기식" [서울포럼 2020]
산업 IT 2020.05.25 17:05:00“연구비는 많이 들어가고 논문은 나오지만 혁신은 없습니다. 그저 논문용 연구만 합니다.”(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 “연구개발(R&D) 정책이 기업·현장과 유리돼 있습니다. 산학연 협력에서 기업이 빠져 있어요.”(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기초연구를 나눠 지원하고 이어주는 컨트롤타워가 없습니다. 나눠먹기식 투자가 만연합니다.”(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과 R&D 현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일침’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지만 논문용 연구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지식재산권(IP)과 특허 출원 같은 성과는 거의 없고, R&D 예산 지원이 나눠먹기식이다 보니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같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육성하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지난 2015년 발간한 ‘축적의 시간’ 공저자이기도 한 차상균·박희재·서승우 교수는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차 교수는 2000년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TIM을 창업한 뒤 2005년 독일 SAP에 400억원에 매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을 지낸 박 교수는 1998년 대학 실험실 창업벤처 1호인 디스플레이 검사·측정 벤처기업 SNU프리시젼을 설립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도심형 자율주행차 ‘스누버’를 개발한 서 교수는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이들은 ‘축적의 시간’에서 “미래의 화두는 혁신이며 혁신경영의 핵심인 R&D를 차세대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느냐에 따라 미래 모습이 좌지우지될 것”이라며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주도하는 창의적 혁신 역량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축적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IP·특허출원 같은 성과 없어 정부 주먹구구식 지원도 문제 범부처 R&D 컨트롤타워 절실” 박 교수는 2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R&D의 목적은 지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산업 성장과 경제발전을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교수들이 논문을 쓰면 이미 중국에서는 제품을 생산한다”면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평가를 위한 논문만 쓰고 기술특허를 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정부 R&D 예산의 80%가량이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투입되고 중소기업은 5%가 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주먹구구식 평가와 나눠먹기식 예산 지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과 연구기관이 맡은 기초원천기술 연구와 기업이 수행하는 기술 상용화는 별개로 이뤄져야 하며 민간 전문가가 이를 매칭해야 한다”며 “R&D 사업평가 과정에 비전문가가 많다 보니 일관성이 없고 예산 지원이 나눠먹기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R&D 예산이 퍼스트 무버를 지원하는 타깃 펀드와 기존 연구를 지원하는 범용 펀드로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국제적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AI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대전환은 규모와 속도·타이밍의 게임이며 폐쇄된 생태계와 국내용 연구·정책으로는 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미국·중국 외에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프랑스·독일·영국 등과 연대해 R&D 시작부터 세계와 함께하며 규모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정책 및 R&D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산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을 주도할 범부처 성격의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차 교수는 “R&D 예산을 여러 부처에 나눠주기만 하다 보니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고 성과가 연결되지도 않는다”면서 “국가 R&D 예산 심의·조정 및 성과평가 기능을 수행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로는 R&D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무총리실이 주도해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 R&D 컨트롤타워를 세워서 치고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 교수도 “기초·응용·상용화로 이어지는 R&D 생태계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
'R&D 팀플레이'가 초격차 열쇠
산업 기업 2020.05.25 16:11:28인공지능(AI)의 기반 알고리즘인 딥러닝(심층신경망기술)의 요람이자 자율주행차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 ‘메이플밸리’. 이 성공 사례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전략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캐나다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 주도로 AI에 대한 R&D 투자를 이어갔고, 그 결과 2006년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가 딥러닝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는 등 성과도 냈다. 2017년에는 범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수립해 몬트리올과 토론토·앨버타 등에 AI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해 데이터 수집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했다. 인재 유치를 위한 별도의 취업비자 간소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미래 산업 기술의 방향을 꿰뚫어보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재 수혈, 상업화 기술을 위한 규제 완화, 산학연의 유기적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기업과 인력 유입으로 이어졌다. 구글(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가 토론토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해 자율주행택시를 운영하며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고, 우버는 토론토에 위치한 자사 연구소에 2억캐나다달러(약 1,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기업과 학계·연구기관이 따로 노는 방식으로는 연구개발의 성과를 더는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연구개발의 기획 단계부터 기업과 학계·연구기관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연구 및 중간점검을 같이하는 전 주기 협업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독 플레이 시대’ 끝나…유기적 협업 절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유기적인 R&D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AI와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성장 산업은 전략적인 투자 분야 설정, 대규모 투자 연계, 단계별 전문화된 세부연구 등이 필수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탐색, 정부는 규제·세제·인재육성 등의 지원 정책, 학계는 사업화로 접목 가능한 기술을 선도할 R&D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유기적 연결이 없으면 새로운 산업에서 먹거리를 창출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과거만 해도 기업은 대형 장치 산업에서 약간의 개선을 추구하고, 학계는 점수 따기 논문에만 집착하고, 정부는 정책의 틀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움직여도 선두권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제 이런 시대는 끝났다”며 “자율주행만 해도 학계·기업·정부가 하나의 목표로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초격차를 만들 수 없다”고 꼬집었다. 주력산업 중 경쟁력이 그나마 제일 낫다는 반도체만 해도 그렇다. 메모리는 최고라지만 비메모리 분야는 반도체 강국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생태계가 빈약하다. 가령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지난해 기준, IC인사이츠)도 안 된다. 반면 중소 부품업체가 탄탄한 대만 점유율은 17%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의 팹리스 TSMC를 미국에 유치하기 위해 그렇게 공을 들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비메모리는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없으면 한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전략적 육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성 갖춘 기술·전문인력 육성 나서야 올해 국가 R&D 예산은 전년보다 18% 증가한 24조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부처별로 나뉘어 사업을 선정하고 예산을 뿌려주는 지금 같은 톱다운 방식의 기술사업화가 시장의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신기술 확보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다.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혁신기술 여부는 구현기술의 난이도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느냐가 결정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 변화가 더 빨라지는 만큼 R&D도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위한 방법론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재 육성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다니엘 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을 영입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김영한 UCSD 교수), LG전자(조셉 림 USC 교수), 네이버(성 킴 홍콩과기대 교수), 넷마블(이준영 IBM왓슨연구소) 등 기업들이 해외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국내 관련 인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한국에 부족한 AI 인력은 9,986명, 이 중 석·박사급 인력은 7,268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AI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AI 인력 부족률은 60.6%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로 종료되는 ‘제3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에 이어 내년부터 5년간 시행되는 ‘제4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에 산업 변화에 따른 관련 인재 육성에 대한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4차 기본계획 기획총괄위원장을 맡은 오명숙 홍익대 교수는 “바뀐 산업 수요에 맞게 대학과 대학원에서 좀 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인재 육성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사록·김창영·이재명기자 kcy@@sedaily.com -
진단키트·방역으로 뜨는 K바이오, 시대역행 규제가 발목
산업 IT 2020.05.21 17:40:3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K바이오가 세계 일류로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 범지구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봉쇄·록다운 등 극단적인 처방 없이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K방역이 전 세계 유일의 해법이라는 찬사도 나온다. 하지만 도처에 깔려 있는 규제를 혁파하지 못하고 성과에 취하다가는 지금의 찬사가 짧은 단꿈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K바이오의 선봉은 진단키트다. 치료제 개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올가을 이후 코로나19의 2차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국산 진단키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상헬스케어·씨젠·SD바이오센서·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랩지노믹스·진매트릭스 등 6개 국내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고 지난해 실적 이상의 주문을 받은 기업도 크게 늘었다. 씨젠은 현재까지 60여개국에 2,000만회 검사가 가능한 코로나19 진단키트 물량을 수출하는 등 올해 1·4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액의 70%를 달성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이미 지난해 실적을 초과했다. 수젠텍은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6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매출액(38억4,500만원)을 뛰어넘었다. 바이오니아 역시 인도네시아·가봉·레바논 등에 진출했다. 신약과 백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추출해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오는 7월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로 ‘GC5131A’를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혈장에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는 데 착안했다. 백신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항체를 생성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이 이곳에 360만달러(약 44억원)를 후원했다. DNA 백신 ‘GX-19’를 개발 중인 제넥신도 임상시험에 사용할 시료를 만들었다. DNA 백신은 최근 임상1상 시험에서 45명 전원 항체가 생성됐다는 모더나의 백신에 적용한 방법이다. K방역을 바라보는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글로벌 히트상품이 됐고 방역사령관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로 선출됐다. K방역의 선봉에 섰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WHO 사무총장 진출 가능성도 거론될 정도다. 하지만 성과에 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 등 바이오 산업 전반에 막혀 있는 규제들은 K바이오의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우리나라가 큰 성과를 보인 것은 여러 요인이 우연히 잘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의료기술평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진단키트 업체들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장벽을 두 번 넘어야 했다. 식약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품목허가’ 절차가 끝난 후에도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라는 허들을 넘어야 했다. NECA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건강보험 ‘등재’ ‘비등재’ ‘비인증’ 세 가지 중 하나로 판단한다. 이 중 문제는 ‘비인증’이다. 비인증을 받으면 건강보험 코드가 부여되지 않는 유령기술이 된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2013년 복지부에서 독립한 뒤에도 복지부가 의료기기 업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의료기술평가의 ‘비인증’ 항목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드는 업체 대표는 “이번 진단키트 역시 코로나19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니었으면 신의료기술평가에만 3~4년이 걸렸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2018년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선포한 뒤에도 이 ‘비인증’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특례를 통과한 DTC 검사도 마찬가지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선정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실제 사업에 들어간 곳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테라젠이텍스는 비만과 영양관리 관련 실증특례 유전자검사 허용항목 24개를 신청했지만 실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를 통과한 항목은 6개에 그쳤고, 타 업체들도 질병 등 정작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검사는 제외한 채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와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IRB 심사에서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자료를 요구해 되돌이표만 이어지고 있다”며 “이럴 거면 규제 샌드박스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
[서울포럼 2020]美·中·日 원격의료 키우는데 韓은 첫발…ICT 적극 활용을
산업 IT 2020.05.21 17:39:31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오는 7~8월쯤 원격의료 사업에 진출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이 시장 진출을 선언한 라인이 준비 작업을 끝내고 의료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라인은 일본에서 8,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한 모바일메신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라인은 일본에서 압도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을 가지고 있는 만큼 2,000명 이상의 의사가 이 원격진료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원격의료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했던 원격의료를 초진 환자로까지 확대했다. 질환도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서 폐렴·알레르기 등으로 넓혔다. 국토가 넓은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의약품 택배배송까지 도입됐다. 미국 국민의 25%가 원격진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미국 원격의료 시장의 70%를 차지한 ‘텔라독’의 주가는 1월2일 83.26달러에서 이달 20일 171.27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2014년부터 원격의료를 도입한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가입자 수를 크게 늘렸다. 알리헬스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매일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원격으로 의사와 만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든 것이 불법이다. 의사단체·시민단체의 반대로 도입 논의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도입은 1차 의료기관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시민단체는 “의료민영화로 가는 첫 단추”라며 반발한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 이미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원격의료도 건강보험에 포함했다. 비싼 의료비로 몸살을 앓는 미국에서는 의료비용을 낮추는 수단으로 원격의료가 채택됐다. 영리병원 등이 허용되지 않고 국가 단일보험제도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민영화의 상관관계는 사실상 없다. 원격의료로 1차 의료기관이 붕괴된다는 지적도 맞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종별 전화상담·진찰료 청구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으로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이 도입된 2월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한 전화상담 횟수는 의원급이 10만6,215건으로 상급종합병원(4만892건)·종합병원(7만6,101건)보다 많았다. 진료금액 역시 의원급이 12억9,467만원으로 상급종합병원(6억2,164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층에만 한정된다.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 등 보건의료 서비스가 절박한 이들에게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고령화와 함께 늘어나는 만성질환자들에게 대면진료만을 강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분위기는 달라졌다. 전화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기기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인정을 받는 등 30년간 막혀 있던 원격의료가 첫 발걸음을 뗐다. 청와대와 보건당국도 예전과는 달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소도시의 노년층은 보건소에 들러 5분 진료하고 한 달 치 약을 타가는 사례가 잦은데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면 보건소 등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완비된 만큼 관련 법령만 고치면 의료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
[서울포럼 2020] "리쇼어링, 첨단산업 강화에 초점…美·中이 잡고싶은 기업 만들어야"
산업 기업 2020.05.19 17:32:45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에 ‘글로벌밸류체인(GVC)’ 재구축이 화두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을 위한 기업의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회귀) 적극 지원 등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다. 인건비, 소비시장 접근성 등 최적 효율을 위해 역외로 나간 기업을 모두 한국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촉발된 미중 갈등은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세계 경제 상황에 우리 기업과 정부는 어떻게 GVC를 재구축해야 할까. 서울경제는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리쇼어링과 일부 탈중국 움직임이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추 실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충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리쇼어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며 “자국 경제 부양을 위한 일자리 늘리기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파격적 혜택을 내세워 해외에 있는 공장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주 실장은 “저렴한 인건비, 물류 비용 감소를 위해 해외로 나간 기업 중 국내에 돌아올 곳은 많지 않다”며 “내수시장 규모도 작아 기업 입장에서는 리쇼어링으로 인한 플러스 요인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생산기지의 탈중국 움직임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회장은 “중국산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공급 중단으로 인한 완성차 공장 연쇄 셧다운에서 봤듯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동남아 각국으로 생산기반을 분산해 부품을 공급하는 등 위험성을 낮추는 행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리쇼어링 정책으로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자칫 국내 소재 외국계 기업의 제조공장이 본국 회귀를 위해 문을 닫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조 본부장은 “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내 공장의 생산단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에 생산공장을 둔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의 이탈은 결국 일자리 공백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제한적이나마 일부 기업의 리쇼어링을 유도해 일자리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부쩍 높아진 기업 관련 규제의 완화가 꼽혔다. 추 실장은 “해외로 진출한 모든 기업을 불러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지만 노동시장의 경직성, 고임금, 기업활동 규제로 인해 떠난 일부 기업들의 한국 복귀를 유도하는 방안은 가능해 보인다”며 “특별한 추가 지원이 없더라도 주 52시간 근로제 혹은 최저임금 적용의 한시적 유예, 법인세 감면 혜택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별적인 리쇼어링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 본부장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핵심 공정의 리쇼어링이 결국 관건”이라며 “연구개발(R&D) 조직의 국내 유치를 통한 ‘질 높은 일자리 창출→고급인재 양성→첨단 기업 추가 유치·창업’의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GVC 재구축 흐름에서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 실장은 “미중 갈등 재부상 등으로 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핵심 기술 개발 등 내부 역량을 높이는 정책을 펴 미중 양국이 한국 기업을 꼭 잡고 싶은 파트너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서울포럼 2020]G2 갈등·脫세계화 시대, 공급망 재구성해 신시장 뚫어라
산업 기업 2020.05.19 17:32:23“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에 대해 전략적인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서겠다.”(5월15일 미국 상무부)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이 취한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된다.”(5월17일 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와중에 기술패권을 두고 정면충돌하며 글로벌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5일 대만 TSMC는 미국 현지에 120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사흘 뒤 중국 SMIC는 중국 정부 펀드로부터 15억달러, 상하이집적회로기금 2기로부터 7억5,000만달러를 각각 투자 받았다며 맞받아쳤다. 대만 TSMC는 화웨이의 하이엔드급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양산하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업체로 미국 제재로 향후 화웨이와 거래를 끊을 계획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현재 14나노 중심의 파운드리 기술을 7나노까지 업그레이드해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비롯한 자국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의 TSMC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미중 간의 무역분쟁 격화와 자국중심주의 강화로 글로벌 제조 분업망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이자 파운드리 시장 2위인 한국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은 화웨이 제재에 한국의 참여를 강제하기 위해 향후 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규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 중국은 ‘사드 보복’ 때처럼 한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예상 밖의 규제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각각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이나 중국에 추가 공장 건설이나 증설 등을 강요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반도체 외에도 자동차·화학·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연구개발(R&D)에 집중한 ‘초격차’ 전략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매섭게 추격해오던 중국 ‘반도체 굴기’가 미국 제재로 한풀 꺾일 수 있는 만큼 초미세 공정 강화와 높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내놓은 ‘미중 무역협상 전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교역 상위 10개국 중 미중 무역분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로 분석됐다. 한국은 지난해 1월부터 9개월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감소율이 9.8%로 영국(-6.3%), 독일(-5.1%), 미국(-1.2%), 중국(-0.5%) 등 여타 국가와 비교해 두 배가량 높았다. 보고서는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고도로 통합돼 있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미중 양국의 갈등이 비관세 영역에서 더욱 증폭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 마찰적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산업구조가 글로벌 무역분쟁에 많은 영향을 받는 구조인 만큼 업계에서는 결국 ‘기술 중심의 경영’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주요2개국(G2) 간의 패권 다툼에서 한국 기업들의 선택지는 결국 기존에 하던 기술 개발 등에 집중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미중 무역분쟁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는 코로나19 보다는 △미중 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대선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이슈 부각 △중국의 외국 기업 기술보호 관련 법령준수 여부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 때문”이라며 “한국 반도체 등 기술 중심 기업들은 이럴 때일수록 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기술 격차를 벌려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 속에서 중국 시안 2공장을 예정대로 가동한 것 또한 128단 낸드플래시 연내 양산을 선언한 YMTC 등 중국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 확대에 목적이 있다고 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중국 압박이 노골화된 18일 중국 시안 현지 낸드플래시 공장을 방문한 것 역시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을 고려한 행보다. 삼성전자는 14나노 기반의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미국 오스틴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미국과 중국 당국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경영적 실리를 챙기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 일부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으로 글로벌 분업 구조가 와해된 만큼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회귀) 정책 등을 검토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재설계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경우 차세대 섬유소재인 ‘아라미드’의 울산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이달 결정했다. 효성 측은 베트남 생산기지 증설 카드로 놓고 저울질하다 핵심소재 생산기지는 한국에 두는 것이 글로벌 공급사슬망(SCM) 운영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또한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한층 견고한 SCM을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이어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올해 경영계획 수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초격차’ 전략을 통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서울포럼 2020]'딥 체인지'는 생존의 조건…이종간 벽 허물고 敵과도 손 잡아야
산업 기업 2020.05.19 17:25:31“한국 업체는 잠재력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넘버 원’ 삼성전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 현대차라는 대단한 기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협력을 위해 한국 파트너를 찾으려고 하면 적임 업체를 찾기 너무 어려워요.”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가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 임원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한마디로 삼성전자·현대차를 보유했음에도 왜 인공지능(AI)·자율주행 분야 등에서 최고의 부품 업체,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는지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포드 임원은 그러면서 “‘한국 업체들이 협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포드 임원의 지적은 한국 산업의 현주소와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7차 협력사까지 얽혀 있을 만큼 부품사가 난립해 있지만 이 가운데 해외 업체에 납품하는 업체 비중은 전체의 25%에 그친다. 대부분이 싫든 좋든 국내 대기업과의 전속거래에 안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질은 더 안 좋다. 오는 2030년이면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판매 비중이 30%(산업연구원 보고서)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전장 업체는 부품사의 4%에 불과하다. 기계·전자부품 업체 간 전략적 협업은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기술기업에 대한 과감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산업 시스템이 아직 전근대적인 생태계”라며 “국제 협력을 못하면 수출 다변화는 물론 미래 산업에 대한 국제표준도 선도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이제 독불장군형 제조업은 다 망하는 시대”라며 “외부 리소스를 내부화시키는 데 적극적인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완성차-IT 경쟁하는 시대…산업계 ‘게임의 룰’ 바뀌어 구글·엔비디아 등은 코로나에도 언택트 스타트업 인수 “韓기업 경영자원 조만간 소진…협업 통해 새도전 절실” ◇바뀐 ‘게임의 룰’…변신은 생존의 조건=글로벌 기업의 행보를 보면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떠오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장과 물류가 멈추면서 글로벌 경제 곳곳이 마비증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실리콘밸리의 최고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마련에 혈안이다. 구글은 올 들어 앱시트(앱 프로그램)·루커(빅데이터 분석)를, 애플은 보이시스(음성 인식) 등 스타트업 3곳을 집어삼켰다. 최근 AI 기업 멜라녹스 인수를 마무리한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인 큐물러스네트웍스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일류 기업일수록 어수선한 코로나 정국에도 신기술 인수, 다른 기업과의 제휴 등에 거침이 없다. 인수 타깃 목록도 하나같이 AI, 빅데이터, 5세대(5G) 통신 등 고성장 산업이자 언택트(비접촉) 관련 기술 업체다. 현금성 자산만 1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등은 상대적으로 더딘 의사결정에, 대부분의 기업은 유동성 확보에만 급급해 제자리걸음인 것과 대비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제는 완성차 업체가 IT 기업과,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와, 유통 기업이 드론 업체와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시대”라며 “이제는 껍데기가 아닌 내면의 DNA까지 바꾸는 근원적 변화를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시도, 적과의 동침을 두려워해서는 안 돼=산업계에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변화의 기운도 감지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간 회동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 오너 간 회동은 급격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스스로 변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한 임원은 “이제는 현대차가 독일 인피니온의 차량용 시스템반도체만 고집할 게 아니라 삼성과 협력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전장 고객 확대를 위해 레퍼런스를 필요로 하는 삼성과 공급선 다변화가 가능한 현대차에 두루 득이 되고 전자와 기계부품 업체 간 기술 공유를 촉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벤처 및 자본 시장 활성화도 절실하다. 대기업의 신산업 접목 등 새 성장 엔진 마련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여권이 대기업 지주회사에 벤처캐피털(VC) 설립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대기업을 도울 ‘방향’을 찾는 게 아니라 지원을 해야 한다”며 “기존 사고방식을 벗지 못하면 먹거리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기존 산업이 변곡점에 서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까지 겹쳐 현재 확보한 경영 자원은 머지않아 소진된다”며 “기업들은 스타트업 등 신흥 강자, 경쟁 업체,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 등과 손잡고 새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이를 위해 규제를 풀어주는 식의 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5G 고속도로' 세계 최고지만…달릴 'AI'가 없다[서울포럼 2020]
산업 기업 2020.05.19 17:23:26미국이 화웨이에 자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고 나서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다시 재점화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기술 냉전(Tech Cold War)’이라고 명명했다. 표면은 관세 전쟁이지만 사실 내면은 국가 안보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둘러싼 다툼이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맞이한 ‘뉴 노멀’ 시대의 패권을 가를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인공지능(AI) 경쟁력이다. AI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미리 경고했을 뿐 아니라 향후 비대면 서비스 확대 등으로 그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AI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13조달러 이상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5세대(5G) 이동통신과 AI 활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산업은 여전히 높은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 최초 5G를 도입한 국가라는 위상에도 정작 5G라는 수단을 통해 구현할 AI 분야에서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 AI 학회인 인공신경망학회와 국제머신러닝학회의 ‘2019년 글로벌 기업별 AI 리서치 순위’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2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 기업은 각각 10개, 4개가 포함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AI 전문가 30인에게 물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한국은 5.2점에 불과했다. 중국(8.1)뿐 아니라 일본(6.0)에도 뒤처진 원인으로는 ‘실무형 기술인력 부족(36.7%·복수응답)’과 ‘선진국 수준의 연봉 지급의 어려움(25.5%)’ ‘대학원을 포함한 전문 교육기관 및 교수 부족(22.2%)’ 등이 지목됐다. 인재 양성 및 확보뿐 아니라 국내에 유치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세계 각국으로 뺏기고 있다. 실제로 인공신경망학회와 국제머신러닝학회가 파악하고 있는 전 세계 AI 전문인력 2만2,400명의 활동 국가를 살펴보면 미국이 46%로 가장 많았고 2위인 중국은 11.3%, 영국은 6.6%를 차지했다. 10위인 한국에서는 불과 1.8%의 인력만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들은 AI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육 과정 개편 및 대학 내 관련 학과 신설이 늦어진 것도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지원이 늘고 있지만 경쟁자인 미국·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AI 강국이 되기 위한 요건들 가운데 5G 이동통신 경쟁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95%로 이스라엘(88%)과 네덜란드(87%) 등을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메모리 분야에 집중했던 역량을 비메모리로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설 투자 및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가에도 반도체 학과 신설 바람이 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고려대와 반도체 공학과 개설 협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13개 대학이 올해 2학기부터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인력 양성을 위한 설계전공 과정을 개설한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서울포럼 2020] 마이크 홍 "한국 모태펀드 등 민관 합동, 실리콘밸리 기술·인재 흡수해야"
산업 IT 2020.05.17 17:48:54“미중 패권경쟁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국 첨단 기업에 대한 싹쓸이가 주춤한 사이 한국은 실리콘밸리 등 미국과 손잡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정보기술(IT)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는 마이크 홍(62·사진) CIC테크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모태펀드 등 민관 합동으로 미국의 첨단기술 투자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자본유치와 기술제휴 등의 업무를 지원하며 국민대 등 대학 측의 해외 연수도 주선하고 있다. 홍 대표는 “한국도 20여년 전부터 실리콘밸리 진출을 시도해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이 실리콘밸리 투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기업이 미국의 첨단 기술이나 인력을 흡수하는 게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견제로 요즘은 미국 기업이나 기술을 사들이거나 인력을 빼가는 것을 공격적으로 하지 못하지만 이미 지난 10여년간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하에 기업들이 기업이나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고 소개했다. 구글·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에도 중국계가 30% 가까이 차지하는 지경이 됐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기술제휴나 자본투자를 하면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중국에 보내 기술을 다 흡수하는 전략을 썼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중국과 인도는 막대한 자본력과 우수 인력들을 앞세워 현지의 교포 인력과 협업해 창업과 기업 인수, 기술 제휴 등을 통해 파이를 늘려왔다”며 “자연스럽게 모국에서도 첨단기술을 확보하며 고용 창출을 늘리고 경쟁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도 점차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처럼 현지화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보와 자본력, 우수 인력이 결합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력을 확보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모태펀드 등 벤처투자를 한국 내에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중국이 했던 것처럼 미국의 좋은 기술과 인력을 통째로 습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 시장 진출 측면에서도 우리나라가 LED에서 중국보다 기술력이 앞서는데도 미국 시장을 뺏긴 것 등의 원인을 현지화 부족에서 찾았다. 홍 대표는 “한국에서 AI나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큰데 실리콘밸리에 비해 기술이나 인력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는지에 대한 냉철한 자성이 필요하다”며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소프트웨어 인재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쳐주지 않아 박사급 교포들도 ‘한국에 갔다가 1~2년 만에 이용만 당하고 텃세가 심해 돌아왔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실리콘밸리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술력 있는 회사 대표나 과학자 등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부모님이 태어난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하는 등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서울포럼 2020] K과학기술 초격차, 미중갈등서 기회 찾자
산업 IT 2020.05.17 17:48:53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한국이 이 틈을 활용해 미국과 전략적 연구개발(R&D) 관계를 구축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요성이 커진 인공지능(AI), 비대면 기술, 바이오헬스케어 등 미국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3·4면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은 17일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관계없이 미국은 첨단기술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룰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미국의 첨단 R&D 인재·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018년 미국의 62% 수준까지 따라오는 등 경제·군사적으로 더 치고 올라오기 전에 패권 의지를 꺾어놓으려는 게 미국의 핵심 전략이라는 얘기다. 이지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코로나 K방역 등으로 미국 등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중국이 미국에서 밀려나는 자리에 한국이 들어갈 공간이 생겨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태일 실리콘밸리아카데미 대표는 “한국 정부가 벤처 투자금을 기업들과 함께 실리콘밸리 등 기술력 있는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AI 등 첨단기술력을 길러야 한다”며 “미국·인도·베트남과의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리콘밸리 IT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마이크 홍 CIC테크 대표는 “중국과 인도는 실리콘밸리 등에서 창업과 기업 인수, 기술 제휴 등을 활발히 펼치며 모국의 기술경쟁력을 높여왔다”며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첨단기술 축적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어 한국에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서울포럼 2020]한국 'G2 신냉전' 틈새공략…美와 첨단 기술 공조 강화해야
산업 IT 2020.05.17 17:44:54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등 기술인력의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계다. 양쪽을 합치면 60%가량 된다. 미국 대학의 이공대 연구실에서는 ‘중국계 학생연구원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계 이공계 인력이 약진했다. 어느새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의 30%를 차지하며 인도계와 비슷한 수준까지 된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5세대(5G) 무선장비, 수소연료 기술 벤처인 임파워의 마이클 박 대표는 “지난해 초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관련 중국계 반도체 벤처가 실리콘밸리에만 250~300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하지만 미국이 워낙 강경하게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고 있어 지금은 중국계의 득세가 많이 약화됐다”고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5G 통신장비와 휴대폰 글로벌 기업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전면 수출금지 추진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유탄을 맞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 공급망(밸류체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에 맞춰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애플과 보잉 등 미국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비쳐 양측의 패권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제조 2025(첨단기술 굴기)’와 ‘일대일로(신실크로드)’를 통한 2049년 미국 따라잡기 구상과 매사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 간 정면충돌 양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실제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굴기 저지를 위한 노력은 집요하다. 미국 수사당국은 1월 하버드대 교수에 이어 이달 8일 사이먼 앵 미국 아칸소주립대 전기공학과 교수까지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해 자금지원을 받고도 숨겼다며 잇따라 체포했다. 보스턴대 교수는 군사정보 유출 혐의로 수배된 상태다.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스파이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APARC) 소장은 “미국 교수들에게 중국과의 연구개발(R&D) 협력을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중국으로의 인재·기술 유출 시도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건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초 MIT 등을 방문하니 연구실의 중국 석·박사 과정생을 줄였으면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2018년 말부터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 회사 인수합병(M&A)에 대한 감시 강화에 나섰다. 거액의 중국 자금을 운용하며 기술력 있는 벤처에 투자하던 스탠퍼드대 교수(중국계 장서우성)가 당시 자살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당시 중국은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IT 대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수천억원~조단위의 투자펀드를 적지 않게 조성해 AI 반도체 칩,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미중 간 무역·기술·투자·데이터·통화 협정의 탈동조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며 사이버 전쟁이 급증해 재래식 군사충돌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미중 패권 경쟁에서 흔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코로나 K방역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실리콘밸리 등에 대한 진출을 늘리고 미국 등 외국과 공동 R&D를 확대해 초격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사태로 AI, 비대면 기술, 바이오헬스케어 등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미국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군사안보적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공동 R&D에서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우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실리콘밸리는 IT 클러스터로 알려져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히트한 인조고기 등 바이오까지 다양한 핵심 기술 벤처가 많다”며 “한미 R&D 공조를 다양화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태일 실리콘밸리 리더십아카데미 대표는 “실리콘밸리 등에 기술연구소와 벤처·스타트업의 진출을 늘려 첨단기술을 습득하며 인도·베트남 진출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는 전통 제조업에서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경험이 많은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미국 대학 연구실 기술로 당뇨환자용 패치형 인슐린펌프와 웨어러블 인공췌장을 상용화하고 있다”며 “미국에는 아직 잠자고 있는 의료기술이 많고 한국은 제조 강국에 IT가 뛰어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상거래·은행·교육·회의·스포츠 등 비대면 활동이 대세인데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이나 의료로봇 개발 등 R&D 혁신이 절실하다”며 “특히 AI 기술이 중요한데 한미 간 전략적인 R&D 제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전문가인 윤종록 한양대 특훈교수는 “혁신 기술 관점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과의 R&D 파트너십이 나름 괜찮았으나 내실을 다지고 다른 나라와의 R&D 협력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서울포럼 2020]"연구 연속성 중요한데 주52시간제로 중간중간 흐름 끊겨"
산업 IT 2020.05.17 17:30:32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첨단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출연연·학계의 연구현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 52시간제 등 규제 개선과 연구자 사기진작이 긴요하다. 항바이러스·항치매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는 주성수 국립강릉원주대 교수는 “연구의 연속성이 중요한데 주 52시간제로 중간중간 흐름이 끊길 수 있다”며 “미국·중국 등의 연구개발(R&D)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원한 출연연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의 과제로 인건비의 절반가량을 충당하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에다가 근무시간까지 경직되게 운영하면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공공연구소 연구원의 기업 파견과 겸직근무를 장려하고 융합연구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정부 부처·기관별 칸막이가 높은 문제도 남아 있다. 이우일 과총 회장은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인공지능(AI)·의료로봇·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신산업의 육성이 긴요하지만 민간의 R&D 위축과 함께 산학연 융합연구도 긴밀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혜 화학연구원장은 “출연연 연구원은 물론 퇴직자 등의 기업 연계 강화, 취업난이 심한 이공계 석박사의 출연연 연수 확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산학연 융합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장은 “현장에서는 산학연 융합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연구환경은 물론 교육과 기업·국가경영에서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역설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되고 있는데 AI와 의료로봇·바이오생명과학 등 과학기술 드라이브를 걸며 원격의료 등 삶의 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이제는 질적 R&D 발전을 위한 산학연 융합연구와 국제 공동연구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