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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쪼개팔기 차단'…지분거래허가제 꺼내든 국회
사회 사회일반 2021.02.02 15:00:00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토지 지분을 연간 수조원씩 팔아치운 기획부동산의 행태를 막기 위해 지분거래 허가제를 입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일정 규모 및 소유자 이상인 토지 지분을 거래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기원(경기 평택갑·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분거래 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번주 중 발의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유지분 취득계약에 대한 허가’ 조항이 신설된다. 토지 지분을 거래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는 기획부동산의 연간 1조원대 거래로 몸살을 앓아온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방안이다. 다만 대통령령에서 정한 일정 면적이나 일정 소유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토록 했다. 상속이나 증여, 교환 등의 거래는 허가제에서 제외했다. 개정안은 기획부동산에 속아서 지분을 산 사람들이 피해 사실에 대해 공조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겼다. 지분을 산 사람들끼리 서로의 허가사항에 대한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다른 소유자에게 연락해 공동 대응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현재는 피해자가 기획부동산에 집단소송을 하거나 땅 분할을 진행하고 싶어도 등기부등본의 주소지 외에는 다른 소유자의 정보를 알 수 없어 대응이 어렵다. 홍 의원실이 이같은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획부동산이 지난 몇 년간 활개를 치면서 피해자가 늘고 국토는 갈가리 쪼개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실 조사 결과 건물이 없는 순수 토지거래 중 다른 사람과 소유권을 함께 가진 공유지분 토지를 거래한 비중은 2006년 15.1%에서 2019년 29.8%으로 두배 가량 뛰었다. 이런 영향으로 소유자 10인 이상인 토지도 크게 늘었다. 홍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10인 이상 공유인 토지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유자가 10인 이상인 전·답·임야는 2016년 6만575개에서 지난해 7만4,566개로 23% 늘었다. 소유자는 139만8,422명에서 196만6,650명으로 41% 증가했다. 이는 기획부동산이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 2018년~2019년 경기도의 임야 지분 거래 80~90%는 기획부동산이 일으킨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경기도는 앞서 핀셋 허가구역 지정으로 효과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획부동산의 지분 거래가 사실상 완전봉쇄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는 토지를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것임을 입증해야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임야를 매입하려면 2년 이상의 산림경영계획과 소요자금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속임수 등으로 허가를 받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등의 처벌을 받는다. 기획부동산의 먹잇감이 되는 토지에 허가제를 적용하는 효과는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판매 위험성이 있는 토지를 추려 과천시 6배 규모(211.98㎢)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했다. 그 이후인 지난해 8~10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수준으로 줄었다. 효과를 확인한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24.6㎢ 규모의 땅을 추가로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업계에서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한 허가제 적용 대상 토지의 소유자 기준은 10~20인 정도가 실효성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건물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8년~2020년10월 기획부동산의 경기도 임야 지분 거래(10만2,578건)로 중 10건 이상 거래된 토지에서 일어난 거래의 94.4%였다. 또 20건 이상 거래된 토지의 거래 건수는 86.4%, 30건 이상은 78%였다. 홍 의원은 “기획부동산의 광풍이 지난간 자리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피해자를 양산한 후의 뒷북행정의 한계가 있다”며 “일정 요건 이상의 지분거래에 대해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기획부동산이 자리 잡을 수 없도록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논의 본격화 되나…국토부는 ‘매매업 등록제’ 발의 앞으로 기획부동산에 대한 대응책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토부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기획부동산 대응책을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린 상태다. 진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은 부동산매매업자에 대해 일정 규모의 자본금을 갖춰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 토지 지분을 파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는 경제적 가치가 낮은 토지를 여러 조각의 지분으로 쪼개어 파는 기획부동산들의 전형적인 수법에 족쇄를 채우는 내용이다.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토지지분 거래 시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하면 시세의 5~10배로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부동산매매업자가 불특정다수에게 거짓 부동산 개발 정보를 퍼뜨리거나 거짓·과장 사실, 속임수로 타인이 부동산을 매수토록 유인하면 2~3년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조항도 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
[단독] '최고매출 1,000억' 기획부동산 553개 색출…국토부 '매매업 등록제' 추진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2.01 07:27:50개발이 사실상 어려운 임야 지분을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이 2019년 경기도 땅만 1조 원 어치 넘게 판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개발 호재가 많은 만큼 기획부동산의 주요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경기도의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획부동산 법인의 임야 지분 판매액은 1조243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8,831억원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2019년 기획부동산의 지분 판매 건수는 4만4,281건이다. 거래 면적은 1,680만여㎡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5.8배에 달했다. 건당 거래액은 2,200만여원이었으며 3.3㎡당 평균 가격은 20만원가량이었다. ◇2015년부터 임야지분 거래 급증 기획부동산은 지난 2015년부터 임야 판매를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에서는 2015년부터 임야 지분 거래가 부쩍 늘었다. 실거래 신고가 시작된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평균 1만5,000여건에 머물던 거래량이 2015년 2만1,147건으로 2만건선을 돌파한 것. 이후 매년 5,000여건씩 늘다가 지난 2019년에는 4만1,288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사이 전국 임야 지분 거래 중 경기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1%에서 2019년 53%까지 증가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임야 지분 거래는 대부분이 기획부동산이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가 지난 2018년~2019년 기획부동산의 거래를 추적한 결과 2018년에는 임야 거래의 87%, 2019년에는 임야 거래의 99%에 달했다. ◇허가구역 지정 뒤 거래액 급감 지난해 경기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기획부동산 봉쇄 조치를 단행하자 거래 증가세가 꺾이기도 했다. 지난해 경기도의 임야 지분 거래는 3만4,685건으로 전년 보다 16% 감소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7월 기획부동산의 투기 조장이 우려되는 지역을 추려 과천시 6배 규모(211.9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24.6㎢ 규모 땅을 추가로 지정했다. 허가구역에서 임야를 사려는 사람은 임업 경영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기획부동산이 투기용으로 파는 게 차단된다. 실제로 대규모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인 지난해 8~10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수준으로 줄었다. ◇다른 시·도 풍선효과 우려도 기획부동산 방지책으로 허가구역이 효과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임시 처방이라는 지적이 있다. 경기도의 모든 임야를 허가구역으로 지정하진 않은 만큼 기획부동산이 허가구역이 아닌 임야를 사다가 쪼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획부동산이 경기도가 아닌 다른 시·도의 땅을 더 많이 구해다 파는 풍선효과 우려도 나온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기획부동산은 전국 단위의 판매 조직을 운영하기에 어느 땅이든 구하기만 하면 판매에 나설 수 있다”며 “다른 시·도에서도 기획부동산 판매 움직임을 탐지해 허가구역 핀셋 지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기획부동산 553개 색출…이재명 "사기 발 못 붙일 것" 경기도가 지난 3년여간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임야 지분을 전수 분석한 결과 법인 553개가 특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백여개의 법인이 함께 땅을 팔아오는 등 거대한 기획부동산 집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러한 현황을 확인하고 여러 조치를 취한 뒤 기획부동산을 향해 경고했다. 경기도가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의뢰해서 받은 ‘기획부동산 추적’ 결과를 보면 기획부동산 법인 553개(법인명 기준, 법인번호 같으나 법인명이 다르면 중복집계)가 특정됐다. 이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10월까지 2조4,464억원어치 판매된 경기도의 임야 지분 거래를 분석한 결과다. 이중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법인은 61개에 달했다. 매출 1위는 코리아경매(이전 법인명인 신한법원경매분 포함)였다. 코리아경매는 해당 기간 동안 300여개 땅의 지분 1,085억원어치를 팔았다. 판매 건수는 4,888건으로 건당 판매액은 2,221만원가량이었다. 그 다음으로 제이경매(659억원, 더한국경매분 포함), 우리토지정보(578억원, 토지정보분 포함), 우리랜드옥션(513억원), 케이비경매법인(502억원, 우리경매법인분 포함), 공경매 뱅크(433억원) 순이었다. 대다수의 법인은 다른 법인들과 함께 땅을 팔아온 것이 확인됐다. 5개 이상의 법인과 같은 땅을 판 법인은 201개로 전체의 36%였는데, 이들의 판매액은 1조4,195억원으로 전체의 58%였다. 이는 집단을 이룬 법인들이 같은 땅을 팔아가며 판매를 주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많은 법인과 관계를 맺은 법인은 하나경매였다. 하나경매가 지금까지 팔아온 땅은 다른 111개 법인도 같이 팔았다. 그 다음으로는 코리아경매(108개), 제이에스경매(107개), 이케이경매(102개), 다래경매(101개), 청구에셋(101개) 순이었다. 밸류맵이 파이썬(Python)을 이용해 연관 법인수 상위 100개 법인의 관계망을 분석한 결과 우리경매와 코리아경매가 큰 그룹 2개를 이뤘다. 그리고 바르다건설은 중간그룹을, 법원경매가 소그룹을 형성했다. 이는 서울경제가 지난 2019년4월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토지 중 공유인수 상위 50개에 있는 법인들을 추적했던 결과가 전체 실거래 자료 분석을 통해 뒷받침된 것이다. 당시 본지 분석에서는 ▲케이비 ▲우리·청구 ▲신한·하나·코리아 등 세 개 그룹이 한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나라라는 사명을 쓰는 법인들이 별도의 그룹을 이루고 있었다. 필지별로는 앞의 세 그룹이 50개 중 36개 토지 판매에 관여했으며 나라는 8개 토지를 팔았다. [참조기사 ▶]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경찰과의 수사 공조 협약으로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 지사는 지난달 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사실을 알리며 “토지 지분 매입해서 돈 벌게 해 주겠다는 건 사기”라며 “경기도에선 기획부동산 발붙일 수 없게 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기획부동산업자 여러분, 지분 쪼개기나 지분 매각을 시도하는 순간 곧바로 포착되고 허가구역으로 지정되어 토지 구입 투자금 다 잃는 수가 있으니 이제 경기도에선 쪼개 팔기 불로소득 포기하시기 바란다”고 썼다. ■국토부, 기획부동산 겨냥 '매매업 등록제' 추진…“임야지분 거래 허가제도 필요” 쓸모 없는 땅을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인 것처럼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들로 인해 서민 등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최근 기획부동산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여전히 기획부동산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하는데다가 범죄수익에 비해 처벌규정이 가볍고, 피해자 사후구제 방안은 여전히 미비해 보다 강력하고 보완적인 대책 수립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 대응책 입법화 돌입 앞서 국토교통부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대응책을 입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의해 지난해 11월 진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에 기획부동산 대응책을 넣었다. 해당 법안은 부동산매매업자에 대해 일정 규모의 자본금을 갖춰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매매업자가 불특정다수에게 거짓 부동산 개발 정보를 퍼뜨리거나 거짓·과장 사실, 속임수로 타인이 부동산을 매수토록 유인하면 2~3년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처벌 규정도 명시됐다. 특히 토지 지분을 파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경제적 가치가 낮은 토지를 여러 조각의 지분으로 쪼개어 파는 기획부동산들의 전형적 수법에 족쇄를 채우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토지 지분 거래 시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하면 시세의 5~10배로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를 감시·조사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방안도 법안에 담겼다. 다만 입법이 완료되더라도 미등록 상태로 ‘떳다방’식 점조직으로 설립됐다가 사라지는 유령업자들을 일일이 적발해 내기엔 현실적으로 행정력이 모자를 수 있다. 따라서 기획부동산에 대한 민간의 신고·감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종의 포상금을 내건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기획부동산을 통한 범죄기대수익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 이상에 이르는 반면 법안이 규정한 징역형이나 벌금형 형량은 낮아 보다 강한 징벌 부과가 필요해보인다. 기왕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려한다면 금융소비자보호원처럼 부동산소비자보호기능 및 상담·지원 기능을 하도록 해당 법안을 보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임야 지분 거래에 허가제 적용해야” 아예 기획부동산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사전적인 거래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야 지분 거래에 대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한 경기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판매 위험성이 있는 일부 임야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기획부동산의 판매를 봉쇄했는데, 임야 지분 거래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허가제가 적용되면 임업 경영 등 본래 목적이 아니고서는 임야를 살 수 없게 된다. 임야 지분을 투기 용도로 파는 곳은 주로 기획부동산이니 이를 전면 제한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경기도에는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뒤에도 별다른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유인수가 특정 숫자를 넘는 토지에 대해서만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모든 임야 지분 거래에 허가제를 적용하면 재산권 침해나 과잉 입법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또 기획부동산은 비교적 넓은 면적의 토지를 싸게 사서 수십~수천명에게 쪼개 파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기에 공유인이 몇십인 이상인 토지에만 적용해도 기획부동산의 판매가 막힐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카페 ‘기획부동산 피해 대책 법률연구소’의 이광휘 매니저는 “지분 보유자가 20인 이상인 토지에만 허가제를 적용해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 면적별로 규제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공유인수 몇십인 이상인 토지부터 허가를 받도록 한다면 미리 땅을 분할해 허가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희 법무법인 혜 고문은 “큰 땅의 경우 분할을 신청하면 받아주기도 한다”며 “예컨대 330㎡인 임야라면 공유인 3명 이상부터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면적별 규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이용계획 확인 후 자필 사인” 실거래 신고를 받을 때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했다’는 항목을 넣고 자필 서명을 하자는 제안도 있다. 기획부동산은 법무사에게 등기이전업무를 맡겨 매수자도 모르게 대리 신고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 실거래가 신고 위임장에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했는지’ 등의 항목을 넣고 매수자 자필 서명을 해야 만 신고를 받아주자는 것이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는 용도지역, 개발제한구역 여부, 공시지가 등이 나온다. 매수자가 이를 확인하면 기획부동산이 판 임야 지분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땅이라는 점과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많은 기획부동산 피해자 대리를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할 때 중개대상물확인서를 작성토록 하는 것과 같은 취지”라며 “이러한 절차를 만들어 놓으면 매수자 몰래 위임장을 작성해 신고할 경우 형사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채납 등 지분 정리 도와야” 지자체가 피해자의 지분을 기부채납 받거나 싼값에 매입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지분은 쓸모가 없어 처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면 지분은 상속자들에게 추가로 쪼개지게 된다. 따라서 세대가 바뀌면서 땅 주인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 매니저는 “피해자들은 쓰지 못하는 땅에 대해 평생 세금을 내고 사후에는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며 “이대로 놔두면 전 국토가 지분으로 더 갈가리 찢기게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다른 지분 공유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있다. 피해자가 기획부동산에 대해 단체 소송을 하려거나 땅 분할 등을 진행하려면 공유인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소지 외에는 정보가 없어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매수자가 다른 공유인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구축과 권리 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답 판매 기획부동산도 단속해야…농지법 위반 경고 필요” 임야 지분을 파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전(田·밭)과 답(畓·논)의 지분을 파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단속과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경기도가 임야 판매 기획부동산을 겨냥해 과천시 6배 규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자 기획부동산이 전답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기획부동산의 전답 판매 방식에는 편법, 불법 소지가 있다는 게 지적이 나온다. 기획부동산은 판매할 전답을 구할 때 회사 임원 등에게 돈을 주어 개인 명의로 매입하게 한다. 법인 중에선 농업법인만 전·답 매입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제를 피해가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공유인수 수십명 내외인 전답의 등기부등본을 여러 개를 확인한 결과 법인이 아닌 개인 한 명이 땅을 매입한 뒤 다른 개인 수십명에게 지분을 쪼개어 팔았다. 이는 기획부동산 법인이 토지 소유자인 개인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매수자들에게 지분을 판매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기획부동산은 매매 대금을 매매 대금은 법인계좌로 입금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 일부를 컨설팅 명목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네이버카페 ‘기획부동산 피해 대책 법률연구소’의 이광휘 매니저는 “기획부동산 법인이 개인에게 돈을 주어 땅을 사게 하는 것은 금융실명제 위반이며 판매 행위에는 미등기전매 소지도 있다”며 “그러나 이를 발각하고 처벌하는 사례는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의 이같은 투기적인 전·답 판매를 막기 위해 농지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답을 사는 사람은 농사를 지을 목적이 맞다는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지분 매수자들은 농사를 지으려는 의사가 없지만, 기획부동산은 법무사를 통해 증명서를 허위로 받아준다. 김상희 법무법인 혜 고문은 “10㎡내외의 전·답 지분을 사도 농지자격취득증명서가 나오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답 지분 매수자가 읍·면사무소 등에 농지자격 신청을 했을 때 담당 공무원이 본인에게 전화해 ‘농지법 위반일 경우 처벌을 받는다’고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지분 매수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강조하면 지분 사는 것을 주저하거나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
[기획부동산의 덫] 등록제·불법 처벌 등 규제 강화...사후 피해구제안도 마련해야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31 17:35:25쓸모 없는 땅을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인 것처럼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들로 인해 서민 등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최근 기획부동산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여전히 기획부동산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하는데다가 범죄수익에 비해 처벌규정이 가볍고, 피해자 사후구제 방안은 여전히 미비해 보다 강력하고 보완적인 대책 수립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 대응현황은=앞서 국토교통부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대응책을 입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의해 지난해 11월 진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에 기획부동산 대응책을 넣었다. 해당 법안은 부동산매매업자에 대해 일정 규모의 자본금을 갖춰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매매업자가 불특정다수에게 거짓 부동산 개발 정보를 퍼뜨리거나 거짓·과장 사실, 속임수로 타인이 부동산을 매수토록 유인하면 2~3년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처벌 규정도 명시됐다. 특히 토지 지분을 파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경제적 가치가 낮은 토지를 여러 조각의 지분으로 쪼개어 파는 기획부동산들의 전형적 수법에 족쇄를 채우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토지 지분 거래 시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하면 시세의 5~10배로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를 감시·조사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방안도 법안에 담겼다. 다만 입법이 완료되더라도 미등록 상태로 ‘떴다방’식 점조직으로 설립됐다가 사라지는 유령업자들을 일일이 적발해 내기엔 현실적으로 행정력이 모자를 수 있다. 따라서 기획부동산에 대한 민간의 신고·감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종의 포상금을 내건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기획부동산을 통한 범죄기대수익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 이상에 이르는 반면 법안이 규정한 징역형이나 벌금형 형량은 낮아 보다 강한 징벌 부과가 필요해보인다. 기왕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려한다면 금융소비자보호원처럼 부동산소비자보호기능 및 상담·지원 기능을 하도록 해당 법안을 보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임야 지분 거래에 허가제 적용해야”=아예 기획부동산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사전적인 거래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야 지분 거래에 대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한 경기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판매 위험성이 있는 일부 임야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기획부동산의 판매를 봉쇄했는데, 임야 지분 거래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허가제가 적용되면 임업 경영 등 본래 목적이 아니고서는 임야를 살 수 없게 된다. 임야 지분을 투기 용도로 파는 곳은 주로 기획부동산이니 이를 전면 제한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경기도에는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뒤에도 별다른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유인수가 특정 숫자를 넘는 토지에 대해서만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모든 임야 지분 거래에 허가제를 적용하면 재산권 침해나 과잉 입법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또 기획부동산은 비교적 넓은 면적의 토지를 싸게 사서 수십~수천명에게 쪼개 파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기에 공유인이 몇십인 이상인 토지에만 적용해도 기획부동산의 판매가 막힐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카페 ‘기획부동산 피해 대책 법률연구소’의 이광휘 매니저는 “지분 보유자가 20인 이상인 토지에만 허가제를 적용해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채납 등 지분 정리 도와야”=지자체가 피해자의 지분을 기부채납 받거나 싼값에 매입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지분은 쓸모가 없어 처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면 지분은 상속자들에게 추가로 쪼개지게 된다. 따라서 세대가 바뀌면서 땅 주인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 매니저는 “피해자들은 쓰지 못하는 땅에 대해 평생 세금을 내고 사후에는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며 “이대로 놔두면 전 국토가 지분으로 더 갈가리 찢기게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다른 지분 공유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있다. 피해자가 기획부동산에 대해 단체 소송을 하려거나 땅 분할 등을 진행하려면 공유인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소지 외에는 정보가 없어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매수자가 다른 공유인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구축과 권리 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
“전·답 판매 기획부동산도 단속해야…농지법 위반 경고 필요”[기획부동산의 덫]
사회 사회일반 2021.01.31 16:37:41임야 지분을 파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전(田·밭)과 답(畓·논)의 지분을 파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단속과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경기도가 임야 판매 기획부동산을 겨냥해 과천시 6배 규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자 기획부동산이 전답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획부동산의 전답 판매 방식에는 편법, 불법 소지가 있다는 게 지적이 나온다. 기획부동산은 판매할 전답을 구할 때 회사 임원 등에게 돈을 주어 개인 명의로 매입하게 한다. 법인 중에선 농업법인만 전·답 매입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제를 피해가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공유인수 수십명 내외인 전답의 등기부등본을 여러 개를 확인한 결과 법인이 아닌 개인 한 명이 땅을 매입한 뒤 다른 개인 수십명에게 지분을 쪼개어 팔았다. 이는 기획부동산 법인이 토지 소유자인 개인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매수자들에게 지분을 판매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기획부동산은 매매 대금을 매매 대금은 법인계좌로 입금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 일부를 컨설팅 명목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네이버카페 ‘기획부동산 피해 대책 법률연구소’의 이광휘 매니저는 “기획부동산 법인이 개인에게 돈을 주어 땅을 사게 하는 것은 금융실명제 위반이며 판매 행위에는 미등기전매 소지도 있다”며 “그러나 이를 발각하고 처벌하는 사례는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의 이같은 투기적인 전·답 판매를 막기 위해 농지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답을 사는 사람은 농사를 지을 목적이 맞다는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지분 매수자들은 농사를 지으려는 의사가 없지만, 기획부동산은 법무사를 통해 증명서를 허위로 받아준다. 김상희 법무법인 혜 고문은 “10㎡내외의 전·답 지분을 사도 농지자격취득증명서가 나오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답 지분 매수자가 읍·면사무소 등에 농지자격 신청을 했을 때 담당 공무원이 본인에게 전화해 ‘농지법 위반일 경우 처벌을 받는다’고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지분 매수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강조하면 지분 사는 것을 주저하거나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
[단독] '기획부동산 잡자'…국토부 '매매업 등록제' 추진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31 16:37:01쓸모 없는 땅을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인 것처럼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들로 인해 서민 등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최근 기획부동산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여전히 기획부동산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하는데다가 범죄수익에 비해 처벌규정이 가볍고, 피해자 사후구제 방안은 여전히 미비해 보다 강력하고 보완적인 대책 수립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 대응책 입법화 돌입 앞서 국토교통부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대응책을 입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의해 지난해 11월 진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에 기획부동산 대응책을 넣었다. 해당 법안은 부동산매매업자에 대해 일정 규모의 자본금을 갖춰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매매업자가 불특정다수에게 거짓 부동산 개발 정보를 퍼뜨리거나 거짓·과장 사실, 속임수로 타인이 부동산을 매수토록 유인하면 2~3년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처벌 규정도 명시됐다. 특히 토지 지분을 파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경제적 가치가 낮은 토지를 여러 조각의 지분으로 쪼개어 파는 기획부동산들의 전형적 수법에 족쇄를 채우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토지 지분 거래 시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하면 시세의 5~10배로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를 감시·조사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방안도 법안에 담겼다. 다만 입법이 완료되더라도 미등록 상태로 ‘떳다방’식 점조직으로 설립됐다가 사라지는 유령업자들을 일일이 적발해 내기엔 현실적으로 행정력이 모자를 수 있다. 따라서 기획부동산에 대한 민간의 신고·감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종의 포상금을 내건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기획부동산을 통한 범죄기대수익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 이상에 이르는 반면 법안이 규정한 징역형이나 벌금형 형량은 낮아 보다 강한 징벌 부과가 필요해보인다. 기왕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려한다면 금융소비자보호원처럼 부동산소비자보호기능 및 상담·지원 기능을 하도록 해당 법안을 보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임야 지분 거래에 허가제 적용해야” 아예 기획부동산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사전적인 거래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야 지분 거래에 대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한 경기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판매 위험성이 있는 일부 임야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기획부동산의 판매를 봉쇄했는데, 임야 지분 거래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허가제가 적용되면 임업 경영 등 본래 목적이 아니고서는 임야를 살 수 없게 된다. 임야 지분을 투기 용도로 파는 곳은 주로 기획부동산이니 이를 전면 제한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경기도에는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뒤에도 별다른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유인수가 특정 숫자를 넘는 토지에 대해서만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모든 임야 지분 거래에 허가제를 적용하면 재산권 침해나 과잉 입법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또 기획부동산은 비교적 넓은 면적의 토지를 싸게 사서 수십~수천명에게 쪼개 파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기에 공유인이 몇십인 이상인 토지에만 적용해도 기획부동산의 판매가 막힐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카페 ‘기획부동산 피해 대책 법률연구소’의 이광휘 매니저는 “지분 보유자가 20인 이상인 토지에만 허가제를 적용해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 면적별로 규제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공유인수 몇십인 이상인 토지부터 허가를 받도록 한다면 미리 땅을 분할해 허가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희 법무법인 혜 고문은 “큰 땅의 경우 분할을 신청하면 받아주기도 한다”며 “예컨대 330㎡인 임야라면 공유인 3명 이상부터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면적별 규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이용계획 확인 후 자필 사인” 실거래 신고를 받을 때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했다’는 항목을 넣고 자필 서명을 하자는 제안도 있다. 기획부동산은 법무사에게 등기이전업무를 맡겨 매수자도 모르게 대리 신고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 실거래가 신고 위임장에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했는지’ 등의 항목을 넣고 매수자 자필 서명을 해야 만 신고를 받아주자는 것이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는 용도지역, 개발제한구역 여부, 공시지가 등이 나온다. 매수자가 이를 확인하면 기획부동산이 판 임야 지분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땅이라는 점과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많은 기획부동산 피해자 대리를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할 때 중개대상물확인서를 작성토록 하는 것과 같은 취지”라며 “이러한 절차를 만들어 놓으면 매수자 몰래 위임장을 작성해 신고할 경우 형사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채납 등 지분 정리 도와야” 지자체가 피해자의 지분을 기부채납 받거나 싼값에 매입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지분은 쓸모가 없어 처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면 지분은 상속자들에게 추가로 쪼개지게 된다. 따라서 세대가 바뀌면서 땅 주인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 매니저는 “피해자들은 쓰지 못하는 땅에 대해 평생 세금을 내고 사후에는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며 “이대로 놔두면 전 국토가 지분으로 더 갈가리 찢기게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다른 지분 공유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있다. 피해자가 기획부동산에 대해 단체 소송을 하려거나 땅 분할 등을 진행하려면 공유인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소지 외에는 정보가 없어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매수자가 다른 공유인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구축과 권리 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
[단독] 기획부동산 553개 색출…이재명 "사기는 가라"
사회 사회일반 2021.01.31 16:35:16경기도가 지난 3년여간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임야 지분을 전수 분석한 결과 법인 553개가 특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백여개의 법인이 함께 땅을 팔아오는 등 거대한 기획부동산 집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러한 현황을 확인하고 여러 조치를 취한 뒤 기획부동산을 향해 경고했다. 31일 경기도가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의뢰해서 받은 ‘기획부동산 추적’ 결과를 보면 기획부동산 법인 553개(법인명 기준, 법인번호 같으나 법인명이 다르면 중복집계)가 특정됐다. 이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10월까지 2조4,464억원어치 판매된 경기도의 임야 지분 거래를 분석한 결과다. 이중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법인은 61개에 달했다. 매출 1위는 코리아경매(이전 법인명인 신한법원경매분 포함)였다. 코리아경매는 해당 기간 동안 300여개 땅의 지분 1,085억원어치를 팔았다. 판매 건수는 4,888건으로 건당 판매액은 2,221만원가량이었다. 그 다음으로 제이경매(659억원, 더한국경매분 포함), 우리토지정보(578억원, 토지정보분 포함), 우리랜드옥션(513억원), 케이비경매법인(502억원, 우리경매법인분 포함), 공경매 뱅크(433억원) 순이었다. 대다수의 법인은 다른 법인들과 함께 땅을 팔아온 것이 확인됐다. 5개 이상의 법인과 같은 땅을 판 법인은 201개로 전체의 36%였는데, 이들의 판매액은 1조4,195억원으로 전체의 58%였다. 이는 집단을 이룬 법인들이 같은 땅을 팔아가며 판매를 주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많은 법인과 관계를 맺은 법인은 하나경매였다. 하나경매가 지금까지 팔아온 땅은 다른 111개 법인도 같이 팔았다. 그 다음으로는 코리아경매(108개), 제이에스경매(107개), 이케이경매(102개), 다래경매(101개), 청구에셋(101개) 순이었다. 밸류맵이 파이썬(Python)을 이용해 연관 법인수 상위 100개 법인의 관계망을 분석한 결과 우리경매와 코리아경매가 큰 그룹 2개를 이뤘다. 그리고 바르다건설은 중간그룹을, 법원경매가 소그룹을 형성했다. 이는 서울경제가 지난 2019년4월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토지 중 공유인수 상위 50개에 있는 법인들을 추적했던 결과가 전체 실거래 자료 분석을 통해 뒷받침된 것이다. 당시 본지 분석에서는 ▲케이비 ▲우리·청구 ▲신한·하나·코리아 등 세 개 그룹이 한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나라라는 사명을 쓰는 법인들이 별도의 그룹을 이루고 있었다. 필지별로는 앞의 세 그룹이 50개 중 36개 토지 판매에 관여했으며 나라는 8개 토지를 팔았다. [참조기사 ▶]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경찰과의 수사 공조 협약으로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사실을 알리며 “토지 지분 매입해서 돈 벌게 해 주겠다는 건 사기”라며 “경기도에선 기획부동산 발붙일 수 없게 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기획부동산업자 여러분, 지분 쪼개기나 지분 매각을 시도하는 순간 곧바로 포착되고 허가구역으로 지정되어 토지 구입 투자금 다 잃는 수가 있으니 이제 경기도에선 쪼개 팔기 불로소득 포기하시기 바란다”고 썼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
[단독]경기도서 연 1조판 기획부동산…2015년부터 거래 급증 [기획부동산의 덫]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31 16:34:10개발이 사실상 어려운 임야 지분을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이 2019년 경기도 땅만 1조 원 어치 넘게 판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개발 호재가 많은 만큼 기획부동산의 주요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1일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경기도의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획부동산 법인의 임야 지분 판매액은 1조243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8,831억원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2019년 기획부동산의 지분 판매 건수는 4만4,281건이다. 거래 면적은 1,680만여㎡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5.8배에 달했다. 건당 거래액은 2,200만여원이었으며 3.3㎡당 평균 가격은 20만원가량이었다. ◇2015년부터 임야지분 거래 급증 기획부동산은 지난 2015년부터 임야 판매를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에서는 2015년부터 임야 지분 거래가 부쩍 늘었다. 실거래 신고가 시작된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평균 1만5,000여건에 머물던 거래량이 2015년 2만1,147건으로 2만건선을 돌파한 것. 이후 매년 5,000여건씩 늘다가 지난 2019년에는 4만1,288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사이 전국 임야 지분 거래 중 경기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1%에서 2019년 53%까지 증가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임야 지분 거래는 대부분이 기획부동산이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가 지난 2018년~2019년 기획부동산의 거래를 추적한 결과 2018년에는 임야 거래의 87%, 2019년에는 임야 거래의 99%에 달했다. ◇허가구역 지정 뒤 거래액 급감 지난해 경기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기획부동산 봉쇄 조치를 단행하자 거래 증가세가 꺾이기도 했다. 지난해 경기도의 임야 지분 거래는 3만4,685건으로 전년 보다 16% 감소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7월 기획부동산의 투기 조장이 우려되는 지역을 추려 과천시 6배 규모(211.9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24.6㎢ 규모 땅을 추가로 지정했다. 허가구역에서 임야를 사려는 사람은 임업 경영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기획부동산이 투기용으로 파는 게 차단된다. 실제로 대규모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인 지난해 8~10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수준으로 줄었다. ◇다른 시·도 풍선효과 우려도 기획부동산 방지책으로 허가구역이 효과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임시 처방이라는 지적이 있다. 경기도의 모든 임야를 허가구역으로 지정하진 않은 만큼 기획부동산이 허가구역이 아닌 임야를 사다가 쪼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획부동산이 경기도가 아닌 다른 시·도의 땅을 더 많이 구해다 파는 풍선효과 우려도 나온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기획부동산은 전국 단위의 판매 조직을 운영하기에 어느 땅이든 구하기만 하면 판매에 나설 수 있다”며 “다른 시·도에서도 기획부동산 판매 움직임을 탐지해 허가구역 핀셋 지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
[단독] "혹해서 땅샀는데…" 피해자 3분의1 저소득층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27 07:00:00“기획부동산 직원이 하도 땅을 사라고 권해서 카드론까지 받아 땅값을 냈습니다. 아내도 용인 땅을 샀습니다. 본전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지분을 165㎡ 보유한 경기 용인시의 이진구(77) 씨는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씨의 가계 순자산은 마이너스이며 연 가계소득은 2,000만~4,000만 원 사이다. 그는 금토동 산73번지 지분 1,195만 원 등 총 4,000만 원어치의 땅을 샀다. 26일 서울경제가 금토동 산73번지 지분 매수자 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상당수는 투자금을 회수 못하는 상황을 고통스러워하며 “업체의 허무맹랑한 말만 믿고 투자한 게 화근”이라고 자신을 책망했다. 지분을 사는 데 거액의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느라 너무 버거워 허덕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기획부동산에서 직원으로 일한 전북 전주시의 A(59) 씨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는 5개 땅 지분을 총 1억 2,000만 원어치 샀다. A 씨는 “직원 시절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산 땅이 많다”며 “보험사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1억 2,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고 밝혔다. A 씨는 “낮에는 김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며 “온몸이 쑤시도록 일하지만 빚을 다 갚으려면 까마득하다”고 울먹였다. 7년 동안 기획부동산에서 일한 충남 아산시의 B(59) 씨도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B 씨는 “일당 7만 원 받자고 뛰어든 게 화근이 됐다”며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땅 한 평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그는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회사 임원들의 설명에 혹하는 마음이 일하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8개 땅의 지분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가 투자한 금액은 1억 5,000만 원인데 이 가운데 절반은 대출이다. B 씨는 “연이율 20%가 넘는 카드론도 받았다”며 “남편과 함께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지만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가족 몰래 지분을 샀다가 가정 파탄으로 이어질 판이어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C(61) 씨는 “친구 명의로 남편 몰래 지분을 샀다”며 “나 말고도 가족 몰래 산 친구들이 있는데 등기권리증을 숨겨뒀다가 잃어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부동산이 재산 없는 사람들이 소액으로 땅을 사서 돈 벌 수 있는 물건이라고 권유해서 샀다”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순자산 1억 원 이하가 절반…빚 낸 사람도 40% 서울경제가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 사정이 빠듯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가계소득이 ‘없다’는 사람은 25%였다. ‘2,000만 원 이하’도 11%였다. 합치면 36%가 가계소득 하위 20%(1,915만 원·2020년 가계 금융 복지 조사)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가계소득 ‘2,000만~4,000만 원’을 고른 사람도 40%였다. 즉 ‘없음~4,000만 원’ 구간이 76%인 것이다. 이들은 전체 가계의 정중앙(4,652만 원)에 미달한다. 가계 순자산은 ‘1억 원 미만(36%)’이 가장 많았다. ‘마이너스’도 13%였다. 절반이 순자산 1억원 미만인 것이다. 이는 하위 30%(8,884만 원) 내외다. 그렇다고 이들이 20~30대도 아니었다. 순자산 1억 원 미만 26명 중에는 60대(10명)가 가장 많았다. 그 뒤로 50대 6명, 40대 5명, 70대 4명, 80대 1명 순이었다. 빚을 내서 지분을 산 매수자도 40%였다. 이 중 23%는 제2금융권에서 카드론, 보험약관 대출 등을 받았다. 8%는 지인에게 대여했다. ◇‘환불 원해’ 3명 중 2명…42%는 ‘소송하겠다’ 매수자 3명 중 2명은 후회하고 있었다. ‘환불을 요청했다’는 36%, ‘환불 요청 계획이 있다’는 28%였다. ‘기타’ 답변 중에도 “환불이 된다면 할 텐데 안 될 것 같다” “판매 직원이 잠적해 요청이 어렵다” 등 환불을 받고 싶으나 포기한 사람들이 있었다. 민형사 소송을 한다는 사람도 42%에 달했다. ‘소송 계획이 없다’는 사람들 중에는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혼자서는 버겁다” “할 줄을 모른다” 등 자포자기가 대다수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매수자의 소득 수준, 직업 상황에서 소송은 쉽지 않다”며 “소송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 금액을 감안하면 소송을 하기에도 실익이 적다”며 “기획부동산은 이를 알고 악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들도 없진 않았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D(50)씨는 “소송을 걸어서 환불 받은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획부동산에 환불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몇 번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경숙(53)씨는 “상담 직원을 포함해 4명을 경찰에 고소했는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며 “상담 직원이 그 사이 외국으로 도피해 기소 중지되면서 민사소송을 추가로 접수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에 함께 소송할 매수자를 연결해달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이 알 수 있는 다른 매수자 정보는 등기부등본의 주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삼순(63)씨는 “주변에 같이 공유지분을 산 언니들이 많다”며 “누가 고소를 진행한다면 같이 하고 싶으니 연락을 좀 달라”고 말했다. 한 기획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처럼 피해자들이 파편화되어서는 소송 진행은 물론이고 여론의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며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단체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획부동산, 청계산 산자락 팔며 “무한정 벌 것” 임야 지분을 파는 기획부동산들이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 73번지 지분을 팔면서 개발 가능성과 기대 수익률 등을 마구잡이로 설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아파트를 지을 사람이 있다거나 건설사가 학교를 짓는다는 등의 거짓말도 들은 매수자도 있었다. 개발이 불가능한 땅에 대해 그럴 듯한 설명을 하려다 보니 각종 호재와 전망을 되는대로 꾸며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경제가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지분 매수자 53명에 대해 진행한 심층 설문과 인터뷰 결과를 보면 매수자들이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들은 땅 설명에서 공통점이나 일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땅에 대해 ‘회사가 어떤 용도로 개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느냐’는 질문에 테크노밸리 31%, 신도시 20%, 아파트단지 11%로 나왔다. 기획부동산 법인 혹은 판매 직원마다 설명이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기타’ 대답도 38%가 있었는데 구체적인 답변을 보면 “이쪽도 좋아질 것”“뭐가 되도 될 것” “어떤 식으로든 개발될 것” “그린벨트가 풀리면 좋아질 것” 등의 모호한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기획부동산 측이 보여준 자료(복수응답)도 매수자마다 크게 달랐다. ‘개발 계획 지도’와 ‘신문기사’가 각각 27%였고 그 다음이 ‘개발 후 그림’(22%)였다. 즉 대개의 기획부동산은 이중 겨우 하나의 자료만 보여주고 구두로 설명을 덧붙였던 것이다. 심지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답변도 19%에 달했다. ◇매수자 21% ‘10배 이상’ 수익 날 거라 들어 기획부동산이 제시한 기대 수익률도 매수자마다 차이가 컸다. 매수자의 49%는 기대 수익률을 구체적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이중에는 ‘10배 이상’이 21%로 가장 많았다. 업체는 이들에게 ‘기하급수적’ ‘무한정’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다음 많은 답변은 3배가 11%였고 5배가 8%였다. 나머지 매수자들은 ‘기타’를 골랐는데 구체적인 답변을 보면 “굉장히 대박이 될 거라고만 했다” “앞으로 갖고 있으면 돈이 될 것” “크게 보상이 될 거라고만 했다” “주변 시세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등으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나중에 지분을 어떻게 되팔 수 있다고 했는지’에 대해서도 매수자마다 들은 말이 제각각이었다. 복수응답으로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민간 개발업자의 매입’(45%)가 가장 많았고 ‘LH나 지방자치단체의 수용’(21%)였다. ‘기타’를 고른 나머지 답변을 보면 “건설 회사가 학교를 짓는다고 했다” “아파트 지을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미 개발을 확정하고 계약 중인 곳이 있다고 했다” 등 전혀 사실이 아닌 말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땅값 오르면 사갈 사람이 있을 것” “테크노밸리하면 (누군가가) 매입할 것” “큰 기업이 들어오면 땅을 사갈 것”이라는 등 추상적인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설명을 했다. ◇투자 예상 기간 ‘5년 가량’ 34%…‘토지 불패신화 영향‘ 매수자들은 투자 예상 기간에 대해서도 다르게 들었다. ‘5년 가량’으로 들었다는 매수자가 34%로 가장 많았다. 단기로는 ‘1년 가량’과 ‘3년 가량’이 각각 13%, 23% 였으며 장기로는 ‘10년 가량’과 ‘10년 이상’이 각각 13%, 8%였다. 매수자들이 이처럼 허술하고 모호한 설명을 듣고도 땅을 매입한 데에는 ‘토지 불패신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경제가 매수자들에게 ‘지금도 땅 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41%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언젠간 오르는게 땅이니까” “땅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이라서” “판교 근처이니 오르지 않겠느냐” 등 시간이 지나면 어느 땅이든 오른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충북에서 한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58)씨는 “수도권에 유망한 지역이 있다는 말만 듣고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고 법인 자금을 덜컥 집어넣었다”며 “‘수도권 땅은 사면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에게 부끄러워서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한다”며 “소문이 날까 봐서 소송도 진행하지 못하고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매수자들은 상당히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야기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부동산에 대해 지식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만한 수단을 가지고 있거나 부동산 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더라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부동산 실형 판결 보니…"시세 4배에 수백명에 쪼개 팔아"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을 헐값에 산 다음 관련 지식이 없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마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았다.” 지난해 6월 4일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부·박현 부장판사)가 우리경매 회장 황 모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며 밝힌 양형 이유다. 검찰은 황 씨 등 3명을 쓸모 없는 땅 5곳의 지분을 무등록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51명에게 팔아 6억 1,297만 원을 교부·편취한 혐의(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7일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8년 말 피해자들이 회사를 경찰에 고소한 지 2년여 만에 나온 결과였다. 우리경매는 서울경제가 심층 설문·인터뷰를 진행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임야 지분의 판매를 주도한 3개 기획부동산 집단 중 한 곳이다. 광주지법 판결문에는 기획부동산이 직원과 고객을 기망하는 수법이 자세히 나온다. ◇어떻게 팔았나 판결문에 따르면 우리경매는 신문 등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개발 예정지 인근에서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땅을 찾아 저렴하게 매수했다. 그러나 우리경매 측은 “경매 전문가가 권리 분석을 통해 전국 법원에서 경매로 싸게 구입한 땅이 있다”고 거짓말했다. 해당 사건의 땅 4곳은 북한산국립공원·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시세의 4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지분을 팔았다. 법원은 “지가 상승으로 인해 이익금을 취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위 땅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객관적인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우리경매가 해당 지분을 수백 명에게 쪼개 판 것도 문제로 봤다. 매수자들에게는 지분을 일괄 처분하거나 분할 등기할 계획이나 방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매수자를 구해 현금화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떻게 속였나 피해자들 중에는 직원이 많았다고 한다. 직원들은 땅을 고객에게 팔고 자신들도 직접 샀다. 피해자 직원 대부분은 회사에서 받은 급여보다 더 많은 액수의 땅을 샀다. 심지어 빚을 내 매수 대금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 기관에서 땅의 규제 사항이나 주요 현황에 관해 듣지 못했거나 일부만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일부는 ‘토지의 규제 사항 및 현황을 제대로 알았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은 “피해자들은 기획부동산 업자를 전문가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고인들 측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금토동 판매도 재판에…유죄시 파장 우리경매 측은 금토동 산73번지 판매와 관련해서도 이미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지난해 6월30일 우리경매의 인천 지역 지점장인 부사장 A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황씨를 공범으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52명에게 금토동 산73번지 등 땅 94곳의 지분을 판매하고 31억5,0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94개 땅의 지분 소유자는 2만여명이다. ■靑청원서 폭로한 실체…"구인광고로 직원 모아 피라미드식 판매" “기획부동산이 서민들의 피 같은 생활자금과 여유자금, 종자돈을 투자하게 해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일들이 너무나도 주변에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획부동산들이 지난 3년여간 경기도에서만 해도 한해 1조원 안팎씩 토지 지분 등을 팔며 시장을 교란하는 가운데 단속 강화를 요청하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에 제출됐다. 대전에 사는 정성윤(45)씨는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민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기획부동산들의 만행을 고발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기획부동산은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임야를 매입가의 3배에서 20배 정도로 올려서 공유지분으로 분할해 판다”며 “소액투자라는 명목으로 청년층부터 노년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피라미드조직으로 기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대전 소재의 기획부동산 A사의 지사에서 10개월간 직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A사는 성남시 금토동 땅을 판 33개 법인 중 한 곳이다.그는 업체에서 본인과 가족들 명의로 8개 땅 1억7,000만원어치의 땅을 산 뒤에야 사기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씨는 청원 글에서 기획부동산에 대해 “서민들이 부동산에 무지함을 이용해 부동산 경매컨설팅 회사로 소개한다”며 “적은 자금을 투자해 장래에 몇 배에서 몇십 배의 투자수익을 볼 수 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이같은 기획부동산 토지분양 사기의 예시로 서울경제가 최근 개시한 기획부동산 심층취재 시리즈를 통해 다뤘던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의 사례를 들었다. 금토동 산73번지는 기획부동산 법인 33곳이 4,800여명에게 총 960억원어치를 판 역대급 사건이다. 기획부동산들은 이 땅을 3.3㎡(1평)당 3만6,600원에 사들인 뒤 개발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현혹해 평당 약 24만원씩에 팔았다. 이 땅은 청계산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에 걸쳐 있어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게 성남시 입장이다. 정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기획부동산의 사기 행각을 중단시키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렸다”고 청원 배경을 말했다. 또한 "회사를 다닐 때는 눈도 가려지고 귀도 가려져서 회사가 알려주는 것만 인식했다"며 "그러다 몸이 안 좋아져서 그만뒀는데 관련 서울경제의 기사(2019년12월16일)를 읽다가 문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이 쓰는 ‘다단계 취업 사기’ 수법에 대해 털어놨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은 직원들에게 지인을 끌어오게 한다”며 “지인을 소개시켜주면 땅을 팔고 또 직원으로 같이 일하자고도 권유한다“고 했다. 이어 "구인사이트에 광고를 내어 직원을 모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이 직원들의 재산을 앗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씨는 “직원으로 들어가서 한 두 달 내에 실적을 못 내면 압박을 주어 그만 두게 한다”며 “이 구조에서는 처음엔 직원 본인이 토지 구매를 하고 그 다음에 가족과 친한 지인에게 소개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이 빼먹을 만큼 빼먹으면 대부분 내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부동산에 가서 환불을 요구하면 회사는 잘못이 없다며 판매한 직원에게 따지라고 떠넘기기식 대응을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청원 글 말미에서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시키는 기획부동산들을 철저히 법으로 제도적으로 단속해 더 이상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
[단독]기획부동산, 청계산 산자락 팔며 “무한정 벌 것” [기획부동산의 덫]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26 18:10:16임야 지분을 파는 기획부동산들이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 73번지 지분을 팔면서 개발 가능성과 기대 수익률 등을 마구잡이로 설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아파트를 지을 사람이 있다거나 건설사가 학교를 짓는다는 등의 거짓말도 들은 매수자도 있었다. 개발이 불가능한 땅에 대해 그럴 듯한 설명을 하려다 보니 각종 호재와 전망을 되는대로 꾸며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서울경제가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지분 매수자 53명에 대해 진행한 심층 설문과 인터뷰 결과를 보면 매수자들이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들은 땅 설명에서 공통점이나 일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땅에 대해 ‘회사가 어떤 용도로 개발될 것이라고 설명했느냐’는 질문에 테크노밸리 31%, 신도시 20%, 아파트단지 11%로 나왔다. 기획부동산 법인 혹은 판매 직원마다 설명이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기타’ 대답도 38%가 있었는데 구체적인 답변을 보면 “이쪽도 좋아질 것”“뭐가 되도 될 것” “어떤 식으로든 개발될 것” “그린벨트가 풀리면 좋아질 것” 등의 모호한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기획부동산 측이 보여준 자료(복수응답)도 매수자마다 크게 달랐다. ‘개발 계획 지도’와 ‘신문기사’가 각각 27%였고 그 다음이 ‘개발 후 그림’(22%)였다. 즉 대개의 기획부동산은 이중 겨우 하나의 자료만 보여주고 구두로 설명을 덧붙였던 것이다. 심지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답변도 19%에 달했다. ◇매수자 21% ‘10배 이상’ 수익 날 거라 들어 기획부동산이 제시한 기대 수익률도 매수자마다 차이가 컸다. 매수자의 49%는 기대 수익률을 구체적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이중에는 ‘10배 이상’이 21%로 가장 많았다. 업체는 이들에게 ‘기하급수적’ ‘무한정’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다음 많은 답변은 3배가 11%였고 5배가 8%였다. 나머지 매수자들은 ‘기타’를 골랐는데 구체적인 답변을 보면 “굉장히 대박이 될 거라고만 했다” “앞으로 갖고 있으면 돈이 될 것” “크게 보상이 될 거라고만 했다” “주변 시세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등으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나중에 지분을 어떻게 되팔 수 있다고 했는지’에 대해서도 매수자마다 들은 말이 제각각이었다. 복수응답으로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민간 개발업자의 매입’(45%)가 가장 많았고 ‘LH나 지방자치단체의 수용’(21%)였다. ‘기타’를 고른 나머지 답변을 보면 “건설 회사가 학교를 짓는다고 했다” “아파트 지을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미 개발을 확정하고 계약 중인 곳이 있다고 했다” 등 전혀 사실이 아닌 말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땅값 오르면 사갈 사람이 있을 것” “테크노밸리하면 (누군가가) 매입할 것” “큰 기업이 들어오면 땅을 사갈 것”이라는 등 추상적인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설명을 했다. ◇투자 예상 기간 ‘5년 가량’ 34%…‘토지 불패신화 영향‘ 매수자들은 투자 예상 기간에 대해서도 다르게 들었다. ‘5년 가량’으로 들었다는 매수자가 34%로 가장 많았다. 단기로는 ‘1년 가량’과 ‘3년 가량’이 각각 13%, 23% 였으며 장기로는 ‘10년 가량’과 ‘10년 이상’이 각각 13%, 8%였다. 매수자들이 이처럼 허술하고 모호한 설명을 듣고도 땅을 매입한 데에는 ‘토지 불패신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경제가 매수자들에게 ‘지금도 땅 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41%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언젠간 오르는게 땅이니까” “땅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이라서” “판교 근처이니 오르지 않겠느냐” 등 시간이 지나면 어느 땅이든 오른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충북에서 한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58)씨는 “수도권에 유망한 지역이 있다는 말만 듣고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고 법인 자금을 덜컥 집어넣었다”며 “‘수도권 땅은 사면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에게 부끄러워서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한다”며 “소문이 날까 봐서 소송도 진행하지 못하고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매수자들은 상당히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야기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부동산에 대해 지식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만한 수단을 가지고 있거나 부동산 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더라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
[단독] 靑청원서 폭로한 기획부동산 실체…"구인광고로 상담원 모아 피라미드식 판매"[기획부동산의 덫]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26 17:41:41“기획부동산이 서민들의 피 같은 생활자금과 여유자금, 종자돈을 투자하게 해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일들이 너무나도 주변에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획부동산들이 지난 3년여간 경기도에서만 해도 한해 1조원 안팎씩 토지 지분 등을 팔며 시장을 교란하는 가운데 단속 강화를 요청하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에 제출됐다. 대전에 사는 정성윤(45)씨는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민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기획부동산들의 만행을 고발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기획부동산은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임야를 매입가의 3배에서 20배 정도로 올려서 공유지분으로 분할해 판다”며 “소액투자라는 명목으로 청년층부터 노년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피라미드조직으로 기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대전 소재의 기획부동산 A사의 지사에서 10개월간 직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A사는 성남시 금토동 땅을 판 33개 법인 중 한 곳이다.그는 업체에서 본인과 가족들 명의로 8개 땅 1억7,000만원어치의 땅을 산 뒤에야 사기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씨는 청원 글에서 기획부동산에 대해 “서민들이 부동산에 무지함을 이용해 부동산 경매컨설팅 회사로 소개한다”며 “적은 자금을 투자해 장래에 몇 배에서 몇십 배의 투자수익을 볼 수 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이같은 기획부동산 토지분양 사기의 예시로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개시한 기획부동산 심층취재 시리즈를 통해 다뤘던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의 사례를 들었다. 금토동 산73번지는 기획부동산 법인 33곳이 4,800여명에게 총 960억원어치를 판 역대급 사건이다. 기획부동산들은 이 땅을 3.3㎡(1평)당 3만6,600원에 사들인 뒤 개발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현혹해 평당 약 24만원씩에 팔았다. 이 땅은 청계산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에 걸쳐 있어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게 성남시 입장이다. 정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획부동산의 사기 행각을 중단시키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렸다”고 청원 배경을 말했다. 또한 "회사를 다닐 때는 눈도 가려지고 귀도 가려져서 회사가 알려주는 것만 인식했다"며 "그러다 몸이 안 좋아져서 그만뒀는데 관련 서울경제신문의 기사(본지 2019년12월16일 )를 읽다가 문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이 쓰는 ‘다단계 취업 사기’ 수법에 대해 털어놨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은 직원들에게 지인을 끌어오게 한다”며 “지인을 소개시켜주면 땅을 팔고 또 직원으로 같이 일하자고도 권유한다“고 했다. 이어 "구인사이트에 광고를 내어 직원을 모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이 직원들의 재산을 앗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씨는 “직원으로 들어가서 한 두 달 내에 실적을 못 내면 압박을 주어 그만 두게 한다”며 “이 구조에서는 처음엔 직원 본인이 토지 구매를 하고 그 다음에 가족과 친한 지인에게 소개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이 빼먹을 만큼 빼먹으면 대부분 내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부동산에 가서 환불을 요구하면 회사는 잘못이 없다며 판매한 직원에게 따지라고 떠넘기기식 대응을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청원 글 말미에서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시키는 기획부동산들을 철저히 법으로 제도적으로 단속해 더 이상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
기획부동산 실형 받은 판결 보니…"시세 4배에 수백명에 쪼개 팔아" [기획부동산의 덫]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26 17:40:12“가치가 거의 없는 땅을 헐값에 산 다음 관련 지식이 없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마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았다.” 지난해 6월 4일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부·박현 부장판사)가 우리경매 회장 황 모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며 밝힌 양형 이유다. 검찰은 황 씨 등 3명을 쓸모 없는 땅 5곳의 지분을 무등록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51명에게 팔아 6억 1,297만 원을 교부·편취한 혐의(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7일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8년 말 피해자들이 회사를 경찰에 고소한 지 2년여 만에 나온 결과였다. 우리경매는 서울경제가 심층 설문·인터뷰를 진행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임야 지분의 판매를 주도한 3개 기획부동산 집단 중 한 곳이다. 광주지법 판결문에는 기획부동산이 직원과 고객을 기망하는 수법이 자세히 나온다. ◇어떻게 팔았나 판결문에 따르면 우리경매는 신문 등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개발 예정지 인근에서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땅을 찾아 저렴하게 매수했다. 그러나 우리경매 측은 “경매 전문가가 권리 분석을 통해 전국 법원에서 경매로 싸게 구입한 땅이 있다”고 거짓말했다. 해당 사건의 땅 4곳은 북한산국립공원·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시세의 4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지분을 팔았다. 법원은 “지가 상승으로 인해 이익금을 취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위 땅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객관적인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우리경매가 해당 지분을 수백 명에게 쪼개 판 것도 문제로 봤다. 매수자들에게는 지분을 일괄 처분하거나 분할 등기할 계획이나 방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매수자를 구해 현금화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떻게 속였나 피해자들 중에는 직원이 많았다고 한다. 직원들은 땅을 고객에게 팔고 자신들도 직접 샀다. 피해자 직원 대부분은 회사에서 받은 급여보다 더 많은 액수의 땅을 샀다. 심지어 빚을 내 매수 대금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 기관에서 땅의 규제 사항이나 주요 현황에 관해 듣지 못했거나 일부만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일부는 ‘토지의 규제 사항 및 현황을 제대로 알았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은 “피해자들은 기획부동산 업자를 전문가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고인들 측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금토동 판매도 재판에…유죄시 파장 우리경매 측은 금토동 산73번지 판매와 관련해서도 이미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지난해 6월30일 우리경매의 인천 지역 지점장인 부사장 A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황씨를 공범으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52명에게 금토동 산73번지 등 땅 94곳의 지분을 판매하고 31억5,0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94개 땅의 지분 소유자는 2만여명이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
[단독] "남편 몰래, 카드론 받아 땅 샀는데…가정도 파탄날 판"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26 17:38:39“기획부동산 직원이 하도 땅을 사라고 권해서 카드론까지 받아 땅값을 냈습니다. 아내도 용인 땅을 샀습니다. 본전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지분을 165㎡ 보유한 경기 용인시의 이진구(77) 씨는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씨의 가계 순자산은 마이너스이며 연 가계소득은 2,000만~4,000만 원 사이다. 그는 금토동 산73번지 지분 1,195만 원 등 총 4,000만 원어치의 땅을 샀다. 26일 본지가 금토동 산73번지 지분 매수자 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상당수는 투자금을 회수 못하는 상황을 고통스러워하며 “업체의 허무맹랑한 말만 믿고 투자한 게 화근”이라고 자신을 책망했다. 지분을 사는 데 거액의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느라 너무 버거워 허덕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기획부동산에서 직원으로 일한 전북 전주시의 A(59) 씨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는 5개 땅 지분을 총 1억 2,000만 원어치 샀다. A 씨는 “직원 시절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산 땅이 많다”며 “보험사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1억 2,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고 밝혔다. A 씨는 “낮에는 김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며 “온몸이 쑤시도록 일하지만 빚을 다 갚으려면 까마득하다”고 울먹였다. 7년 동안 기획부동산에서 일한 충남 아산시의 B(59) 씨도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B 씨는 “일당 7만 원 받자고 뛰어든 게 화근이 됐다”며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땅 한 평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그는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회사 임원들의 설명에 혹하는 마음이 일하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8개 땅의 지분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가 투자한 금액은 1억 5,000만 원인데 이 가운데 절반은 대출이다. B 씨는 “연이율 20%가 넘는 카드론도 받았다”며 “남편과 함께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지만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가족 몰래 지분을 샀다가 가정 파탄으로 이어질 판이어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C(61) 씨는 “친구 명의로 남편 몰래 지분을 샀다”며 “나 말고도 가족 몰래 산 친구들이 있는데 등기권리증을 숨겨뒀다가 잃어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부동산이 재산 없는 사람들이 소액으로 땅을 사서 돈 벌 수 있는 물건이라고 권유해서 샀다”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순자산 1억 원 이하가 절반…빚 낸 사람도 40% 본지가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 사정이 빠듯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가계소득이 ‘없다’는 사람은 25%였다. ‘2,000만 원 이하’도 11%였다. 합치면 36%가 가계소득 하위 20%(1,915만 원·2020년 가계 금융 복지 조사)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가계소득 ‘2,000만~4,000만 원’을 고른 사람도 40%였다. 즉 ‘없음~4,000만 원’ 구간이 76%인 것이다. 이들은 전체 가계의 정중앙(4,652만 원)에 미달한다. 가계 순자산은 ‘1억 원 미만(36%)’이 가장 많았다. ‘마이너스’도 13%였다. 절반이 순자산 1억원 미만인 것이다. 이는 하위 30%(8,884만 원) 내외다. 그렇다고 이들이 20~30대도 아니었다. 순자산 1억 원 미만 26명 중에는 60대(10명)가 가장 많았다. 그 뒤로 50대 6명, 40대 5명, 70대 4명, 80대 1명 순이었다. 빚을 내서 지분을 산 매수자도 40%였다. 이 중 23%는 제2금융권에서 카드론, 보험약관 대출 등을 받았다. 8%는 지인에게 대여했다. ◇‘환불 원해’ 3명 중 2명…42%는 ‘소송하겠다’ 매수자 3명 중 2명은 후회하고 있었다. ‘환불을 요청했다’는 36%, ‘환불 요청 계획이 있다’는 28%였다. ‘기타’ 답변 중에도 “환불이 된다면 할 텐데 안 될 것 같다” “판매 직원이 잠적해 요청이 어렵다” 등 환불을 받고 싶으나 포기한 사람들이 있었다. 민형사 소송을 한다는 사람도 42%에 달했다. ‘소송 계획이 없다’는 사람들 중에는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혼자서는 버겁다” “할 줄을 모른다” 등 자포자기가 대다수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매수자의 소득 수준, 직업 상황에서 소송은 쉽지 않다”며 “소송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 금액을 감안하면 소송을 하기에도 실익이 적다”며 “기획부동산은 이를 알고 악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들도 없진 않았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D(50)씨는 “소송을 걸어서 환불 받은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획부동산에 환불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몇 번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경숙(53)씨는 “상담 직원을 포함해 4명을 경찰에 고소했는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며 “상담 직원이 그 사이 외국으로 도피해 기소 중지되면서 민사소송을 추가로 접수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에 함께 소송할 매수자를 연결해달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이 알 수 있는 다른 매수자 정보는 등기부등본의 주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삼순(63)씨는 “주변에 같이 공유지분을 산 언니들이 많다”며 “누가 고소를 진행한다면 같이 하고 싶으니 연락을 좀 달라”고 말했다. 한 기획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처럼 피해자들이 파편화되어서는 소송 진행은 물론이고 여론의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며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단체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
경기 땅만 2.4조 판 기획부동산…"다단계 사기"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25 06:30:00기획부동산 30여 곳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경기도 성남시 임야 지분 974억 원어치를 4,856명에게 쪼개 판 것으로 드러났다. 땅을 사들인 사람의 26%는 기획부동산 직원, 62%는 직원의 지인이었다. 기획부동산 직원의 가족·친척(2%)까지 합치면 총 91%에 달한다. 땅을 사들인 사람의 3분의 1가량은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이었다. 가계 순자산이 1억 원 미만인 사람도 절반에 달했다. 기획부동산이 소득과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 직원과 직원 지인들에게 사실상 ‘다단계 취업 사기’ 방식으로 쓸모없는 땅을 대거 팔아치운 것이다. 서울경제가 24일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토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땅(138만㎡)인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 임야 지분 매수자를 대상으로 심층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성남시청은 이 땅이 청계산 정상 부근에 뻗어 있고 환경 평가 등급 1등급에 해당해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부동산은 전국적으로 임야 지분을 연간 1조~2조 원대 판매하며 활개 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지난 3년간 2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임야 지분을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기획부동산의 경기도 임야 지분 매매를 분석한 결과 거래 건수는 10만 1,885건, 거래액은 2조 4,347억 원에 달했다. 이번 심층 조사를 자문한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기획부동산 피해가 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며 “투기 의도가 강하지 않은 저소득층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금토동 산73번지 매수자 심층 조사 결과와 함께 임야 지분 판매 기획부동산 실태와 대책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한다. “조사 결과를 보니 기획부동산의 임야 지분 판매는 ‘다단계 취업 사기’가 확실합니다. 기획부동산은 경매나 공매를 배우며 일당 7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쓸모없는 땅을 지인에게 팔게 하고 직원 자신도 사게 했습니다.” 서울경제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 매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본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청계산 이수봉과 국사봉에 걸쳐 있는 금토동 산73번지는 30여 개 기획부동산이 4,856명에게 974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임야다. 서울경제 조사에 응답한 금토동 산73번지 매수자 중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전화를 받거나 광고를 보고 샀다는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직원이 아닌 매수자가 임야 지분을 산 데에는 직원이 지인이라는 이유가 컸다. 일반 매수자 39명 중 ‘직원의 권유’를 받고 샀다는 응답은 41%였다. 설문의 ‘소액 투자 목적’ 문항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로 지인의 권유에 마지못해 샀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매수자 A(68) 씨는 “직원인 지인이 애원해서 결국 샀다”며 “땅을 다시 팔아 달라고 하니 ‘이 시국에 누가 사느냐’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매수자들의 직업을 물어보니 43%는 무직이었다. ‘기타’를 고른 사람은 23%(12명)였는데 △건설 일용직 △농업 △보험 영업 △기획부동산 △아르바이트 등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절반에 달했다. 기획부동산 직원들은 어쩌다 취업하게 된 것일까. 직원으로 일한 14명에게 ‘회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고 물으니13명이 ‘친구·지인’, 1명이 ‘가족·친척’을 골랐다. 취업 소개 역시 인맥을 통해 다단계로 이뤄진 것이다. 기획부동산에 취업한 이유에 대해 절반은 ‘일당을 줘서’라고 응답했다. 지분 판매 기획부동산은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일하면 일당 7만 원을 지급한다. ‘경·공매를 배우려고’나 ‘판매 수당이 좋아서’라는 응답도 각각 2명이었다. 기획부동산은 경·공매를 가르쳐준다고 홍보하지만 입사하면 지분 판매만 시킨다. 판매 수당은 땅 판매액의 10%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몇 %를 추가 지급한다. 기획부동산 직원으로 일한 충남 아산시의 B(59) 씨는 “땅을 못 팔면 자신이 사야 한다”며 “내 주위 사람들은 다 빚쟁이”라고 말했다. 매수자 대부분은 땅에 대한 검증에 매우 소홀했다. 지분을 사기 전 현장을 가보았느냐는 질문에는 87%가 가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55%는 지번도 몰랐다고 밝혔다. 금토동 땅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도 53%가 몰랐다고 답했다.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본 매수자와 기획부동산이 땅을 얼마에 샀는지 안 매수자 역시 각각 6%에 불과했다. 기획부동산은 금토동 땅을 매수가인 3.3㎡당 3만 6,600원의 6.5배 가격에 팔았다. 매수자 대부분은 금토동 땅만 산 게 아니었다. 매수자 3명 중 2명인 67%(35명)가 다른 땅의 지분도 샀다고 답했다. 금토동을 포함해 2개를 구매한 사람이 21%, 3개 17%, 5개 8% 등이었다. 지분 7~10개를 샀다는 사람도 각 1명이었다. 이들 중 총 구매액을 답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32명의 평균 구매액은 7,425만 원이었다. 구매자 전체의 평균 구매액 2,352만 원과 비교하면 이들은 5,000만여 원을 추가 투자한 것이다. 기획부동산 직원이었던 40대 초반 이지영 씨는 “언니 것까지 하면 지분을 총 1억 7,000만 원어치 샀다”며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부분 지인을 통해 지분을 매수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어도 환불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C(65) 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전세금이 필요해 환불하려고 친구에게 전화했는데 추가 투자를 권유했다”며 “더 이야기하며 싸우기도 싫다”고 말했다. 직원이었던 친척에게 항의하자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직원이었던 이모를 통해 샀다는 광주광역시의 D(56) 씨는 “딸도 사고 시어머니도 샀는데 딸이 땅에 대해 알아보더니 사기당한 것 같다더라”며 “이모에게 서운한 소리를 하며 땅을 팔아달라고 하니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획부동산 매수자에게 ‘지인·친구’는 가장 위험한 네트워크였다”며 “사기라는 걸 알았을 때 신뢰 관계도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서울 시민과 경기 도민들이 즐겨 찾는 청계산. 해발 616m 만경대가 정상인 고즈넉한 산이다. 정상에서 서울 방면으로 매봉과 옥녀봉, 성남 방면으로 이수봉과 국사봉이 위치한다.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 능선과 봉우리 일부는 사유지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사진). 이 땅은 면적 138만㎡로 여의도(290만㎡)의 절반에 육박한다. 각각 해발 545m, 542m인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 능선에서 동쪽으로 해발 200m께까지 길게 뻗어 있는 땅이다. 그런데 땅의 지분을 소유한 개인은 4,800여 명에 달한다. 33개 기획부동산 법인이 2019년 7월에 땅을 매입해 지난해 1월부터 지분으로 쪼개 판 결과다. 서울경제가 금토동 산73번지 등기부등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기획부동산들은 이 땅의 97.5%를 개인들에게 팔아넘겼다. 판매액은 총 973억 8,706만 원에 달한다. 기획부동산의 매입가 153억 6,071만 원을 빼면 820억여 원으로 판매 수익률은 무려 534%다. 평균 판매가는 3.3㎡당 23만 8,000원가량으로 기획부동산 매입가( 3.3㎡당 3만 6,600원)의 6.5배에 달한다. 매수자는 50대가 35.3%(1,694명)로 가장 많았고 그 뒤는 60대 22.3%(1,072명), 40대 19.7%(945명), 30대 12.5%(600명) 순이었다. 고령층은 70대 이상이 5.2%(251명)였으며 80대도 0.4%(18명) 있었다. 청년층은 20대가 4.8%(231명)였고 20세 이하는 0.8%(38명)였다. 거주지는 경기가 29.7%(1,429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서울 17.7%(850명), 충청 11.5%(554명), 인천 8.5%(408명), 대구 7.1%(339명), 경상 6.5%(313명), 전라 5.3%(253명) 순이었다. 시군구별로 보면 경기에서는 수원이 163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천 134명, 성남 130명, 용인 129명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서가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로 55명, 강남 46명, 서초 44명, 관악 44명 순이었다. 임야 지분을 판매한 기획부동산 중에는 50억 원어치 이상 판매한 법인이 5곳이었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경기도 실거래 데이터로 매출을 계산한 결과 우리토지정보가 178억 원어치를 팔았다. 다음은 코리아경매 124억 원, 케이비경매법인 123억 원, 디에스경(전 대구케이비경매) 91억 원, 케이비법원경매 90억 원, 우리랜드옥션 80억 원, 제이경매 73억 원 순이었다. 이외에 26개 법인이 총 370억 원어치를 팔았다. 계약 취소도 79건 있었다. 취소된 계약 금액은 25억 2,316만 원으로 총 판매액의 2.6% 수준이었다. 일부 매수자들이 환불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별로는 우리랜드옥션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토지정보 13건, 코리아경매 9건, 케이비경매법인과 케이비법원경매 각각 7건, 대구케이비경매 6건 순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기획부동산 우리경매 측 수뇌부를 금토동 산73 등 94개 땅을 판매한 데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보다 앞서 우리경매는 다른 토지 4곳 판매에 대해 사기와 불법 다단계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이 땅은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게 성남시 입장이다. 성남시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환경평가등급 1등급 등에 해당해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한 국토교통부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조례상 경사도 12도 이상이면 개발을 못하는데 경사가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토지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도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가 맞다’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매수자는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전체의 55%로 절반이 넘는데 이들은 노후 생활·투자 자금이 묶여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일 소지가 크다”며 “기획부동산이 은퇴 후 노인 빈곤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수자들의 거주지 분포를 보면 기획부동산이 해당 물건이 소재하는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팔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매수자 상당수가 해당 임야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해 거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획부동산이나 지인의 말만 믿고 지분을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조권형·박진용기자 buzz@@sedaily.com 서울경제는 기획부동산에서 지분을 매수한 사람들에 대한 표본조사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를 선택했다. 기획부동산 30여 곳이 한 지역의 임야를 쪼개 4,800명에게 974억 원어치를 판매한 역대급 사건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해 상반기 금토동 산73번지 등기부등본의 매수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20일에는 매수자 중 961명의 주소지로 우편 발송 업체를 통해 설문 협조 요청 편지를 보냈다. 이후 답신이 온 매수자들에 대해 신원을 확인한 뒤 전화로 심층 설문,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총 53명(응답률 5.5%)이다. 우편 30통은 반송됐다. 언론이 수십만 명으로 추산되는 기획부동산 지분 매수자들의 매수 경로와 이유, 소득·자산 등에 대해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우편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취재 소식을 전해 듣고 연락이 온 매수자도 9명 있었다. 이들은 통계 결과의 산출을 위해 조사하지 않았다. 기자에게 다짜고짜 ‘설문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편지를 받았다면서도 설문을 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항의하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들의 카카오톡 이름을 매수자 목록에서 검색해보니 없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이번 조사로 기획부동산의 기망 수법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기획부동산 직원들로 추정된다. 아래는 본지가 보낸 편지 내용./조권형·박진용 기자 buzz@@sedaily.com 금토동 산73번지 공유지분 구매자분께. 안녕하세요. 서울경제신문 조권형 기자, 박진용 기자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소를 보고 편지 드립니다. 공유 지분 매수 경로와 이유, 향후 처분 계획 등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부동산 업체를 통해 이뤄진 대량 공유 지분 매매와 그 시장에 대한 기사를 써왔습니다. 이번에는 금토동 산73번지에 집중해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금토동 산73번지를 택한 이유는 매매된 공유 지분 토지 중 면적, 가격, 인원수가 최대이기 때문입니다. 약 4,800여 명이 금토동 산73번지의 공유 지분을 매수하셨고, 매매 대금은 총 964억 원입니다. 공유 지분 매매의 규모는 연간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누가, 왜, 어떤 경로로 매매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설문으로 매수자분들의 공유 지분 매매 경위와 기대 또는 불안 요소 등 실태를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010-****-****으로 문자나 전화를 남겨주시면, 저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 매수하신 지분 내역을 확인한 뒤 설문을 진행하겠습니다. 설문 문항은 20여 개로 시간은 1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설문 결과는 기사 작성과 학술 연구를 위한 통계 수치 산출 목적으로 이용됩니다.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 정보가 노출되진 않을 것이며, 개별적인 응답 내역 전체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설문에 협조해주시면 공유 지분 매매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고, 정부가 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단독]'청계산 이수봉' 주인만 4,800명...기획부동산 33곳서 820억 챙겨 [기획부동산의 덫]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24 18:03:42서울 시민과 경기 도민들이 즐겨 찾는 청계산. 해발 616m 망경대가 정상인 고즈넉한 산이다. 정상에서 서울 방면으로 매봉과 옥녀봉, 성남 방면으로 이수봉과 국사봉이 위치한다.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 능선과 봉우리 일부는 사유지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사진). 이 땅은 면적 138만㎡로 여의도(290만㎡)의 절반에 육박한다. 각각 해발 545m, 542m인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 능선에서 동쪽으로 해발 200m께까지 길게 뻗어 있는 땅이다. 그런데 땅의 지분을 소유한 개인은 4,800여 명에 달한다. 33개 기획부동산 법인이 2019년 7월에 땅을 매입해 지난해 1월부터 지분으로 쪼개 판 결과다. 24일 서울경제가 금토동 산73번지 등기부등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기획부동산들은 이 땅의 97.5%를 개인들에게 팔아넘겼다. 판매액은 총 973억 8,706만 원에 달한다. 기획부동산의 매입가 153억 6,071만 원을 빼면 820억여 원으로 판매 수익률은 무려 534%다. 평균 판매가는 3.3㎡당 23만 8,000원가량으로 기획부동산 매입가( 3.3㎡당 3만 6,600원)의 6.5배에 달한다. 매수자는 50대가 35.3%(1,694명)로 가장 많았고 그 뒤는 60대 22.3%(1,072명), 40대 19.7%(945명), 30대 12.5%(600명) 순이었다. 고령층은 70대 이상이 5.2%(251명)였으며 80대도 0.4%(18명) 있었다. 청년층은 20대가 4.8%(231명)였고 20세 이하는 0.8%(38명)였다. 거주지는 경기가 29.7%(1,429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서울 17.7%(850명), 충청 11.5%(554명), 인천 8.5%(408명), 대구 7.1%(339명), 경상 6.5%(313명), 전라 5.3%(253명) 순이었다. 시군구별로 보면 경기에서는 수원이 163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천 134명, 성남 130명, 용인 129명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서가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로 55명, 강남 46명, 서초 44명, 관악 44명 순이었다. 임야 지분을 판매한 기획부동산 중에는 50억 원어치 이상 판매한 법인이 5곳이었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경기도 실거래 데이터로 매출을 계산한 결과 우리토지정보가 178억 원어치를 팔았다. 다음은 코리아경매 124억 원, 케이비경매법인 123억 원, 디에스경(전 대구케이비경매) 91억 원, 케이비법원경매 90억 원, 우리랜드옥션 80억 원, 제이경매 73억 원 순이었다. 이외에 26개 법인이 총 370억 원어치를 팔았다. 계약 취소도 79건 있었다. 취소된 계약 금액은 25억 2,316만 원으로 총 판매액의 2.6% 수준이었다. 일부 매수자들이 환불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별로는 우리랜드옥션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토지정보 13건, 코리아경매 9건, 케이비경매법인과 케이비법원경매 각각 7건, 대구케이비경매 6건 순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기획부동산 우리경매 측 수뇌부를 금토동 산73 등 94개 땅을 판매한 데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보다 앞서 우리경매는 다른 토지 4곳 판매에 대해 사기와 불법 다단계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이 땅은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게 성남시 입장이다. 성남시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환경평가등급 1등급 등에 해당해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한 국토교통부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조례상 경사도 12도 이상이면 개발을 못하는데 경사가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토지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도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가 맞다’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매수자는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전체의 55%로 절반이 넘는데 이들은 노후 생활·투자 자금이 묶여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일 소지가 크다”며 “기획부동산이 은퇴 후 노인 빈곤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수자들의 거주지 분포를 보면 기획부동산이 해당 물건이 소재하는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팔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매수자 상당수가 해당 임야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해 거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획부동산이나 지인의 말만 믿고 지분을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조권형·박진용기자 buzz@@sedaily.com -
땅 매수자 43% '무직'..."보지도 않고 샀다" 묻지마 투자 87% [기획부동산의 덫]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21.01.24 18:01:32“조사 결과를 보니 기획부동산의 임야 지분 판매는 ‘다단계 취업 사기’가 확실합니다. 기획부동산은 경매나 공매를 배우며 일당 7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쓸모없는 땅을 지인에게 팔게 하고 직원 자신도 사게 했습니다.” 24일 서울경제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 매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본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청계산 이수봉과 국사봉에 걸쳐 있는 금토동 산73번지는 30여 개 기획부동산이 4,856명에게 974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임야다. 서울경제 조사에 응답한 금토동 산73번지 매수자 중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전화를 받거나 광고를 보고 샀다는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직원이 아닌 매수자가 임야 지분을 산 데에는 직원이 지인이라는 이유가 컸다. 일반 매수자 39명 중 ‘직원의 권유’를 받고 샀다는 응답은 41%였다. 설문의 ‘소액 투자 목적’ 문항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로 지인의 권유에 마지못해 샀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매수자 A(68) 씨는 “직원인 지인이 애원해서 결국 샀다”며 “땅을 다시 팔아 달라고 하니 ‘이 시국에 누가 사느냐’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매수자들의 직업을 물어보니 43%는 무직이었다. ‘기타’를 고른 사람은 23%(12명)였는데 △건설 일용직 △농업 △보험 영업 △기획부동산 △아르바이트 등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절반에 달했다. 기획부동산 직원들은 어쩌다 취업하게 된 것일까. 직원으로 일한 14명에게 ‘회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고 물으니13명이 ‘친구·지인’, 1명이 ‘가족·친척’을 골랐다. 취업 소개 역시 인맥을 통해 다단계로 이뤄진 것이다. 기획부동산에 취업한 이유에 대해 절반은 ‘일당을 줘서’라고 응답했다. 지분 판매 기획부동산은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일하면 일당 7만 원을 지급한다. ‘경·공매를 배우려고’나 ‘판매 수당이 좋아서’라는 응답도 각각 2명이었다. 기획부동산은 경·공매를 가르쳐준다고 홍보하지만 입사하면 지분 판매만 시킨다. 판매 수당은 땅 판매액의 10%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몇 %를 추가 지급한다. 기획부동산 직원으로 일한 충남 아산시의 B(59) 씨는 “땅을 못 팔면 자신이 사야 한다”며 “내 주위 사람들은 다 빚쟁이”라고 말했다. 매수자 대부분은 땅에 대한 검증에 매우 소홀했다. 지분을 사기 전 현장을 가보았느냐는 질문에는 87%가 가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55%는 지번도 몰랐다고 밝혔다. 금토동 땅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도 53%가 몰랐다고 답했다.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본 매수자와 기획부동산이 땅을 얼마에 샀는지 안 매수자 역시 각각 6%에 불과했다. 기획부동산은 금토동 땅을 매수가인 3.3㎡당 3만 6,600원의 6.5배 가격에 팔았다. 매수자 대부분은 금토동 땅만 산 게 아니었다. 매수자 3명 중 2명인 67%(35명)가 다른 땅의 지분도 샀다고 답했다. 금토동을 포함해 2개를 구매한 사람이 21%, 3개 17%, 5개 8% 등이었다. 지분 7~10개를 샀다는 사람도 각 1명이었다. 이들 중 총 구매액을 답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32명의 평균 구매액은 7,425만 원이었다. 구매자 전체의 평균 구매액 2,352만 원과 비교하면 이들은 5,000만여 원을 추가 투자한 것이다. 기획부동산 직원이었던 40대 초반 이지영 씨는 “언니 것까지 하면 지분을 총 1억 7,000만 원어치 샀다”며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부분 지인을 통해 지분을 매수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어도 환불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C(65) 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전세금이 필요해 환불하려고 친구에게 전화했는데 추가 투자를 권유했다”며 “더 이야기하며 싸우기도 싫다”고 말했다. 직원이었던 친척에게 항의하자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직원이었던 이모를 통해 샀다는 광주광역시의 D(56) 씨는 “딸도 사고 시어머니도 샀는데 딸이 땅에 대해 알아보더니 사기당한 것 같다더라”며 “이모에게 서운한 소리를 하며 땅을 팔아달라고 하니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기획부동산 매수자에게 ‘지인·친구’는 가장 위험한 네트워크였다”며 “사기라는 걸 알았을 때 신뢰 관계도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기획부동산에서 지분을 매수한 사람들에 대한 표본조사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를 선택했다. 기획부동산 30여 곳이 한 지역의 임야를 쪼개 4,800명에게 974억 원어치를 판매한 역대급 사건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해 상반기 금토동 산73번지 등기부등본의 매수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20일에는 매수자 중 961명의 주소지로 우편 발송 업체를 통해 설문 협조 요청 편지를 보냈다. 이후 답신이 온 매수자들에 대해 신원을 확인한 뒤 전화로 심층 설문,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총 53명(응답률 5.5%)이다. 우편 30통은 반송됐다. 언론이 수십만 명으로 추산되는 기획부동산 지분 매수자들의 매수 경로와 이유, 소득·자산 등에 대해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우편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취재 소식을 전해 듣고 연락이 온 매수자도 9명 있었다. 이들은 통계 결과의 산출을 위해 조사하지 않았다. 기자에게 다짜고짜 ‘설문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편지를 받았다면서도 설문을 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항의하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들의 카카오톡 이름을 매수자 목록에서 검색해보니 없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이번 조사로 기획부동산의 기망 수법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기획부동산 직원들로 추정된다. 아래는 본지가 보낸 편지 내용./조권형·박진용 기자 buzz@@sedaily.com 금토동 산73번지 공유지분 구매자분께. 안녕하세요. 서울경제신문 조권형 기자, 박진용 기자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소를 보고 편지 드립니다. 공유 지분 매수 경로와 이유, 향후 처분 계획 등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부동산 업체를 통해 이뤄진 대량 공유 지분 매매와 그 시장에 대한 기사를 써왔습니다. 이번에는 금토동 산73번지에 집중해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금토동 산73번지를 택한 이유는 매매된 공유 지분 토지 중 면적, 가격, 인원수가 최대이기 때문입니다. 약 4,800여 명이 금토동 산73번지의 공유 지분을 매수하셨고, 매매 대금은 총 964억 원입니다. 공유 지분 매매의 규모는 연간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누가, 왜, 어떤 경로로 매매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설문으로 매수자분들의 공유 지분 매매 경위와 기대 또는 불안 요소 등 실태를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010-****-****으로 문자나 전화를 남겨주시면, 저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 매수하신 지분 내역을 확인한 뒤 설문을 진행하겠습니다. 설문 문항은 20여 개로 시간은 1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설문 결과는 기사 작성과 학술 연구를 위한 통계 수치 산출 목적으로 이용됩니다.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 정보가 노출되진 않을 것이며, 개별적인 응답 내역 전체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설문에 협조해주시면 공유 지분 매매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고, 정부가 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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