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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에 관리비 100만원도…사과방송·경비원 감원 투표까지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1.24 18:03:48대표적 부촌인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지난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직전 달에 10만 원대였던 개별난방비가 지난해 12월에는 22만 원을 훌쩍 웃돌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24일 “옆 동 50평형대에 거주하는 지인의 경우 지난달 난방비만 50만 원 가까이 나와 전체 관리비가 10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난방비가 많이 나온 저층 세대를 중심으로 입주민 커뮤니티에 관련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송파구 방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난방비 급등이 경비원 축소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5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 모 씨는 “지난달 난방비를 포함한 관리비가 이전보다 20만 원 넘게 오른 74만 원가량 나왔다”며 “일부 주민들은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이유로 라인당 2명인 경비원을 1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이와 관련한 입주민 투표가 진행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천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 모 씨도 “이번 설 연휴 밥상머리 화두가 ‘난방비 폭탄’이었다”며 “(30평대 아파트 관리비가) 전달(지난해 11월)만 해도 35만 원 정도였는데 이달에는 56만 원가량 나와 한숨부터 나오더라”고 말했다. 올겨울 ‘난방비 폭탄’에 각 가정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아파트 단지 입주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난방비가 한 달 새 2배 이상 올랐다’는 하소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주민들에게 난방비 급등에 대해 사과 방송을 할 정도다. 문제는 이런 난방비 인상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난방용 에너지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한다. 국내 LNG 공급을 도맡다시피 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원가 이하의 가스요금 때문에 미수금이 가파르게 쌓이면서 가스요금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공기업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올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가스요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 업계에 따르면 가스요금은 지난해 네 차례 인상됐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1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원 69전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요금 인상이 가팔랐던 데는 이전 정부가 2년 가까이 가스요금을 억누른 영향이 컸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주택용 가스요금을 2020년 7월 11.2% 인하한 뒤 지난해 3월까지 이를 동결한 바 있다. 1톤당 LNG 수입가격은 2020년 12월 358달러에서 2021년 12월 892달러로 1년 새 3배 가까이 껑충 뛰었지만 이전 정부는 가스요금 동결을 고집했다. 이전 정부는 대통령 선거 이후인 지난해 4월 요금 인상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1MJ당 14원 22전에서 14원 65전으로 가스요금이 1년 9개월 만에 인상됐고 정권이 바뀐 후에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스케줄대로 5월(15원 88전), 7월(16원 99전), 10월(19원 69전)에 잇따라 요금 인상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난해 9월 LNG 가격이 역대 최고인 톤당 1470달러까지 치솟아 요금 인상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LNG 수입 부담이 추가로 늘어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부담을 키웠다. 특히 이런 인상 릴레이가 한파와 맞물리면서 난방비가 한 달 새 큰 폭으로 급증한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설 연휴에 역대급 한파가 극성을 부린 만큼 1월 난방비도 또 한번 뛸 가능성이 크다. 답답한 대목은 지난해 네 차례 요금을 올렸음에도 가스공사의 미수금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는 2020년 2000억 원에서 2021년 1조 8000억 원, 지난해에는 10조 원으로 급증한 상태다. 이는 가스공사가 산업통상자원부 측에 올해 1MJ당 10원가량의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2분기부터 가스요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말 올 1분기 가스요금 동결 방침을 밝히며 “난방비 부담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올 1분기에는 요금을 동결하고 2분기 이후 요금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물가 당국은 내수 위축 등을 이유로 가스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공기업 경영 정상화 방침 및 에너지 가격 정상화를 통한 수요 조절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현 수준으로 가스요금을 동결할 경우 올해 말 기준 누적 미수금은 16조 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로 늘리는 가스공사법 개정으로 가스공사가 급한 불을 껐다고는 해도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안보 강화와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에너지 가격 현실화에 나서는 상황이라 가스요금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견해다. 글로벌 정세도 LNG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올겨울 유럽이 따뜻해 LNG 수요가 평소 대비 줄어든 점은 다행이지만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태양광 등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가스발전을 늘리고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 특히 잇따른 가스요금 인상 등 공공요금 급등에 서민 생활이 팍팍해지는 점은 윤석열 정부의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공공요금 현실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여론 악화를 신경 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취약 계층에 지급하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난해 가구당 평균 18만 5000원에서 올해 19만 50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지원책 강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
양극재 어닝쇼크 예고 "출하량 성장세 주목"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1.24 17:49:44국내 2차전지 생태계를 대표하는 ‘양극재 4형제’의 4분기 어닝쇼크가 예고된 가운데 주가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같은 양극재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출하량 성장세가 있는 곳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24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최근 에코프로비엠(247540)·엘앤에프(066970)·포스코케미칼(003670)·LG화학(051910) 등 양극재 4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합은 8878억 원으로 추정됐다. 한 달 전 추정치(1조 1188억 원) 대비 20.65%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에코프로비엠이 892억~1100억 원(한국투자증권·유안타증권·DB금융투자)으로 예상치보다 27.71% 낮을 것으로 분석됐다. LG화학은 영업이익이 2036억 원(신한투자증권)으로 전망됐다. 예상치(6259억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적자 전환에 양극재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77% 감소한 76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포스코케미칼은 증권사 예상치를 70% 이상 밑돌 것으로 예고됐다. 잘나가던 양극재 기업들의 어닝쇼크 배경에는 양극재 판매 가격 하락이 있다. 금속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자연스레 가격이 내려갔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양극재 수출가는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국내 양극재 수출 가격은 전월 대비 2.5% 감소한 1㎏당 46.5달러로 집계됐다. 가격뿐 아니라 출하량도 줄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은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양극재 출하량이 20%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도 악재였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4분기 매출액은 최근 하향된 전망치보다도 낮을 것”이라며 “11월 이후 급락한 환율과 연말 고객사 재고 조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이 나쁘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극재 출하량 성장세가 있는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르면 1분기 말부터 양극재 가격의 하락이 더욱 본격화할 예정인 만큼 출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실적 둔화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공장 증설 효과가 본격화하는 에코프로비엠이 대표적이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업이익률은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하량 증가에 따른 이익 규모 성장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매출처 다각화가 호재다. 포스코케미칼의 지난해 1~3분기 매출 50.1%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셀즈에 공급하는 양극재 출하량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얼티엄셀즈에 대한 양극재 공급에 따른 이익 급증, 북미 신규 고객사 확보, 양·음극재 장기 공급 계약 등 주가 상승 재료도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
"프리즈와 아트페어 공동개최…韓미술시장 체질개선 기회로"
문화·스포츠 문화 2023.01.24 17:18:33“한국 미술시장 전체가 함께, 더 건강하게 발전해야 합니다. 프리즈(Frieze)와의 공동개최 5년은 우리 미술시장이 체질개선할 기회예요. 방향만 잘 맞춰가면 4년 뒤 한국 미술시장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치고 완벽한 아시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기회와 위기는 종종 동행한다.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의 서울 개최는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는 ‘기회’였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국내 화랑가의 ‘위기’를 드러냈다. 금리 인상·전쟁·전염병 등의 악재는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거래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게 한다. 한국미술이 ‘K아트’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아트페어 최고 경력의 전문가인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다음 달 23일 선출하는 제21대 한국화랑협회장 후보로 출사표를 냈다. 도 대표는 박수근·이중섭·백남준을 발굴해 국내 전시로 소개한 박명자 현대화랑 창업주의 차남이다. 1991년 뉴욕대에서 스튜디오아트를 공부하며 서양미술사를 복수 전공하고, 프랫(Pratt) 대학원에서 작품 수복을 공부하던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가업의 위기를 맞닥뜨렸다. 1996년 처음 스위스 아트바젤(Art Basel)에 참가해 상당한 호응을 얻은 갤러리현대가 외환위기 때문에 1998년 참여를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유학생이던 그는 김창열·심문섭·신성희의 작품을 직접 트럭에 싣고 바젤로 차를 몰았다. 갤러리스트로 전향한 계기였으며, 일찍이 세계적 아트페어에서 감각을 익힌 기회가 됐다. 2000년 귀국해 게르하르트 리히터, 로버트 라우셴버그, 쩡판즈 등의 국내 전시를 진두지휘한 그는 호황과 불황의 롤러코스터도 경험했고, 전문경영인에게 대표 자리를 내주고 현대적 경영기법을 화랑에 이식하는 결단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도 대표는 “갤러리의 규모, 위치한 지역에 상관없이 더 많은 한국 화랑들이 ‘아트바젤’ ‘프리즈’에 참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서 화랑의 재고관리 시스템부터 경매위주의 시장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어떤 작품이 들고 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원하는 고객에게 빠르게 정보를 제공해 판매로 이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함에도 많은 화랑들이 작품 입·출고와 재고 관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하며 “갤러리현대를 비롯한 국내외 선진적인 갤러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작품 관리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사용 교육까지 제공해 체질개선의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집계(2020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503개 화랑 중 종사자 4인 이하의 소규모가 전체의 90%다. 규모와 시스템은 격차를 만든다. 예경 조사에 따르면 전체 화랑의 60%가 연간 작품판매액이 5,000만원도 안 된다고 답했고, 매출 1억원 이하가 90%를 차지했다 도 대표는 IMF외환위기를 넘기며 국제아트페어와 환율 등 경제시스템 이해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세계미술계의 큰 그림 속에서 한국미술의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을 깨달았기에 해외아트페어에서도 한국 근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선보여 왔다. 아쉬운 점으로는 2000년대 이후 미술시장이 급성장하면서 1차시장(갤러리)과 2차시장(경매 및 재거래)의 선순환구조가 파괴된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연간 3만점이 경매에 출품되고 약 2만 점이 거래되는 경매회사의 과다 출품 경쟁은 지속적으로 비판받아왔다. 도 대표는 “작품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회원 화랑 간 작품 공유 네트워크, 즉 B2B 온라인 마켓을 구축하겠다”면서 “화랑협회 회원 160곳이 연간 10점씩만 출품하면 양대 경매사의 연간 메이저경매 출품작 수를 압도한다. 작품 급매를 위해 경매에 맡기는 작품 수가 줄고, 경매로 유입되는 작품 수가 감소하면 자연스레 경매횟수도 줄어 옥션사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모두가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정보가 쌓이면 진위 및 가격 감정을 위한 데이터로도 활용 가능하다. 도 대표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인한 미술품 수집과 기증에 대한 대중적 경외감, 컬렉션에 대한 MZ세대의 수요 증가를 거론하며 “한국 미술시장은 성숙화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고, 미술 수요의 피라미드가 확장되고 있기에 기회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키아프를 통해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특별전과 프로그램에 대한 특성화, 해외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리즈 기간에 맞춘 ‘아트위크’를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규모로 점층적 확대할 계획도 펼쳐놓았다. “안목보다는 공부가 중요하다” 강조한 그는 “미술사를 공부하고 맥락을 찾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20대마저 지갑 닫으면 끝…'신명품' 세대교체 빨라진다
산업 생활 2023.01.24 17:05:23패션 업체들이 '신명품' 세대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신명품은 기성세대 명품인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대신 20~30대가 선택한 해외 고가 패션을 뜻한다. 그동안 주식·가상화폐로 돈을 벌거나 해외여행 대신 의류 구매를 즐기는 젊은층 덕에 호실적을 거뒀지만,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에 올해부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자와 세금 등 비소비 지출과 거리가 먼 20대들의 지갑이 닫혀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이들의 눈길을 잡기 위한 새 브랜드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지출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 항목 중 의류비는 93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의류를 구매할 의향이 없다는 의미다. 같은 달로 비교해보면 지난달 CSI 의류비 지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임이 제한된 2020년 12월(89)을 제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2월(81)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단가가 높은 패딩 구매가 많아 패션 성수기로 불리는 겨울마저 소비심리가 위축돼 위기감이 높다"며 "올해의 경우 지난해 실적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내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한파가 예상되자 패션 업체들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은 신명품 카테고리의 간판 브랜드를 기존 아미·메종키츠네·톰브라운에서 지난해 말 자크뮈스·스튜디오 니콜슨·가니로 바꾸고 대형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고 있다. 그동안 아미와 톰브라운의 인기에 힘입어 고성장을 이뤘지만, 앞으로 성장 동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해 톰브라운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할 때 자크뮈스 매출은 100%의 신장률을 보였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자크뮈스는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브랜드로, 나이키 등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대표 제품인 '밤비노' 가방의 판매율은 70%에 달한다. '하트 로고'로 20대 패션의 대표 아이콘이 된 아미의 뒤를 이을 브랜드로는 '스마일 로고'가 특징인 덴마크의 패션 브랜드 가니를 내세웠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자체 편집숍인 10 꼬르소 꼬모와 비이커를 통해 차세대 신명품 브랜드를 지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알렉산더왕과 사카이를 올해의 주력 신명품 브랜드로 밀고 있다. 뉴욕에서 탄생한 알렉산더왕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엔데믹에 맞춰 각종 모임이 늘어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1년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신장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토템'을 품은 한섬도 올 하반기까지 해외 패션 브랜드 수를 2배 가량 확대해 20여 개로 늘리고, 오는 2027년까지 해외패션 연 매출 규모를 1조 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백화점들 역시 신명품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수시로 입점 브랜드들을 바꿔야 하는 ‘영패션’ 구역의 경우 백화점 상품기획자(MD)들 사이에서 가장 악명이 높을 정도다. 대신 MD들의 발빠른 대응은 실적으로 이어진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8월 13년 만에 강남점 5층 영패션 전문관을 '뉴컨템포러리'로 바꾸고 1000평 규모 매장을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로 채우자 매출이 이전 대비 30% 증가한 게 대표적 사례다. -
금감원, 원금손실 위험 금융상품 위험등급 산정 체계·기준 마련
증권 국내증시 2023.01.24 15:10:25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성 금융상품에 대한 등급 산정 체계가 바뀐다. 금융감독원은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성 금융상품의 실질적인 위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위험등급의 산정 체계 및 기준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금융상품 판매사는 시장위험과 신용위험, 환율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등급을 1등급부터 6등급까지 산정한다. 등급이 낮을수록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다. 판매사는 투자성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위험등급의 의미를 설명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상반기 중 표준투자권유준칙에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할 예정이다. 새 가이드라인은 올해 4분기 이후 새롭게 만들어 판매되는 금융투자상품에 적용된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는 앞으로 본인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이 환율, 금리 등 어떠한 종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또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지니는지 등에 대해 더욱 상세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
국가산단 중소업체 휴·폐업 5년 새 4배 증가…3高에 경기둔화 영향
산업 중기·벤처 2023.01.24 11:44:56국가산단에 입주한 중소제조업체들의 휴·폐업 수가 5년 새 4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정부 관할 국가산업단지의 휴·폐업 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최근 5년간 휴 ·폐업 기업은 총 2315개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18년 171개, 2019년 333개, 2020년 494개, 2021년 682개, 2022년 635개 기업이 휴·폐업했다. 5년 새 휴·폐업 기업 수가 4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휴·폐업 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디지털국가산단으로 지난해에만 132개 기업이 문을 닫았다. 시화국가산단 112개, 반월국가산단 102개, 남동국가산단 72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의원은 “휴업 중인 중소기업들이 이른 시일 내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정부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설 연휴에도 열린 日 증시 1.33% 상승 마감…"美 기술·반도체주 강세 영향"
증권 해외증시 2023.01.23 17:02:54아시아 주요 증시가 음력 설 연휴로 대부분 휴장한 가운데 홀로 열린 일본 증시는 1% 이상 상승 마감했다. 닛케이 지수는 1달 여 만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3일 일본 도쿄의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3%(352.51포인트) 상승한 2만6906.04로 마감했다. 지수는 12월 19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 상승은 뉴욕 증시에서 미국 금융긴축 장기화 우려 완화에 따른 기술주 및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인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분석했다. 다만 중국발 관광 수요 회복 기대가 후퇴하면서 백화점이나 여행사 등 관련 종목은 하락했다. 도쿄 프라임 구성 종목 가운데 85%인 1563개가 오르고 226개는 떨어졌으며 48개가 보합이었다. 파스토리, 도쿄 일렉트론, 다이킨, 소프트뱅크 그룹(SBG), 아도테스토, 키엔스가 강세를 보였고 어드반테스트와 다이요 유뎬 역시 견조하게 움직였다. 반면 에자이, 미쓰코시 이세탄(三越伊勢丹), 다카시마야 백화점, 지바은행은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자세 견지를 의식한 엔 매도, 달러 매수가 우세를 보이면서 엔화 환율이 1달러=129엔대 후반까지 떨어진 것도 주가지수 선물에 매수를 유인했다. -
"미국보다는 싸"…갤럭시S23 가격 15만원씩 오르나
산업 IT 2023.01.23 13:31:48삼성전자(005930)가 다음 달 공개하는 갤럭시 S23의 국내 판매 가격을 15만 원 가량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율 영향으로 미국 판매가와 비슷하거나 낮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출된 갤럭시 S23 국내 판매용 홍보 이미지에는 기본 모델(8GB램, 256GB)이 115만 5000원, 울트라 모델(12GB램, 256GB)이 159만 9400 원으로 기재됐다. 전작 갤럭시 S22의 99만 9900원, 145만 2000원 대비 약 15만 원 정도 오른 것. 앞서 지난해 2월 선보인 갤럭시 S22는 전 모델에 대해 가격을 동결한 바 있다. 국내와 달리 미국 내 판매 가격은 전작과 동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갤럭시 S23 홍보 문건을 보면 국내와 같은 사양의 기본 모델(8GB램, 256GB)은 859달러에 부가세 10% 별도로 표기돼 있다. 20일 기준 환율(달러 당 1235 원)을 적용하면 116만7000원에 해당한다. 국내 기본 모델보다 저장용량이 적은 미국 기본 모델(8GB램, 128GB) 가격은 799달러(108만5000원)에 부가세 별도로 책정됐다.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 역시 환율을 고려할 때 국내 판매가보다 미국 가격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 159만9400원에 판매될 울트라 모델(12GB램, 256GB)과 비교했을 때 미국 판매 예정인 울트라 모델 사양은 8GB램, 256GB으로 램 용량이 작다. 다만 판매가는 1199달러(162만8000원)로 부가세를 제외해도 한국 판매가보다 높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삼성이 최근 환율을 반영해 국내 가격을 책정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월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14도 미국 내 가격을 동결하면서 고환율을 이유로 한국 판매가를 높게 책정한 바 있다. -
브랜디 첫 흑자전환…AI 올림픽 금메달 딴 이 회사 덕 봤다는데
산업 기업 2023.01.23 10:03:14빅테크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기술이 국내 산업 현장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커머스 스타트업 브랜디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AI 추천 팩 적용 약 1달 만에 흑자전환하기도 했다. 뛰어난 성능은 물론 비개발자도 쉽게 다룰 수 있는 ‘노코드(No code)’로 AI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브랜디는 지난해 11월 창립 후 처음으로 흑자전환했다. 직전인 지난해 9월 말 업스테이지의 AI 추천 팩을 도입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개인화 추천의 정밀도를 높여 총 노출당 구매전환율을 기존 대비 60% 가까이 증가시켰다. 브랜디 자체적으로 세웠던 연간 목표(+32%)를 두 배 가까이 초과 달성한 것이다. 최원조 브랜디 데이터최적화실장은 “업스테이지 AI 모델만으로 보면 기존 대비 평균 150%까지도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유저들도 최근 들어 사고 싶은 상품이 부쩍 자주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업스테이지는 네이버 클로바CIC(사내독립법인) 책임리더를 지낸 김성훈 대표가 지난 2020년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국내 기업 최초로 ‘AI 올림픽’으로 유명한 국제 AI 경진대 ‘캐글’에서 두 자릿수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화려한 이력은 실제 성과로도 뒷받침된다. 브랜디와의 검증 과정에서 업스테이지 추천 AI의 성능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1.5배 이상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 도입 후 2주에서 1달은 돼야 성과가 나타나는 타 솔루션과 달리 업스테이지는 2,3일 뒤부터 레퍼런스 모델 성능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는 게 브랜디 측의 전언이다. 업스테이지 AI 추천 팩의 또 다른 강점은 최소한의 코딩 작업만으로도 앱·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로우코드(No code·Low code)’ 기반이라는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가 “오는 2025년까지 디지털 기술의 70%가 노코드·로우코드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최근 IT업계에서 노코드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뜨겁다. MS, AWS, 세일스포스 등 굴지의 IT기업은 물론 언워크 등의 스타트업들도 뛰어든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올해 217억달러(약 28조3185억원) 수준인 전 세계 로우코드?노코드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455억달러(약 59조3775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비개발자도 쉽게 쓸 수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위주로 무궁무진한 수요가 예상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올해부터 로코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업스테이지는 상반기 중 광학문자인식(OCR) 등 타 AI기술까지 포함한 노코드 솔루션 ‘업스테이지 AI 팩’을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2월부터 자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에 기반해 사용자가 몇 가지 예시와 지시문만 입력하면 코딩 없이도 원하는 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는 ‘클로바 스튜디오’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내년에 별도의 서버 설치 없이 비개발자도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AI 스튜디오’를 내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코드 서비스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에 대거 출시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다. -
[설 연휴 투자전략] '호재 넘치는데 저평가' 홍콩 주식 사볼까
증권 해외증시 2023.01.23 09:00:00홍콩 증시가 최근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는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증권가는 홍콩 주식시장의 매력이 높다며 메이퇀, 텐센트 등을 추천한다. 설 연휴 이후에도 증시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이날까지 40% 넘게 오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닛케이225지수, 미국 S&P500지수 등 주요국 증시가 한자릿수 반등세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상승률(10%대)보다도 우수한 성적표다. 지난해 폭락한 홍콩 증시가 최근 빠르게 회복하는 데에는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영향이 크다. 홍콩은 금융과 관광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탓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경기후퇴를 경험했으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본격화하면 그 어느 국가보다도 강한 경기회복 모멘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유행은 1월 중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리오프닝 초기 국면에서 최대 수혜지역은 중국의 최대 여행지역인 홍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홍콩 증시를 짓눌렀던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리스크도 해소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달 9일(현지시각) 궈수칭 인민은행 당서기 겸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주석은 지난 2년간의 빅테크 감독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인 앤트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을 허용하고, 중국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했던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의 복귀도 승인했다. 전 연구원은 “홍콩증시 급락의 출발점은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서 촉발된 빅테크 규제였다”며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중화권 빅테크 기업의 가치가 2020년 대비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최근 리오프닝 랠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홍콩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빅테크 규제 완화와 중국 본토 방역 완화, 부양 정책에 따른 자금 유입 기대감 증가 등으로 홍콩 증시의 추가 상승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 역시 “홍콩 H지수가 8000선까지 올라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며 “중국이 리오프닝 이후 수요와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 2분기부터는 이익 전망치에 대한 상향 조정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국의 빅테크 규제 완화로 수혜를 입을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텐센트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알리바바그룹홀딩스를 추천했다. 알리바바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 저점을 찍은 뒤 2배 가량 급등했는데, 중국의 방역 완화와 빅테크 규제 완화 효과까지 고려하면 현재 주가(2023년 기준 PER 11배)는 여전히 저평가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간접 투자 상품도 고려해볼 수 있다. KODEX 차이나항셍테크 ETF, TIGER 차이나항셍테크 ETF 등은 홍콩증시에 상장한 기술주 30개를 묶은 항셍테크지수 관련 펀드다. KBSTAR 중국 MSCI China ETF는 텐센트,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등 홍콩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술주를 담고 있다. -
[뒷북경제] 고물가 국면 지나갔나…성장률 신경 쓰기 시작한 한은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1.22 14:00:00“내년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상승률이 5~6%대 높은 수준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상방 리스크가 추가 증대된 점을 고려할 때 정책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50bp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2022년 10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지난해에는 5% 이상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안정과의 상충관계(trade-off)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1월 18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왔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사상 두 번째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했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해보면 불과 3개월 만에 물가보다는 성장이나 금융안정에 부쩍 더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고물가 대응에 우선 순위를 뒀던 과거와 달리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증권가에서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총재 발언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물가는 정점을 지나 점차 둔화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속도를 예상보다 빠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지 않으면 사후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예상하면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해왔습니다. 5%가 기준인 것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경험상 5%가 넘는 물가는 기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입니다. 먼저 한은의 물가 전망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거의 매달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5월 5.4%, 6월 6.0%, 7월 6.3% 등으로 오른 이후 8월 5.7%, 9월 5.6%, 10월 5.7%, 11월 5.0%, 12월 5.0% 등으로 서서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오름세가 확대됐다가 지난해 연말에 다소 둔화됐고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3%대 후반으로 둔화됐습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수요 측 물가 압력 약화, 기저효과 등으로 점차 낮아지면서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해 11월 전망 수준인 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3.6%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연말엔 3%까지 물가 상승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성장률 전망치는 예측하기 바쁘게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총재는 이달 금통위에서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당시 이 총재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참사 등으로 경기지표가 좋지 않다”며 “2주 뒤 발표될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 발언대로 역성장이 발생한다면 이는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오는 26일 발표 예정입니다. 올해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1.7%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한은은 올해 중국경제 회복 속도, 미국·유럽 경기 둔화 정도, 국내 소비회복세 등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경제활동 정상화 시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미국도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성장 전망이 쉽지 않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간담회에선 “일단 물가를 잡는 게 우선 되고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면 그다음에 여러 가지 성장 정책이라든지 이런 데로 전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달 간담회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연중으로는 3.6%, 연말에는 3% 가까운 하락 기조를 가지고 있음을 볼 때 이제는 예전에 물가가 5% 이상이었을 때보단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이러한 것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이 있을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아직도 5%대인 상황에서 이 총재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변화가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진 것인지 나중에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월세, 전세를 앞지르다…연간 월세 비중 50% 돌파
부동산 정책·제도 2023.01.21 16:03:24고금리 여파로 대출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려 제도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면서 전세 비중이 빠르게 줄어드는 대신 월세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임대차 시장에서는 사상 최초로 월세 계약이 전세 계약보다 많이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임대차 시장의 주류를 형성해온 전세가 급격히 소멸할 가능성은 낮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시작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올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전국에서 체결된 임대차 계약 269만 8922건 가운데 전세 계약은 129만 9500건으로 비중이 48.1%에 그쳤다. 연간 단위로 전세 비중이 절반을 밑돈 것은 법원이 확정일자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초다. 월세 계약은 139만 9422건으로 전체 임대차 계약의 51.9%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월 1~15일 전국 임대차 거래 9만 7756건 중 월세는 5만 4476건으로 55.7%에 달했다. 서울의 경우 이 같은 비중이 58.3%로 60%에 육박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금리로 전세자금대출 부담이 늘어난 것에 더해 최근 전세 사기 문제로 전세 보증금 반환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임차인들이 전세를 외면하고 있다”며 “전세가 소멸 단계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올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뢰 위기·경제적 실익 감소…전세 대신 월세 찾는다 전세 비중의 감소세는 기승을 부리는 전세사기로 인해 전세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고금리 및 세금 부담으로 전세의 실익이 감소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급증한 결과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총액은 1조 원에 이르렀다. 또 치솟는 금리와 보유세 부담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증금 사고 5년 새 16배=HUG에 따르면 2022년 보증금 미반환 사고로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총액은 9241억 원이었다. 5년 전인 2017년(583억 원) 대비 16배 수준이며 전년도인 2021년(5040억 원)에 비해서도 83.3% 급증했다. 이마저도 현장에서 발생한 전세 피해의 일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빌라왕’ 김 모 씨가 보유한 주택 1139채 중 절반 가량은 HUG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보증보험 미가입자를 포함하면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규모는 1조 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는 이제 막 수면 위로 떠오른 단계로 올해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에 1050채의 주택을 보유한 경기 시흥시 거주자 A 씨는 세금을 내지 않아 다수의 주택이 압류된 상태다. 그는 대다수 주택을 2021년에 매입해 지난해까지는 보증금 반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임대차 계약이 보통 2년 주기인 만큼 그가 소유한 1000여 채의 주택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자·세금 부담에 전세 실익 감소=전세 제도는 그동안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경제적 실익을 제공해왔다. 세입자는 계약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다가 계약이 끝난 후에는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었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활용해 주택 매입 자금 등을 충당해왔다. 그러나 높아지는 금리와 세금 부담으로 이 같은 실익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1금융권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는 최고 7.11%(수협은행)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기준으로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11월 5.8%에 그쳤다. 전월세 전환율보다 대출금리가 높다는 것은 월세를 사는 것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입자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주인에게도 전세의 경제적 실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봤다. 이전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에 대해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자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놓아 세입자에게 사실상 세금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매매가격이 치솟으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가를 충당하기 어렵고 다주택자에게 부여되는 보유세도 높은 상황”이라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를 외면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개미 피눈물 흘릴때...외국인은 반도체주 매수
증권 증권일반 2023.01.21 12:16:52지난해에 이어 연말연시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국내 증시. 그런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세가 뜨겁습니다. 지난 12월 1조7000억 원의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은 올 들어(13일 기준) 2조7400억 원을 사들이는 강력한 매수세를 보였습니다. 이들은 왜 갑자기 돌아왔을까요? 또 어떤 종목에 주목했을까요. <코주부>와 함께 알아보시죠. 바닥 찍었다? 반도체주 줍줍 행렬 위 표는 올들어(2일~20일)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사들인 주식 10가지입니다. 먼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가장 먼저 눈에 띄죠? 직전달인 지난해 12월만 해도 이 두 종목은 외국인 순매도 1·2위 종목이었습니다. 해가 바뀌며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된 건데요.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0% 급감했다고 발표했음에도, 외국인들은 순매수액의 절반을 삼성에 베팅했습니다. 올해 적자폭이 더욱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고요. 이렇듯 부진한 실적과 어려운 업황에도 외국인들이 반도체주를 매수한 이유는 이제 저점을 찍고 반등할 일만 남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잠정실적에서 확인됐던 어닝 쇼크에 따른 반도체 공급 전략 변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경쟁사들과 달리 반도체 공급 물량을 늘려오던 삼성전자도 이번 어닝쇼크를 기점으로 감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공급이 줄면서 반도체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입니다. 아울러 4일 정부가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세액 공제율을 확대하기로 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부동산 규제 풀었더니 은행주 집중 매수 반도체주에 이어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카카오뱅크 등 금융주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배당 등 주주환원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최근 신한지주는 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 12% 초과분을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국내 상장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주주환원 도입을 촉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보낸 것도 영향을 미쳤고요.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규제 정책 완화 역시 은행주와 증권주 모두에 호재로 해석됩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다주택자 중과세가 사라지면서 은행 대출이 늘어나면 은행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규제 완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은 낮아져 은행과 증권사의 건전성 회복도 기대됩니다. 다만 파격적인 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온기가 돌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주 주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외국인이 가져온 반짝 상승, 언제까지 갈까? 파란불이 넘실대던 증시에 오랜만에 빨간불을 켠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분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액 가운데 상당액이 프로그램 매매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프로그램 매매 상당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과 연계돼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들이 장기 투자에도 관심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환율도 국내 증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죠.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미국의 물가 그리고 금리가 얼마나 안정화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다행히 12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p 낮아진 6.5%를 기록하며 1년 2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왔습니다. 오는 2월 올해 첫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인상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고요. 한재혁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 데이터들이 연준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호재는 좀 더 기간을 두고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주부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서울경제의 재테크 뉴스레터 ‘코주부’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코인, 주식, 부동산까지 요즘 가장 핫한 재테크 소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리는 코주부 레터. 아래 링크에서 구독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매주 월, 목요일 아침 8시에 보내드립니다.(무료!)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 →https://url.kr/kojubu -
"90조 원 들어온다" 추경호가 직접 미는 WGBI, 가입 빨라질까 [뒷북경제]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1.21 10:00:00“이르면 3월, 늦어도 9월까지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12일 외신 기자 간담회) “WGBI 신속 편입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한국 자본 시장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 (19일 다보스포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잇따라 WGBI 편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는 물론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해외 투자가들에게 WGBI 편입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추 부총리가 직접 미는 WGBI가 무엇인지, WGBI 편입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글로벌 채권 투자 벤치마크 지수…추종자금 2.5조弗 WGBI는 미국과 일본·영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된 세계 최대 채권 지수 중 하나입니다. 세계 주요 채권 펀드 투자가들의 대표적인 투자 잣대로, 추종 자금만 2조 50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되죠. 한국이 이 지수에 일정 비중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투자가 진행되며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입니다. WGBI를 관리하는 FTSE러셀은 국가들을 레벨 0~2로 분류하고 레벨 2로 분류된 국가만 지수에 편입합니다. 분류 기준은 △국채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S&P 신용 등급 A- 이상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 인데요, 우리나라는 국채 발행 잔액과 국가 신용 등급 기준은 충족했지만 시장 접근성에 일부 제한이 있다고 평가 받아 레벨 1으로 분류된 상태입니다. WGBI 편입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FTSE러셀이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분류했습니다. 레벨 1국가 중에서도 레벨 2로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FTSE러셀은 매년 3월과 9월에 지수 편입 결정을 내리는데, 기획재정부는 3월을 목표로 하되, 늦어도 9월까지 지수에 편입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90조 원 유입…환율 안정, 국고채 발행금리 하락 효과 FTSE러셀은 국채의 시장 가치에 따라 편입 비중을 결정하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그 비중이 2.0~2.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에 해당되죠. 다만 한 번에 2.5% 수준으로 편입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수개월에 걸쳐서 점진적으로 편입 비중이 확대됩니다. 편입 비중이 클수록 외화 자금 유입이 많아지니, 정부가 WGBI 편입을 서두르려고 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이를 고려하면 WGBI 편입에 따른 외화 자금 유입 규모가 최대 9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겠죠.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채 투자를 늘리면 국채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지게 됩니다.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 부담이 줄어 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채 이자 비용 절감 효과만 최대 1조 1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봅니다.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박차…외국인투자자등록제 폐지 WGBI 편입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를 유인할 법 정비부터 나섰습니다. 세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외국인 국고채 투자에 대한 이자 및 양도소득세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게 됩니다. 국채 투자로 얻은 소득에 세금을 떼지 않으니 한국 국채에 대한 매력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동시에 제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채통합계좌 운영을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세계 최대 국제예탁결제기구인 유로클리어와 양자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유로클리어가 예탁원에 국채 통합 계좌를 개설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에 개별 계좌를 가지지 않아도 통합 계좌를 통해 국고채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추 부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 유로클리어 수장을 직접 만나 국채통합계좌 운영을 서둘러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외국인투자자등록제도 폐지됩니다. 외국인투자등록제는 외국인이 국내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주요 인적 사항을 등록해야 하는 제도로 외국인투자가들은 시간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제도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온 바 있습니다. -
[신세돈의 경제통감]지난 가을 환율대란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3.01.21 08:00:002022년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이 1340원에서 1440원으로 약 8% 오르면서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연초부터 꾸준히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9월 한 달 사이에 5.5%, 10월까지 두 달 사이에 8% 가까이 뛰어오른 것은 확실한 환율 대란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원인은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거나 달러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나타난다. 2022년 9월과 10월 국제수지를 보면 경상수지에서는 25억 달러 흑자였고 증권 계정에서도 71억 달러 흑자였다. 합해서 96억 달러가 공급된 것이다. 반면에 수요 쪽에서 보면 직접투자에서 62억 달러가 유출됐고 파생상품에서도 35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둘을 합하면 97억 달러다. 그러니까 경상수지 흑자와 증권 계정 흑자 합계 96억 달러 공급으로 직접투자 유출과 파생상품 유출 합계액 97억 달러를 메우기 충분했다. 문제는 기타 투자 계정에서 일어났다. 기타 투자 계정이란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일어나는 무역 신용이나 대출과 현금 예금 거래를 기록하는 계정이다. 9월과 10월 사이 기타 투자 계정에서 유출액, 즉 달러 수요는 230억 달러로 역대 최대급 규모다. 반면에 기타 투자 계정에서 달러 유입은 43억 달러에 불과해 187억 달러 부족 상태가 발생했다. 바로 이 기타 투자 계정에서의 급격한 달러 수요 때문에 9월과 10월 사이 원화 환율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9월과 10월 사이의 기타 투자 계정 달러 유출 수요 230억 달러는 내국 금융기관(주로 은행)의 해외 대출 115억 달러, 내국 기관(주로 은행)의 해외 예금 60억 달러, 그리고 외국 기관의 국내 대출 회수 55억 달러 때문에 발생했다. 규모로 보면 국내 금융 기관의 해외 대출(거의 다 단기 대출) 115억 달러가 가장 큰 달러 수요 원인이었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예치금 증가 60억 달러가 그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그리고 내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62억 달러도 달러 수요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결국 환율 대란을 일으킨 달러 수요 근본 원인은 ‘외국 투자자’의 국내 투자 자본 회수 때문이 아니라 ‘내국 금융기관’의 해외 대출 예금, 그리고 해외 직접투자에 있었던 것이다. 9월과 10월 사이의 공급 부족 금액 187억 달러 중 164억 달러는 한국은행의 비상 자금, 즉 외환보유액으로 메웠다. 한국은행의 비상 자금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나머지는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달러 유입, 즉 오차 및 누락의 유입 45억 달러로 조달했다. 230억 달러가 유출되던 기타 투자 계정이 11월 들어 달러 유입으로 급반전되고 직접투자와 파생상품 계정에서도 달러 유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환율 대란은 급속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외국인의 증권 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한시적인 세제 혜택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환율 대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다면 9월과 10월에 걸쳐 내국인의 해외 대출과 해외 예금이 급증한 원인은 무엇인가.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빠르게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결정적이었다고 판단된다. 미국이 거듭 자이언트스텝 인상을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최종 금리를 3.5%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한국은행 주변에서 여러 번 제기됐던 것도 환율 대란에 크게 작용했다. 한은을 비롯한 외환 정책 당국의 금리에 대한 신중한 발언이 환율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준 셈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급증에 따른 환율 대란은 수습이 비교적 쉽다. 내국인의 해외 자본 유출을 실수요 원칙 강화 등 외환거래법 내에서 적절히 관리하면 안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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