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의 투자바이블] 석유 갈등과 수소 스타트업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3.12.02 06:00:00미국은 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미국이 석유에너지에 기득권이 있었음에도 포기하고 친환경으로 돌아선 것은 탄소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탄소경제 기반 위에서 중국의 상승세를 막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전에 유럽도 친환경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미국의 움직임은 무게가 다르다. 러시아·중동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이 그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석유 자원을 한마디 상의 없이 ‘몰가치화’하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그들의 석유 수출 통로를 서방이 통제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배경에도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농후함을 감안할 때 석유가 있다. 일각에서는 9·11테러가 유가를 통제하려던 미국이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매장된 석유에 접근하려는 데 대한 러시아·중동의 저항이라고 주장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에너지 갈등이 증폭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다. 다행스럽게 지난 40년 동안 세계경제는 글로벌화를 통해 너무 많이 얽혔다. 즉 상대를 때리면 자신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동 및 러시아 산유국(OPEC+)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질 것이다. 올해 9월 말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4달러까지 치솟던 유가가 최근 8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감산을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및 러시아는 재정 수입 부족을 고민해야 한다. 유가 하락의 주요인은 미국 석유 재고의 증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초기 ‘화석연료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미국 셰일 유전으로의 투자 자금을 성급하게 차단했다. 그 결과 OPEC+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과 남미 등 비OPEC 국가들의 석유 증산이 OPEC+의 감산을 상쇄하기 시작했다. 특히 브라질은 2029년까지 세계 4대 산유국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즉 감산이 자칫 남 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될 수 있고 산유국들의 단결력도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산유국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석유를 운송 수단의 연료로 단순히 태우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높은 가치의 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석유는 수소와 탄소로 결합돼 있으며 이 결합은 촉매로 끊을 수 있다. 그러면 수소는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운송해 연료전지를 통해 친환경 전기로 만들 수 있다. 나머지 탄소는 탄소섬유·그래핀 등 고급 소재로 가공할 수 있다. 수소의 사용이 늘어날수록 그 운송 및 저장 인프라가 우리의 예상보다 일찍 구축될 것이다. 현재 산유국에서 수소경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기대와 달리 일부 수소 관련 스타트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오랜 고금리에 지쳐 자금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동트기 전 어둠이 가장 깊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기업들의 생환에 관심을 가져보자. -
[사설] 수출 ‘트리플 플러스’…민관 총력전으로 회복 모멘텀 살려라
오피니언 사설 2023.12.02 00:00:00수출 전선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11월 수출액은 55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8% 증가하며 두 달 연속 플러스 기조를 이어갔다. 무역수지도 38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6개월 연속 흑자로 26개월 만에 최대 규모 흑자다. 특히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12.9% 늘면서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 증가, 무역 흑자, 반도체 수출이 ‘트리플 플러스’를 달성하며 수출 상승 모멘텀이 확연해지는 모양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안도하기는 이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7.8% 줄어든 6300억 달러에 그치면서 세계 순위가 지난해 6위에서 8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이 일제히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가능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고유가 우려 등을 감안하면 수출 환경이 언제든 다시 악화될 수 있다. 무역 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0~80%에 이르는 한국 입장에서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최근에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경제의 다른 축인 내수의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전달보다 0.8%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마저 다시 꺾이면 올해에 이어 내년 성장률도 1%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민관이 경각심을 갖고 원팀이 돼 수출 증가의 호기를 살려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수출 기업에 대해 금융·세제 부담을 덜어주고 해외 마케팅·상담 등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해야 한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등과 같은 대외 리스크 요인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반도체·중국 시장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바꾸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은 과감한 투자와 초격차 기술 개발로 전기차·배터리 등 신수종 품목의 수출을 늘리고 시장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스라엘, 휴전 7일만에 가자지구 전투재개… "하마스, 휴전 위반"
국제 국제일반 2023.12.01 18:11:16이스라엘이 1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임시 휴전이 추가 연장 없이 만료된 가운데 “하마스가 휴전 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재개했다. 휴전을 오랜 기간 유지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7일 만에 종료되면서 가자지구가 다시 전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투를 재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종료를 알리며 “하마스가 오늘까지 납치된 여성을 모두 석방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로 가자지구 내 하마스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으며 가자지구 내무부는 남부 칸유니스와 북부 가자시티 북서쪽 등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휴전 종료를 전후해 이스라엘 공격에 다시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양측은 이날 오전 7시 임시 휴전 시한의 만료를 앞두고 연장 합의를 발표하지 않았고 이스라엘군은 휴전 종료 30분 만에 공습 사실을 발표했다. AP통신은 “현재 남아 있는 인질 중 여성과 어린이가 거의 없는 탓에 추가적 휴전 연장 협상이 어려웠다”고 짚었다. 미국은 이스라엘로부터 사전에 군사작전 재개 시점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방송은 중동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에 전쟁 재개 전 인도주의적 민간인 보호 계획과 대규모 민간인 이동 보장, 병원·발전소·수도 등 인프라의 보존 등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24일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나흘간의 휴전을 맺은 바 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이틀, 하루씩 휴전을 연장했다. 이 기간 이스라엘 인질 8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240명이 석방됐다. -
11월 수출, 석화·바이오·2차전지도 반등…내년 상반기까지 호조세 기대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12.01 17:45:06세계적 고금리 기조, 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수출이 두 달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무역수지도 26개월 만에 최대 실적인 38억 달러 흑자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반등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발표된 ‘2023년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2개 품목의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증가해 올 들어 가장 많은 품목에서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점은 청신호다. 반도체 수출액은 95억 달러를 달성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9% 늘었다. 반도체 수출 호조세는 스마트폰 신제품과 인공지능(AI) 서버용 제품 수요가 늘면서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별 수출에서는 전반적인 수출 개선세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수출이 부진했던 석유화학(5.9%), 바이오헬스(18.8%), 2차전지(23.4%)는 각각 18개월, 17개월, 8개월 만에 마이너스 흐름을 끊고 전년보다 수출이 증가했다. 일반기계(14.1%), 가전(14.1%), 선박(38.5%) 디스플레이(5.9)도 4개월 연속 수출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주요 9대 수출 시장 가운데 6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대중국 수출은 0.2% 감소해 이번에도 증가세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다만 11월 수출액이 114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100억 달러 이상 실적을 이어갔다. 대미 수출은 109억 달러로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흐름을 보였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유럽연합(EU) 대상 수출도 늘었다. 11월 수입액은 전년보다 11.6% 감소한 5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2.7%), 가스(-45%), 석탄(-40%) 등 에너지 수입액이 22.2%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정부는 전날 OPEC+가 원유 감산에 합의했음에도 올겨울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U가 원유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국제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6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과 동시에 올해 6월부터 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
EU 10개국 관리들 "무슬림·유대인 혐오범죄 우려…안전 확보 촉구"
국제 국제일반 2023.12.01 16:31:5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유럽에서 유대인과 무슬림을 겨냥한 차별·혐오 행위가 급증하자 유럽 10개국 관리들은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해 인종차별, 이슬람 혐오 대응 등을 담당하는 유럽연합(EU) 10개 회원국 대표와 EU 관리 등 10여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근의 지정학적 상황 속에 혐오 범죄, 혐오 발언, 시민들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했다"면서 "무슬림과 유대인 공동체는 물리적, 언어적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그들은 점점 더 안전하지 못하고 위협받는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특히 "국제기구들은 테러 공격 이후 무슬림 차별, 혐오가 전염병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왔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면서 EU 각국 당국에 인종차별과 싸우고 무슬림 공동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유럽에서는 유대인과 무슬림을 겨냥한 폭력 행위가 이어졌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유대교 회당과 학교가 있는 한 유대인 센터에 화염병이 투척 됐다. 프랑스에서는 유대인 시설 옆에 나치를 상징하는 '스와스티카'를 그리거나 유대인 학교 밖에서 학생들을 괴롭히는 등 수백건의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해 수백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무슬림협의회도 지난달 위협과 모욕적 언사가 포함된 편지를 40여통 받았으며, 17개 이슬람교 예배당에서도 협박 편지를 받거나 기물이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달 독일 베를린에서는 시리아 쿠르드족 출신의 정치인 지안 오마르에게 한 남성이 둔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있었다. -
중국 주춤한 사이 아시아 성장 주도할 '이 나라'…영국 넘어 섰고 이제 일본·독일도 넘는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12.01 15:44:32최근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함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 엔진이 중국에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도 경제가 향후 3년간 아·태지역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의 2023∼2024 회계연도(2023.4∼2024.3)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 6.0%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률 상향조정은 인도 내수 소비가 증가하면서 높은 식량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수출 부진을 상쇄했기 때문이라고 S&P는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인도중앙은행(RBI)도 각각 6.3%, 6.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S&P는 인도의 2024∼2025회계연도의 GDP 성장률은 기존 6.9%에서 6.0%로 낮췄지만 2025∼2026회계연도에는 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내수 호조로 올해와 내년 GDP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에 비해 중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5.4%와 4.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6%포인트와 0.2%포인트 상향된 것이지만 부동산 부문의 혼란으로 중국 경제가 지속해서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S&P는 경고했다. 뭄바이 소재 바클레이스 인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훌 바조리아는 WSJ에 "내수와 정부투자, 소비심리 호조 등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경쟁국들을 능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S&P는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과 미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 등으로 중국을 제외한 아·태지역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4.2%로 하향 조정했다. -
이스라엘, 가자지구 전투재개 선언…"하마스가 발포해 휴전 위반"
국제 국제일반 2023.12.01 14:34:57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임시 휴전이 1일 추가 연장 없이 만료됨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하마스가 휴전 조건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스라엘의 주장이다. AP·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투 작전을 재개했음을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휴전 조건을 위반하고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발포했다”며 전투 재개의 책임을 하마스에 돌렸다. 앞서 양측은 이날 오전 7시 임시 휴전 시한의 만료를 앞두고 연장에 대한 합의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가자지구에 다시금 전운이 감돌았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휴전 종료 한 시간 전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포를 요격했을 뿐 아니라 종료 몇 분 전에도 이스라엘 지역에서 로켓포 발사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도 폭발음과 총성이 들렸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24일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나흘간의 휴전을 맺은 바 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이틀, 하루씩 휴전을 연장했다. -
하마스, 인질 추가 석방…"휴전 연장 의사 있다"
국제 국제일반 2023.12.01 10:34:26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 가운데 8명을 추가 석방하며 일시 휴전을 한 번 더 연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수감됐던 팔레스타인인 30명을 풀어줬다. 이날 AFP 통신은 "중재국들이 현재 일시 휴전을 추가로 하루 연장하기 위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다음에는 추가로 며칠 더 연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날 이집트 당국도 휴전 기간을 이틀 추가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석방과 팔레스타인 구금자 석방 등을 조건으로 지난 24일부터 나흘간의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이후 카타르와 이집트, 미국 등의 중재 속에 휴전은 2차례에 걸쳐 사흘간 연장돼 현지시간으로 1일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2시)까지 이어졌다. 추가 휴전 연장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는 이날 8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도 30명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석방했다. 하마스는 이날 2명의 여성 인질을 먼저 풀어주고 이후 4명의 성인과 2명의 청소년 등 6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이스라엘은 휴전을 계속하기 위해 매일 10명의 인질이 석방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에 따라 일시 휴전이 시작된 이래 이날까지 하마스가 석방한 인질은 모두 105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이 풀어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는 240명이다.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가자지구로 납치해간 인질은 240명가량이었다. 다만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일시 휴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시각에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로이터는 이제 인질로 억류된 여성, 어린이는 많지 않아 일시 휴전 연장을 위해서는 군인을 포함한 이스라엘 남성 석방을 위한 새로운 조건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
[해외 칼럼]美민주당의 급좌경화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3.12.01 06:00:00내년 미국 대선에서 필자는 단연코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를 비롯한 다수의 예비 주자 가운데 누가 후보 지명을 받건 상관없다. 공화당에 대한 충성도가 필자만큼 확고하지 못한 다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세계는 급속히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공화당 후보들은 먼저 강력한 국가 안보팀부터 꾸려야 한다. 그리고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비롯한 격전 예상지를 돌며 그들과 함께할 국정 운영의 조력자가 어떤 인물인지 소상히 알려야 한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자는 특히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해 당의 정책 방향에 실망감을 느낀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낚아챌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지난 7주 동안 전국 대학가에서 일어난 반이스라엘 시위를 지켜봤다면 젊은 좌파 집단의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미 하원과 행정부에 포진한 이들의 전위부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고 있는지를 세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나올 결론은 자명하다. 지금 민주당은 그저 왼쪽으로 표류 중인 게 아니다. 민주당은 극좌(hard left)로 향할 현실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18~34세 민주당 유권자들 가운데 무려 70%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처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극좌로 이동한 이들 젊은 세대가 민주당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결코 논리적 도약이 아니다. 내년 혹은 2028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모든 문제를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라는 흑백 프레임 안에서 해석하는 유력 인사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당 지도부가 이 같은 흑백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내 극좌 세력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지난달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최소한 1200명의 이스라엘인이 학살당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40명이 가자로 납치됐다. 하마스가 저지른 유혈 참극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 검증 시험이었다. 그리고 이 시험에서 민주당은 대체로 낙제점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적극 옹호한 것은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이후 백악관은 오락가락하는 메시지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널리 알려졌듯 미국은 이미 오래전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 지역에서의 휴전을 외치는 사람들의 숫자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경악했다. 이스라엘은 집단 학살을 자행하는 적을 상대로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숨통을 끊으려는 적대 세력의 전위대에 불과하다. 현재 전쟁은 가자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레바논과 마주한 이스라엘의 북쪽 국경에는 또 다른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대기 중이고 치명적인 적대 세력인 이란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혹은 위구르인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학살극에 우리가 취할 중도적인 선택지가 없듯 이번 경우에도 어정쩡한 태도를 허용하는 중간 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노리는 정치인이라면 새로운 행정부에서 함께 일할 최고위 관리 예비 후보 36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그들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들을 좌측으로 심하게 치우친 민주당의 신세대와 비교하라. 이들이야말로 앞으로 수년간 양당의 미래를 만들 목소리다. 필자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러닝메이트인 부통령과 예비 내각의 고위직 인사를 추리는 데 참고할 만한 인력 풀을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여기에는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 조니 에른스트 상원의원(아이오와),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위스콘신),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과 댄 설리번 상원의원(알래스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두 국제 정세에 능통하고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대선 주자들은 양당의 미래를 대비시키고 그들이 나아갈 길을 명백하게 조명함으로써 대중에 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선택이 주어질 경우 민주당 평생 당원을 포함한 미국인들이 극단주의와 결별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정당으로 줄지어 돌아설 것이다. -
"전쟁 이후로 나는 어린아이일 수 없었다"…팔레스타인 연대의 날 맞아 낭독회 열려
사회 사회일반 2023.11.30 20:00:00"가자는 성냥갑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 든 성냥이죠." "전쟁 전에 나는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난 뒤로 내가 더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2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신촌극장에서 시민 삼십여명의 목소리를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울려퍼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일시적 휴전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11월 29일)을 맞아 전 세계에서 진행된 「가자 모놀로그」 낭독회에 동참한 국내 극단 3곳을 만나봤다. 이날 오후 3시 런더앤싸이트닝·안티무민클럽(AMC)·지금아카이브 등 공연예술단체 3곳은 「가자 모놀로그」 낭독회를 주최했다. 「가자 모놀로그」는 가자지구의 청소년들이 자신이 경험한 전쟁에 대해 남긴 증언이다. 제1차 가자지구 전쟁(2008~2009년)이 중단된 후 팔레스타인의 독립극장인 아슈타르 극장이 청소년 31명의 전쟁 이야기를 하나의 독백극으로 엮어내 주목을 받았다. 아슈타르 극장은 지난달 이팔 전쟁이 발발한 뒤 무력 충돌에 반대하며 세계 전역의 공연예술인에게 11월 29일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에 「가자 모놀로그」를 공개 낭독 및 상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AMC 등 극단 3곳은 이날 오후 3시 시민들과 함께 돌아가며 대본을 읽는 시간을 가진 뒤 오후 8시에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으로 이동해 강추위 속에서 2차 낭독회를 진행했다. 이날 AMC 관계자는 "10월 전쟁이 시작된 뒤 연극인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평화 시위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늘어났다"며 "이번 집단 행동에 대해 알게 된 뒤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언어로 번역된 「가자 모놀로그」는 이번에 극단 관계자 및 번역가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한국어판이 추가됐다. 시민단체나 사회단체가 아닌 '극단'이 국제 분쟁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 AMC 측은 "연기라는 행위는 나와 타인의 경게를 무마시키고 공감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작업"이라면서 전쟁이나 기후 위기 등 범지구적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AMC 측은 "가자지구 내에서 고립된 청소년들의 상황은 언론 탄압 등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는다" 면서 전세계 예술계의 참여를 통해서라도 전쟁에 대한 문제의식이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뉴스를 듣다 보면 피로감 때문에 피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각자 할 수 있는 선에서 기억하고 지지하는 행위는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면서 "시민들 개개인이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것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이창용 "긴축, 충분히 장기간 지속"…내년 상반기 피벗 기대에 찬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11.30 17:36:52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내놓은 정책 결정문에서 향후 통화 긴축 기조의 지속 기간과 관련한 표현을 ‘상당 기간’에서 ‘충분히 장기간’으로 바꾼 것은 핵심적인 변화다. 통상 ‘당분간’은 3개월, ‘상당 기간’은 ‘6개월’로 해석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장기간’은 6개월보다 더 긴 시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내년 말에나 물가가 2% 목표에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즉 6개월 이상 금리 동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한은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에 조금 더 힘을 실어왔다. 이번에 태도가 달라진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데다 이스라엘·하마스 등 중동 사태도 확산 가능성이 줄어 물가·성장 등 국내 여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결정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통화 긴축을)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표현에 대해 “(긴축 기조 유지 기간을) 6개월로 못 박고 싶지 않아서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을 안 쓰기로 한 것”이라며 “물가가 2%대 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긴축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조건부라는 전제를 달고 “현재 성장률과 물가 전망대로면 물가가 2%대로 수렴하는 시기는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 2.6%로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물가가 2%대로 수렴하는 시기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미국 등에서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걸 잘 알고 있는데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의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종합하면 국내외 모두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제동을 건 셈이다. 금통위원들도 추가 인상보다는 동결로 점차 기우는 모습이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은 향후 3개월 이내 여전히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나머지 2명은 현 금리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추가 인상 의견을 내는 금통위원 수는 6명(5·7·8월)에서 5명(10월), 다시 4명(11월)으로 줄면서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총재도 “소비가 둔화되는 조짐이나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점을 보면 지금 기준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이라며 “얼마나 오래 끌고 가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를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동결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실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이날 이 총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우려했듯 고금리로 인한 금융 안정 문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예상 경로대로 둔화하고 있다”고 한 대목이나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한 점도 추가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유지하면서도 내년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췄는데 주요 요인으로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와 더딘 소비 회복세를 지목했다. 내수 회복 모멘텀이 약해졌다고 평가한 만큼 추가 인상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장은 한은이 최소 6개월 이상 금리 동결을 시사한 만큼 당분간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물가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것을 보면 상반기 중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하반기에도 한 번 이상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의 그림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추며 시장 기대보다는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빠른 금리 인하 기대까지 불거졌던 채권시장은 이번 금통위 이후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이번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직후 박춘섭 금통위원이 대통령실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신년 1월 11일 예정된 내년도 첫 통방회의까지 박 위원의 후임이 임명되지 않으면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6명이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박 위원의 후임 금통위원은 잔여 임기를 이어받는다. -
[여명]‘카마리나 늪’의 비극과 한국 기업
국제 국제일반 2023.11.30 17:36:16카마리나는 지중해 시칠리아 섬 남쪽에 있던 고대 도시다. 북쪽에 커다란 늪이 있어 호전적인 카르타고의 침략을 막아줬다. ‘카마리나 늪’은 외세로부터 도시를 보호해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기원전 5세기 이 지역에 전염병이 돌았다. 카마리나 사람들은 늪이 전염병의 근원이라고 잘못 판단해 늪의 물을 전부 빼버렸다. 신탁(神託)은 시간이 지나면 역병은 사라질 것이라고 알려줬지만 어리석은 위정자들은 습지를 배수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카르타고 군대는 힘들이지 않고 늪을 가로질러 카마리나를 점령했고 주민들을 몰살했다. 당장의 난국을 모면하려 핵심 국가 자원을 스스로 갉아먹은 무지와 어리석음의 소치다. 글로벌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하고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쏟아부은 경기 부양 자금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보이지 않는 공급망 전쟁은 해소되기는커녕 전선을 더욱 넓혀나가는 모양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복합 위기’는 내년에도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9%에 머물고 내년에는 2.7%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3.0%에서 내년에는 2.9%로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과 수출로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한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글로벌 경제에 이상 신호가 생기면 한국 경제는 더 큰 충격파를 받는다.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세 수입은 305조 2000억 원에 그쳐 50조 4000억 원 펑크가 났다. 법인세가 23조 7000억 원 급감했고 소득세도 14조 6000억 원이나 줄었다. 세수 부족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재원 감소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해법은 기업 경쟁력 제고다. 기업이 살아야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고 국부가 쌓인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야는 릴레이경주하듯 표를 의식한 기업 옥죄기 정책과 법안을 양산하고 있다. 야당은 금융회사와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는 여야 정쟁에 보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은 ‘노란’이라는 아름다운 색깔로 덧칠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불법 파업을 용인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불법 파업에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미국·영국·독일과 달리 노조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다. 세계는 기업 지원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독일은 기업용 전기요금을 기존 15.37유로에서 0.5유로로 97%가량 대폭 감면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내년부터 4년간 총 280억 유로(약 40조 원)를 투입한다. 아울러 앞으로 4년간 320억 유로를 들여 법인세를 줄이기로 했는데 독일 제조 기업의 99%가 혜택을 받는다.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일본은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장기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고 가업승계 시 증여세·상속세를 경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를 대표하는 인도는 법인세를 기존 30%에서 22%로 내렸으며 현지에 신설된 제조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15%까지 낮췄다. 한국 국회라면 철 지난 이념 렌즈를 들이대고 ‘기업 특혜’ 딱지를 붙일 게 뻔하다. “본말이 전도된 지혜보다 어리석은 것은 없고 삐딱한 분별력보다 경솔한 것은 없다.” 중세 인문학자 에라스무스가 당대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저서 ‘우신예찬’에서 지적한 경구다. 당장의 인기를 얻기 위해 기업의 발목을 잡고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하책이다. 카마리나 사람들은 ‘카마리나 늪’을 훼손하는 순간 카르타고의 공격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국 정부와 국회가 국가 미래는 생각하지 않은 채 앞뒤 가리지 않고 설익은 정책과 법안으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면 ‘카마리나 늪’의 비극은 바로 우리의 현실이 돼 있을 것이다. -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하루 더 연장
국제 국제일반 2023.11.30 17:22:13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엿새간 이어진 일시 휴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휴전 종료 시점을 불과 6분 남긴 30일 오전 6시 54분(현지 시각)에 “인질 석방 절차를 계속하려는 중재국들의 노력과 기존 합의 조건을 고려해 하마스와의 휴전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도 “7일째로 일시 휴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은 24일 오전 7시(한국 시각 오후 2시)를 기해 나흘간의 일시 휴전에 돌입했고 27일 밤에 휴전을 30일까지 이틀간 연장하기로 했다. 이날 추가 연장이 타결됨에 따라 휴전 종료 시점은 12월 1일로 24시간 더 미뤄졌다. 휴전 연장 협상은 이날 오전까지도 진통을 겪었다. 하마스가 인질 7명을 풀어주고 사망한 인질 시신 3구를 인도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를 거절하면서다. 양측의 최초 휴전 조건은 하마스가 하루에 인질 10명을 돌려보내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약 30명씩 석방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스라엘이 최초 조건과 차이가 있는 하마스의 제안을 거부하자 양측이 교전 재개 의사를 밝히며 상황은 일촉즉발로 치닫는 듯했다. 결국 하마스가 석방 대상 인질 명단을 최초 합의 조건에 맞춰 수정하고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하며 합의가 타결됐다. 교전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일각에서는 휴전이 12월 1일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협상이 결국 결렬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하마스 고위 인사 바셈 나임은 29일 “우리 수감자 전원을 대가로 (이스라엘) 군인 전원을 석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인질과 수감자 간 1대3’ 맞교환을 추구하는 이스라엘 입장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은 145명으로 추정되는 반면 이스라엘이 구금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수천 명에 달한다. -
도쿄 이제 더이상 비싼 도시 아니다…생수 한 병에 4500원인 '이 나라' 생활비 가장 비싼 도시 1위에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11.30 15:39:12싱가포르와 스위스 취리히가 세계에서 가장 생활비가 비싼 도시로 조사됐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2023 세계 생활비' 보고서를 인용해 싱가포르는 자동차 소유 비용과 함께 비싼 술값과 식료품 가격 상승 등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취리히도 스위스프랑의 강세와 비싼 식료품·가정용품·오락 비용 등으로 지난해 6위에서 공동 1위로 뛰어올랐다. 이어 뉴욕과 제네바가 공동 3위, 홍콩이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중국 도시들이 순위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와 소비 수요 침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도 엔화 약세로 도쿄는 23계단 하락한 60위, 오사카는 27계단 하락한 70위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도시들의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는 생활물가가 321%나 급등했지만 여전히 가장 생활비가 저렴한 도시의 자리를 지켰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는 공동 8위에 올랐으나, 조사 시기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이전이었던 만큼 현재 생활물가는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반적으로 세계 물가는 현지 통화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평균 7.4%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해의 8.1%보다는 소폭 낮아진 것이다. 특히 공공요금은 5.7% 상승에 그쳐 조사 대상 10가지 상품과 서비스 범주 가운데 가장 낮았다. EIU내 세계 생활비 조사 총괄인 우파사나 더트는 "2021∼2022년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공급 측면 충격은 중국이 지난해 말 팬데믹 봉쇄 조치를 해제하면서 감소했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타난 에너지 가격 급등도 완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가)상승 리스크에도 내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물가도 진정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글로벌 생활비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14일부터 9월11일까지 전 세계 173개 도시의 400개 이상의 개별 물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
[기자의 눈] 사람을 위한 전쟁은 없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3.11.30 15:16:04얼마 전, 지난해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에 다리를 잃은 우크라이나 아동의 근황을 접했다. 사고 후 1년이 지난 지금 의족에 의지해 걷는 열두 살 아이의 입에서는 “어떤 새로운 꿈도 꾸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무뎌졌지만 오늘도 민간인들의 희생은 이어지고 있다. 전쟁 후 우크라이나에서는 1700여 명의 아동이 죽거나 부상했고 수백 명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 중동 분쟁의 전쟁터가 된 가자지구의 아동 희생자는 이미 6000명을 넘어섰다. 전쟁 장기화로 민간 희생자가 수없이 불어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누구 하나 교전 중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두 평화를 위한 협상 재개를 꺼리고 있다. 반년 가까이 수행한 ‘대반격 작전’에서도 마땅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대로 전쟁이 끝날 경우 돌아올 막대한 책임에 초조할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젤렌스키의 고집으로 새로운 전략들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우려가,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이 좀비처럼 끊임없이 몰려든다”는 지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푸틴 대통령은 외려 내년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달 내년 국방비로 재정지출의 30%인 10조 4000억 루블(약 151조 원)을 배정했다. 비중으로 옛 소련 이후 최대이며 금액으로는 올해 대비 70% 증가했다. 러시아 내에서도 전쟁과 살상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내년 말 예정된 미국 대선 전까지 전쟁 상황을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두 달간 만 명 단위의 사망자가 쏟아졌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결론 없는 갈등만 지속되고 있다. ‘하마스 소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강경 우파는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사법 개혁, 안보 실패 등으로 자리가 위태로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연정 내 정당들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다. 자리를 지키려는 이들의 머리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전쟁에서는 사람들의 목숨이, 아이들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