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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물가 3%대 붕괴…시장선 0.25%P vs 0.5%P '팽팽'
국제 경제·마켓 2024.08.14 17:36:19한동안 불안하던 노동시장이 다소 진정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면서 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인하 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칼라일그룹의 공동 창립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대선 전에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인하 조짐이 너무 강하다”며 “9월에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하 폭을 두고서는 월가 전문가들과 시장·연준 등 전망 주체에 따라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실업률이 4.3%로 예상 밖으로 치솟았던 7월 고용보고서 쇼크 이후 좀처럼 침체 우려를 덜어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같은 투심 위축은 0.5%포인트 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앞서 13일(현지 시간) 나온 7월 PPI가 둔화하자 금리 선물시장에서 9월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하루 전 50%에서 54.5%로 뛰었다. 7월 PPI는 전월보다 0.1% 상승해 시장 전망치(0.2%)를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는 6월 2.7%에서 2.2%로 대폭 낮아졌다. 다만 식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전월치(0.1%)와 전망치(0.2%)를 상회했다. 이런 가운데 미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시장 전망(3.0%)을 밑돌아 둔화세를 나타내고 명목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3.2%로 직전월(3.3%)보다 약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부응하는 수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0.5%포인트 인하와 0.25%포인트 인하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이날 CPI 발표 직후 페드워치툴의 0.5%포인트 인하 확률은 40%대로 떨어졌고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50%대로 올라갔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0.25%포인트 인하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이 이달 6~8일 경제 전문가 51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4분의 3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본 전문가는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연착륙을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봤으며 침체를 전망한 전문가는 22%에 그쳤다. 10%는 연준이 대폭 인하를 할 경우 연착륙할 것이라고 답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미국경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대폭 금리 인하 요구는) 과장된 자동반사적 반응”이라며 “연준은 경제에 명백한 충격이 있거나 지표가 급격히 나빠진 경우에만 긴급 또는 0.5%포인트 이상의 인하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연준 관계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통화정책의 변수다. 현재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침체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연준 내부에서는 물가 재상승을 경계하면서 금리 인하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 한 행사에서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 도달할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가 다시 인상해야 한다면 최악이 될 것이고, 온갖 종류의 불확실성이 솟아오를 것”이라고 경계했다. 보스틱 총재는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꼽히지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그는 “경기 침체는 과장됐다”며 “실업률 증가는 확실히 우려할 만하지만 대부분 고용 수요 감소보다는 근로자 공급 증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에 “좋은 문제”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앞서 10일 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역시 “5~6월 이뤄진 인플레이션 둔화 진전은 반가운 진전”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2% 목표를 여전히 불편하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현재 통화정책 입장에 대한 조정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 내에서 매파와 비둘기파가 물가의 재상승 우려에 같은 목소리를 낼 경우 연내 인하 폭은 시장의 전망보다 적을 수 있다. 글렌미드의 투자전략 부사장인 마이클 레이놀즈는 “연준이 9월 회의까지 기다린 데는 이유가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하는 위험에 진심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전망과 통화정책에 대한 힌트는 이달 22~24일로 예정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잭슨홀 미팅은 그동안 연준 인사들이 주요 통화정책 방향 변화를 알리는 무대로 활용됐다. 파월 의장은 2022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내리기 위해서는 침체를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매파적 정책 추진 의지를 알린 바 있다. -
기준금리 인하땐 되레 시장금리 상승…주담대 등 연쇄파급 우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08.13 17:56:03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4.25%로 인하했다. 5년 만의 금리 인하였다. 하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 국고채 금리는 오히려 오름세를 보였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뛰었고 같은 만기의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0.07%포인트 상승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시장에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ECB의 금리 인하로 채권 강세 요인이 1차로 사라졌다고 봤다.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국채금리는 상승하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비슷한 상황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대거 국고채를 사들이고 있어서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이후 외국인들의 국고채 3·10년물 선물 누적 순매수 규모는 12일까지 34조 5663억 원에 달해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이날만 해도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8%포인트 내린 2.918%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2.974%로 0.026%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에선 외국인들이 한은이 연 2.7%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가정하고 베팅에 들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국채 선물에서 순매도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6월 5일에는 2020년 이후 누적 순매수액이 –1조 4841억 원이었다. 하지만 6~7월 들어 물가가 2%대 중반대로 내려오면서 한은이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외국인들은 국채 선물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단기간에 국채 선물 매수 포지션을 이처럼 강하게 잡은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현물보다 선물 포지션을 대거 늘린 것도 금리 인하에 ‘올인’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진단이 나온다. 외국인의 국채 잔액은 217조 원 수준으로 올 초(208조 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채선물은 대부분 방향성 베팅”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음 달 말께로 예정돼 있는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 발표가 외국인들의 국채 선물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이 WGBI에 포함되면 6~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최소 70조 원의 자금이 국내에 유입된다. 이 경우 국고채 수요가 늘어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해 외국인 투자가들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조 연구원은 “지수 편입을 감안할 때 금리가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선물을 사려는 수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방향성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10월께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리가 내려가면 국채 선물을 쌓아 놨던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경우 국고채 금리가 뛰면서 국고채에 연동된 금융채와 회사채 금리가 함께 오를 수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같은 가계와 기업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한은의 정책 목표와 반대로 가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가 환율을 자극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안정화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외국인들이 국고채를 내다 팔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잭슨홀 미팅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향후 시장 상황의 변동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달 국채 선물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외국인들이 국채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들이는 매수차익거래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오히려 선물 매도가 현물 매도를 부추겨 외국계 자금의 대규모 이탈을 부추길 수도 있다. 3년 국채 선물 미결제 약정은 50만 계약을 웃돌아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결제 약정은 투자자가 선물·옵션 계약을 체결한 뒤 결제를 하지 않고 두고 있는 물량을 뜻한다. 윤 연구원은 “만약 WGBI 편입이 미뤄진다면 외국인들이 국채 현·선물에서 동시에 매도세를 보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
英 등 주요국 대비 금리 낮은 韓…인하하더라도 폭·횟수는 제한적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08.13 17:51:4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도 주요국만큼 공격적으로 낮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를 올릴 때 상대적으로 덜 인상해 인하 시기에서는 그 폭과 횟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보다 앞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캐나다와 유럽연합(EU), 영국 등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4~5% 안팎이다. 구체적으로 캐나다는 올 6·7월 두 달 연속 0.25%포인트씩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기존 5.0%에서 4.5%로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조정했다. 영국중앙은행(BOE)도 5.25%에서 5.0%로 낮췄다. 이들 중앙은행은 앞으로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3번 더 남았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재 기준금리가 5.25~5.50%에 달한다. 3.5%인 한국과 2%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금리를 올릴 때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섰다. 그에 비해 한국은 금리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0%대였던 미국과 유럽에 비해 한국은 6%대로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상승률을 보인 영향이었다. 경제성장률 격차도 원인이었다. 유로존의 2022년 경제성장률이 연 3.4%였던 반면 한국은 연 2.3%에 그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아 내릴 타이밍 역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고 해도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과 똑같이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 9월 0.5%포인트의 빅스텝에 나선다고 가정해도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배제하면 한국은 그만큼의 여력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0.25%포인트씩 인하 시 한은은 14번이 최대지만 BOE는 20회, 연준은 21번이 가능하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 금리를 인하했고 연준이 금리를 앞으로 내린다고 해서 한국이 똑같이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금리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한은이 매번 선진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는 벅찰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수준이 제한된다면 당초 금리 인하의 목적이었던 내수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어 통화정책 전환 시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고금리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금보다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고 해서 내수에 아주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정면 비판한 해리스 “연준은 독립기관…간섭 안 할 것”
국제 경제·마켓 2024.08.11 17:44:40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의사 결정 과정에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상식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트럼프 재집권 시 경제에 미칠 불안정성을 부각하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네바다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견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연준은 독립적인 기관이며 (추후) 대통령으로서 연준의 결정에 결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대통령이 최소한 (연준에 대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그는 특히 “나는 많은 돈을 벌었고 매우 성공했다”며 “연준 위원들이나 의장보다 내 직감이 더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여러분들이 알게 되는 시점과 거의 동시에 (나도) 연준의 결정을 알게 된다”며 이미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재무부를 이끌었던 래리 서머스 전 장관도 트럼프의 발언을 비판하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보탰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터무니없이 오만하다”며 “연준은 19명의 위원이 거의 모든 시간을 경제지표를 검토하는 데 매달리는 반면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선출직 정치인은 경제 부양(금리 인하)에 대한 유혹이 있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중앙은행은 (정부와의) 이해 상충을 막기 위해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기본 운영 원칙을 경시하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의 기본 전략은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후보를 내세워 11월 대선을 트럼프에 대한 심판 구도로 만드는 것이었지만 그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기가 없어 이런 전략을 실행하지 못했다”며 “카멀라는 ‘일반적인 민주당원’이라는 포지션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보다 더 탐나는 지위는 없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애리조나에서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헌법 파기 발언을 꺼내들며 “만약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온다면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될 것”이라며 “헌법을 파기하겠다는 사람을 대통령의 특권 뒤에 숨게 해서는 안 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NYT와 시에나대가 5∼9일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3개 주에서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19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해리스는 50%의 지지율을 기록해 46%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4∼4.5%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이들 3개 지역은 대선의 승부를 가를 주요 경합주로 꼽힌다. 미국 내 최대 라틴계 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의 정치활동위원회는 전날 만장일치로 해리스 캠프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의 대선 후보 지지 표명은 1929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다만 NYT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리스의 지지세가 꺾일 수 있다고 봤다. 신문은 “해리스는 이제 훨씬 더 많은 감시와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인기 없는 두 고령 후보에 대한 대안을 원하던 유권자의 호의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
美 '연준 독립성' 흔드는 트럼프…“대통령이 연준에 발언권 가져야”
국제 정치·사회 2024.08.09 17:39:31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트럼프의 일부 측근들은 실제로 연준 의장이 대통령과 금리 결정을 협의하도록 하거나 연준을 재무부 감독 아래에 두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경제 공황이 닥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연준)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면서 “나는 그래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많은 돈을 벌었고 매우 성공했다”며 “많은 사례에서 내가 연준 사람들이나 의장보다 더 나은 직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치적 독립’이 생명인 연준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그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그가 당선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거센 후폭풍이 닥칠 것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준은 매우 흥미로운 존재”라며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일을 조금 늦게 하는 경향도 있다”고 비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서도 “조금 너무 일찍, 또는 조금 너무 늦게 움직인다”면서 “그것은 아시다시피 직감인데 나는 그와 종종 다투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도 자신이 임명한 파월 의장을 수차례 비판했다. 트럼프의 측근 그룹은 실제 집권 시 연준 개혁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앞서 보도했다. 여기에는 연준이 금리 결정을 내릴 때 대통령과 상의하도록 강제하는 방안과 재무부에 연준에 대한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결정과 관련해 ‘압박’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하거나 금리 결정이 대통령의 권한인 양 언급했다. 지난달 16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대선 전 금리 인하는 “(연준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고 같은 달 18일 전당대회에서는 자신이 집권하게 되면 금리를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통화정책뿐 아니라 환율정책에도 깊이 개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강달러가 미국 제조 기업의 수출을 어렵게 한다며 달러의 평가 절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집권 시 재무부 외환안정기금을 통해 주요 상대국 통화를 매입해 달러 가치를 낮추거나 외국 자본이 미국 자산을 매입할 때 해당 투자금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 국제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약화시키는 방안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집권 시 재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와 환율 정책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처음 기자회견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를 의식한 듯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월가의 뛰어난 사람들이 ‘트럼프가 승리하지 않으면 경제 공황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진심으로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은 베이컨도 못 사고 음식도 못 사고 재정적으로 죽어가고 있다”면서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끔찍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고 북한 김정은은 나를 매우 좋아했으나 이 집단(해리스 진영 추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난달 유세 도중 총기 피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총기 소지 권리에는 적극적인 찬성 입장이라는 점도 피력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해리스가 경쟁에 뛰어든 후 흔들리는 그의 선거 캠페인을 재건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
“위기에 국채 사겠다”…버핏, 연준보다 단기국채 보유 많아
국제 경제·마켓 2024.08.08 10:04:01최근 미국 경기를 두고 침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미국 단기국채를 더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버핏은 위기가 오면 미국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시장의 관심을 모은다. 7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버크셔는 만기 1년 미만의 미 단기국채를 2346억 달러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말 기준 연준이 보유한 단기국채 1953억 달러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연준은 보유한 총 미 국채 규모는 4조 4000억 달러다. 버크셔의 투자 행보는 시장의 큰 관심사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최근 약세장에 앞서 애플 등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반면 현금 비중을 크게 늘려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버핏은 과거에서 위기가 오면 직접 경매로 미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미 단기 국채 투자를 “가장 안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버크셔는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현금 2000억 달러를 약 5%의 3개월 국채에 투자했다면 분기별 25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한편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금 지원에 나서기 위해 약 5조 달러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수했다. 하지만 2022년 6월부터 긴축에 나서며 자산 보유를 축소하는 중이다. -
[영상] 美, 실업률↑·경기침체 돌입? 깊어지는 연준의 고심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08.06 07:05:00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미국의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국 경기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부터 금리를 한 번에 50bp(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월 들어 미국 실업률은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3%를 기록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경기침체 진단 지표인 ‘삼의 법칙’은 53bp다. 이 지표는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와 이전 12개월 중 최저 실업률을 비교하는데, 50bp 이상일 경우 ‘경기 침체’를 나타낸다. 연준의 정책 초점도 물가 안정에서 고용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연준은 그간 고금리를 유지하며 물가 안정에 주력했다. 그 결과 물가 부담을 크게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로런스 마이어 전 연준 이사 역시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금융시장 요동치는데…"韓, 다음 금통위 때까지 기다려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08.05 17:50:37미국 고용 시장 둔화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시장 상황 급변에 따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뇌부의 외부 연설이 수시로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외에는 별다른 소통 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5일 한은에 따르면 통화정책방향을 정하는 금통위가 올해 총 8차례 개최된다. 월별로 보면 1월·2월·4월·5월·7월·8월·10월·11월이다. 3월과 6월, 9월, 12월은 회의 열리지 않는다. 연준 회의는 올해 8번 잡혀 있다. 개최 시기는 차이가 있는데 1월·3월·5월·6월·7월·9월·11월·12월이다. 2월과 4월, 8월, 10월은 FOMC 결과 발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연준은 FOMC 외에도 연준 인사들과 시장이 소통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당장 8월은 FOMC가 없지만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잭슨홀미팅’이 사실상 그 역할을 대신한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 사태 등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생각과 연준의 기준금리 설정 방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통화 당국 고위 관계자는 “FOMC는 열리는 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사이에 연준이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게 있으면 연구 기관과의 대담, 외부 기관 행사에서의 연설 등을 잘 활용한다”며 “반면 한국은 금통위가 끝나면 다음 금통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파월 의장과 필립 제퍼슨 부의장이 외부 행사에 나서 연설한 횟수는 19회에 달한다. 연준 3인자이면서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까지 더하면 30회다. 지역 연은 총재의 언론 인터뷰와 대외 행사를 고려하면 연준 내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기회는 더 많다. 연준 지도부는 올 들어서도 대외 행사를 12번 소화했다. 파월 의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설을 비롯해 올 4월에는 스탠퍼드대, 5월에는 조지타운대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한은은 이 같은 기회가 드물다. 내부용 신년사와 창립기념사를 더하면 숫자가 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외부 공식 행사가 8번, 올해는 5번에 그쳤다. 이마저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 한은도 이 총재 취임 이후 대외 접점을 늘리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 총재의 외부 일정 자체가 제한돼 있는 데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대외 접촉을 꺼린다. 한 채권 전문가는 “이 총재의 교과서적인 언급을 시장이 제대로 해석을 하지 못해 명확한 신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매번 넘겨짚는 식의 보고서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가 대표적이다. 7월 금통위는 상당히 매파적이었지만 시장이 ‘금리 인하를 위한 깜빡이’ 발언에만 집중해 국고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한은의 핵심 메시지를 시장이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계부채와 환율 시장만 봤을 때는 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를 염두에 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변곡점에 와 있는 만큼 한은이 시장·언론과의 접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한은 관계자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8월 금통위를 전후해 논란이 많을 것”이라며 “한은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美 국채 금리 '뚝뚝'…연준 ‘공격적 금리 인하’에 베팅
국제 경제·마켓 2024.08.05 10:38:39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급격하게 하락세(채권값 상승)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리면서다.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주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50bp(1bp=0.01%포인트) 하락해 3.9%를 밑돌았다. 10년물도 3.8%대로 내려와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나 닷컴 붕괴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에 비해 이처럼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경우는 없었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베팅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7월 금리 동결 이후 경기 침체 논란이 커지는 만큼 연준이 보다 금리 인하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 4000명 늘어나는 데 그친 데다 실업률도 4.3%로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캐나다와 유럽 중앙은행(ECB)가 먼저 금리를 내렸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채권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금리 향방과 관련해 제대로 예상한 적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확신이 커지면서 채권 가격도 급등했으나 경제가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기도 했었다. 한편 씨티그룹과 JP모건 등 월가에서는 9월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0.5%포인트씩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기 시작했다.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말까지 남은 세 차례 FOMC에서 0.25%씩 5차례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수준인 1.25%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제 인플레보다 고용이 문제"…내달 연준 빅컷 전망까지
국제 경제·마켓 2024.08.04 17:51:42미국의 고용을 중심으로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양상이 나타나자 경기 경착륙(하드 랜딩)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판단이 적절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한편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9월부터 금리를 한 번에 50bp(bp=0.01%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현지 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등에 따르면 경기 침체 판단 도구로 불리는 ‘삼의 법칙(Sahm’s rule)’ 지표는 7월 53bp를 나타내고 있다. 삼의 법칙은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가 이전 12개월 중 최저 실업률보다 50bp 더 오르면 경기 침체라고 규정한다. 미국에서 공식적인 경기 침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진단하지만 이 지표에 근거하면 현재 미국은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라는 평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번 사례를 제외할 경우 삼의 법칙에는 1953년 이후 열한 번 깜빡이를 켰고 그중 열 번은 경제가 불황이었다”면서 “삼의 법칙의 발동은 올 하반기 경제가 더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더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도구에 경고등이 켜진 건 7월 고용 지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7월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4.5%)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달 비농업 일자리 증가도 전월 대비 11만 4000명에 그쳐 전문가 예상치(17만 6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17만 9000명 늘었던 6월 상황과 비교해도 고용시장의 냉각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연준의 정책 초점도 고용 부문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인데 연준은 그간 물가 분야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2022년 1월 6.3%까지 치솟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6월 2.5%로 내려가는 등 물가 부담은 이전에 비해 크게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런스 마이어 전 연준 이사는 이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을 두고 의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경기 침체 징후는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었다는 진단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로 4개월 연속 기준선인 50 아래에 머물고 있다. 맥도날드 등 주요 소비재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는 것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1년 뒤 경기 침체 가능성을 55.83%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미 국채 3월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와 수익률 곡선을 토대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계산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이 되면 연준이 수요를 지나치게 억제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배경에 대형 IB들은 연준의 금리 결정이 보다 과감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올해 세 번 남은 FOMC에서 연준이 ‘25bp씩 2~3회 금리를 내릴 것’이라던 전망이 ‘50bp의 금리 인하가 많게는 두 차례 정도 있을 것’이라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JP모건과 씨티가 9월과 11월 50bp 인하의 ‘빅컷’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하던 골드만삭스는 3회 인하로 전망을 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8월 고용도 약하고 일자리 성장 둔화를 확인한다면 9월 회의에서 50bp의 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우려가 과도하다는 진단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경제가 곤경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2.8%고 실업률 4.3%는 기본적으로 건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보다 빨리" 금리인하 논쟁 가열…한은은 여전히 신중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08.04 05:30:00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부담,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이달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두 가지다. 주요국 금리 인하와 내수 부진이다. 윤 의원은 “경제는 타이밍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님을 비롯해 금융통화위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금리를 내릴 여건은 갖춰졌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국가뿐 아니라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 부담은 낮게 가져가고 건전성 관련 규제를 통해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출 규제를 병행하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속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금리 동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하 압박이 커지는 반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조기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본지 7월 3일자 1·3면 시리즈 참조 학계에서는 이달에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물가와의 싸움을 제대로 끝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4~5월만 해도 외환 문제가 컸지만 이제는 부동산이 최대 이슈”라며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심화와 물가 자극으로 이어져 한은의 실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생각도 비슷하다. 한은 사정에 정통한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상승=가계부채 증가’로 읽히는 게 상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주택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지고 이 화살은 금통위원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서 한 금통의원은 “주택 가격 상승이 주거비 증가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수의 위원 역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21~22일 열리는 금통위를 앞두고 볼 수 있는 마지막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6% 상승한 것도 부담이다. 6월(2.4%)보다 오름폭이 커졌고 전월과 비교하면 0.3%포인트나 올랐기 때문이다. 통화 당국이 금리 조정 전에 최소 2~3달치의 물가 안정세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농산물과 유가를 포함한 헤드라인 수치라도 물가가 상승 반전했는데 금리를 내리자고 하기는 쉽지 않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 역시 “중동 정세 악화, 기상 여건, 환율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어 이달 경제 전망을 발표할 때 물가 여건을 면밀히 점검한 뒤 분기 전망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대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7조 5975억 원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국고채 금리가 연일 떨어지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장중 연 2.908%까지 하락하면서 2022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지나치면 한은의 긴축 효과가 반감되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다만 내수 둔화 흐름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과 미국의 경기 둔화가 급격히 이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리스크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로 역성장하기도 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은 입장에서는 내수와 고용을 봐야 하지만 부동산과 환율도 함께 챙겨야 한다”며 “한은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
美 월가 베테랑 “연준 첫 금리 인하에 주식 팔아야”
국제 경제·마켓 2024.08.03 07:25:00미국 월가 베테랑으로 알려진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투자 전략가가 미국의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되는 시점이 주식 매도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2일(이하 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트넷은 최근 발행한 메모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첫 금리 인하에 나설 때 주가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금리 인하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어서다. 그는 메모에서 “1970년 이후 이뤄진 연준의 양적 완화의 역사를 볼 때 경기 침체에 대응한 금리 인하는 주식에 부정적이고 채권에 긍정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하는 7가지 패턴을 사례로 들었다. 하트넷은 이어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2024년은 위험자산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극도로 선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준이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커지자 주식시장은 크게 휘청이는 모습이다. 지수의 급격한 하락 등은 증시의 변동성을 자극해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CBOE 변동성지수)는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20을 넘어섰다. 특히 1일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제조업도 기대치와 달리 크게 위축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날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를 중심으로 채권 시장의 랠리가 이어졌다. 이는 지난 1년 여간 금융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앞서 증시는 고용 등 지표가 부진할 때마다 상승세를 보이는 등 ‘나쁜 소식’을 오히려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금리 인하와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트레이더들은 이미 올해 세 차례에 이르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온전히 가격에 반영한 상태다. 나쁜 소식은 확실히 나쁜 소식이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급격히 활력을 잃어가는 미국 고용 시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실업률이 4.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뛰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실업률은 지난 4개월간 꾸준히 올라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7월 비농업 일자리 역시 11만 4000건 증가에 그쳐 시장 전망치인 17만 5000건을 크게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최근 3개월 실업률이 1년 전 저점 대비 0.5%포인트 상승하면 경기 침체가 온다는 ‘삼의 법칙’이 실현됐다는 우려로 긴장감이 극대화됐다. 하트넷 역시 “실업률이 4.3%까지 오르면 (부정적) 신호를 촉발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어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뜨거워지는 금리인하 논쟁…한은은 여전히 '신중모드'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08.02 17:36:47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부담,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이달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두 가지다. 주요국 금리 인하와 내수 부진이다. 윤 의원은 “경제는 타이밍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님을 비롯해 금융통화위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금리를 내릴 여건은 갖춰졌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국가뿐 아니라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 부담은 낮게 가져가고 건전성 관련 규제를 통해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출 규제를 병행하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속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금리 동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하 압박이 커지는 반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조기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본지 7월 3일자 1·3면 시리즈 참조 학계에서는 이달에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물가와의 싸움을 제대로 끝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4~5월만 해도 외환 문제가 컸지만 이제는 부동산이 최대 이슈”라며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심화와 물가 자극으로 이어져 한은의 실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생각도 비슷하다. 한은 사정에 정통한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상승=가계부채 증가’로 읽히는 게 상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주택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지고 이 화살은 금통위원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달 21~22일 열리는 금통위를 앞두고 볼 수 있는 마지막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6% 상승한 것도 부담이다. 6월(2.4%)보다 오름폭이 커졌고 전월과 비교하면 0.3%포인트나 올랐다. 통화 당국이 금리 조정 전에 최소 2~3달치의 물가 안정세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농산물과 유가를 포함한 헤드라인 수치라도 물가가 상승 반전했는데 금리를 내리자고 하기는 쉽지 않다. 가계대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7조 5975억 원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국고채 금리가 연일 떨어지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037%포인트 내린 연 2.939%에 장을 마쳤다. 10년물은 2.976%로 2년 4개월 만에 2%대로 하락했다. 다만 내수 둔화 흐름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과 미국의 경기 둔화가 급격히 이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리스크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로 역성장하기도 했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대통령실의 고위관계자는 “세제는 취득세와 지방세 문제 등이 있고 해서 협의가 필요하다”며 “어디까지 할지는 부처와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업계와 정부 안팎에서는 1주택자의 비아파트 구입 규제를 완화하거나 서울시 내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파격적인 안까지 거론된다. -
연준 '9월 피벗 가능성' 못 박았다
국제 경제·마켓 2024.08.01 17:48:18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공식 시사했다. 현 수준의 인플레이션 하락과 고용 수준 유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강력한 긴축 정책 이후 금리 인하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은 것은 처음이다. 주식·채권 값이 급등하는 등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연준은 7월 31일(현지 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5.25~5.5%이던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여덟 차례 연속 동결이다. 파월 의장은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지표가 조건에 부합한다면) 이르면 9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 시점을 월 단위로 특정해 언급한 것은 2년여 만에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인플레이션 둔화 유지 또는 강화 △경제성장세 유지 △노동시장 완화 추세 지속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목표치인 2%까지 지속 가능하게 둔화한다는 확신을 더 갖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으며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정책금리의 제약을 완화하기 시작할 만한 여력(afford to)이 갖춰졌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나스닥종합지수가 2.64% 오르는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각각 0.24%, 1.58% 올랐다. 미국 국채도 매수세가 커졌다. 미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3bp(bp=0.01%포인트) 하락한 4.29%, 10년물 금리는 10.4bp 내린 4.058%를 기록했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국내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일 전날보다 2.8bp 하락한 2.976%에 거래를 마쳤으며 10년물 금리 역시 연 3.010%로 5.4bp 내렸다.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정부는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높은 경계심을 갖고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주요국 금리 인하 시기와 폭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관계기관과의 공조하에 높은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연준 "고용 냉각 더는 안돼"…내년 1월까지 '4연속 인하' 관측도
국제 경제·마켓 2024.08.01 17:45:577월 3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줄 것인지에 쏠렸다. 이미 시장에서는 7월 금리 동결 확률을 100%로 봤다. 회의 직후 발표된 정책 결정문에는 확실히 바뀐 연준의 기조가 묻어났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던 기존 문구가 이번에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양쪽의 리스크에 주의하고 있다”로 대체됐다. 고용 악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확한 금리 인하 신호를 보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우리가 이룬 진전을 고려할 때 이제 인플레이션에 100% 집중할 필요는 없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일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만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르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위원회의 대체적인 인식은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물론 9월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물가와 고용·성장세가 개선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다만 파월 의장 스스로 이미 경제지표는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는 물가에 대해 “상품과 비주거 서비스, 주택 서비스 등 세 가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범주에서 인플레이션이 모두 진전을 보였다”며 “이는 (금리인하) 자신감을 더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당시 인플레이션이 2% 이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노동시장은 더 이상 물가 상승 요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노동시장이 더 냉각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9월 FOMC를 앞두고 발표되는 고용지표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날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 9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 4000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노동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다. 6월 실업률도 4.1%로 지난해 4월 기록한 역사상 최저점인 3.4%를 크게 웃돌았다. 경기 침체 판단 도구 중 하나인 ‘삼의 법칙(Sahm’s rule)’이 규정하는 침체 기준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의 법칙은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가 지난 1년간 최저 실업률보다 0.5%포인트 더 오르면 경기 침체라고 규정한다. 현재 6월 기준 삼의 법칙 지표는 0.43%포인트다. 파월 의장은 “삼의 법칙은 고용시장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우리가 신경을 쓰는 부분”이라며 “삼의 법칙 기준을 넘었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가 침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상 그런 경향을 보여왔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정책 결정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시장을 잇따라 강조한 것을 두고 “노동시장이 더 이상 약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로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7월 회의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일부 있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데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있었다”면서 “다만 압도적인 다수가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를 바꾸지 않는 쪽을 지지했다”고 언급했다. 자산관리 업체 TCW의 글로벌 금리 책임자 제이미 패튼은 “7월에 진지하게 논의했다면 뭔가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9월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발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표 추세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는 한 9월 금리 인하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연준은 9월 FOMC까지 7월과 8월 두 달 치의 물가와 고용지표를 확인하게 된다. 8월 14일 발표 예정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9월 금리 인하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으로 관측된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미국이코노미스트는 “9월 인하에 대한 가장 명확한 신호는 7월 고용과 물가 지표가 발표된 직후인 연준의 정례 경제정책 콘퍼런스(잭슨홀 미팅)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내년 1월까지 총 네 번의 회의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샘 코핀은 “올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남은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 전망을 반영해 움직였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약 0.1%포인트 하락하는 등 이달에만 총 0.36%포인트 내려 올해 들어 월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4.266%까지 떨어져 올 2월 1일(4.21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 증시도 나스닥 종합지수가 2.64%오르는 등 상승했다. 콜럼비아스레드니들의 금리 전략가 에드 알후세이니는 “금융시장은 상당 폭의 통화정책 완화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로 0.25%포인트 내렸다. 영국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2020년 3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중앙은행은 2021년 12월(0.1%)부터 2023년 8월(5.25%)까지 1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10%대에 달하던 CPI 상승률이 지난해 8월 6.7%로 낮아지자 9월부터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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