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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가 유해 도서?…경기교육청 공문 논란
사회 사회일반 2024.10.11 08:22:05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해 폐기를 권고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에 제출한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에 따르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의 ‘구의 증명’, 노벨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학교 담당자들은 지난해 11월 경기도교육청에서 ‘성 관련 도서를 폐기하는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한 차례 내려왔고, 이어진 공문에서는 성교육 도서 처리 현황을 보고하라면서 ‘제적 및 폐기’ 도서를 입력할 문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논란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측은 “일부 단체가 학교에 무분별하게 공문을 보내 성교육 도서 폐기를 요구한 것”이라며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현황을 단순 조사했을 뿐, 폐기하라는 지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10일 한 누리꾼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조속히 초, 중, 고등학교 도서관에 다시 배치하고, 청소년들의 권장 도서로 지정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경기도교육청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민원인은 “’채식주의자’는 2007년 출간된 한강의 연작소설로 지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며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지며, 사회적 제약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한계까지 넘어 식물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과 사회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이뤄낸 쾌거”라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1410만 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지사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아주대 총장 시절 ‘총장 북클럽’ 모임에서 읽었던 책 중 하나”라며 “학생들과 작품에 대한 소회를 나누면서 어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에게 육식을 강권하는 내용에서, 우리 사회가 규범이나 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많은 성찰과 토론의 계기가 됐던 책”이라고 소개했다. -
한강 '노벨문학상' 쾌거에 英부커상의 축하 메시지…"얼마나 멋진 뉴스인가"
국제 국제일반 2024.10.11 07:40:31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영국 문학상 부커상 측이 10일(현지시간) “엄청난 소식”이라며 수상을 환영했다. 부커상은 이날 한강 수상 발표 직후 홈페이지 첫 화면에 한강의 수상 소식과 사진을 띄우고 지난해 부커상 측과 했던 인터뷰 링크도 게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얼마나 멋진 뉴스인가”라는 언급을 더해 노벨상위원회의 게시글을 공유했다.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은 한강과 깊은 인연이 있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2018년에는 소설 ‘흰’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강은 지난해 7월 부커상과 한 인터뷰에서 채식주의자의 수상이 어떤 의미였는지 묻는 질문에 “당시 좋은 의미로 다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작품이 다른 문화권의 넓은 독자층에 닿도록 도운 데 감사하다”고 답했다. 한강과 부커상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맥스 포터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채식주의자의 영문 번역본 출간에 기여했다. 포터는 이날 “한강은 특별한 휴머니티의 작가이자 필수적인 목소리이며 그의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선물”이라며 “그가 노벨위원회의 인정을 받아 너무나 신난다. 새로운 독자들이 그의 기적 같은 작품을 발견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부커상이 한 달에 한 권 재조명하는 추천 서적 ‘이달의 책’으로 채식주의자를 선정했을 때 채식주의자의 번역 출간에 얽힌 뒷이야기를 부커상에 상세히 공개했다. 포터가 당시 부커상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2013년 그가 런던북페어의 행사에 참석했을 때 데버러 스미스라는 여성이 다가와 채식주의자의 한영 번역 7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포터는 “무섭고도 충격적이고 우아하며 급진적이고 아름다웠다”며 자신이 몸담고 있던 포르토벨로 북스가 영국 판권 계약을 하고 데버러 스미스에게 번역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반대가 많지는 않았고 약간 있었다”면서 “모두 번역 샘플이 특별하고 중요한 책이라는 데 동의했으나 일부는 상업적으로 잘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엔 너무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번역 과정에는 스미스와 함께 연필을 들고 앉아 번역본을 검토, 수정했고 이를 한강에게 보내면 한강이 이를 수용하거나 거절하는 등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포터는 “번역 소설의 문화적 고정관념을 피하고 싶었다”며 “한국 소설이라는 사실이 놀랍도록 좋은 소설이라는 사실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를 바라지 않았고, 신선하고 도전적으로 비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독자에게 실제로 읽히는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부커상 측 뿐만 아니라 동료 작가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소설 ‘파친코’ 저자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는 연합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한강은 용기와 상상력, 지성으로 우리의 현대 상황을 반영하는 뛰어난 소설가”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강의 주요 작품을 출간해온 랜덤하우스 계열 호가스 출판사도 이날 인스타그램에 한강 작가의 사진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이 출판사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리의 사랑하는 작가 한강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며 “호가스의 모든 사람은 당신의 훌륭한 작품을 영어로 출판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썼다. -
김동연 지사,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자랑스럽고 기쁘다"
사회 전국 2024.10.10 23:42:07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축하의 뜻을 전했다. 김 지사는 이날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해의 노벨문학상 주인공, 대한민국 소설가 한강”이라며 " 정말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적었다. 김 지사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아주대 총장 시절 '총장 북클럽' 모임에서 읽었던 책 중 하나”라며 “학생들과 함께 책을 선정하고 한 달 뒤 토론하는 모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작품에 대한 소회를 나누면서 어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며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에게 육식을 강권하는 내용에서, 우리 사회가 규범이나 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많은 성찰과 토론의 계기가 됐던 책”이라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이뤄낸 쾌거”라며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1410만 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덧붙였다. -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 안해" 한강, 과거 '노벨상' 질문의 답변 재조명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0 23:08:12한국 작가 최초, 아시아인 여성 작가 중 세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기록을 계기로 한강 작가의 과거 발언들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영국의 부커상, 프랑스의 메디치상 등 해외의 유명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노벨상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올 때마다 한강 작가는 노벨상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5월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고 난 뒤 귀국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노벨상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라며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강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은 뒤에도 기자회견에서 "노벨문학상이 가까워졌다고 보나"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는데요"라며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강은 소설을 써오면서 가장 기쁜 순간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했을 때를 꼽았다. 그는 "쓰는 중간에 완성 못 할 것 같은 고비도 많았고, 편집자에게 못 쓰겠다고, '죄송하지만, 완성 못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어요.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제겐 상 받은 순간이 기쁜 게 아니라 소설 완성한 순간이 가장 기뻤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 쓰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심적으로도 괴로웠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최고권위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5년 만인 2021년 펴낸 장편소설로,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어간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소설 쓰면서 정심의 마음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아침에도 정심의 마음으로 눈뜨려 하고, 잠들 때까지 '정심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되뇌며 그 뜨거움과 끈질김에 대해 계속 생각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4·3의 비극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 한강은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주목해온 작가는 앞으로는 밝은 얘기를 써보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뒤 국내 기자회견에서는 "그 소설만 읽으시지 말고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이 많은데 조용히 묵묵하게 방에서 자신의 글을 쓰시는 분들의 훌륭한 작품도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려 깊고 배려심 많은 작가라는 문단의 평가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영감"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0 22:57:21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3)이 10일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에게 영감이 줬다"며 이 같이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
"한강은 한국에서 선구자"… 국내외 일제히 찬사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0 22:07:00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해외 주요 언론과 국내 정치권, 문학계 등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10일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긴급 뉴스로 알렸다. NYT는 “발표가 있기 전 출판업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거론한 작가는 중국의 전위적인 작가 찬쉐였다”며 “한강의 수상은 기대를 깨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와 함께 최근 노벨위원회가 유럽과 북미 이외 지역과 여성 수상자가 적다는 비판에 직면한 후 문학상 후보 작가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이란 테헤란 출신의 미국인 작가 포로치스타 하크푸르와의 과거 ‘채식주의자’ 리뷰를 인용해 “한강은 한국에서 선구자로 칭송받아 마땅하다”는 찬사도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한강이 글쓰기는 물론 미술과 음악에도 열정을 쏟았으며 이런 열정은 그녀의 문학 작품 전반에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던 채식주의자에 대해 “짧고 기발하며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강 작가님을 책이 아니라 오래전 EBS 오디오북의 진행자로서 처음 접했다”며 “조용하면서도 꾹꾹 눌러 말하는 목소리가 참 좋아서 아직도 가끔 듣는다”고 적었다. 또 “오늘 기분 좋게 한강 작가님이 진행하는 EBS 오디오북 파일을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한강의 대표작을 언급하며 “우리 역사에 남은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산문으로 전 세계인의 큰 사랑을 받았다”며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도 그 상처를 정면으로 대면해온 한 작가의 문학이 세계에 우뚝 솟은 모습은 국민의 자긍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학계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강의 연세대 국문과 1년 선배인 김별아 작가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한 작가 개인의 역량이며 동시에 그동안 많은 문학가들을 통해 한국 문학이 해외 문학계에 꾸준하게 소개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한국 문학가가 여러 명 거론됐지만 수상자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그런 아쉬움이 일거에 해소돼 문학가의 한 사람으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
한강, 한국문학 새 지평 열었다…"삶의 연약함 드러내는 시적 산문"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0 22:04:46“5·18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 등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국제적으로 강렬한 영향을 남겼습니다.”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왕립 과학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국내 소설가인 한강(54·사진)을 호명하며 선정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가장 한국적인 사건들을 자신만의 시적 문장으로 담아낸 한강만의 스타일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특히 한 작가의 평생에 걸친 작품 세계에 헌정하는 의미를 가진 노벨문학상 수상을 50대에 이뤄낸 경우는 흔치 않다. 오르한 파묵, 토마스 만이 54세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날 수상자 발표에 나선 마츠 말름 한림원 사무총장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의 반열에 오른 국제적인 도약의 순간으로 소설 ‘채식주의자(Vegeterian, 2007년 출간)’를 꼽았다. 그는 “주인공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면서 겪는 폭력적인 결과를 가혹할 정도로 효과적이면서도 시적으로 묘사했다”며 “‘소년이 온다(2014)’에서는 자신이 성장한 도시인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삼아 한강만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증언 문학으로 충격으로 다가갔다”고 평했다. 선정 사유를 밝히며 10여 분간 이어진 작가 한강 소개에서 ‘실험적이고 시적인 접근’이라는 단어가 수차례 언급됐는데 이는 세계 문단이 이해하는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역사적인 트라우마와 개인의 트라우마와의 연결 고리를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확보해내는 능력이 황석영 작가 등 기존 문단의 거장과 달랐던 점이 세계 문단에서 한강을 높이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노벨위원회의 한 심사위원은 “한강은 역사적 장소와 사건을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활용해 산 자와 죽은 자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트라우마가 한 세대를 넘어 어떻게 대대로 남게 되는지 보여준다”며 “한강의 매우 부드럽지만 정확한 산문이 폭력의 잔인한 힘에 대응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고 평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로 데뷔하기 전 시로 먼저 등단한 이력은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시심(詩心)에서 비롯된 단아하고 정갈함을 지닌 문체로 이를 담아내는 한강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형성했다. 한강은 등단 초기부터 ‘한 인간이 폭력을 완벽하게 거부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일관되게 던지며 국내 문단에서도 주목받았다. 초창기에는 상처 입은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며 ‘여수의 사랑(1995년)’ ‘검은 사슴(1998년)’ 등에서 불행한 가족사나 트라우마로 인한 개인적인 상처를 다뤘다. 이를 집대성하는 작품이 ‘채식주의자(2007년)’로 격렬한 꿈에 시달리다 육식을 거부하면서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믿는 여성 ‘영혜’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서사를 선보였다. 특히 이 소설은 평단에서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이 결합해 섬뜩할 만큼 강렬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한강의 입지를 다시 확인한 동시에 해외에 소설가 한강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번 한강의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쌓인 결과물로 한강이 한국 문학의 세계로 향하는 물줄기의 원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K문학의 번역 전문가인 이형진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는 “세계 문단에서 다양한 형태의 소외된 약자들의 내면의 이야기들이 큰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 흐름을 읽고 이 같은 작품 세계를 훌륭히 구축한 한강이 국내 작가 중에는 효시가 됐다”며 “한강을 시작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독자들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쌓인 공감대의 역사적인 결과물”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특히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던 다른 아시아 작가들과 다르게 번역된 언어가 영어·프랑스어·이탈리어 등 몇 곳 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벽을 넘은 파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이 수상 연락을 받을 당시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마쳤으며 수상 소식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말름 사무총장은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이후 “한강과 전화로 얘기할 수 있었다”며 “그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과 막 저녁식사를 마친 참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
'한강·에우로파' 노벨위원회 공식 SNS에 한강 작가·작품명 한글 표기
국제 국제일반 2024.10.10 21:57:32노벨상 수상자와 업적을 발표하는 노벨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소설가 한강(53)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발표하면서 한글로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을 함께 표기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강의 이력과 주요 작품을 영어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이름과 주요 작품명은 한글로 함께 표기했다. 엑스 계정에 소개된 한강의 주요 작품은 1995년 출간된 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비롯해 그가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계기가 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이다. 한강의 작품 활동 초기였던 1993년 시를 발표한 잡지 '문학과 사회'도 한글로 소개됐다. 한강의 소설 에우로파의 한 대목을 인용한 이미지에도 'Quote from 에우로파(Europe)'라는 한글이 적혔다. 이날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그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며, 여성으로는 공동 수상자를 포함해 역대 121명 가운데 18번째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자 두 번째다. -
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은 누구인가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0 21:56:19한강은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단편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강은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집필한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한강 역시 2005년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해 부녀가 모두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010년에는 ‘바람이 분다, 가라’로 제13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세 번째 장편인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영국의 맨부커 국제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맨부커상을 받은 건 한강이 처음이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연재된 소설로 2007년 연작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영화로 제작돼 2010년 2월 개봉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노벨문학상 작가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상은 책이 완성되고 난 다음에 아주 먼 결과”라고 답한 바 있다. -
尹, '한강 노벨상'에 "위대한 업적이자 국가적 경사"
정치 정치일반 2024.10.10 21:56:06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한림원의 선정 사유을 언급하며 “작가님께서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며 “한국 문학의 가치를 높이신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훌륭한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설가 한강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1993년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등단한 한강은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희랍어 시간’ 등 여러 단편집 및 장편 소설집을 냈고, 소설집 ‘채식주의자’가 영국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
한강 '노벨문학상' 세계 중심에 서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0 21:56:06소설가 한강(54)이 아시아 여성·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는 평가를 받은 한강은 한국 문학의 정수를 세계 문학의 중심에 우뚝 세웠다. ★관련 기사 2면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의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은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소설문학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죽음과 폭력 등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 등으로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대한민국 문학 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
[한강 작품세계] 중성적 시선으로 사회 비극을 주시..깊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채워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0 21:55:33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깜짝 뉴스였지만 그렇다고 기대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한강은 앞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23년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문학상을 각각 수상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그의 작품은 40여 개국에 번역 판권이 판매된 상태다. 한강은 최대한 중성적인 시선으로 인류 사회의 비극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그 속의 고통과 혐오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해 왔다. 그러면서도 깊은 슬픔을 자아내고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서울로 이사한 뒤 아버지 한승원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보여주며 “열세 살 때 본 그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세 편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이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인물인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에서 각각 서술하는 다면적인 면모를 보인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커상을 받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몰입하며 언어와 소재의 한계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문학의 특수성에서 벗어나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서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을 담았다. 책은 4·3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담겼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 것, 즉, 작별할 수 없다는 의지를 오롯이 드러낸 작품이다. 한강은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의 의미에 대해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소년이 온다’도 그런 비극의 연장선에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그렸다. 한강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은 ‘흰’이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면서 시 성격도 지닌 이 작품은 강보·배내옷·소금·눈·달·쌀·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책이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10일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로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며 “그녀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밝혔다. -
한강 노벨상 수상 소식에 교보문고·예스24 사이트 한때 마비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0 21:40:0710일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관련 책 주문이 폭주하면서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이날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후 교보문고·예스24 사이트에 접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한강의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한강의 책을 출판한 창비나 문학동네 등에 급하게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에는 채식주의자가 1위, 소년이 온다'가 2위, '작별하지 않는다'가 3위, '희랍어 시간'이 4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5위, '흰'이 6위, '채식주의자'(개정판) 7위, '더 에센셀' 8위, 소년이 온다(특별판) 9위를 기록했다. 예스24 역시 1위부터 10위까지가 한강 작품으로 채워졌다. -
서점가 몰린 시민들 “韓 문학 인정”…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환호
사회 사회일반 2024.10.10 21:30:3010일 오후 8시 30분. 운영시간 종료를 불과 1시간 30분가량 남겨 놓고 한산한 모습을 보이던 광화문 교보문고에 사람들이 하나 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직원을 붙잡고 “한강 작가의 책은 어디있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이날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교보문고 측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반응에 나섰다. 교보문고 직원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나오자마자 급하게 한강 작가의 작품 전용 코너를 만들고 있다”며 “표지판도 출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여분 후 표지판이 나오자 사람들은 매대로 몰려 책을 집어가기 시작했다. 일부 손님들은 책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매대 가득 놓여있었던 책은 불과 10여분 만에 동이났다. 이날 수상 소식을 듣고 일부러 서점을 방문했다는 40대 이예주 씨는 “영미권이나 유럽권의 문학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어 자주 수상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 말로 된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만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속상했었다”라며 “한강 작가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그 한을 씻은 것 같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뉴스를 접하고 남편과 함께 서점을 찾은 홍예슬(35) 씨는 “외국 서점에 나가면 한강 작가의 책은 꼭 발견할 수 있었어서 인상 깊었다”라며 “한국의 문학이 많이 인정을 받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서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당초 한강 작가의 수상을 점치는 의견이 적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실제 영국의 도박 사이트 나이서오즈(Nicer Odds)의 노벨문학상 베팅 1위는 중국의 찬쉐 작가였다. 국내 온라인 서점업체 예스24 역시 앞서 노벨문학상 수상 기대작가 1순위로 찬쉐를 꼽기도 했다. 이날 오후 8시 45분께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30대 여성 박 모 씨는 “노벨문학상 후보 리스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수상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에 출장을 갔을 때 한강 작가의 작품인 ‘흰’이 번역돼 서점에 진열된 모습을 봐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수상에 성공해서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손에는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가 들려있었다. 특히 이번 수상 소식이 들리자 국어국문계도 환영하고 있다.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남현주(28) 씨는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사회적인 폭력, 역사적인 트라우마 등을 주제로 한 혁신적인 작품이 전세계에 알려져 기쁘다”고 말했다. 국문과 대학원생인 손민정(24)씨는 "한강 작가의 수상이 아시아 여성 최초인 점도, 광주 5.18과 제주 4.3 사건을 그린 작가가 수상해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사건들이 세계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이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서점업계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2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서점 개수는 2484개로, 2022년 2528개 대비 1.7%가량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독서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30대 박 모 씨는 “최근 ‘텍스트 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독서가 많은 사람들에게 힙한 취미로 관심 받으면 좋겠다”라며 “향후에도 한국 문학이 더 성장해 2번 째, 3번 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강 작가는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난 그는 이후 서울로 올라와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헀다. -
"한강, 언젠가 노벨상 받을 걸로 확신" 작품 펴낸 佛출판사 '환호'
국제 국제일반 2024.10.10 21:22:53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프랑스어로 펴낸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Grasset) 측은 한강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소식에 환호했다.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라세의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한강의 수상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놀라움과 기쁨이었다"고 감동했다. 슈네프 편집자는 "소식을 접했는데 너무 믿을 수가 없었다"며 "언젠가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거라고 확신은 했지만 오늘이 그날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의 수상이 발표되자 출판사 전체에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며 "한강과 한국 문학계, 그리고 한국 전체에도 너무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상은 훌륭한 작품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강은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책으로 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라세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담은 띠지를 둘러 작품을 추가 인쇄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수상 소식에 현지 언론들의 관심도 뜨겁다고 전했다. 그라세가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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