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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글수저' 물려준 한승원… "강이 소설은 버릴 게 없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5:44“강이 소설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85)은 11일 “세상이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기쁨을 표출했다. 한 작가는 “(딸 한강이) 발표 직전인 오후 7시 50분께 스웨덴에서 전화가 와 수상 소식을 접했다”며 “본인도 실감이 안 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작가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노벨위원회가) 뜻밖의 인물을 찾아내 수상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뜻밖에 우리 강이가 탈지도 몰라 만에 하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도 전혀 기대를 안 했다”면서도 “(아내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상을 타면 좋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승원은 과거에 딸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한 바 있다. 또한 “어떤 때는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 질투심이 동한다”고 털어놓은 일도 있다. 한강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두 번째로 올랐을 때는 “강이가 나를 진작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낮추고 자신과 비교하며 딸에 대한 높은 긍지와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써서는 안 되는 대중적인 소설을 많이 쓰면서 밥벌이에 이용했고, 어설퍼서 버리고 싶고 내세우고 싶지 않은 저술이 더러 있다”며 “내 소설과 강이 소설을 비춰 보면, 강이 소설은 버릴 게 없고 하나하나가 명작들”이라고 말했다. 또 “고슴도치는 내 새끼가 예쁘다고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언급했다. 그는 “그때부터 강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가라고 생각했다”며 “다음 작품인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 사건이 연결되면서 국가의 폭력과 세상으로부터 트라우마를 느끼는 여린 인간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랑이 끈끈하게 묻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39년 전라남도 장흥 태생인 한승원은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등을 집필한 원로 작가다. 당초 한강은 11일 오전 언론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기자회견은 하지 않았다. 한승원은 11일 자신의 작업실 해산토굴(海山土窟)을 찾은 기자들에게 “저는 딸에게 국내 문학사 중 하나를 선택해 기자회견장을 마련해 회견을 하라고 했지만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딸 대신 상황을 전달했다. 한강은 한승원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모든 죽음이 실려 나가는 상황에서 ‘잔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승원은 “그새 한국 안에 사는 작가로의 생각이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감각이 바뀌어 있었다”며 대신 소감을 전하는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
기생충·BTS이어 노벨문학상까지…韓, 문화강국 '화룡점정'
문화·스포츠 헬스 2024.10.11 17:34:35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화의 탄탄한 저력이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됐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수많은 K팝 가수 등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한국 문화가 세계 주요 시상식장을 정복한 데 이어 클래식 음악과 순수문학 분야에서까지 위력을 떨치면서 한국이 ‘문화 선진국’을 넘어 ‘문화 최강국’의 자리로 성큼 뛰어오르고 있다. 11일 AP통신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한다”며 영화 ‘기생충’ 등 세계를 휩쓸고 있는 수많은 한국 문화와 콘텐츠를 집중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위상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높아져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받고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는 한국 문화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 속 명대사는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청 시간, 시청 가구 수 등의 분야에서 1위에 오르며 한국 콘텐츠의 위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이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K팝이 화룡정점을 찍었다.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매하며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한 것. 이후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이 잇달아 빌보드 정상에 오르며 BTS는 2000년대 세계 최고의 팝그룹이 됐다. BTS 멤버인 뷔는 전날 한강의 수상 소식 기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군대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BTS뿐 아니라 블랙핑크·세븐틴 등 다른 K팝 가수들도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중 예술이 쏘아 올린 ‘세계 최고’ 신호탄은 다른 예술 분야로 번져나갔다. 클래식에서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2년 밴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음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그라모폰 뮤직어워즈’에서 2관왕에 올랐다. 김기민·박세은 등의 무용수들은 세계 최정상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의 자리를 꿰차며 이름을 빛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은 대중 예술과 공연뿐 아니라 순수문학 분야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에도 박상영·신경숙·김애란 등 많은 한국의 작가들이 최근 몇 년간 해외의 주요 문학상에 언급됐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은 명실상부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
세계 휩쓰는 韓작가…이젠 국제문학상 '단골' 수상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4:01“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벨문학상에 한국 문학이 굉장히 근접해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이문열은 2014년 10월 15일 인천에서 진행된 한 북콘서트에 참석해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문열이 예언한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현실이 됐다. 한강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주류로 올라선 것이 확실히 증명됐지만 그 징조는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이미 영국의 맨부커상(2016)을 수상했고 또 ‘흰’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2018)에 오른 것을 비롯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상(2023)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2024)을 받으며 세계 문학계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의 고유성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서 보편적 질문으로 만들어지는 사례를 봤다”고 말했다. 우리 문학계에서 2000년대 이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로는 고은 시인과 황석영 작가 등이 거론됐고 최근에는 김혜순 시인이 자주 언급됐다. 고은은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외신에 언급된 후 단골 후보로 거론되며 기대와 실망을 함께 받아야 했다. 황석영은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2005년 수상이 유력하다고 언급한 후보 중 하나다. 김혜순은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에 이어 올해 3월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한국 문학의 세계 도전에서 터닝포인트는 역시 2016년 한강의 영국 맨부커상 수상이다. 이를 통해 한강의 소설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아쉽게도 뒤이은 맨부커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잇따라 최종 후보에는 오르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로 비롯해 앞서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2022)’와 천명관 작가의 ‘고래(2023)가 맨부커상 최종 후보로 이름을 알렸다. 또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맨부커상 1차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메디치상 1차 후보에도 포함됐다. 한편으로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맨부커상을 받지 못한 설움을 지난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월 ‘저주토끼’의 독일어판 번역가 이기향이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에서 번역서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다소나마 풀었다. 우리 작가가 직접 외국어로 쓴 작품이 해외에서 문학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올 8월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받은 이미리내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해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홍콩에 거주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습작을 병행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10일(현지 시간)에는 김주혜 작가가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문학상인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연간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는 한국 문학 작품이 200종을 넘어섰고, 수십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나오고, 선인세 2만 달러의 작가군이 10명이 넘는다”며 “또한 문학상 수상으로 작가의 지난 작품이 해외에서 출판되고 전문지 비평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인고의 역사가 만든 문제의식…'언어장벽' 넘어 공감 끌어냈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33:16한강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전 세계의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 문학이 어떻게 세계 문학의 중심에 설 수 있었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K팝·K드라마·K무비 등이 글로벌 대중문화를 주도해왔지만 순수문학은 주변에 머무르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국내외 문화계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깜짝 놀랄 만한 뉴스로 보면서도 한국 문학이 K컬처 성공의 원초적인 힘으로 작용해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중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많은 작품이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모스크바영화제에서 고(故) 강수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아제아제바라아제’도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남북 분단,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4·3 사건을 비롯한 근현대의 굵직한 사건 등 인고의 역사는 한국 문학과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화수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학은 한국 사회를 주도하고 이끌어갔던 원동력이었다. 한국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소재로 다룬 문인들은 부조리한 역사를 세계에 알리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다.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한강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은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등 한국의 근대사를 다룬다. 과거 리얼리즘 작가들의 어법이 아닌 한림원의 표현대로 ‘강렬한 시적인 언어’로 표현한 점이 오히려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강에게 세계적 인지도를 안겨준 ‘채식주의자’마저도 일제 강점과 군사 정권 등으로 인해 내면화된 우리 안의 폭력성을 은유한 것이라 해석이다. 소설가 황석영, 시인 고은 등 사회성 짙은 기성 작가들이 쌓아둔 토양을 발판 삼아 성장한 젊은 작가들이 세계 문단의 흐름에 눈높이를 맞추며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유려하고 개성있는 스타일로 표현해낸 것도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어경희 예일대 동아시아어·문학 교수는 “젊은 작가들의 경우 세계 문단의 뚜렷한 경향성인 소수자 의식, 젠더 문제 등에 대해 이미 국제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인종적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뭉툭한데 이를 또 한국인과 한국계 작가들이 첨예한 감각으로 다루고 있다”고 평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번역의 중요성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한강의 소설이 맨부커상을 시작으로 노벨상까지 수상하기까지는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의 공로가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수상할 당시 “1인치라는 자막의 장벽만 넘으면 더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언어는 실제로 오랫동안 한국 문학에 장벽이 됐다. 기라성 같은 한국 작가들의 소설이 해외에 진출해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다. 한강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의 경우 해외에 처음 출간될 당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번역가인 스미스가 한글로 쓰인 문장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국어에서만 쓰이는 독특한 특성을 지키는 데 주력한 덕분이다. ‘형’ ‘언니’ ‘소주’ 등의 단어를 발음 그대로 번역한 것도 소설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형진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는 “한강의 작품은 번역된 언어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언어 번역으로는 크게 적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어 교수 역시 “이미 해외에도 그간 번역가들의 노력으로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삼대’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다 번역이 됐다”며 “이제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알려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 출판 기회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출판사의 번역 출판 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281건으로 전년(209건) 대비 34% 늘었다. 이는 2019년(97건)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영어 번역의 경우 2019~2023년 전체 출간 지원 건수 115건 중 시가 절반이 넘는 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소설(45건)이 뒤를 이어 시와 소설의 비중이 90% 이상에 달했다. -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책 구매 위해 줄 서 있는 시민들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22:45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규빈 기자 2024.10.11 -
한승원 "딸, 전쟁으로 날마다 주검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냐고"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7:20:41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85)은 11일 "너무 갑작스러웠다. 당혹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작가는 이날 오전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다. 나는 껍질이다. 알맹이(한강 작가)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라면서도 수상 소식을 접한 순간을 풀어놨다. 한 작가는 "(딸에게) 창비, 문학동네, 문지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출판사에서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 작가는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젊은 작가)에게 상을 줬다"며 "그러니까 우리 강이한테 상을 준 것은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다"고 기뻐했다. 딸에게 소설 쓰는 법을 따로 가르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 작가는 "딸한테 방 하나를 따로 줬는데 한참 소설을 쓰다가 밖에 나와보면 딸이 안보였다"며 "이 방, 저 방 다녀서 찾고 그랬는데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공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고교때 한글날 글짓기에서 텔레비전을 '말틀'이라고 부르겠다고 표현해 상을 받은 게 한강의 유일한 학창 시절 수상이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한강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 한 작가는 "효도를 많이 한 딸"이라며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하는데 나는 평균치를 약간 넘어선 사람이다. 평균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뛰어넘은 아들, 딸은 더욱더 훌륭한 것이다"고 말했다. 작가 한강을 한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느냐"며 웃고는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로 정의했다. 한 작가는 "(딸이) 여려서 큰일을 당하면 잠을 못 자고 고민한다"며 "어젯밤에도 새벽 3시에나 잠을 잤다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다"고 부정(父情)도 감추지 않았다. 한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고향인 전남 장흥에 2000년대 초반 내려와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부녀는 이상문학상을 2대에 걸쳐 수상한 진기록의 주인공이다. -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사칭 X계정'도 등장
국제 국제일반 2024.10.11 17:14:18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 X(옛 트위터)에 그의 사칭 계정 게시물이 등장해 일부 해외 언론이 이를 인용까지 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계정은 사라졌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한강 작가를 자칭하는 X의 한 계정이 빠르게 팔로워 수를 늘렸다. 2015년 12월 만들어진 이 계정은 계정주인을 ‘작가, 공식 계정’, ‘한국 거주’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한강 작가의 이름 알파벳은 ‘HanKang’이지만, 이 계정은 ‘HangKangOffic’를 썼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되고 7분 후 이 계정은 노벨상 공식 계정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고맙다”는 게시물을 올렸고, 이후 또 한 차례 “말이 안 나온다. 고맙다”고 썼다. 이 두 건의 게시물은 이후 400만 이상 조회됐고, 이 계정의 팔로워 수는 2만을 넘어섰다. 아사히는 영국 일간 가디언이 한때 이 글을 인용해 기사를 썼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출간한 한국 출판사가 이후 “한강 작가는 특별히 SNS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문제의 계정이 공식 SNS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11일 자정이 지나자 해당 계정에는 “이 계정은 이탈리아인 저널리스트가 만든 가짜입니다”라는 새로운 글이 올라왔고, 이용자 이름도 변경됐다. 아사히는 “이 언론인은 과거에도 가짜 계정으로 팔로워를 늘리는 행동을 반복했다”며 “지난해에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로 위장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해당 언론인은 지난해 위장 SNS에 대해 “미디어의 약점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서”라며 “지적인 게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노벨문학상' 한강이 추천한 '이 책' 뭐길래…"최근 작품 좋아해"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6:55:21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53)이 자신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도서로 꼽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한강 작가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한강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신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도서를 꼽았다. 그는 "내 생각에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주 4·3사건의 아픔과 고통을 담고 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강을 세계에 알린 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그 작품을 3년간 썼고, 그 3년은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꽤 힘든 시간이었다"며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한강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여성으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첫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인도 타고르,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 중국 소설가 모옌에 이어 아시아 작가로는 다섯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한강 소설 또 영화화 될까?…'채식주의자' '흉터' 등 이미 영화화, 성적은 부진
서경스타 영화 2024.10.11 15:52:51한강 작가가 10일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는 2010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된 바 있다. 임우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고, 제26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를 선언하며 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과 불화에 놓이게 된 영혜(채민서 분)와 형부이자 비디오 예술가인 민호(현성),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삶을 붙들려는 언니 지혜(김여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원작 소설집 ‘채식주의자’를 내용을 충실히 살렸다. 소설집은 고기를 거부하는 영혜의 이야기 ‘채식주의자’, 그리고 영혜의 몽고반점에 강렬한 끌림을 느끼는 민호의 이야기 ‘몽고반점’, 그리고 파멸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언니 지혜의 이야기 ‘나무 불꽃’으로 구성됐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한강에게 세계적인 명성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안겼지만,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배우 채민서가 7㎏을 감량하며 파격적인 열연을 펼쳤음에도 전국에서 개봉한 스크린이 20개를 넘지 못했고, 누적 관객 수는 3536명에 그쳤다.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아기 부처’는 2011년 ‘흉터’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됐다. ‘채식주의자’를 연출한 임 감독 작품으로, 배우 박소연, 정희태가 주연을 맡았다. 뉴스앵커인 완벽주의자 상협과 동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평범한 가정주부인 선희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그린 영화다. 한 시간 남짓한 상영 시간으로, 전국에서 상영한 스크린 수도 당시 1~3개뿐이었다. 결국 256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강의 다른 작품이 영화화 될 지 기대가 모인다. 2019년 마이데일리와 예스24가 함께 진행한 ‘영화화 되길 바라는 소설’ 설문조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가 25.7%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노벨문학상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도 '이곳' 장학생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4.10.11 15:50:35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주요 작품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대학원 시절 한국국제교류재단(KF) 장학생으로 선정돼 학비를 지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KF에 따르면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2013년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한국문학) 박사과정에 재학할 때 KF 해외 한국학 전공 대학원생 펠로(2013~2014)로 선정됐다. 외교부 산하기관인 KF는 외국과 교류사업을 통해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세계 한국학 진흥을 위해 지금까지 해외 18개 대학에 교수직 161개를 만들었고 47개국 해외 싱크탱크의 정책연구를 지원했다. 김기환 KF이사장은 “KF의 지원으로 성장한 데보라 스미스 번역가가 이번 문학상 수상에 일조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에 대해 연구하고 관심 있는 학자들을 지원하는 공공외교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KF의 노력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만, 올 하반기 정부의 부담금 개선 조치 이후 KF는 극심한 운영난에 처했다. KF 운영비 대부분은 여권 발급 수수료에서 나온다. 그런데 정부가 출국자 부담을 줄인다며 여권 발급비용을 낮추는 과정에서 KF 지원금이 대폭 깎인 것. 이달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 이사장은 “(부담금 감소로)145억원, 운영비의 20%가 줄었다”며 “구조조정과 긴축, 다양한 재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부담금을 줄이는 종합대책 과정에서 파편이 날아온 측면이 있다”며 “나름대로 자구책과 아이디어를 강구해 재단과 같이 헤쳐나가겠지만 똑부러지는 뾰족한 아이디어가 나올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
"'흑백요리사'가 왜 여기서 나와?"…한강 노벨문학상 시민 인터뷰에 '깜짝' 등장
서경스타 TV·방송 2024.10.11 14:33:40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축하하는 인터뷰에 포착됐다. 11일 JTBC 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과 이를 축하하는 시민들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이 게재됐다. 공개된 시민 인터뷰에는 서울 종로구 누상동에 거주하는 임태훈 씨가 등장했다. 임 셰프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내 최초다.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책을 한번 구매해서 꼭 보도록 하겠다"고 말해 한강 작가를 향한 지지와 관심을 표현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철가방 요리사가 거기서 왜 나오냐", "와 한강 작가님 철가방 요리사가 축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강 작가는 1993년 '서울문화'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수상으로 한국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에 두 번째 노벨상 수상국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
"사연있는 사람처럼 울면서 택시 내려" 한강 작가 울렸다는 '이 노래'
서경스타 가요 2024.10.11 14:28:05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과거 인터뷰가 재조명 받고 있다. 특히 작품을 집필할 때 음악을 자주 듣는다는 그가 한 유튜브 채널에서 손꼽은 플레이리스트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강 작가는 2021년 저서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후 출판사 문학동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필 당시 들었다"며 '곁에 있어 준 노래'들을 소개했다. 한강 작가는 "평소에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라며 "글을 쓸 때 음악을 듣는 방식은 그때그때 다른데, 조용히 다듬기도 하고, 귀가 떨어질 것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 잡념을 사라지게도 한다"고 소개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지난해 한강에게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상을 받기도 했다. 한강 작가가 1990년대 후반 제주 바닷가에 월세방을 얻어 지내는 동안 취재한 주민의 회고록에 기반해 작성했다. 한강 작가의 추천곡 중 눈길을 끈 건 악뮤(AKMU)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였다. 한강 작가는 "초고를 다 쓰고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나왔다"며 "아는 노래고 유명한 노래지, 하고 듣는데 마지막 부분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소개했다. 특히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라는 가사를 언급하며 "바다가 다 마르는 건 불가능한데 그런 이미지가 떠올라 사연 있는 사람처럼 울면서 택시에서 내린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제주를 떠올리기 위해 들었던 노래로는 조동익의 '룰라비'(Lullaby)를 소개했다. 한강 작가는 "제주 자연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며 "제주의 바람이 불고 있으면 했기 때문에 쉴 때 이 음반을 틀어놓고 있으면 제주에 간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을 쓸 때 음악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며 "소설을 쓸 때 이미지가 중요하다. 시각적인 이미지 뿐 아니라 바람 소리 같은 어떤 장면이 좋다거나 음악이 가진 정서가 있는데, 그 정서가 제 안의 것과 만나 '그래, 나 이것 쓰고 싶었어' 하고 문득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 김광석 '나의 노래'는 "특히 열심히 썼던 시기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한강 작가는 "아무도 안 만나고, 말도 안 하고, 안 들어서 '한국말을 잊어버릴 수도 있겠다' 하던 시간이었다"며 "저는 '갱생의 시간'이라고 부르는데, 식이요법도 하고, 근력 운동도 해서 많이 건강해지고, 글도 많이 썼다"고 했다. 이어 "특히 좋아하는 구절은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라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강 작가는 안드라 레이의 '라이즈 업'(Rise Up), 아르보 페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등을 들으며 힘을 얻고 위안받았다고 했다. -
'작가 출신' 강유정 의원 "한강, 박근혜 때 블랙리스트…정치는 간섭 말아야"
정치 정치일반 2024.10.11 14:23:05문학평론가이자 작가 출신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한강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해자였음을 언급했다. 강유정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정감사 도중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박수치며 기뻐했지만 저는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며 “오늘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는 2016년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분류됐던 작가”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야당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을 한 문화예술인 명단을 작성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게 이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한 사건이다. 한강 작가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다룬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뒤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 문화교류 행사 지원 대상 등에서 배제됐다. 다만 한국문화번역원은 배제 지시에 불응, 한강을 지원했다. 강 의원은 이어 “문화는 함부로 행정과 정치가 손을 대서는 안되는 영역”이라며 “국가 예산에, 국가 유산에 꼬리표가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음악이, 영화가, 문학이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며 "정치는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강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문인 중 최초 수상자가 됐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한강은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은 바 있다. 한편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출판·번역·작가 지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 오전까지 수상 환영 메시지 등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첫 계약금 50만원도”…작품 보다 출판 권력이 낳은 ‘하청 작가’
사회 사회일반 2024.10.11 13:17:37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 작가 사회의 명암을 돌아보게 한다. 한 작가처럼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은 작가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작가는 출판 권력이라고 불리는 출판사와 불투명한 계약을 맺고 턱없이 낮은 인세를 받으며 버티거나 대중의 무관심 속에 꿈을 포기한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는 올 6월 26일 서울국제도서전을 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작가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작년부터 작가 노동자의 힘든 삶을 알리기 위한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준비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글쓰기는 각자 작업실에서 이뤄지는 독립적 노동이 아니라 불안정하고 종속적인 하청 노동과 같다”며 “대부분 작가는 공정한 계약과 임금 지급을 요구하다가 체념과 절망을 거듭해 길을 잃는다”고 밝혔다. 작가가 출판사란 원청을 둔 하청노동자라란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모과 SF(Science fiction film) 작가는 5년 차 전업 작가다. 그가 작가 데뷔 후 처음 맺은 계약서에는 그의 날인이 없었다. 날인이 없어도 계약 효력이 있다는 출판사의 황당한 권유를 믿었다. 그는 원고 인도일만 적혀 있고 원고료 입급 시기가 없는 계약도 맺었다.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월급 날짜를 모르는 셈이다. 황 작가는 “지연된 원고료를 받기 위해 굴욕감을 참아냈다”며 “아무리 애써도 극소수인 베스트셀러 작가 외 작가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우리 칼럼니스트는 작가란 이름을 잃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부모님은 지인에게 나를 기자라고 소개하고 저 스스로도 대학원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자가 시스템은 좋은 글보다 팔리는 글을 쓰는 존재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황은 출판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납득되기 어려운 구조란 지적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22년 신간 발행 종수는 6만1181종으로 1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책 평균 정가도 1만268원에서 작년 1만8633원으로 증가했다. 판매 수입이 제대로 작가에게 돌아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준비위의 ‘작가노동 연재글’에 참여한 김현진 소설가에 따르면 선인세로 불리는 출판 계약금은 100만~200만 원 수준이다. 영세 출판사와 계약을 하면, 5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인 작가의 인세는 일반적인 단행본 정가 10% 보다 낮은 7~8%에서 정해지기도 한다. 김 소설가는 “만일 대부분의 책처럼 초판으로 출간이 멈추면 작가가 번 돈은 출판 계약금 200만 원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는 작가들이 생계 유지하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작가준비위가 올 4월 46명의 작가들의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 평균 비용은 약 142만 원이다. 고정비인 식비와 의료비 63만 원을 제외하더라도 작업 공간 운영 및 유지비, 자료 조사 비용 등 작가 생활을 위한 비용 항목이 많다. 준비위는 내년 5월 작가노조를 결성하는 게 목표다. 준비위는 고 최고은 작가처럼 힘든 상황을 겪는 동료 작가를 홀로 두지 않겠다고 했다. 2011년 시나리오를 쓰던 최 작가는 생활고와 지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나이는 32살이었다. 이후 정부는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안명희 준비위 위원은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출판사의 출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작가 스스로 문학적 성취를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출판 시장이 열악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세계 10위권 내 평가를 받으면서도 불공평하게 ‘파이’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
"한강 작품이 베스트셀러 1~9위, 판매량 폭발적 증가"…노벨문학상이 만든 서점가 '진풍경'
문화·스포츠 문화 2024.10.11 13:07:49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작품들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유력 작가들의 신간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던 트렌드 서적들이 한강 작품의 열풍에 밀려나는 모습이다. 11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작품 판매량이 수백에서 수천 배까지 급증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국내 주요 서점 두 곳에서만 13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교보문고 측은 "11일 오전 실시간 베스트셀러 1위부터 9위까지 모두 한강 작가의 작품이 차지했다"며 "특히 수상 발표 이후 판매량이 전날 대비 451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위권에 오른 작품으로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등이 있으며, 대부분 재고 소진으로 예약 판매 중이다. 예스24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시간 베스트셀러 10위권 내 모든 자리를 한강의 작품이 차지했다. '소년이 온다'가 1위, '채식주의자'가 2위를 기록했으며, 각각 전일 대비 784배, 696배의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예스24 관계자는 "톱3 작품만 해도 각각 2만8천 부, 2만6천 부, 2만3천 부가 팔렸다"고 전했다. 알라딘 역시 베스트셀러 1위부터 8위까지 한강의 소설과 시집이 독점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김현정은 "이 정도로 빠른 판매 속도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이후 처음"이라며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한강의 모든 작품으로 판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수요로 인해 대부분의 작품 재고가 소진된 상태다. 출판사들은 긴급 증쇄에 들어갔지만, 현재 주문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스24 관계자는 "일부 작품은 다음 주 초 입고 예정이지만, 주문이 계속 밀려들어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요 출판사들도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창비, '디 에센셜 한강'을 비롯한 다수의 한강 작품을 보유한 문학동네 등이 증쇄 작업에 돌입했다. 각 서점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특별 코너를 마련해 홍보에 나섰다. 교보문고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예스24는 '한강,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통해 작가의 전작과 인터뷰, 심사평 등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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