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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방폐장법' 9년만에 통과…AI 전력망 정상가동 길 열렸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2.17 17:48:132030년대에도 가동 중단 없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6년 첫 논의가 시작된 후 내내 국회에 발이 묶여 있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법안 소위에서 처리됐기 때문이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넘으면 원전 외부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고준위방폐장법과 함께 에너지 3법을 구성하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도 함께 소위를 통과했다. 이들 법안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뒷전으로 밀렸지만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더 이상 논의를 늦출 수 없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급물살을 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7일 제1차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에너지 3법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법안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법안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관리하는 시설을 만드는 내용의 고준위방폐장법이다. 여야는 20대 국회에서 고준위방폐장법을 처음 발의한 후 여러 쟁점을 두고 줄곧 줄다리기를 해왔다. 21대 국회에서 특별법이 다시 발의됐지만 건식저장시설의 ‘저장 용량’ 부분에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또 좌초됐다. 통상 ‘사용후핵연료’라 불리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현재 원전 내 습식저장시설에서 보관된다. 별도의 방폐장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대부분 원전의 습식저장시설이 포화된다는 점이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지금 당장 시작해도 2050년께나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할 시설이 필요하다. 건식저장시설은 습식저장시설에서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해 원전 부지 내 설치되는 콘크리트 저장 시설이다. 야당은 건식 저장 용량을 원전 설계수명 기간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의 최초 설계수명이 종료되면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없도록 해 사실상 ‘탈원전’ 기조에 발맞춰 시설을 만들자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원전 운영 허가 기간의 발생 예측량으로 하자고 맞섰다. 원전 연장 수명 가능성을 고려해 실제 필요한 용량을 확보하자는 논리였다. 결국 이날 통과된 고준위방폐장법은 야당안을 중심으로 수용됐다. 정부는 건식저장시설의 용량이 다소 줄더라도 법안이 빠르게 통과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설계용량만큼의 저장시설이라도 확보되면 그 사이 고준위 방폐장을 지어 대응할 수 있다”며 “당장 수년 뒤 습식저장시설이 포화되기 시작하므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설명했다. 고준위방폐장법에 앞서 소위를 통과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국가전력망 확충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345㎸ 이상 고압 송전망의 규정상 건설 기간은 9년이지만 주민 반대와 인허가 문제 탓에 실제 평균 사업 기간은 13년 소요되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소위원장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력망을 하나 만들 때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있고 건설 비용도 많이 들어 어렵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지원으로 지정된 전력망은 특별히 신속 지원할 수 있게 하고 먼저 생산된 곳에서 전기를 우선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주도하던 사업을 정부 주도의 계획 입지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의 해상풍력특별법도 이날 함께 의결됐다. 정부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사전에 지정한 해상풍력단지 안에 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해상풍력특별법은 고준위방폐장법과 함께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를 거듭했지만 끝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수년째 표류 중이던 에너지 3법이 법안 소위를 통과하자 산업계에서는 고질적인 전력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생겼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AI 혁명으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데 정작 송배전망이 부족해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적시 적소에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이르면 19일로 예정된 산업중기위 전체회의 심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회의도 무사히 넘기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
李 “경제정당”외쳤지만…반도체 주52시간 예외는 또 불발
정치 정치일반 2025.02.17 17:27:16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연일 우클릭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정작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대표의 성장 담론이 말의 성찬이 아닌 입법 과제 실천 등과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가) 우클릭했다고 비난하는데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물론 당내 대권 주자들까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며 최근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비판하고 나서자 성장 담론을 적극 설파하며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경제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이 아무리 부족하고 못나도 국민의힘보다는 분명히 낫다”며 “민주당이 집권하면 코스피 지수도 3000대를 찍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주당은 성장 동력 찾기에도 나서고 있다. 이날 인공지능(AI)을 시작으로 로봇·방위·바이오 등 핵심 전략산업의 발전 방안 수립을 위한 경청 간담회를 잇따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24일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에도 직접 출연해 주식시장 선진화 방안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대표가 연일 성장론을 띄우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입법 과제들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두는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이 대표는 직접 주재한 토론회에서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노동계와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한발 물러섰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어 반도체특별법을 심사했지만 주 52시간 적용 제외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보류됐다.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불발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주 52시간 이상 노동에 대한 수당 지급 등의 세부안이 필요하다”며 “재계가 보완 장치를 만들어 직접 정치권을 설득할 차례”라며 사실상 원점 상태로 돌아갔음을 인정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과한 임시 투자 세액공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까스로 소위 문턱은 넘겼지만 중견·중소기업만 적용하고 대기업은 제외한 탓에 세액공제 혜택을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이 대표가 공제액 상향 가능성을 내비치며 기대를 키운 상속·증여세 개정안도 말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공제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 자녀공제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가 성장 담론을 내세워 중도층 공략에 나섰지만 석 달간 30%대의 지지율에 갇혀 있다”며 “말뿐인 성장 담론으로는 중도층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청론직설] “반도체 R&D 주52시간은 난센스, ‘예외 적용’ 특별법 조속 입법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2.17 16:52:13중국 스타트업이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 딥시크 출시에 자극받은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AI 전용 단말기와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AI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도 한국은 AI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시급한 반도체특별법마저 거대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이다. 반도체공학회 회장인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R&D 업무에 주 52시간 규제를 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난센스”라며 “예외 적용을 하지 않았을 때 초래될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5년쯤 후에는 세부 응용 분야별로 AI 반도체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모빌리티·금융·보안·의료·교육 등 특수 목적의 AI 칩 개발을 준비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스타트업이 저비용·고성능의 AI 모델을 만들어냈다. △딥시크는 중국의 AI 기술 및 AI 반도체 기술의 자립도가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는 점을 간접 증명했다. 중국의 기존 AI 대기업인 알리바바·바이트댄스가 아닌 2023년 창업한 스타트업이 이룬 성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딥시크는 저가 반도체를 사용한 가성비 높은 기술, 중국 국내 인력을 활용한 토종 기술, 오픈소스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 두려운 것은 중국 엔지니어의 꿈과 비전을 보여주는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의 인식이다. 그는 “혁신은 돈이 아니라 자신감에서 나온다. 사람과 맞먹는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혁신을 통해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과감한 도전 정신이 사라지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우리나라의 연구 풍토와 비교된다. -미국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주도권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딥시크의 파장이 만만치 않지만 엔비디아의 리더십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반의 시장구조는 AI 반도체의 대규모 학습 및 추론에 적합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계속 발전하면 이에 맞춰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용 GPU가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응하는 신제품을 내놓으며 주도권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현재 주로 소비되는 AI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고성능컴퓨터(HPC)용으로 한번 설치하면 10년 가까이 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하는 것은 무리다. 시장 흐름을 주시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인가. △엔비디아는 지금 ‘AI 반도체 고속도로’를 설치하고 있다. 고속도로라는 주 인프라 구축이 끝나면 세부 교통망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5년쯤 후에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흐름에 분명한 변화의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휴대폰 등 작은 시스템에 적용되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모빌리티·금융·보안·의료·교육 등 세부 응용 분야별로 AI 반도체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세부 분야별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을 준비해야 한다. 또 오픈AI가 주도하는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와 같은 글로벌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AI 분야에서 성과를 내려면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힘들 텐데. △미국·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돈과 사람, 인프라 모두 제한돼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폭넓게 인재를 육성하면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AI 시대에는 1명의 최우수 인재도 필요하지만 100명의 보통 인재도 중요하다.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1명보다는 2명, 50명보다는 100명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효율적이다.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1개의 스타 기업도 중요하지만 100개의 건실한 중소기업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많은 성과를 냈지만 AI 시대가 되면서 그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대만이나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같이 살아가는 생태계가 있다. 중국의 딥시크 같은 기업도 그런 토양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우리도 크고 작은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피라미드식’의 탄탄한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산업 성장의 마중물이 되는 것은 결국 정책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등 반도체 생태계를 튼튼하게 구축하기 위한 정책 발굴과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국내 중견·중소 팹리스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기술·인프라·인력 등 전방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연구 시설 및 초기 개발 비용 지원 등을 통해 작은 기업들도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팹리스 간의 연결 고리를 찾아 지원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반도체 글로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이 끌고 정부가 밀어주면서 차세대 AI 칩 개발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인재 육성이나 생태계 구축은 ‘화초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단기적·일시적이 아닌 체계적·지속적으로 도와줘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중국의 AI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더 심해질 것 같다. △미국은 엔비디아 고사양 칩뿐 아니라 저사양 칩에 대해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의 경우 네덜란드 ASML 등의 대중국 교역이 증가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조치가 외려 중국의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중(對中) 제재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랐는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딥시크가 그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반도체 업체인 양쯔메모리·창신메모리의 기술 수준이 첨단 장비 없이도 한국에 근접하거나 추월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중국은 자체 시장이 커서 내부에서 만들어 사고팔면서 기술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미국의 대중 제재로 우리 기업의 대중 추가 투자와 제품 판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혈맹인 미국의 정책에 거스를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의 대중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다만 중국을 아예 배척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중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중국 반도체 시장도 두드리는 정교한 통상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D램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발전과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삼성전자 위기의 원인은 기술적 부분보다는 AI 칩 성장을 간과한 전략적 미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은 삼성만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마치 허허벌판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근사한 빌딩 1~2채만 서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대만, 심지어 중국도 반도체 뿌리 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커가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지금처럼 다양한 기술이 쏟아지는 환경에서는 선순환 생태계가 중요하다. 작은 업체가 여러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하다가 특정 기술이 떠오르면 대기업이 공동 연구 등의 형태로 참여해 구체화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반도체 산업은 그렇지 않다. 지난 30년간의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라는 호황에 취해 있었다. -그런데도 국회는 주 52시간제 완화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R&D 업무에 주 52시간의 규제를 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근로시간 규제는 근로 조건이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것으로 육체 노동이 이뤄지는 분야 등에 필요한 제도다. 이를 R&D 업무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처럼 일을 강제로 중단하는 경직된 규제는 미국·중국·대만 등 주요국에는 없다. 최고와 경쟁하고 싶으면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도 “개발의 비밀은 없다.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야당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두고 근로자 처우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보다는 예외 적용을 하지 않았을 때 초래될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먼저 살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 ◆He is…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나 KAIST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다임러벤츠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삼성전자 선임연구원, 퀄컴 선임연구원을 거쳐 2003년부터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광운대에서 전자정보공학대학 학장으로 일했으며 올해 1월부터 반도체공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
[사설] 李 “상속세 개편”…주 52시간·추경 오락가락 행태 그만해야
오피니언 사설 2025.02.17 00:05:00최근 ‘실용’과 ‘성장’을 외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에는 상속세 개편론을 꺼냈다. 이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며 상속세법 개정안 처리를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안에 대해 “일괄 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각 8억 원과 10억 원으로 증액하는 것”이라며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 가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안에 대해서는 최고세율 인하를 고집하는 ‘초부자를 위한 특권 감세’라고 비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최고세율 인하를 고집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여당은 이미 중산층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공제 확대를 추진해왔다. 이를 바로 수용하지 않고 발목을 잡은 주체는 야당이었다. 그러니 이 대표가 상속세법 개정을 외쳐도 조기 대선을 의식해 중산층 표심을 노린 전략이라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달 3일 ‘주 52시간 근무제의 반도체 연구개발(R&D) 적용 예외’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11일 주 52시간제에 대해 △연봉 1억 5000만 원 이상 고액 연봉자들에 대해 △연장·심야·주말 수당을 전부 지급하는 조건으로 △수년간 한시적으로 등 7가지 까다로운 전제를 내걸고 조건부 허용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도 “특정 항목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해 선심성 사업을 철회하는 듯했다. 정작 사흘 뒤 민주당이 공개한 추경안에는 국민 1인당 25만 원 소비쿠폰 지급과 지역화폐 관련 등 총 15조 원이 넘는 현금 지원 예산이 담겼다. 이 대표는 14일 “성장해야 분배와 일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성장 우선’ 주장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려면 주 52시간제·추경안 오락가락 혼선을 초래한 ‘말 바꾸기’ 행태부터 멈춰야 한다. 이 대표의 말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거대 야당이 여당과 협력해 상속세 개편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주 52시간제 완화를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와 신성장 동력 육성에 초점을 맞춘 추경 편성 등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 -
"소득대체율 상향도 개혁인가"…여야 연금개혁 논의 첩첩산중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2.16 17:24:42정부와 국회, 여야 대표가 20일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통해 추가경정예산, 반도체특별법, 연금 개혁 등 첨예한 안건의 합의점 도출에 나선다. 안건마다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갖는다. 이번 대표 회담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여야정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 출범을 논의한 지 두 달여 만에 처음 열린다. 협의회 핵심 안건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추경과 반도체특별법, 연금 개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정 모두 ‘조기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규모와 용처를 두고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야당이 제안한 34조 7000억 원 규모의 ‘슈퍼 추경’에 전 국민 25만 원 소비 쿠폰 지급이 담긴 데 대한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전 국민 쿠폰 25만 원 지급에 13조 원이 드는 건 그야말로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이라며 “경제 진작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또 추경 논의에 앞서 올해 예산안 일방 삭감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비 쿠폰은 단순 복지가 아니라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경제정책”이라며 “심각한 내수 상황을 봤을 때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받아쳤다.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뼈대로 한 반도체특별법을 두고도 정부·여당과 야당이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권 원내대표는 “(야당 주장처럼) 반도체특별법에서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허용하는 규정을 빼면 특별법 통과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환경노동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데 왜 꼭 지금 반도체특별법에 넣느냐”며 “반도체만 예외를 인정하면 인공지능(AI)과 게임 업계에서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연금 개혁 협상 또한 첩첩산중이다. 여야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현재 41.5%인 소득대체율을 두고 여당은 40%까지도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4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야당이 연금개혁에서 상대적으로 공세적이지만 현재 41.5%인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는 안이라 이를 과연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아울러 여당이 제안하는 여야 동수의 국회 특위 구성과 모수·구조개혁 병행에 야당은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당이 연금개혁안의 이달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면서 단독 처리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4자 회담이 대표 간 회동인 만큼 ‘빅딜’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
[사설] 경제·민생 뒷전,막말 정쟁 벌이는 국회…언제 정상궤도 돌아오나
오피니언 사설 2025.02.15 00:05:00정치 불안 속에서 내수 침체, 고용 부진, 수출 둔화 등의 복합위기가 몰려오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경제·민생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막말 정쟁만 이어가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면서 최 권한대행의 학창 시절 별명인 ‘짱구’를 언급하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위한 짱구 노릇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힐난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치매”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여야가 민생 위기를 놓고 ‘네 탓’만 하면서 설전을 벌이니 국회가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14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마은혁 임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본회의로 넘겼다. 이에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입법부가 부당 개입한다는 취지로 본회의에서 항의한 뒤 퇴장하자 야당 측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이어진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세워놓고 고용 문제는 언급 없이 대뜸 “대권에 도전하느냐”고 몰아세우는 등 민생과 무관한 질의들이 잇따랐다. 여야가 상호 비방전으로 국회 회기를 허비하는 사이 국민연금 재정에는 하루 평균 약 1400억 원씩 적자가 쌓이고 있다. 산업계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꺼내든 관세 폭탄이 다가오는 중이다.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이 벌써부터 7월 총파업 일정을 예고한 상태다. 양대 정당은 경제·민생 현안의 심각성을 되새겨 여야정 국정협의회부터 제대로 가동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 내는’ 방식의 연금 개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를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들도 처리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소비쿠폰·지역화폐 등 포퓰리즘 사업은 빼고 신성장 동력 육성, 취약계층 핀셋 지원에 초점을 맞춰 편성하도록 여야정이 합의해야 한다. -
[사설] 李 “민생지원금 고집 않겠다”더니 현금 지원 늘린 35조 추경안
오피니언 사설 2025.02.14 00:05:00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3일 경제 성장보다 선심성 현금 살포에 2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총 34조 7000억 원 규모의 ‘슈퍼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 원 소비쿠폰 지급(13조 1000억 원), 지역화폐 지원(2조 원)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에 15조 원가량을 편성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민주당이 민생 회복 지원 명목으로 할당한 추경예산은 상생소비 캐시백 2조 4000억 원, 소상공인 손실 보상 및 지원 2조 8000억 원 등 총 23조 5000억 원에 이른다. 반면 인공지능(AI)·반도체 지원, 공공주택·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일자리·창업 지원 등 경제 성장 분야에 책정된 예산 규모는 11조 2000억 원에 그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 연설을 통해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다”며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민생회복지원금 등)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에 포퓰리즘 선심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 규모를 5조 원 늘린 추경안을 공개한 것이다. 현금 지급은 달콤해도 독약에 가까운 정책이다. 정부가 민간에 직접 현금을 지급했을 때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정부 소비·투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또 재정 적자 속에 국채 발행으로 추경을 편성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시중 금리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이 대표는 최근 지속 성장을 강조하면서 ‘잘사니즘(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외치지만 공허한 말잔치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에 대해 한때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더니 온갖 단서 조항을 붙여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락가락 정책 행보를 멈추고 반도체특별법과 법인세·상속세 개편 관련 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추경과 관련해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매표용’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신성장 동력 육성, 취약계층 핀셋 지원 등에 중점을 두고 적정 규모로 편성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경제를 살리려는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
고동진 "야당이 산업계 절박함 외면" 반도체법 통과 호소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2.13 17:41:42여야는 13일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맞부딪혔다. 여당은 독주를 일삼은 야당이 예산마저 일방적으로 삭감시켜 경제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쏘아붙였고 야당은 비상계엄이 경제 충격을 야기한 주범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 나선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절박한 산업계 상황을 모른 체하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통과를 호소했다.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도 “기술 경쟁이 첨예해 반도체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야당의 조속한 동참을 촉구했다. 같은 당 구자근 의원은 감액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민주당을 겨냥했다. 구 의원은 ‘내돈내수(내 돈 내고 내가 수사)’라는 신조어를 언급하며 “민주당이 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를 전부 0원으로 만들어 사정기관들이 내 돈 내고 내가 수사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맞춤 사업의 증액도 모두 못 했다”며 “민주당의 예산 날치기로 군 장병 급식 개선을 비롯해 부사관 처우 개선, 보훈 예산 등의 증액 기회도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오직 ‘이재명 방탄’을 위한 예산 독주라고 날을 세웠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원전 연구개발(R&D)이 90% 삭감됐다”며 “(예산을 이렇게) 삭감해놓고 성장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예산 삭감을 가리켜 “제비 다리를 꺾어 박씨를 물어오라는 놀부 심보”라며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장 구호를 싸잡아 맹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비상계엄 탓에 추가 충격을 받았다며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56조 원(2023년) 세수 부족에 이어 또 30조 8000억 원(2024년)이 부족했고 성장률은 2%에서 1.6%(KDI 기준)로 하향 조정됐다”며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생경제의 어려운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경제 상황을 방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 신인도를 사수하는 게 넘버원이고 두 번째는 민생경제, 세 번째는 주력 산업들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환율과 증시 문제를 파고들자 최 권한대행은 “회복하고 있고 (글로벌 신평사들이 한국의)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재차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44조 원이 증발했고 기름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 모두 계엄의 영향이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최 권한대행은 “주가는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컸지만 국제유가의 영향도 받았다”며 계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히 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추경의 기본 원칙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여야정은 이달 20일 국정협의회를 개최하고 첫 ‘4자 회담’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
[사설] “정치안정으로 복합위기 극복 위해 힘 모아야” 원로 고언 새겨라
오피니언 사설 2025.02.13 00:05:00역대 정부의 경제 수장을 지낸 원로들이 12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총체적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권이 정치 안정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사태로 정치·경제 사령탑이 붕괴하고 나라의 리더십이 공백인 상태”라며 “정치 안정 없이 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도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투자자·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을 뒷받침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정치권은 산업정책 지원과 민생 안정을 위한 법·제도 기반 확충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진보 정권을 아우르는 역대 경제 사령탑들이 내놓은 고언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수 침체 속에 수출 둔화 조짐까지 나타난 우리 경제는 정국 혼란에다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 타깃이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우리 주력 제조업으로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반도체·자동차·조선·전자 등의 분야에서 동맹 관계에 가까운 전략적 한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트럼프 스톰’ 대비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쟁만 벌이면서 경제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안보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정이 총력전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가동해 위기 대처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 여야는 반도체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정치 불확실성 해소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기업 경영을 옥죄는 반(反)시장 입법 시도부터 멈춰야 한다. 정부는 규제 혁파, 구조 개혁 추진과 트럼프 측과의 산업 협력 강화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초격차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복합위기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력을 결집해야 할 때다. -
최상목, '관세 피해 기업' 지원하기로…수출전략회의 개최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2.12 11:10:58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지원과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안을 밝혔다. 최 대행은 “최근 글로벌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미국 신정부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발표한 데 이어 다수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방침까지 예고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 산업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점검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는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 대행은 “다음 주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해 관세 피해 우려 기업에 대한 지원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특혜 관세를 적용받기 위한 원산지증명서 발급 요건을 간소화해 기업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닭고기, 활방어, 립스틱, 마스크팩 등 K-푸드 및 화장품 관련 11개 수출 품목의 원산지증명서 발급 시 필요한 입증 서류를 기존 8종에서 1종으로 대폭 줄인다. 재활용 제품과 중고차의 경우도 원산지 확인을 지원하기 위해 입증 서류 인정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바이오헬스 산업과 관련해 최 대행은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불확실성에 맞서 우리 기업이 흔들림 없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우수 기업에 현지 공동 R&D 및 투자유치를 지원하고, 의약품·화장품 개발 전문기업을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한국계 기업과 연계해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오시밀러 투자 지원과 화장품 규제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다변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그는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연기금투자풀의 운용성과를 높이고 운용방식을 다양화해 자본시장 발전과 재정건전성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관리 기금과 공직유관단체 보유 자금까지 투자풀 위탁 대상을 확대하고, 증권사도 주간운용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할 방침이다. 아울러 달러 MMF와 국내 ETF를 신규 투자상품으로 도입하고 대체투자 심사 절차도 단축할 예정이다. 한편 전통주 산업 활성화 대책도 논의됐다. 최 대행은 “우리 전통주가 와인, 사케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 확보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소규모 제조면허를 확대하고 주세 감면 혜택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발효주류(탁·약·청주, 맥주, 과실주)만 소규모 제조면허가 허용되지만, 이를 소주, 브랜디, 위스키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단일 소주 주종을 제조방식에 따라 세분화해 고품질 전통주를 수출 전략 상품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25년 봄철 대형 산불 대응과 관련해서는 “다가오는 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작은 실수도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며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은 5월 15일까지 입산을 통제하고, 전국 241개 기관에서 ‘야간 산불 신속대응반’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 대행은 “정부는 가용 수단을 총동원한 1/4분기 민생·경제 대응 계획을 통해 일자리, 서민금융, 소상공인 등 시급한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국정협의회에서 반도체특별법과 전력·에너지 관련 법안을 즉시 논의하고, 추경과 관련한 기본 원칙 합의도 조속히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연구소 불끄고 어떻게 성장”…與 '반도체특별법' 조속한 처리 촉구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2.12 10:13:45국민의힘이 야당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반도체법은 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 보통법"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12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마지막 퍼즐인 반도체특별법을 안타깝게도 거대 야당의 반대로 풀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주52시간 예외 조항과 관련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다가 강성 노조와 민주당 내부의 일부 반대로 결국 반대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대표는 집권 후 계획이라며 삼성전자 급 회사 6개를 키우겠다고 거짓선전을 하고 있다”면서 “저녁이면 기업 연구소의 불을 꺼야하는데 이런 법을 고수하는 민주당이 무슨 수로 대한민국을 성장시키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보통법이 아닌 특별법 처리에 민주당이 보조를 맞춰달라”고 주문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관련 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다만,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담긴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논의는 여야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충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민주당은 고임금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시간의 예외를 주자는 법안을 끈질기게 거부하고 있다"며 “2월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한 바 있다. -
[사설] “성장률 1.6%로 하향”…저성장 탈출 위해 여야정 힘 모을 때다
오피니언 사설 2025.02.12 00:01:00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국내외 기관들의 눈높이가 속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0%에서 1.6%로 대폭 낮췄다. 내수 부진 지속과 악화하는 글로벌 통상 여건을 반영한 결과다. KDI는 “통상 갈등이 격화하거나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 성장률이 1.6%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기관들의 예측도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1.6~1.7%로 하향 조정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도 평균 전망치를 1.6%까지 내린 상태다. 이미 실물 경제 곳곳에서는 위기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15개월 연속 호조를 보이던 수출 증가율은 1월 -10.3%로 돌아선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10일 기준 0.8%에 그쳤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가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고용 시장의 한파도 매섭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저성장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급격한 경기 위축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국 혼란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에서 비롯됐지만 그 저변에는 저출생·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하방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KDI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이미 1%대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통상 갈등이 더 큰 불길로 번질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은 말로만 ‘경제·민생’을 외칠 뿐 저성장 탈출을 위한 개혁과 경제 살리기 입법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1%대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것은 물론 머지않은 미래에 ‘성장률 0%대’라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락하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여야정(與野政)이 힘을 모아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 고급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 노동·연금 개혁과 규제 혁파로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들을 제거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등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입법을 서둘러 처리해 기업들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표류하는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조속히 가동해 정치적 교착 상태부터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 정상화를 발판으로 경제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해 총력전을 펴야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사설] “야당 탓” 與, 계엄 비호 멈추고 경제 회복·연금 개혁 나서라
오피니언 사설 2025.02.12 00:01:00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며 야당을 집중 비판했다. 이어 야당의 폭주 사례로 29번의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등을 거론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면서도 진정한 반성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주로 거대 야당 탓을 했다. 그는 권력 분산 개헌을 주장하는 한편 경제·민생 살리기 방안을 거론했다. 그는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 소지가 있는 추가경정예산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 취약계층 지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안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 52시간제 완화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와 모수 개혁 방식의 연금 개혁 논의를 제의했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은 최근 결집하는 지지층을 의식해 계엄을 비호하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 원내대표와 친윤 의원들은 지난주에 이어 10일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을 릴레이 면회하고 ‘옥중 메시지’를 지지층에 전했다. 이어 일부 친윤 의원들은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방청했다. 여당이 강성 보수층에 기대어 ‘계엄·탄핵의 강 건너기’를 주저한다면 중도 외연 확장은 어렵다. 국민의힘은 야당 탓만 하지 말고 집권당답게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분명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선 당정협의를 통해 청년층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내수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의 위기를 타개하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신성장 동력 육성과 취약계층 핀셋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적정 규모로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이 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여야가 잠정 합의한 13%보다 더 올려 ‘더 내는’ 개혁을 추진하되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여당이 재집권을 바란다면 ‘실용’과 ‘민생’을 외치는 야당을 뒤따라갈 게 아니라 선도적으로 경제 살리기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 5%P 상향
정치 정치일반 2025.02.11 17:43:49반도체 산업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이 5%포인트 오르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일몰 기한도 2031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이달 13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지난해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 통과 직전에 예산안 파행 등으로 처리가 불발됐던 K칩스법 시행이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는 조세소위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법안 20여 건을 심사해 합의 처리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K칩스법은 국가전략기술 중 반도체 산업을 별도로 떼어내 현행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인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대·중견기업 20%, 중소기업 30%로 5%포인트씩 상향하는 것이 뼈대다. 또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2029년 말까지 5년, 반도체 R&D 세액공제는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와 여야는 지난해 반도체 세액공제 일몰(2024년 12월 31일)을 앞두고 열린 세법 심사에서 이 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했지만 여야 간 정쟁이 이어지면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법안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인공지능(AI)과 미래형 운송수단을 추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소위 문턱을 넘었다. 현행법상 AI는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R&D 투자는 최대 30%, 시설투자는 최대 12%의 공제를 받는다. 국가전략기술로 격상되면 중소기업은 R&D 투자 40~50% 및 시설투자 25%, 중견·대기업은 R&D 투자 30~40% 및 시설투자 1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술 보호와 지식재산권 분쟁 대응도 지원해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 밖에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소위를 통과했다. 전통시장 사용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50%로 10%포인트 상향하는 법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심사가 보류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여야가 세제 혜택 강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뒤늦게 합의한 것은 다행이지만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담긴 반도체특별법 추진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업계에 직접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과감한 투자를 해온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며 “세액공제가 기업의 R&D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 예외 논의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과 대만 등 주요 경쟁국은 반도체 R&D 인력의 무제한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상태로는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 확보는커녕 메모리 분야 1위도 수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權 "지역화폐 뺀 민생추경 가능"…李 겨냥 "국정위기 유발자"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02.11 17:40:19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역화폐를 제외하고 민생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했다. 예산 조기 집행 이후 추경을 논의하자는 기존 방침에서 선회해 추경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서는 “국정 위기 유발자”라며 맹공을 퍼붓는 한편 과거 발언을 소환해 최근 ‘우클릭’ 전환에 대한 진정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처리와 분권형 개헌도 언급했다. 권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 당은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전제 조건으로 올해 예산안 일방 삭감에 대한 야당의 대국민 사과와 원상 복원을 내걸었다. 특히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과 취약 계층 지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며 ‘이재명표’ 지역화폐를 위한 추경 편성에는 거듭 선을 그었다. 전날 이 대표가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 데 이어 권 원내대표도 조건부 추경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조기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당은 올해 본예산을 1분기에 조기 집행한 후 필요시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커지는 저성장 공포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위기 등에 사실상 당장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경 규모와 용처를 두고 여야 이견이 있는 만큼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통한 논의 과정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단어를 열여덟 번 언급할 정도로 이 대표의 입법 독주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스물아홉 번의 연쇄 탄핵, 스물세 번의 특검법 발의, 서른여덟 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이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단언컨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 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며 “이 대표의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겨냥해 ‘친기업·실용주의·친미’ 노선으로 급변침하는 데 대해서는 과거 정반대의 발언을 소환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권 원내대표는 “재벌 체제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겠다” “기본소득은 필생에 이루고 싶은 정책” 등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면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꾼 말들은 언제든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포퓰리즘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최근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데 대해서도 “주한미군 철수도 각오해야 한다”고 한 과거 발언을 불러와 “조기 대선을 겨냥한 위장 전술이다. 카멜레온의 보호색이 성조기 무늬로 바뀌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입법을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과 국회증언감정법의 폐기와 여야가 합의한 민생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특히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주 52시간 규제에 집착하는 민주당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뒤떨어진 정치 세력”이라며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재차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형 개헌과 승자 독식과 지역 편중의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도 거론하며 개헌 논의를 제안했다. 아울러 모수·구조 개혁을 병행하는 연금 개혁을 위해 국회 차원의 연금개혁특위 구성과 의료 개혁에 대한 야당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었던 만큼 최근 정국 상황 관련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의를 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연설을 “여당 포기 선언문”이라고 혹평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권 원내대표 연설이) 들을 만한 내용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용이 없었다”며 “우리 민주당 얘기만 주로 하고 본인들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화폐와 같은) 좋은 정책은 특허권·저작권 없이 서로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 사용해야 할 텐데 민주당 딱지가 많이 붙어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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