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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컨 글로벌 컨퍼런스> "세계경제 단순한 저성장 넘어 '악성 뉴 노멀' 국면 들어섰다"
국제 경제·마켓 2016.05.03 17:56:46“선진국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실탄이 거의 떨어졌고 신흥국은 기존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른데다 여행자(tourist) 투자가들의 자본 유출입 변동성에 노출돼 있어 불안합니다.” 올해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는 “세계 경제가 단순한 저성장이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성장이라는 악성 ‘뉴 노멀(New normal)’ 국면에 들어섰다”는 월가 거물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 약화로 원자재·상품 수출이라는 신흥국의 성장 모델이 깨지면서 위기가 상호 전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성장 촉진 수단을 다 써버리면서 글로벌 경제가 갑작스럽게 변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 높다”고 말했다. 조셉 훌리 스테이트스트리트 회장도 “미국 금리는 거의 제로 수준이고 다른 선진국도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에 경기침체가 다시 발생하면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시중에 넘쳐난 유동성에 자산 가격이 전방위로 오르면서 동시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티븐 코헨 포인트72 창립자는 “가장 우려되는 일은 많은 투자가가 똑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반등한 국제유가, 주식 등이 한번 하락하면 쏠림 현상에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안정된 신흥시장도 언제 다시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 이들의 경고다. 엘에리언 고문은 “신흥시장 투자가들은 여행자처럼 수영장에서 칵테일을 즐기다가도 조그만 불안한 신호가 있으면 갑자기 공항으로 도망칠 것”이라고 말했다. 핫머니가 고수익을 찾아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신흥시장이 자산 거품과 붕괴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타난바움 골든트리자산운용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몇몇 신흥국 자산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며 “(가격이 하락해) 더 나은 매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보고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신흥국 투자의 핵심 위험으로 악재가 나오기 무섭게 자산을 팔아 치우는 여행자 투자가들을 꼽았다. 특히 중국 증시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엘에리언 고문은 “10년 전 미국 주택 버블 때처럼 중국 정부가 주식투자를 장려하면서 과도한 거품이 발생하도록 하는 똑같은 오류를 저질렀다”며 “중국 금융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뭔가 나빠지는 순간이 오면 매우 큰 가격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경제가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엘에리언 고문은 “중국은 개발 단계가 끝나가면서 10대처럼 힘든 전환기에 서 있다”며 “중국이 수출에서 내수 소비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과거 수십년간 경제체질 전환은 겨우 5개국만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흥시장 불안은 다시 선진국으로 전염될 수 있다. 타난바움 CIO는 “지난해 여름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쳤을 때 봤듯이 신흥국과 선진국 시장의 연결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경제 자체는 5.5~6.5%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연착륙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록크리크그룹의 사니 베치로스 설립자는 “중국은 과거 20~30년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장세를 기록했다”며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전기차·태양광·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 등으로 경제를 다변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
저성장에 갈길 먼데 'P의 리스크'까지...개혁 법안 가시밭길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4.17 17:33:36장기침체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P(politics·정치) 리스크’가 엄습하고 있다. 입법권력의 변화로 기존 여당이 추진하던 노동개혁, 면세점 제도 개선 등의 정책들은 힘을 잃고 야당이 주장하는 증세 등을 둘러싼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경제는 한마디로 시계 제로 상태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수출·소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장기 저성장의 굴레에 갇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3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2분기 동안 단 세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 분기 대비 0%대 성장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이마저도 두 번(2013년 2·4분기, 2015년 3·4분기)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따른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효과였다. 세월호 사건(2014년 4월)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2015년 6월)로 인한 일시적인 경기 급랭의 충격이 있었다지만 현 정부 들어 뚜렷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연간 성장률도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정부의 목표(3.1%)와는 거리가 먼 2%대 중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나타난 것도 경기 부진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대내외 여건상 당분간 경기가 뚜렷하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소비 등 일부 반등한 지표를 바탕으로 총선 이후 경기 살리기에 주력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여당의 참패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에 계류된 기존 경제 활성화 법안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고 앞으로 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던 각종 정책수단들도 방향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존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경제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개혁법안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정부·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한 뒤 직권상정을 통해 노동 관련 법을 일괄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 야당의 협조 없는 일방적인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과 5년 시한부 특허를 10년으로 연장하고 시내 면세점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면세점 규제 완화도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경기부양이나 구조조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도 기존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구조조정용 실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두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가 급랭하면 사실상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추경도 야권이 반대하면 사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40.1%(2015년 말 기준)면 국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115.2%)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현 정부 들어 불어난 것은 국가채무와 가계부채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부자 증세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당이 증세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기존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비용을 충당하고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채무를 늘리거나 세금을 더 걷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대권 공약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
"저성장·양극화, 사회 가장 큰 문제"
사회 피플 2016.04.03 16:33:02“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예요. 이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동반성장과 사회 교육 혁신, 그리고 남북의 동반성장으로 풀어야 합니다.” 정운찬(사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제5회 한국 청소년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특히 “요새 경제학계는 ‘수리 게임’만 하는 인상을 준다. 많은 학자가 미국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려고 수학과 통계를 이용한 연구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한국 경제에 대한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며 현실보다 논문 발표에 더 몰두하는 우리 경제학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이사장은 중·고등학교 시절 화학공학과나 법대 진학을 희망했지만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상임고문, 선교사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 등 여러 사람의 조언과 도움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한 과정을 설명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으라고 당부했다. 그는 “당시 학교 선배였던 김 전 고문에게 법대를 갈지 물었더니 ‘너는 판사가 되기에는 우유부단하고 검사가 되기에는 마음이 약하고 변호사가 되기에는 흑을 백이라 하지 못한다며 안 된다’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또 “스코필드 박사에게도 조언을 구했는데 빈부 격차를 완화할 방안에 대해 연구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고 결국 경제학과로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청소년들에게 “이렇듯 자신의 뜻과 다르게 운명을 따라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청소년 학술대회는 2014년 고등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학술 행사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전국 청소년 1,000여명이 참석했으며 개회식과 기조강연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그룹별로 나뉘어 자신이 연구한 분야를 발표하고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았다./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
"물 건너간 3% 성장" 2% 대 저성장구조 고착화 되나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3.27 17:58:44연초부터 불어닥친 대내외 악재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전분기 대비)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도 3%대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3%대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최근 5년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2014년 (3.3%)만 빼고 계속해서 2%대에 머물게 된다. 2%대 후반과 3%대 초반 성장률은 수치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상징적 의미에서 그 차이는 크다. 3%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 경로를 계속 밟아나가고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연구소와 투자은행(IB)들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전기 대비)는 0.3~0.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와 저유가 등으로 수출 쇼크가 계속되고 있고, 생산·소비·투자·고용 등 주요 내수지표가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1·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3%로 낮췄다. 연간 전망은 2.6%에서 2.4%로 내렸는데 우리 정부의 공식 전망치인 3.1%와 비교하면 0.7%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JP모건은 1·4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환산한 계절 조정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1%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관들도 부정적으로 전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증권사들은 1·4분기 성장률을 0.4~0.8% 구간에서 전망한데 이어 2·4분기 역시 비슷하게 내다보고 있다. 연간 성장률의 경우 대부분 2%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1·4분기 부진으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존 2.6%를 유지한다고 발표했지만 현대경제연구원(2.8%)과 LG경제연구원(2.5%)은 하향 조정 의사를 내비쳤다. 올해 3.0% 예상을 했던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 말쯤 전망치를 수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한국경제의 2%대 성장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경연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 성장률은 연 평균 2.7%로 제시하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데 부동산 경기 불안,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내수 회복세까지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와 내년 감소세로 돌아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앞으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주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에는 2%대, 2030년에는 1%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의 노동·자본·기술 등을 동원해 GDP를 물가상승 부담 없이 성장시킬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추세적인 하락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한국경제의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개혁, 규제 완화를 꾸준하고 과감하게 추진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co.kr -
저성장→기업 매출 부진→채용 축소… 20년전 일본 따라가는 한국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3.16 18:16:28청년실업률(15~29세)이 12.5%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내면서 우리 청년 고용시장도 지난 1990년대 일본의 구조적 침체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1년 부동산 버블 붕괴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기업의 재무 상황이 극도로 악화했다. 리처드 쿠 노무라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빚을 내 부동산을 매입했던 일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커지게 됐다"며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로 구조조정 길이 막히자 신규 채용을 줄이고 투자를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했다(저서 '밸런스시트 불황으로 본 세계 경제')"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은행권이 보유한 기업 부실채권 규모는 1996년 약 28조엔에서 2002년 42조엔까지 급증했다. 기업 매출 증가율도 1992년 처음으로 뒷걸음질친 후 2003년까지 12년 중 7개년 동안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 여파로 1990년 4.3%였던 청년실업률(15~24세)은 1995년 6.1%로 오르더니 2000년 9.2%로 치솟았다. 1990년에는 구인 규모가 구직자 규모를 웃돌아 공공직업소개소를 통한 구인 대 구직 비율은 1.4였지만 2000년대 0.6으로 하락하며 실업난이 발생했다. 이는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리는 '프리터족'을 만들고 '꿈이 없는 젊은이들'을 양산하는 등 각종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구조적 고용불임 현상의 조짐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본처럼 극단적인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기업들의 매출액 감소 현상도 포착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4.6%(LG연 추정)에서 2010~2014년 3.6%, 2015~2019년 2.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조차 "2000년대 4%대였던 잠재성장률이 불과 10년 만에 2%대로 주저앉았다"며 "20년 공무원 생활 중 잠재성장률이 이렇게 빨리 떨어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경기 둔화→기업 매출 저하→고용 축소'의 고리도 형성되는 모습이다. 2014년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 매출액도 2006년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감소(1.2%)했다. 여기에 정년연장(60세) 의무화, 경기 불확실성 등도 악재다. 류상윤 LG연 책임연구원은 "1990년대 고공행진하던 일본 청년실업률은 2000년대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 수출도 증가하며 다소 둔화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세계 교역의 구조적 부진 등으로 고용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아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2월 청년실업률(12.5%)은 이미 미국(10.8%·2월), 일본(5%·1월), 독일(7.1%·1월)보다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비단 청년고용뿐 아니라 2월 고용시장도 전반적으로 크게 악화됐다. 실업자는 131만7,000명으로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36만4,000명) 이후 최대 수준이다. 기재부는 "인구가 늘어나면 실업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해명했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1년 전에 비해 9.5%나 불어나 15세 인구 증감률(1%)보다 월등히 높았다. 취업자 증가폭 역시 저조했다. 2월 늘어난 취업자(전년 대비)는 22만3,000명으로 1월의 33만9,000명에서 3개월 만에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고용의 질도 좋지 않았다. 대부분의 취업자가 50대 이상에 몰렸다. 5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23만5,000명(50대 7만7,000명, 60대 이상 15만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증가폭(22만3,000명)보다 컸다. 30대 취업자 증가폭은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4만4,000명 줄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
조순 "멀리 보는 지도자 없어 저성장 뉴노멀 직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2.18 17:16:21"대통령이 규제를 물속에 집어넣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규제가 왜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게 먼저죠" 한국 경제학의 대부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18일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시스템을 네거티브 체계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규제에 대한 인식부터 고쳐라"라고 고언했다. 조 교수는 "'멀리 보는 지도부의 부재'가 뉴노멀 시대를 불러왔다"며 "우리 경제가 저성장이라는 뉴노멀에 직면한 것은 시장 실패라기보다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정부 실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경제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무작정 규제를 없앤다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 교수는 미국의 예를 들면서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은 레이건 정부가 과도하고 무차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를 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순수한 신념의 결과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규제라는 것은 분야에 따라 필요성이 각각 다르다"면서 "규제가 왜 있어야 하는지, 역할은 뭔지에 대한 판단부터 먼저 한 후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부문은 과도한 규제를 풀어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경제 분야는 정부의 일정한 규율과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게 조 교수의 지론이다.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한 조 교수의 고언 때문이었을까. 이후 이어진 발표와 토론에서도 규제 개혁을 비롯한 정부 역할론이 화두로 올랐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조선사를 비롯해 대기업의 대규모 부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라며 "조 교수님의 말씀대로 정부가 이제는 변양호 신드롬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co.kr -
[저성장 경제] 성장률 다시 0%대 곤두박질
경제·금융 경제동향 2016.01.26 18:18:11위기마다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았던 대한민국이 이번에는 수출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수출은 5년 만에 우리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개별소비세 인하 등 진작책을 동원해 '내수 외끌이'로 성장률을 지켜냈지만 이 역시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내수불씨를 살리던 부동산 경기마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재화와 서비스 수출은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0.3%)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반면 수입은 전년보다 증가폭이 커진 3.0%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로 2010년(-1.4%포인트) 이후 5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0년 당시에는 수출이 전년 대비 12.7% 증가했지만 수입이 이보다 더 큰 17.3%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 부진이 주원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같은 마이너스라지만 질은 훨씬 나쁘다. 그나마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이 내수를 끌어올려 성장률은 지켰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2014년 실적치 1.8%와 비교하면 0.3%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2·4분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충격으로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지만 이후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3·4분기 1.2% △4·4분기 1.5% 등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지난해 1.1%포인트였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문에 전년 대비 3.3% 증가한 정부소비도 성장률을 0.5%포인트 밀어올렸다. 건설투자 증가(4.0%)로 늘어난 성장률은 0.6%포인트였다. 대출규제 완화로 주택 거래가 급증한 것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토목건설이 늘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쉽게 말해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동원해 지켜낸 성장률이 2.6% 중에서 2.2%포인트나 됐다. 문제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정부도 가라앉는 내수를 살릴 만한 카드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생산인구 감소와 부진한 기업 투자로 잠재성장률이 2%대에 진입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여가문화와 관련된 소비가 여전히 부진한 것을 보면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 이상으로 소비가 광범위하게 확대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2%대 성장이 경기 하향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
[저성장 경제] 13년째 당겨쓴 재정… 부양효과 3번 그쳐 '썩은 도낏자루' 전락
경제·금융 정책 2016.01.26 18:17:42정부가 지난 2002년 이후 13년 동안 한 해에 쓸 예산의 절반 이상을 상반기에 쏟아붓는 재정 조기집행을 단행했지만 연간 성장률 제고 효과는 단 세 번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연초 당겨쓰기와 연말 재정절벽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안정적인 경기 사이클을 조성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전가의 보도처럼 동원한 재정 조기집행 카드가 '썩은 도낏자루'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 조기집행으로 정부 성장률 전망치보다 실적치가 높았던 때는 2006년, 2007년, 2010년 등 세 차례에 그쳤다. 이 기간 정부 전망치와 실질성장률은 각각 △2006년 5%, 5.2% △2007년 4.6%, 5.5% △2010년 5%, 6.5%이었다. 정부는 올해도 중국 경기 경착륙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 등 대내외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전체 재정의 58%를 상반기에 쏟아붓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소비진작책(특별소비세 인하)의 효과가 소멸되면서 나타날 '소비절벽'을 의식한 듯 올해 1·4분기에 전년보다 8조원 더 많은 125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1·4분기의 총력 재정 조기집행을 장관들이 직접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동안 결과에서 보듯이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 같은 지적은 정부 내부에서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 등 경제 주체들에게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며 "다만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따로 돈을 푸는 것보다는 성장률 제고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재정 조기집행의 효과가 신통찮은 것은 정부지출의 경제성장률(GDP) 기여도를 봐도 드러난다. 조기 재정투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기는커녕 되레 성장률을 갉아먹기도 했다. 정부지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2011년 2·4분기 -0.1%포인트 △2012년 2·4분기 -0.2%포인트 △2013년 1·4분기 -0.1%포인트 △2014년 1·4분기 -0.4%포인트 △2015년 1·4분기 -0.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재정집행의 무게중심이 숫자에만 쏠려 있는 탓에 적재적소에 쓰이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재정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정부는 2002년부터 경기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정 조기집행을 중심으로 재정관리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 후 하반기에 쓸 여력이 없으면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으로 '상고하저'의 경기 패턴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데 오히려 하반기에 쓸 자금이 부족해 경기의 선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4년 4·4분기에도 연말 재정절벽에 부닥쳐 0.3%의 성장률 쇼크를 경험한 바 있다. 또 정부는 지난해 1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5분기 연속 0%대 저성장 흐름을 끊어냈다고 자평했지만 부양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경기부양 역량이 집중된 3·4분기 성장률(1.3%)에 비해 반 토막 났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매년 상반기에 돈을 풀고 하반기에 투입되는 돈이 줄어들게 되면 연간 성장률에는 거의 영향을 못 미친다"며 "재정 조기집행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
"규제 유연화·네거티브 전환해야 저성장 탈출"
산업 기업 2016.01.26 12:59:50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과잉규제를 유연화하는 등 규제 프레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세계적으로 최장 근로, 최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 지적했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중장기 경제 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여야정 및 산학연 대표들이 만나 규제개혁, 기업문화 개선, 서비스 산업 선진화 등 경제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중장기 경제성장을 위해 규제의 근본 틀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포지티브 규제로 인해 기업들의 도전적인 혁신활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절대 용인할 수 없는 것만 제외하고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획일적인 과잉규제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서비스업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김현수 국민대 교수는 "해외진출 유망 서비스기업을 중점 발굴하고 대형화·전문화를 유도해 글로벌 진출을 통해 이해집단 간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반기업정서를 없애기 위해 구시대적인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상의와 맥킨지가 100개 기업 직장인 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들은 주 5일 중 평균 2.3일을 야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문화 수준은 세계 하위 25%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원식 매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의 경우 근로시간이 가장 길면서도 생산성이 가장 낮은 국가"라며 "근면 성실만 강조하는 장기간 근로 관행을 국가 위상에 맞게 선진 관행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30여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년마다 1~3%포인트씩 떨어지고 있고 생산 가능한 인구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라며 중장기 어젠다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6개월마다 중장기 어젠다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날 의제 외에도 시장적 입법현황 점검, 공무원 행태 개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 통일, 기후환경 등에 대해 중장기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정치지도자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한상의 회장단, 교수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
[싱크탱크 포커스] 저성장시대, 한국 기업의 생존해법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6.01.21 20:20:11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참 힘든 시기를 보냈다. 철강·조선·화학 등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력산업의 실적은 참담했다. 새해 들어서도 이런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온다. 이웃한 중국은 이제 세계의 성장 엔진에서 위기의 진원지로 변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요동치고 일부 신흥국은 자본유출 압력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저성장 국면이 최소한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위기는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환율이라는 백기사가 나타나 한국 경제를 구했다. 적절히 절하된 환율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기업들이 수출을 늘림으로써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는 미국,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우리 수출을 받아줬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부족하고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환율이 절하돼도 수출을 받아줄 곳이 없다. 장기 저성장기를 돌파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선 저성장기에 맞게 기업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과거 중국 특수로 누렸던 고성장기 운영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군살을 없애야 한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어느 기업이든 투자·생산·조달·영업·인력관리 등 곳곳에는 고성장기에 관성적으로 쌓여온 거품과 비효율이 존재한다. 고성장기에는 어지간한 비효율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본격적인 저성장기에는 운영상의 작은 차이가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이제 단기 불황기에 주로 해온 경비축소, 출장억제, 구매단가 절감 등 '마른 수건 짜기'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치사슬 전반을 재검토해 과감히 생략하고 슬림화하는 등 근본적인 원가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다음으로 확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고성장기에는 다각화가 의미를 가졌다.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 투자해놓으면 위험이 분산될 뿐더러 종종 대박도 기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이 같은 전략은 위험하다. 한정된 경영자원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확실하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장기불황에서 부활한 히타치와 파나소닉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히타치는 경쟁에서 밀렸다고 판단된 LCD·반도체·휴대폰·TV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철도 등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파나소닉 역시 PDP 등 전자사업을 버리고 차량과 에너지솔루션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핵심 비즈니스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데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방향은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혁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파급은 우리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미 지멘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은 디지털 혁신의 결실을 향유하고 있다.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은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이용해 불량률을 0.5%에서 0.0011%까지 낮췄다. GE는 본래 영위하는 사업에 '산업인터넷'이라는 솔루션을 적용해 생산성과 고객가치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회사별로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식별하는 작업과 함께 데이터 표준화로 연결성을 강화하는 작업부터 수행해 나가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우리 기업들은 오일쇼크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 강해진 경험이 있다. 위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업재편과 구조개혁을 그 시기에 이뤘다. 이번 위기 역시 우리 기업들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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