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십 4.0시대-미국]빅데이터·동영상 콘텐츠에 집중 투자...실용주의 모토로 미래 준비
국제 경제·마켓 2017.02.06 17:49:34미국은 4차 산업혁명 초기부터 기술혁신으로 눈앞의 ‘노다지(bonanza)’를 캘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기존 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공을 들여 좀 더 먼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미국 특유의 ‘실용주의(pragmatism)’가 4차 산업혁명의 대변화에 임하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미국 4차 산업혁명의 기관차인 실리콘밸리가 ‘빅데이터’와 ‘가상현실(VR)’ 기술을 동영상 콘텐츠와 접목해 업계에서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밀병기로 보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가령 지난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2013년 빅데이터를 이용해 시청자가 선호하는 배우와 장르를 선정,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해 단숨에 미 최대 유료방송사업자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미국 2위 통신 업체인 AT&T가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7조4,414억원)에 전격 인수하기로 한 데도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타임워너 인수로 혁신과 수익을 모두 추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통신·방송 융합을 통한 미디어 빅뱅이 업계에 새 지평을 열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인수가 130여년 역사의 AT&T에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븐슨 CEO는 “고객들은 자신이 본 영상을 원하는 대로 자르고 편집해 주변에 메시지나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는 것을 매우 원한다”며 타임워너 인수 후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의 한 단면을 앞서 제시했다. AT&T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동영상물을 설계 중인 5세대(G) 통신망에 얹으면 숙적 버라이즌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페이스북·구글 등이 점령한 인터넷 시장으로까지 위상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임워너 인수를 검토했다가 AT&T에 고배를 마시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이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자체적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나서겠다고 지난달 중순 밝혔다. 팀 쿡 애플 CEO는 “케이블 업계가 붕괴하면서 가속화될 미디어 산업 변화에 참여할 것”이라며 오리지널 동영상 확보가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음성인식과 인공지능(AI)을 제품 판매에 활용해 엄청난 매출을 올린 아마존도 자체 스튜디오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영화 제작 및 배급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작품 ‘아가씨’ 북미 시장 배급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구글 역시 2006년 거금인 16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2015년부터 유료방송서비스 ‘레드(Red)’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미 IT 업계는 미디어 산업의 한 분야인 가정용 홈비디오 시장 규모만 2015년 6,900억달러로 스마트폰 시장을 추월한 데 이어 오는 2019년 8,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4차 산업혁명 보고서에서 “빅데이터와 VR 기술은 영화와 방송 등 미디어에서 막대한 위력을 발휘하며 일상의 생활 패턴도 확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
[리더십 4.0시대-미국] "기술 개방·공유"...美 '열린 프런티어십' 4차 산업혁명 이끌다
국제 경제·마켓 2017.02.06 17:49:19미국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엔비디아(Nvidia)는 무인차 개발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회사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해온 엔비디아는 지난해 3월 획기적 안정성을 갖춘 자율주행차 모듈을 공개했다. 한 달간 5만㎞를 주행해 예상 장애물을 모두 조사하고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문제들을) 해결한 결과물이었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자동차 업계는 엔비디아의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 이상으로 주요 개발 과정을 곧장 공개하고 결과를 공유한 엔비디아의 결정에 열광했다. 30여년의 디지털 혁명에서 선두를 지켜온 미국이 ‘열린 프런티어 정신(frontiership with open-mind)’을 과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 전선을 주도하고 있다. 하루 수백 번의 실패와 도전을 거듭하며 새 시대의 주도권을 노리는 엔비디아 같은 강소기업들과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들이 눈에 불을 켜자 제너럴일렉트릭(GE)·포드·듀폰 등 제조업 강자들도 바짝 긴장하며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빅데이터 활용에 천문학적 물량 공세를 펼치며 투자에 뛰어들어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애플·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5대 ICT 공룡 역시 무한대의 가능성 속에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자 과감히 기술 코드를 개방·공유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 중소·신생업체들과의 합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백악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한 해 미국의 ICT 투자가 1조달러를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ICT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는 연초부터 충격에 빠졌다. 양대 강자인 애플과 구글이 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홈 자동화 허브인 에코와 AI 비서 알렉사(Alexa)의 강펀치에 녹다운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 에코와 알렉사를 활용해 10억개의 상품을 주문받은 것으로 집계했다. 기술 면에서 AI 선구자인 구글·애플이 앞서지만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가 특유의 공격적 리더십을 발휘해 신시장을 선점해버린 것이다. 아마존은 여세를 몰아 계산대 없는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를 올 초 세계에서 처음 시험운영에 들어가며 ‘소비혁명’에도 불을 댕긴 상황이다. 나창엽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장은 “4차 산업혁명에선 단기간에 파괴적 결과가 나오는 일이 많다”면서 “잠시만 뒤져도 격차가 확연해지지만 그런 만큼 재역전의 기회도 있다”며 앞으로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IBM·페이스북 등은 더 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자의 AI 연구 결과를 경쟁사들과 공유하며 시장 확대와 거대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폐쇄적 기업문화로 유명한 애플조차 올 초 자사의 AI 연구들을 전면 공개했다. 이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의 성장과 혁신도 촉발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자동차 생산에 접목해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로컬모터스는 지난해 IBM과 손잡고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12인승 자율주행차에 탑승시켜 무인차 시대의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벤처기업들이 하루에도 수백 곳씩 혁신의 도전장을 내밀자 1892년 창업한 GE 같은 대기업도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생산혁명’에 발 벗고 나서는 중이다. GE는 지난 2015년 인도에 이어 지난해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스마트공장인 ‘브릴리언트 팩토리(brilliant factory)’를 완공했다. 오는 2020년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 등극을 목표로 내건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제조 업체였던 GE의 미래는 이제 데이터 분석에 달렸다”며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민간 부문이 기업가정신을 불사르며 4차 산업혁명의 수레를 이끄는 한편으로 미국 정부는 인프라와 사회안전망 구축 등 기본 역할에 충실히 힘을 쏟고 있다. 출범 5~6년 만에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되며 기업 가치 500억달러를 돌파한 우버 택시는 미국의 오픈형 규제 시스템 덕택에 안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미 정부는 또 한 해 900억달러의 정보기술(IT) 예산을 집행하며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로봇 등의 기초기술 개발 및 표준화, 산학 연계를 지원하는 한편 초·중등 소프트웨어(SW) 교육에만 40억달러 이상을 별도 편성했다. 사람이 혁신을 최대한 향유하면서 이를 100%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득 불평등과 계층·세대 간 기술 이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며 “기업도 학생과 학교를 위한 협업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욕·시카고=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
[트럼프 취임] "美 이익이 최우선"..힘의 외교 앞세워 새 국제질서 만든다
국제 정치·사회 2017.01.20 17:39:4420일 정오(현지시각)를 기해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선서 후 연설을 통해 20분간 미국과 전 세계에 보낸 메시지는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며 그의 임기 4년 동안 정책 최우선 가치는 ‘미국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이후 10주 만에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미국 대통령으로서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서쪽 정면의 연설대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의 경제성장을 통한 자부심 회복과 국가 통합이라는 메시지로 새로운 ‘트럼프 시대’의 막을 열었다. 이날 정오 100만명의 관람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자신의 슬로건을 앞세운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중산층 복원, 미국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대한 자신의 국정운영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그 자신의 주도하에 작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육성’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강조한 지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취임 연설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던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전날 첫 기자 브리핑을 가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 “그의 국가 비전에 관한 매우 개인적이면서 진지한 내용”이라며 “미국인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중산층으로서 우리가 직면하는 도전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와 함께 인프라와 교육, 제조업의 중요성을 언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또 “연설문은 미국인을 하나로 통합하고 우리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0분가량의 짤막한 연설을 관통하는 그의 국정운영 비전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미국 우선’이라는 두 구절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하루 전인 19일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취임 직전 행사에서도 수만명의 지지들 앞에서 “우리나라를 통합하고 우리 국민 모두를 위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십년간 미국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것이며 변화를 약속한다”며 집권 4년간 미국 사회에 변화의 바람의 일으킬 것을 예고했다. 그는 특히 자신을 지지한 근로자 계층이 기존 정치인들로부터 소외감을 느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들 ‘잊혀진 남성’과 ‘잊혀진 여성’이 더는 소외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그가 대선 승리 이후 글로벌 기업들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미국 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받고 중국과의 대립각을 세우며 ‘힘의 외교’를 예고하는 행보를 보여온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제조업의 고소득 일자리 창출과 테러 위협과의 전쟁 등 경제·안보 이슈를 통해 국가 통합을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
사회 격차 해소,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해결한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6.12.07 12:00:01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양극화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포럼이 발족한다. 사회의 각 영역에서 발생하는 격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단체 및 관계자들이 힘을 모은 ‘격차해소를 위한 국민포럼(이하 격차포럼)’이 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의 희망, 격차해소에서 찾는다”를 주제로 내걸고 뜻깊은 출범식을 갖는다. 이덕로 포럼준비위원회의 준비위원은 “격차포럼은 상향식(bottom-up) 입법지원 시스템”이라며 “특정 사회 지도층이나 특정 계층의 주도로 결성된 단체가 아니라 기업·교육인·장애인을 포함한 풀뿌리 경제단체와 이념적 편향이 없는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모인 곳”이라고 소개했다. 시민의 힘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해법을 찾아 나가는 한편 입법 과정부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노경남 준비위원은 “격차문제는 대단히 복합적인 국가과제로서 피해자들에게 물적 지원만을 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현재 정책당국자들은 단선적 지원책만을 내놓고 있는 만큼 격차 문제가 갖고 있는 복합성에 주목해 문제의 피해 당사자 스스로 해법을 도출하고 이것이 정책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조율하고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격차포럼은 시민 사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정부와 국회가 받아들여 정책적으로 구체화하는 상향식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바탕으로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전국 각 거점 지역에 격차 해소를 위한 자생 조직인 격차해소센터를 설치함으로써 격차해소 통계기반 구축, 격차해소입법적 문제연구, 격차해소 종합포털운영, 격차해소를 위한 기반교육 및 홍보사업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행사는 ‘미·중시대의 한반도, 다음 세대를 위한 해법’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과 ‘오픈 이노베이션! 격차해소정책에 방향을 제시하다’의 주제 강연, 비전 선포식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또 정세균 국회의장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 김승규 전 국정원장,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기업계 대표 및 소상공인 단체장, 종교계 인사 등 6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
[K-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이 살 길이다]논문만 수두룩…'사업화' 처방전은 없나
산업 기업 2016.11.08 17:00:48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는 새로운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진다. ‘로봇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면역세포의 작용 원리를 규명했다’ 등 얼핏 보면 국내 바이오 산업이 금방이라도 선진국을 따라잡을 것만 같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사업에서 SCI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성과를 조사한 결과 헬스케어 분야는 1만1,503건(2014년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정보기술(IT) 4,685건, 나노기술(NT) 4,754건 등의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문제는 연구 성과가 치료제 개발 등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헬스케어 R&D의 사업화 사례는 2,443건으로 논문 게재 수 대비 21%에 그친다. 우주항공기술(ST) 20%, NT 21%와 함께 꼴찌 수준이다. 헬스케어 분야가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 발견-연구-개발’이 따로 놀고 효율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증거다. SCI학술지에 논문 성과 헬스케어분야 압도적 1위 사업화는 게재 대비 21% 뿐 전문가들은 핵심 원인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부재를 꼽는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대기업·벤처·학계·병원·투자가 등이 R&D 초기 단계부터 유기적으로 협업해 사업화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미국·유럽 등 헬스케어 선진국에선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호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업체의 R&D 가운데 다른 기업이나 대학 등과 공동 연구가 이뤄지는 경우는 55%에 그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국내 과학자나 교수는 아직도 속된 말로 ‘독고다이(특공대라는 뜻의 일본어)’ 기질이 강해서 ‘내 연구만 잘하면 되지 협업이 왜 필요한가’라는 식이고 사업화로 연결하겠다는 의식도 약하다”며 “학교·병원에서도 교수가 기업과 함께 일하거나 창업을 하는 데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도 “바이오 벤처나 대학 교수에게 기술의 상업화와 시장 성공 노하우를 조언해주려고 하면 기술 유출 염려 때문인지 자존심 때문인지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정부는 오픈 이노베이션 극대화를 위해 전국 각지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오송·대구 바이오클러스터는 대학·병원·VC 등은 없이 기업들만 입주해 있어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일반적인 ‘산업단지’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보스턴, 샌디에이고 클러스터, 싱가포르의 바이오폴리스 등 선진국은 대학·연구소·기업체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를 통해 이른바 ‘랩투마켓(Lab to Market·연구실에서 시장으로라는 뜻)’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벤처·학계 등 협업 오픈 이노베이션 부재 “혼자 연구” 과학자도 문제 “네트워킹 모델 시급” 지적 이 때문에 정부가 R&D 단계부터 대학-병원-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화 촉진 관련 예산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1년 ‘전체 R&D 예산의 3% 이상을 컨설팅 등을 통한 사업화 촉진 부문에 투입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여전히 1~2%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보영 보건산업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은 “새로 조성하는 서울 홍릉 클러스터는 기업·병원은 물론 VC·컨설턴트·임상시험수탁업체(CRO) 등이 한데 모여 네트워킹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 사업화 예산을 최소 3% 이상 확대하는 것도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도 ‘연구를 위한 연구’만 할 게 아니라 기술 이전, 의약품 개발 등을 위한 기술 사업화 전담 부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대형 제약사와 대형 병원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도한다”며 “우리도 한미약품 등 제약사와 대형 대학병원들이 활발한 교류 협력은 물론 바이오벤처 인큐베이팅까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삼성, 기술 혁신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R&D 강화 중"
산업 기업 2016.05.19 18:20:48“선도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해 글로벌 연구소·스타트업 등과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중심의 연구개발(R&D)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칠희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이 지난 18일 이화여대에서 ‘한국 전자산업 발전과 기술혁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기술혁신을 위한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 원장은 자체 R&D로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리스크도 큰 만큼 외부 연구기관이나 기업들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화여대는 이번 학기 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여성 엔지니어와 기업가 정신’이라는 강의를 개설, 매주 수요일 국내 주요 기업의 전·현직 최고 기술경영인(CTO)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3월에는 이희국 전 LG 사장 겸 LG기술협의회 의장이 강연을 했다. 이날 정 원장은 최근 30여년 간의 전자산업 흐름을 소개하면서 “현재 기술에 머물러 있다면 기업의 존속이 어렵다”며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휴대폰의 경우 1990년대 아날로그·디지털 방식 시대에는 모토로라·노키아가 대세였지만 2007년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혁신에 성공한 삼성전자나 애플만이 생존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TV 분야에서도 기술이 바뀌는 변곡점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잘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처음 D램 산업에 진출했던 1983년만 해도 일본 회사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 삼성전자는 24년째 D램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삼성전자가 개방형 혁신을 통한 빠른 신기술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체 연구개발에 초점 맞췄으나 최근에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글로벌 연구소나 스타트업, 해외 대학 등과 함께 연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향후 5년간 어떤 제품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완제품(SET) 부문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R&D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부품·디스플레이 분야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쉬운 만큼 사내 연구소를 통한 ‘클로즈드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인 만큼 정 원장은 삼성이 바라는 인재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열정·창의성·소통·진실성 등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어디에서 조직생활을 하든 진실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원장은 “국내 R&D 인력 중 여성 인력 비중은 2014년 기준 약 10%에 불과하다”며 “감성과 창의력·공감능력 등이 우수한 여성 인재들이 R&D 분야로 많이 진출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車와 네트워크 결합" 정의선의 '오픈 이노베이션' 결실
산업 2016.04.19 18:21:22#직장인 김정민(가명)씨는 깜빡 잊고 켜둔 사무실 전등을 퇴근길 운전석에 앉아 끈다. 비가 온 탓인지 날씨가 싸늘해져 차량과 연동된 스마트폰을 통해 보일러를 작동, 미리 방을 따뜻하게 데운다. 평소 길눈이 어둡지만 실시간 교통량을 파악해 스스로 주행을 마친 똑똑한 자신의 차(車) 덕분에 ‘퇴근길 교통지옥’은 피해 무사히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왔다. 현대자동차가 영화 속에서만 보던 이 같은 일들을 실제 삶에 적용한다. 시스코와 함께 개발할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스마트카 시대를 위한 첫 단추다. 현대차가 시동을 건 ‘커넥티드카’ 프로젝트는 스마트해진 차량 한 대가 집과 사무실, 내 삶의 모든 연결고리를 제어하는 장치로 거듭나는 시도다. 현대차는 우선 차량 네트워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은 물론 차량 내 여러 장치와 개별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척 로빈스 시스코 대표는 “이번 협업을 통한 기술적 혁신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 즉 디지털화를 통한 파괴적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커넥티드카, 보안 그리고 대용량 커뮤니케이션 전 부문에 걸친 기술에서 앞선 양사의 경쟁력이 업계 선두 플랫폼을 구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현대차와의 협업은 시스코의 디지털화 전략이 커넥티드카 개발과 자동차 산업의 진보로 이어지는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시스코 양사는 ‘차량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협업 외에도 공동으로 커넥티드카 모의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해 커넥티드카 기초 연구를 수행한다. 커넥티드카 모의 테스트 프로젝트는 다양한 상황에 따른 커넥티드카의 데이터 흐름을 분석하고 신규 기술들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다. 동시에 다양한 외부 환경과 상황을 인위적으로 구현하고 커넥티드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각종 제어 기술들을 연구하게 된다. 자동차 중심의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중심의 사물인터넷 파급력은 다른 사물인터넷의 효과보다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텔레매틱스, 폰·커넥티비티 등 하위 단계의 커넥티드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3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오는 2025년에는 모든 차량이 고도화된 커넥티드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과 정보기술(IT)업체들이 카·커넥티비티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약 3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데 비해 2030년에는 1조5,000억달러로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폭증하고 있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한편 과감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는 미래 커넥티드 라이프에서 가장 광활한 미개척지”라며 “커넥티드카 기술을 주도해 자동차가 생활 그 자체가 되는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시스코와의 협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과감한 투자는 물론 글로벌 전문기업들과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방식도 적극 추진하기로 밝힌 만큼 광폭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는 내부에서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차량지능화사업부’를 신설하고 삼성전자 출신의 황승호 부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은 물론 글로벌 업체들과 업종을 불문하고 경쟁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아울러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본지 4월12일자 13면 참조 현대차는 이달 초 ‘커넥티드카’ 개발 콘셉트를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Hyper-connected and Intelligent Car)’로 정했다. 이 밖에도 완벽한 자율주행 등 ‘커넥티드카’ 기반의 중장기 4대 중점 분야와 자동차와 스마트홈 연계 서비스 등 중단기 서비스 분야, 차량 네트워크 등 네 가지 핵심 기술 조기 개발 등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