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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서울포럼2018]"코딩은 꼭 필요한 덕목…아이들에 '호기심' 입력하세요"
산업 IT 2018.04.10 17:05:28린다 리우카스는 세계 각국을 돌며 여성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레일 걸즈(rail girls)’ 운동의 창시자이며 ‘21세기의 언어’로 불리는 코드(code)를 놀이처럼 익히도록 가르쳐주는 코딩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코딩 교육은 아이들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리우카스는 “코딩을 배움으로써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며 “특히 컴퓨팅 사고력과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점도 우리가 코딩을 익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를 위한 코딩 교육서 ‘헬로 루비’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리우카스는 “어릴 적 다뤘던 컴퓨터는 마법과 같이 매력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구였지만 코딩을 가르치는 책들 대부분은 따분하고 지루했다”며 “헬로 루비라는 책을 쓰던 때는 교육학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코딩에 관련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코딩 배움으로써 문제 해결능력 쑥 어려운 내용 좀더 쉽게 이해하도록 여우·펭귄 등으로 의인화하면 효과 호기심 생긴다면 ‘성공적 삶’ 도움 헬로 루비의 인기 비결은 코딩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의인화한 ‘루비’ 외에 리눅스·안드로이드와 같은 컴퓨터 운영체제(OS)를 상징하는 여우·펭귄 등도 등장한다. 리우카스는 코딩 교육 시장이 아직 초창기라는 점에서 ‘호기심’에 방점을 찍어 교육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봤다. 그는 “아이들이 특정 학문을 어느 시기에 가장 잘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잘돼 있지만 코딩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하다”며 “자신의 진로를 결정짓기 전인 어린이들에게 코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성공적인 삶을 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딩 교육 방향에 대해서는 협업과 창의력이 기초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리우카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시 각기 다른 기술과 개성을 지닌 개발자들과 공동 작업하는 일이 잦다는 점에서 협업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코딩을 구성하는 알고리즘을 이해해도 이를 현실에 적용하려면 남들과는 다른 창의적 생각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천문학이 망원경에 관한 것이 아니듯 컴퓨터과학은 컴퓨터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코딩에 대해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 협력과 같은 것들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우카스는 산학협력을 통한 코딩 교육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일선 학교 교사를 코딩 전문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예산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며 “코딩 교사는 끈기·창의력·호기심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좋은 질문을 던져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학교와 기업 간의 코딩 교육 협력은 코딩에 어느 정도 익숙한 고학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소프트웨어가 현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잘 이해한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단순 소비자가 아닌 관련 생태계를 주도해가는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방향은 협업·창의력이 기초 고학년일수록 산학협력도 중요 韓교육방식엔 다양한 시도 필요 한국 교육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후하게 평가했다. 특히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호평하면서도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국내 교육 전문가들은 문·이과 구분 및 학과 간 칸막이 등으로 ‘융합’이라는 미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리우카스는 “모든 나라가 교육 방식에 대해 저마다 특성을 갖고 있고 교육 문제에 만병통치약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며 “그래도 다양성을 수용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하는 것은 어디에서든 필요한 자세”라고 전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앨런 튜링과 같은 컴퓨터 연구자를 배출한 경험 때문인지 코딩 교육이 엄격하면서도 과감하며 미국은 유치원과 고등학교를 아우르는 컴퓨터 교육의 틀을 최근 발표하는 등 긴 로드맵을 갖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 만들어내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서울포럼2018]"中 소비·유통 새 트렌드 공유"…VC 매칭 프로그램도
산업 산업일반 2018.04.08 17:09:29이번 ‘서울포럼 2018’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한중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 기업 간의 협력과 시장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 기업·기관 20여곳(40여명)과 한국의 기업·기관 300여곳(500여명)이 참가해 중국 소비 시장과 판매 채널의 새로운 흐름을 공유하고 보다 효과적인 양국 시장 진출 전략을 토론할 예정이다. 투자처를 탐색하는 중국의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도 참석한다. 현지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할 중국 참여 기업은 졘24·한두이서·베이베이왕 등이다. 졘24는 중국의 급부상하는 무인상점 전문 기업으로 1,000개 이상의 상품을 갖춘 편의점 점포를 내년 말까지 1,000개 이상까지 늘릴 계획이다.린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해 중국 시장의 오늘을 짚어준다. 의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한두이서도 지난해 광군절에만 88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만큼 현지 한류 패션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베이베이왕은 중국 최대 영유아 관련 용품 쇼핑몰로 월 사용자 수가 1,200만명이 넘는다. 졘24·한두이서 등 中 기업·기관 20여곳 참석 양국 시장 진출 전략 논의 무인상점과 AI 등 중국 소비 시장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 트렌드도 논의된다. 세계 최대 안면 인식 기술 플랫폼을 보유한 쾅스(Face++)의 우원하오 부총재가 이 같은 주제로 한국 기업인들과 얼굴을 맞댈 계획이다. 중국에서의 마케팅을 고민하는 기업인들을 위해 현지 광고 솔루션 기업, 소셜미디어 기업 관계자들도 초대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리서치 매체인 이방둥리, 빅데이터·AI 기반의 동영상 광고 솔루션 기업인 비디오자자(Video++) 등이 참가한다. 중국 VC와 한국 기업 매칭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시노베이션 벤처스(촹신궁창), 북경자푸청터우즈, 신중리터우즈, 신타이루안 등 중국 안팎에서 활발히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에 투자하고 증시 상장까지 성공시키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춘 VC 관계자들이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찾는다. 이들은 중국의 투자 환경과 중국 VC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 등을 공유한다. 매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들의 제품·기술 시연도 예정돼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서울포럼2018]코헨·리우카스·유명 석학과 라운드테이블…'지식의 성찬'
산업 기업 2018.04.08 17:09:26올해 서울포럼에서도 ‘지식의 성찬’이 차려진다. 강연을 위해 방한한 외국 연사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관심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해외 석학·전문가와 함께하는 라운드테이블’이 세 차례 열린다. 오는 5월9일에는 자레드 코헨 구글 직쏘 최고경영자(CEO)와 작가·프로그래머인 린다 리우카스가 참석하는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된다. 코헨 CEO와의 라운드테이블에는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및 스타트업의 CEO와 임원들이 참석한다. 코헨 CEO가 직쏘를 이끌며 구글의 미래사업 발굴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참석자들은 미래 기술 트렌드와 신성장동력에 관한 질문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IT기업 CEO·임원 등 참석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시상식도 리우카스와의 라운드테이블도 주목을 받는다. 리우카스는 상상력이 풍부한 꼬마 소녀 루비가 이곳저곳을 모험하며 우아한 눈표범, 괴짜지만 영리한 펭귄과 같은 여러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통해 코딩의 세계를 탐구하는 책 ‘헬로 루비’로 잘 알려졌다. 여성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레일 걸즈’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코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리우카스와의 라운드테이블에는 소프트웨어(SW) 인재 육성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원들을 비롯해 초등학교 교사 등 SW·코딩교육 관계자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교수는 5월10일 노동·고용·평생학습 분야 전문가들과 만난다. 프레이 교수는 지난 2003년 같은 대학 마이클 오즈번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 ‘고용의 미래’에서 “20년 안에 미국의 706개 일자리 중 47%가 자동화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해 충격을 던진 바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한국고용정보원 등 노동·고용 분야 연구기관과 학계 관계자들이 프레이 교수와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기초과학을 탄탄히 뒷받침해온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의 올해 상반기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도 서울포럼 행사 기간에 열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1997년 4월 ‘원자력용 레이저 분광학 기술개발’ 관련 성과로 수상한 이종민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25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최근 3년간의 대표 연구개발 업적 한 건에 대해 △창의적 학술연구 △원천 기반 요소 기술개발 △산업화 및 제품화 기술개발 등 소속기관별 특성에 맞는 항목을 평가한 뒤 6개 분과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 상반기 수상자는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1월),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2월), 이희승 KAIST 화학과 교수(3월), 선정윤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4월) 등이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
[서울포럼2018]"창의융합형이 핵심…에듀테크가 필수다"
사회 사회일반 2018.04.08 17:09:23보험 가입자의 재산·신체상 피해액을 계산하는 손해사정사는 과거에 잘 나가는 직업이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까지 손해사정사의 평균 연봉은 6만2,820달러(6,65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발달 등으로 손해사정사는 그야말로 사양 업종이 됐다. 손실에 대한 수학적 계산을 가장 잘 처리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맡던 손해사정사는 보험 업계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미래학자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AI가 핵심 업무를 장악하더라도 인간의 손이 개입돼야 완전한 업무처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동 손해사정 시스템이 갖춰졌다 하더라도 시스템을 수정하고 개선해야 할 일은 흔하게 발생한다. 또 다양한 데이터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알고리즘도 지속적으로 바꿔야 최고의 손해사정 업무가 완성된다. 미래학자 토머스 대븐포트는 자신의 저서 ‘AI시대 인간과 일’에서 “수학에만 능했던 손해사정사들이 이러한 공학적 지식을 장착해 사양화된 직업군에서 생존의 방식을 터득했다”고 언급했다. 다음달 8~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서울포럼2018’의 세션 1·2에서는 AI의 등장이 바꿀 미래와 이에 대처할 인재 교육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구글의 미래전략을 이끄는 자레드 코헨 구글 직쏘 대표는 기조강연과 특별강연을 통해 AI·로봇의 발달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교육 혁신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또 구글의 신성장동력, 인재채용 철학 등 청년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계획이다. 코헨 대표는 2010년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이 구글에 직접 영입한 인재로 구글의 미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임원 중 한 명이다. 세션1에서는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창의융합형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도 병행 중인 송 부사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분석해 인기가 많은 전문가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상상하지 말라’에서 “회사를 그만두는 신입사원을 분석한 결과 직장과 자택의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인사팀 직원은 자택의 거리가 먼 직원 채용을 기피하는 결론을 내리겠지만 똑똑한 경영진은 기숙사를 짓거나 통근버스를 준비하도록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동일한 데이터를 갖고 인간이 어떠한 통찰을 하는지가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설명이다. 송 부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통찰하고 미래 인재양성에 활용할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날 세션1에서는 조벽 숙명여대 석좌교수,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혜정 교육과혁신 연구소장, 이범 교육평론가가 토론에 참여할 예정이다. 코헨 구글 직쏘 대표 특별 강연 구글의 ‘인재채용 철학’ 제시 송길영 부사장 ‘데이터 통찰’ 소개 리우카스 작가·류태호 교수 등 IT·로봇 활용 ‘학습 혁신’ 논의 세션2는 ‘자율·소통·협동의 학습혁명’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고 놀이와 결합한 새로운 교육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모바일 기기와 로봇 등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학습이 가능해지면서 교육 방식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이른바 ‘에듀테크’에 대한 논의도 치열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션2의 대표적 강연자는 아동용 코딩 교재인 ‘헬로 루비’의 저자이자 여성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운동인 ‘레일걸즈’의 창립자로 잘 알려진 린다 리우카스다. 핀란드 알토대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제품 공학 등을 전공한 리우카스 작가는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 ‘놀이 같은 학습법’을 전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시계와 자동차 등 일상이 점점 사물인터넷(IoT)으로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세상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리우카스 작가가 평소 강연에서 헬로 루비에 등장한 여우나 펭귄 등의 캐릭터를 스크린에 띄워 주며 코딩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방청객들의 큰 호응이 예상된다. 리우카스 작가에 이어 류태호 버지니아주립대 교육공학과 교수도 강연에 나선다. 류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교육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기술이 아닌 사람 간의 소통에 무게를 두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인간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라며 관련 인재 양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연할 예정이다. 임재환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세션2의 토론자로 나선다. 임 회장은 21세기 교육은 개인화된 학습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에듀테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예전과 같이 공교육과 사교육이라는 제한된 틀을 깨고 보다 넓은 시각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교습 방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할 계획이다. 세션2의 사회는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이 맡는다./강동효·양철민기자 kdhyo@@sedaily.com -
[서울포럼2018]"상아탑 틀 깨라"…'π형 인재'로 미래 연다
산업 생활 2018.04.08 17:09:20인공지능(AI)로봇이 인간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상상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다양한 디스토피아적 예측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주장이다. 이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의 옹호론자이자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크러재니치는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실직과 기업의 몰락을 예상하며 두려움에 떨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자동차와 비행기가 처음 등장한 이후를 떠올려보라. 새로운 기업과 직업·일자리가 생겼고 더 많은 기회를 잡지 않았나. AI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인류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실업과 그로 인한 불안을 겪어왔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 영국에서는 방직기에 일자리를 잃은 숙련 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들은 기계를 부수고 공장에 불을 지르자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을 일으켰고 이는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 ‘네오 러다이트 운동(neo luddite movement)’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AI가 이미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지금도 대규모 실직에 대한 우려는 재연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에도 그 모든 혼란의 책임을 로봇이나 AI에 돌려야 할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기술은 지금까지 항상 좋은 곳에도, 나쁜 곳에도 사용돼왔다. 그러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생각하지 마라. 대신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앞에 인류가 해야 할 일은 도전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최소화하고 새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뿐이라는 메시지다. 오는 5월10일 오후에 진행되는 세션 3과 세션 4에서는 바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 혁명과 그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먼저 ‘기업·사회와 함께하는 대학혁신’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세션 3에서는 유지수 국민대 총장을 좌장으로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이 고등교육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논의한다. 체험형·프로젝트형 교육의 새 모델로 평가받는 ‘미네르바스쿨’의 켄 로스 아시아 총괄 디렉터가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 미네르바스쿨의 성과와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강연자는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겸 고등교육연구소장으로 ‘4차 산업혁명과 대학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기존 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혁명적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캠퍼스가 없는 대학, 책이 없는 도서관, 교수 없는 강의실 등을 미래 대학의 모습으로 예측하면서 대학이 ‘플랫폼’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학 개혁론자다. ‘미네르바 스쿨’ 켄 로스 디렉터 체험형 교육 새모델 성과 소개 이현청 교수 ‘대학=플랫폼’ 제시 프레이 교수·유웅환 센터장 등 4차산업 일자리 패러다임 강연 기존 대학교육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온 로스, 그리고 미네르바 스쿨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가진 이 소장과 더불어 박형주 아주대 총장과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가 벌일 강연 후 토론도 기대할 만하다. 세션 4는 ‘AI 시대 일자리의 변화와 평생학습시스템 구축’이라는 주제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 시장의 변화상과 이에 걸맞은 인재상을 찾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4차 산업혁명으로 미국 내 일자리 가운데 약 절반이 자동화될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일대 파란을 일으킨 칼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교수가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다. 그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주목받는 미래 일자리는 무엇이며 기존 일자리는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두 번째 연사로는 유웅환 SK텔레콤 오픈 콜라보센터 센터장이 강단에 올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밝힌다. 유 센터장은 두 가지 이상의 재능을 찾아서 전문성을 키우고 그것을 융합하는 ‘파이(π)형’ 인재의 필요성을 강연할 예정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인텔에서 10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그는 2011년 귀국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연구소 등에서 시스템 반도체 칩과 미래형 자동차를 연구한 전문가다. 지난해 제19대 대통령선거 기간에는 문재인 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4차산업혁명 분과’ 공동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현재는 올해 초 문을 연 SK텔레콤의 창업 지원 센터인 오픈 콜라보센터를 이끌고 있다. 윤여각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강연 후 토론에서는 학계를 대표하는 프레이 교수, 현장 경험이 풍부한 유 센터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평생교육 관련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최은옥 교육부 평생미래교육국장이 참여해 미래 일자리에 어울리는 창조적인 리더십 양성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펼친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
"암기 보다 사고" 146년전부터 글쓰기 가르친 하버드
사회 사회일반 2018.04.03 15:28:30“나는 밤마다 밤을 먹는다.” 과거에는 이 문장을 번역 소프트웨어에 맡겨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가 불가능했다. 컴퓨터가 어두운 밤과 먹는 밤을 구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통번역 소프트웨어는 신경망 번역(NMT) 기술을 도입해 과거의 기계에는 어려웠던 문장도 제대로 번역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먹는 ‘육회’를 ‘여섯 번(six times)’으로, ‘곰탕’을 ‘곰 수프(bear soup)’로 식당 메뉴판에 싣는 사태도 면할 수 있게 됐다. 기계적인 번역이 아니라 글의 맥락을 파악하는 번역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계가 통번역가처럼 정확하고 섬세한 번역을 하게 되는 날이 올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금까지처럼 온 국민이 어린 시절부터 영어·중국어를 배우느라 전전긍긍하며 사회적인 낭비에 공을 들일 필요는 훨씬 줄어든다. 통번역뿐만 아니라 기존의 단순한 노동은 앞으로 기계와 인공지능(AI)이 도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 창의력이다. 앞으로 인재 시장에서는 영어 단어를 잘 외우는 능력보다는 어떻게 AI가 ‘밤’을 구별할 수 있을지 해답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대접받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의 핵심은 토론과 글쓰기다. 선진국 교육 시스템에서 오래전부터 중시해온 소양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872년부터 운영돼온 ‘하버드 글쓰기 프로그램’은 오프라인 글쓰기 센터와 온라인 글쓰기 교육 플랫폼, 하버드 글쓰기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된다. 수업 과제나 논문 등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교육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버드대 재학생으로서 수년에 걸쳐 글쓰기와 생각하는 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원을 제공한다”는 것이 하버드대 측의 설명이다. 하버드대 1학년들은 글쓰기 강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단순히 문과 대학뿐만 아니라 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공과 대학도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운영하며 매년 200만달러(약 21억원)를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글과 소통하는 능력을 통해 공유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행보다. 이렇게 훈련된 능력이 졸업 후에도 빛을 발한다는 연구 결과 역시 있다. 최근 심리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성격과 사회심리학’을 통해 발표된 독일 튀빙겐대와 미국 휴스턴대,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단순한 학교 성적이나 지능, 부모의 경제적 지위보다 독서량과 작문 실력 등이 졸업 후의 소득 수준과 안정적인 노후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글쓰기와 생각하는 능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단순 암기식·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겪어온 일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20년 기존의 객관식 대입 시험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일본 삿포로에 위치한 시립 가이세이중등교육학교처럼 토론과 논술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을 도입한 사례도 눈에 띈다. 국어·영어·수학 문제집을 푸는 방식이 아닌 그룹별로 복잡한 수학 방정식의 답을 찾는 다양한 방식과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토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학급회의 시간에는 ‘위험에 도전하는 태도와 방식’ 등을 자유롭게 토론하기도 한다. 태블릿PC·스마트TV 등 스마트 기기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학교 측은 “모든 교과 수업에서 스스로 과제를 찾아 생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습관을 익히기 위한 ‘과제탐구학습’을 도입했다”며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고 시험을 통해 충성도를 확인하는 기존 학습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사교육에 의존하면서 객관식 문제풀이에 매달리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인재像 달라졌는데...한국은 여전히 '기-승-전-大入'
산업 기업 2018.04.01 17:33:17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IBM. 쉼없는 변신으로 경쟁력을 연마해온 초우량 기업이지만 고학력자는 적다. 미국 직원의 30% 남짓은 4년제 학사 학위조차 없다. 학력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AI 지식과 정보기술(IT) 능력을 갖춘 실무자가 절실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지난 2011년 고등학교와 전문대를 섞은 신개념 학교 ‘P(Pathway·진로)테크’도 뉴욕 브루클린에 세웠다. STEAM(과학·기술·엔지니어링·예술·수학) 중심의 교육으로 쓸 만한 인재를 직접 키우기 위해서였다. 현재 P테크는 미국 전역에 55개까지 늘었다. IBM의 사례는 기업이 교육혁신을 주도하는 최근 현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출신학교·학위·학점 등이 산업화 시대에 인재를 가늠하는 핵심잣대였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력·협업·공감능력 등이 중요하다”며 “인재 수요자인 기업이 먼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기·승·전·대입’에 함몰돼 있다. 교사와 부모들은 국어·영어·수학을 잘 푸는 학생을 명문대로 실어나르는 ‘한국식 교육’에 의문을 품기보다 적응하는 데 급급하다. 대학은 입으로만 개혁을 외칠 뿐 산업 현실에 둔감하다. 그 결과 사교육비로 연간 18조6,000억원(지난해 기준)을 쓰고 대학 진학률은 70%나 되지만 기업은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과학도 양성을 위해 최근 10년 사이 연구비를 12배로 늘리며 최정상급 교수 스카우트에 나선 난양공대의 싱가포르, ‘제조업 굴기’와 연계된 ‘42개 대학 중점 육성책(Double First Class Project)’의 중국, IBM·마이크로소프트(MS)·구글·페이스북 등 기업 중심의 교육 개혁에 나선 미국 등과 견주면 암울하기까지 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임원은 “토익·면접 컨설팅에 연간 200만~300만원씩 허비해도 기업이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에 6,000만원 이상을 또 투입해야 한다”며 “추격형 경제 모델에서나 통할 획일적인 교육을 손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창의성과 감성지능을 키우고 진로와 연계된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시대와 불화하는 사람만 양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대구경북과기원 '무전공' 신입생 등 국내도 융합교육 속속 등장
사회 사회일반 2018.04.01 17:14:12국내에서도 엘리트 교육을 중심으로 융합교육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 및 인천 과학예술영재학교다. 학교 이름에 ‘과학’과 ‘예술’이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결합된 것은 융합교육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다. 이들은 기존 과학고에서 전환된 6개 다른 영재학교와 달리 학생들에게 수학·과학에 인문·예술을 융합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신설됐다. 이들 학교의 교육과정 20~30% 이상은 창의융합 교과와 융합연구활동으로 구성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싶은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겁다. 8개 영재학교의 지난해 입학 경쟁률을 살펴보면 세종과 인천 두 학교가 증가 폭에서 1·2위를 차지했다. 대학교 중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과학기술원들이 선두에 있다. 먼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지난 2014년부터 학부 전공을 없앤 ‘무전공’으로 신입생을 받고 있다. 전공이라는 틀을 탈피해 다양한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서다. 이 학교 학부생은 3학년까지 기초과학과 공학, 협업 프로그램을 배우고 4학년부터는 대학원 진학과 유학, 창업 및 취업, 비이공계 분야로의 진출 등 맞춤형 진로 교육을 받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도 전교생을 무전공으로 뽑는다. 인문·사회과학·어학 등 교양 과목을 중심으로 학부 과정을 설계한 4년제 대학인 미국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 개념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1~2학년까지는 폭넓은 기초학문을 배운다.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기는 하지만 융합 교육을 위해 주 전공 분야의 이수학점을 최대 12과목 36학점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곧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한다. 오는 2019년부터 무학과 교과과정인 융합기초학부를 설립해 신입생 일부를 받기로 했다. 기초과학 실력과 인문학적 소양이 튼튼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컴퓨터에 인문학·캘리그래피 결합...'천재 잡스' 탄생 씨앗됐다
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2018.04.01 17:10:36<2부>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워라 <1회> 경계 사라지는 교육 스티브 잡스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도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갔다. 하지만 수업에서 그만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회의한 끝에 결국 중퇴했다. 잡스는 대신 원하는 수업만 청강하기로 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강의가 바로 캘리그래피(서체학) 수업. 아름다운 서체를 연구하고 만드는 이 수업에 그는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잡스는 캘리그래피를 컴퓨터에 접목해 오늘날 애플을 있게 한 맥킨토시 컴퓨터를 히트시켰다. 경쟁사들은 컴퓨터를 ‘계산하는 기계’로만 여기고 성능에만 신경을 쓰던 때 잡스는 차별화된 컴퓨터를 만들어 새 시장을 창조했다. 만약 그가 정해진 전공 커리큘럼에서 학점 따는 데만 열을 올렸다면 서체학과 컴퓨터공학을 융합해 창조적인 제품을 만든 ‘천재 스티브 잡스’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알리바바의 마윈 등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름잡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인문학 전공자들이다. 인문학과 예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수학 등과 함께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필수 과목으로 꼽힌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선진국의 학교와 대학은 교육혁신을 통해 융합형 수업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이에 못 미친다. 특히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칸막이 식 교육에 대한 우려가 크다. ◇OECD 국가 중 가장 뒤처진 교육 개혁=문·이과로 구분해 교육하는 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 한국과 일본뿐이다. 그나마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교육제도 수술에 들어갔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가장 구닥다리 교육제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있다. 짜인 시간표에 따라 획일적인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조합해 자기만의 수업 시간표와 학습 목표를 만든다. 미국과 영국에는 당연히 문·이과 구분이 없다. 기본 과목 이외에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다. 프랑스·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고교 과정에서 계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4~6개 정도로 우리보다 다양하다. 과목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어문계열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학생이 원하면 과학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유럽이든 영미권이든 핵심은 학생들에게 충분히 과목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생에게 과목선택권을 줘서 원하는 수업을 조합하는 데서 자기주도적 창의 교육이 출발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제 겨우 고교 학점제 도입의 첫발을 떼기로 했다. 오는 2022년 고1부터 일부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된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당장 내신 절대 평가제와 대입제도 개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육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 또 학점제가 자리 잡는다 한들 암기식·주입식 수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획기적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 평론가는 “국정 혹은 검정 교과서를 통한 정형화된 수업을 한다면 근본적인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며 “교사가 재량권을 발휘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째 같은 수업 답습하는 대학=해외 대학들은 시대 흐름에 맞춰 이미 혁신에 나섰다. 스탠퍼드대는 학생의 45%가 전공과 상관없이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수업을 듣는다. 애리조나주립대는 69개 학과를 약 30개로 통폐합했으며 기업 및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철저한 프로젝트형 수업 중심으로 교과를 개편했다. 다양한 인문학 과목을 융합해 공동 전공을 신설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다양한 과목을 융합해 프로젝트 중심 수업을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 대학들은 이런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대학은 문·이과 구분뿐만 아니라 전공 수업의 칸막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 그 칸막이 안에서 수업 역시 지식 전달에 그치는 ‘20세기 커리큘럼’이 대부분이다. 4년 전 국내 대학 교육의 현실을 고발한 ‘서울대에서 누가 A+를 받는가’는 교육계에 충격을 던졌다. 교수와 다른 의견을 제시한 학생은 나쁜 학점을 받고 교수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적어 내는 학생이 A+를 받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책이 나온 지 4년이 됐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여전히 수십 년째 써온 커리큘럼을 그대로 쓰는 전공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대학들이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의 산업적·사회적·문화적 경쟁력 전반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패스트팔로어를 끼워내는 데 탁월했던 한국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명을 다했다”며 “퍼스트 무버를 키워내는 혁신을 못한다면 한국은 낙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
구글의 심장 '직소' 코언 CEO, 한국교육을 말하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8.03.26 17:51:17“교육제도는 기술 변화에 맞춰 새롭게 바뀌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인문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혁신형 교육이 필요합니다.” 오는 5월8일부터 사흘간 ‘Eduvolution for Next Generation(미래 한국:교육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서울포럼 2018’의 기조 강연자로 나서는 자레드 코헨(37·사진) 직소(Jigsaw)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교육 커리큘럼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직소는 구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신기술 개발 자회사다. 코헨 대표는 특히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스팀(STEAM) 교육’의 필요성을 꺼냈다. 스팀은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s)·수학(Mathematics)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사고방식을 융합해 문제 해결을 돕는 교육방식이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술과 기업 생태계, 높은 수준의 교육기관을 보유해 혁신형 교육으로 빠르게 전환하면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시대 외교·안보와 테크놀로지 간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코헨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의 파괴적 리더십을 주창하고 있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의 ‘세계 100대 사상가’에 꼽혔을 만큼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0년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의 영입으로 구글에 합류해 지금은 직소를 이끌고 있다. 이번 서울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괴적 혁신전략과 혁신형 인재육성 방안에 대해 강연하는 코헨 대표는 ‘하이브리드형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헨은 “기술적 재능을 갖춘 동시에 세상이 직면한 도전과제를 이해하는 하이브리드형 인재는 모든 기업과 기관이 원한다”며 “좋은 인재 유치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의 기업 경쟁력이 보안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코헨은 “과거에는 보안사업부·디지털사업부 등 혁신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부서들이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아예 외주화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었다”며 “이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잘 관리할 수 있느냐가 비즈니스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자레드 코헨 약력 △1981년 미국 코네티컷주 웨스턴 △ 2004년 미국 스탠퍼드대 역사학·정치과학 전공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박사 △2006~2010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 △ 2010년 구글아이디어스 이사 △구글 직소 대표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코헨 직쏘 CEO는 누구
사회 사회일반 2018.03.26 17:31:44‘2009년 이란 녹색운동(Green Movement) 당시 소셜미디어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자레드 코헨이 미국 국무부에 일할 때 들었던 평가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역사학과 아프리카 지역 정치학을 전공한 코헨은 영국 옥스퍼드대로 건너가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하며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 힐러리 클린턴 장관 등의 중동 전략에 대한 자문역을 수행했다. 지난 2009년에는 이란 녹색운동과 관련해 소셜미디어가 중요 역할을 하도록 디딤돌을 놓아 주목받았다. 녹색운동은 이란 대통령에 재선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와 관련해 부정선거 논란이 일자 시민들이 정부를 규탄한 사건이다. 이란 시위대들은 당시 이란 공권력의 강경 시위진압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전 세계에 부당함을 알렸다. 코헨은 이란에서 시스템 개선을 위해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려던 트위터 측에 서비스를 계속 해달라고 요청해 민주화운동에 소셜미디어의 역할과 위상을 높였다. 그는 2010년 미국 국무부를 떠나 구글에 합류했다. 디지털 시대가 만들 미래상을 구상하면서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함께 ‘새로운 디지털 시대(The new digital age)’라는 제목의 책을 공동 집필했다. 이 저서는 전 세계 25개국 언어로 번역되는 등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과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에 포함되기도 했다. 코헨은 지난 2013년 슈밋 회장과 북한을 방문해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그는 방북 후 미국 A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테크놀로지 적용 속도를 최대한 천천히 하도록 노력하는 국가”라고 평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코헨이 이끄는 직쏘는 어떤 곳?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8.03.26 17:31:42‘한 번에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추듯 세상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조직.’ 에릭 슈밋 알파벳 집행위원장은 지난 2016년 2월 세계 평화를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자회사 직쏘(Jigsaw)의 탄생을 공식화했다. 직쏘의 전신은 구글의 싱크탱크 조직인 ‘구글 아이디어스’로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과 온라인 검열 등을 방지하는 ‘프로젝트 실드’를 수행한 조직이다. 분사 이후 직쏘의 비즈니스 청사진은 좀 더 구체화되고 광범위해졌다. 그 안에는 가짜뉴스부터 자금세탁, 사이버 테러 등 디지털 세계에서 발생하는 주요 범죄의 예방 프로젝트가 총망라돼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정부가 오프라인 세상에서 수행하는 범죄예방 활동을 사이버 세계로 옮겨온 것들이다. 구글이 직쏘를 통해 공공 부문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 발전은 명암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심장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만 해도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며 인류의 종말을 이끌 것이라는 예언이 나온다. 구글의 신기술 인큐베이터 직쏘는 바로 기술 발전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웹 환경을 안정화하는 일종의 방어기지다. 여기서 부작용이란 네트워크의 확장과 정보 과잉에 따른 사생활 침해, 사이버 검열, 사이버 테러리즘과 혐오범죄의 확산 같은 것들이다. ‘악플’ 역시 대표 사례다. 정제되지 않은 배설의 향연은 혐오의 폭탄 돌리기로 이어지고 있고 혐오범죄 증가와 사회적 갈등 확산 등 여파가 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직쏘는 AI를 활용, 악의적인 댓글을 걸러내는 ‘퍼스펙티브’를 개발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구글을 지금의 독보적 위치로 이끈 것은 ‘기술의 발전’이지만 구글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협하는 것 역시 ‘기술의 역습’이라는 것이 직소의 출범 배경이다. 구글이 디지털 혁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찌감치 투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직쏘의 비즈니스가 돈 한 푼 벌지 못함에도 구글 내에서 위상이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자레드 코헨 직쏘 CEO "미래 기업 역량, 데이터 관리가 중요…'머신 러닝' 기술 갖춘 인재 키워야"
사회 사회일반 2018.03.26 17:30:08“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의 혁신은 이제 불가능합니다. 중앙집중형으로 지시할 게 아니라 임직원들에게 기술 혁신을 위한 공간과 자유를 줘야 합니다.” 자레드 코헨(37·사진) 미국 직쏘 최고경영자(CEO)는 ‘서울포럼2018’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혁신친화형 조직은 위에서 영감을 주되 기업의 구성원 전체가 구체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조직”이라며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디지털 혁신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사생활 보호와 보안이다. 코헨 대표는 “앞으로 기업의 핵심 역량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이를 뒷받침할 최고의 기술 인재와 효과적인 머신 러닝 기술을 갖추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봤다. 우수한 인재, 기업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그 이유다. 코헨 대표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인재도 풍부하다”며 “이들이 한국에서 자신의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끔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한국에서 기업가 정신이 주춤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이를 충분히 풀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전통교육이 지닌 가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시험과 같은 전통적 평가방식이 사라진다 해도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행위 자체는 미래 사회에서도 지속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헨 대표는 “전통적 교육이 지닌 가치까지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교육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과거에 해온 것처럼 시험과 평가의 개념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새로운 메커니즘을 통해 평가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암기 위주에서 창의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미래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개별 학교에서 앞으로 성취도 평가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는 지역사회와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서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과서 밖에서의 지식 획득도 강조했다. 이는 그가 살아온 발자취와 무관하지 않다. 코헨 대표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이란·이라크·파키스탄 등 중동과 아프리카를 누볐다. 파키스탄 외무장관을 지낸 여성 정치인 히나 라바니 카르를 만나기 위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무장세력이 득시글한 북부지역까지 들어간 ‘행동파’기도 하다. 지난 1998년에서 2003년까지 이어졌던 제2차 콩고 내전 당시에는 바나나 트럭에 숨어 콩고 동부지역에 잠입하기도 했고 시리아에서는 두 번이나 추방되기도 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방문한 국가가 전 세계 100여 개국이나 되는 이유다. 그는 “요즈음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을 교실 밖에서 체득할 많은 기회를 가졌다”며 “교실 밖에서의 학습은 생생한 지식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글의 싱크탱크인 아이디어스에 합류해 디지털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들을 찾고 있다. 그는 이슬람국가(IS)가 어떠한 온라인 메시지 전략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지원자를 모집하는지를 분석했고 차단할 방법도 모색했다. 또 가짜뉴스의 적발과 확산 방지, 악플 등 사이버 폭력을 감지하고 막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가상현실·증강현실 등 4차 산업이 가상국가 개념까지 확산시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술혁신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도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헨 대표는 “앞으로 물리적 공간과 가상 공간이 구분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시민으로서 현실국가와 가상국가에서 모두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다차원적 현실에 빠르게 적응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던 그는 “암호화폐의 기술과 시스템을 구분해야 한다”는 정도의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규제가 이뤄지는 암호화폐 생태계와 그렇지 않은 생태계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시스템에 대해 확신을 가지려면 암호화폐·전자지갑·거래소가 고르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암호화폐의 확산을 불러온 분산원장 기술 등 공학적 성과는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한국형 나노디그리' 운영...실무형 인재 키운다
산업 IT 2018.03.20 17:29:31지난해 교육부는 6개월간의 단기 교육 프로그램인 ‘한국형 나노디그리(Nano-Degree)’ 계획안을 발표했다. 일자리 변화가 극심한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사실 나노디그리는 미국의 온라인 공개수업 업체인 ‘유다시티’가 운영 중인 교육과정으로 구글·IBM 등 글로벌 기업 30곳이 18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은 직원을 뽑을 때 나노디그리 이수 여부를 주요 지표로 반영할 정도다. 무엇보다 현재 2년 또는 4년제로 운영되는 학사나 석사 과정으로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기도 쉽지 않다. 반면 나노디그리는 기업이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교육기관이 온라인과 현장학습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6개월 만에 인증이 가능하다. 특히 과정 이수자에 대한 평가 및 인증은 교육기관이 아닌 기업이 맡도록 해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올 1월 KT와 나노디그리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인재 양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상태다. KT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커넥티드카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사업을 진행해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상현실(VR) 분야의 업체 선정을 2·4분기 중 마무리 짓고 하반기에 한두 업체를 더 선정해 9월 내에 나노디그리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ICT 분야를 중심으로 최대 10개 과정을 개설해 과정별 1개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AI나 VR처럼 수요가 많은 분야는 몇 개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교육 과정을 설계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기술보다 직무능력 향상에만 치중...직업훈련 순위 글로벌 38위 그쳐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8.03.20 17:28:48지난 2007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등장은 휴대폰 강자 노키아의 위상을 뒤흔들었다. 40% 이상이었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11년 20%대로 추락했고 이 기간 이익 규모도 72억유로에서 18억유로로 급감했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치러야 할 대가는 컸다. 급기야 노키아는 2011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2만1,500명 규모의 인력감축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말 그대로 존폐 위기에 몰린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이었지만 일자리 안전망을 충분히 갖춘 핀란드에서 노키아의 인력조정은 순조로웠다. 이는 노키아의 자체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인 브리지 프로그램 덕분이엇다. 브리지 프로그램은 △노키아 내 직무이동 △타사 이직 △창업 △재교육 △진로 창조 등 다섯 가지 트랙으로 구성된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노키아는 협력사로 이직하는 인력을 제외한 모든 감축인력에게 브리지 프로그램 이수자격을 줬다. 2013년까지 4년간의 프로그램 운영 성과는 고무적이었다. 프로그램 이수자의 약 60%가 재직 중 퇴직계획을 확정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400개 창업기업이 탄생했다. 노키아는 생존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노키아 전략사업과 관계없는 창업이나 이직계획도 전면 지원했고 정부·지역사회와의 연계지원으로 실효성을 높였다. 노키아 사례는 일자리와 직무 대변혁이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기 직업훈련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 기업과 정부는 여전히 직업훈련에 소극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2016~2017년)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훈련 정도는 138개국 중 38위로 중국(41위)과 비슷하다. 일본(10위)·독일(12위)·미국(15위)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훨씬 뒤처져 있다. 현재 직무능력을 키우기 위한 커리큘럼에 머물러 있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좌초되지 않으려면 직업훈련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평생 직업교육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것일 뿐”이라며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기업 내에서도 사라지는 직무군은 재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진입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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