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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평생교육 시대인데...대학은 학위장사·에듀테크는 규제에 발목
산업 기업 2018.03.20 17:27:58“4차 산업혁명으로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초중고대학 등 정규교육을 넘어서는 시기가 곧 닥칠 겁니다. 하지만 대학의 평생교육원은 아직도 간판을 따는 곳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에듀테크(교육기술기업)마저 각종 규제로 비즈니스에 발목이 잡혀 있어요.”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쓴소리는 우리 교육 시스템이 시대착오적 타성에 젖어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일자리 변화가 급속도로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평생교육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물류창고 정리 등 단순 반복업무부터 의사(왓슨)·변호사(로스) 등 전문직까지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며 상당수 기업에서 일자리(job)와 직무(task)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은 상아탑에 갇혀 제 역할을 망각하고 있고 교육기관·기업·지방자치단체(지역) 간 유기적인 협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사회 재교육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태진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 패러다임 전환이 이전 사회구조의 골격을 유지한 채 일부만 바꿨다면 이제는 사회와 산업생산 전체가 재설계되고 있다”며 “(사람이) AI와 공존하기 위해서라도 평생을 통한 재교육과 미션별 훈련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국가 차원의 평생교육 추진=1970~1980년대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은 ‘아시아의 4룡’으로 불렸다. 이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시 주목받는 국가가 싱가포르다. 지난 2015년부터 추진돼온 ‘스킬스퓨처운동(SkillsFuture Movement)’ 때문이다. 핵심은 기술 습득을 장려하기 위해 25세 이상 국민에게 바우처 형태로 월 500싱가포르달러(약 42만원)를 지급하고 주기적으로 성과를 점검해 금액 충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 이 정책에는 고도 성장기의 엘리트주의를 버리고 평생학습을 통해 전국민적 동기부여를 꾀하려는 철학이 담겼다. 단순 이벤트성 자금 지원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뿐이 아니다. 핀란드 제2도시 에스포는 도시 차원에서 평생학습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 내 모든 거주자에게 이 지역 출신 스타트업이 개발한 ‘모바일러닝 서비스(funzi)’를 공짜로 이용하도록 한 정책이 눈에 띈다. 이외에 호주 멜턴시도 고용률과 직업교육 참여율 목표를 잡고 ‘학습도시’라는 콘셉트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고 있다. 홍정민 휴넷에듀테크 연구소장은 “성인 교육시장이 직장인에서 실버세대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이런 수요를 교육 시스템 안에 잘 녹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위 장사 하는 평생교육원 바뀌어야=일본 나가노현에 위치한 마쓰모토대. 이곳은 지역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나가노현은 식료품 제조업과 농업이 유명한데 마쓰모토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지역 기업에서 활용하고 또 대학으로 돌아와 연구하며 성과를 검증하는 식의 시스템을 갖췄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설립한 포스텍이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려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을 유도하는 ‘SES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오라클 등 유수의 기업에서 일해보는 기회를 얻는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앞으로는 인재들이 사회·정서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직업교육과 유리된 채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교수는 “직업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평생교육원은 의미가 없다”며 “대학을 못 나온 사람에게 학위를 내주는 운영방식은 개혁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산 확보도 절실하다. 평생교육 관련 예산은 우리나라 전체 교육예산에서 비중이 1%에도 못 미친다. 선진국은 전체 예산의 7~8%에 이른다. 한 대학 관계자는 “2024년 대학 입학정원이 수능 응시생보다 많아져 대학 재정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사회의 교육 수요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관련 규제 손봐야=규제도 평생교육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들은 교육 콘텐츠를 클라우드에 올리지 못하도록 한 점과 ‘비식별화’ 규제가 불명확해 개인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난관에 막혀 민간 교육기관들이 맞춤교육 콘텐츠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사교육비만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교육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원론적 주장에 기가 눌려 정책 담당자들이 미적거리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에듀테크는 꽃도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대학은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젝트형 교육과 지적재산권 중심 산학협력으로 재탄생하고 에듀테크는 평생교육의 효율화를 기치로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막오른 '긱 이코노미 시대'...기업가 정신부터 길러야
산업 생활 2018.03.18 16:44:13# 직장인 김정현(32·가명)씨는 최근 ‘N잡러(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 대열에 합류했다. 출퇴근 길에 방향이 같은 사람을 차에 태워주고 요금을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풀러스’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김씨는 “풀러스를 통해 월 30만원 정도의 추가 수입이 생겼다”며 “직장과 달리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자유여행 계획 짜기, 페이팔 관련 문제 해결, 콘서트 티케팅, 모닝콜…. 재능공유 플랫폼 ‘오투잡’에 올라온 재능 중에는 과거에는 직업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도 많다. 오투잡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게 돈이 될까’ 하는 심정으로 재능을 올렸지만 생각보다 구매자가 많아 나중에는 1인 사업자로 아예 창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고용주가 제시한 조건에 나를 맞추는 대신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나만의 직업’을 만들어가는 사례다. 이 두 가지 사례는 한국에서도 기초적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긱’은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연주자들과 단기로 계약을 맺던 것에서 유래해 ‘임시로 하는 일’을 가리키게 된 단어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스마트폰과 각종 플랫폼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단기 프로젝트에 고용돼 돈을 버는 것을 지칭한다. 긱 이코노미는 개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원하는 곳에서 필요한 만큼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적 자유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반면 고용 불안정성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각국이 긱 이코노미에 주목하고 있는 까닭은 긱 이코노미가 미래 국가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긱 이코노미를 외면한다면 그 국가는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 것”이라며 “긱 이코노미를 통해 재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긱 이코노미 시대의 열쇠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2조7,000억달러 규모=맥킨지는 오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하는 2조7,000억달러에 달하고 전 세계 5억4,000만명 정도가 단기 일자리를 통해 실업 기간 단축이나 추가 소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긱 노동자 수가 110만명으로 전체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2.6%까지 늘어난 영국은 지난달 긱 이코노미 시대를 대비한 노동개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긱 이코노미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재능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의 발달과 일과 삶의 조화를 중시하는 성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려는 성향이 강한 20~30대가 긱 이코노미 성장의 주역인 이유다. ◇모두가 기업가 정신 길러야=전문가들은 긱 이코노미 시대의 성패가 교육에서 판가름 난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가 1인 사업가, 즉 ‘프리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 사회에서는 남과 다른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책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에서 긱 이코노미 시대의 도래를 예언한 다니엘 핑크는 교육 개혁을 중요한 선결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저서에서 고등학교의 종말을 예고하면서 “프리 에이전트 시대의 해답은 통제를 줄이는 것”이라며 “10대들은 더 적은 학교 교육을 받고 더 많이 실천함으로써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통제 대신에 어떤 것을 교육해야 할까. 이 이사장은 “기업가 정신”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지식 교육이나 커리큘럼 교육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이제는 적응력과 기업가 정신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젝트 기반학습(팀을 구성해 문제 발견부터 해결·평가까지 수행하는 교육 방식)과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한정된 기간 내에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행사) 교육이 기업가 정신을 기르는 교육적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2025년 노동인구 중 긱 이코노미 참여비율 전망(단위: %) 미국 18.5 영국 16.1 브라질 14.2 독일 12.5 일본 11.2 중국 9.1 *자료=맥킨지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사내 스타트업 키우고 AI로 직원 재교육..."일터가 곧 학교"
산업 기업 2018.03.18 16:42:35지난해 1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박람회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업체는 국내 스타트업 ‘망고슬래브’였다. 이 회사는 컴퓨터와 모바일기기에서 작성한 아이디어를 점착식 메모용지에 출력하는 인쇄기기 ‘네모닉(nemonic)’을 개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업체의 대표는 30대 후반의 정용수씨. 그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당시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씨랩(C-Lab)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실용화에 성공해 창업까지 하게 됐다. 1인칭 시점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를 개발한 ‘링크플로우’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씨랩을 통해 제품을 개발했고 보안 시장 등에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업체는 올해 CES에서 21만달러의 크라우드펀딩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씨랩을 도입해 19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총 32개의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씨랩을 시작한 이유는 직원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미래 성장동력이 될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혁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기업은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윈윈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AI) ‘왓슨(Watson)’을 개발한 IBM은 직원들이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유어러닝(Your Learning)’ 플랫폼을 내놓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직원들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이면 언제나 유어러닝에 접속해 클라우드·코딩 등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유어러닝은 왓슨을 활용해 직원 개인의 역할과 기술 역량을 분석, 맞춤형 콘텐츠도 제시한다. 특정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일종의 확인서인 ‘오픈배지(Open Badge)’를 부여해 개인의 성취욕을 높이는 한편 사내 동료들에게 성취 결과를 알릴 수도 있다. IBM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대학에서 어문학을 전공해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약했는데 유어러닝을 통해 클라우드 등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 학습할 수 있었다”며 “직장에서도 학습할 수 있어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미래의 모습은 일터가 곧 배움터이자 학교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기술의 변화가 워낙 급속도로 이뤄지다 보니 기업들은 인재 재교육과 업무환경 재설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의 씨랩이 대표적이다. 업무환경을 유연하게 만들어 근로자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기업이 기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씨랩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면 창업을 통해 독립하게 되지만 삼성전자와 업무는 긴밀하게 유지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사업부에서 독립형 일자리경제,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미국사업부는 당시 프리랜서 전문인력을 고용해 비용의 60%를 절감했고 관리시간도 64% 줄인 것으로 나타났었다. 씨랩을 통해 분사한 회사들은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삼성전자의 비용을 줄이고 기술 활용도를 확장시키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씨랩에서는 자율성이 보장되고 실패가 용인될 뿐 아니라 팀 내에서 직급·호칭이 파괴되며 수평적 분위기에서 근무하게 된다”며 “우수한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면서 삼성전자도 자연스럽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이 곧 학교’가 되는 인재 재교육은 근로자들의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AI·로봇 확산 등 4차 산업혁명의 직접적 영향으로 일자리 감소는 전 세계에 걸쳐 진행 중이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14년 AI 기반 트레이딩 플랫폼 ‘켄쇼(Kensho)’에 투자했고 그 결과 트레이더 수백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18년 전 600명의 트레이더들이 하던 업무를 현재는 2명의 트레이더와 켄쇼가 처리하고 있다. 일본 후코쿠생명 역시 IBM의 AI 왓슨을 활용해 보험금 지급부서 인력의 30%를 감축했다. 이 같은 추세대로 나간다면 미래학자들의 예언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 20억개가 사라지고 현재의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근로자들은 기술의 변화에 따른 일자리 위기를 평생교육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자동화되거나 사양화한 업무의 전문성은 포기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등장하면서 호텔종업원·호텔전속요리사 등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지만 에어비앤비 투숙객을 위한 프리랜서 요리사 등 새로운 형태의 기회가 생긴 것이 대표적이다. 홍정민 휴넷 연구소장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위기상황이 근로자들의 의식을 변화시켰고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며 “직장이 곧 학교가 되는 인재 재교육 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빅데이터로 개인별 맞춤형 강의...교육 패러다임 수요자 중심 전환
산업 기업 2018.03.14 16:16:36지난 2000년 메가스터디가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열었다. 국내 최대 e러닝 기업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목표는 간단했다. 대치동의 수준 높은 현장강의를 제주도 학생들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3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기술적 발전이 발화점이었다. 인터넷의 빠른 확산은 e러닝 보급에 날개를 달아줬다. 메가스터디는 회사 설립 4년 만에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 대학교 졸업반인 정혜란(가명)씨는 취업을 앞두고 토익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학교에서 가까운 종로 어학원에서 토익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달리 정씨는 영어학습 애플리케이션인 ‘산타토익’을 선택했다. 앱의 진단 테스트에서 문법과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받은 정씨는 4주간 취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두 달 후 토익시험에서 기존보다 50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메가스터디로 대변되는 e러닝 기업은 2000년 이후 10년 넘게 승승장구했지만 한계 역시 뚜렷했다.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았을 뿐 ‘원사이즈피츠올(One Size Fits All, 모든 학생을 똑같은 인재로 맞추려는 획일적인 교육방식)’이라는 구시대적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e러닝은 사양산업’이라는 판정을 받은 지 이미 오래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이 태동시킨 에듀테크는 학습자의 개별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기본적으로 통계 덩어리인데 과거 기록의 총합은 미래결과를 예측하는 근거가 된다. 산타토익 운영사인 뤼이드가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앱의 첫 번째 공략대상으로 토익시장을 설정했던 것도 빅데이터의 잠재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뤼이드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사용자 학습상태를 20개 카테고리, 64개 유형으로 분류해 사용자별 학습효과를 극대화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에듀테크가 수학이라는 학문을 겨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수학은 인류의 첫 번째 글로벌 공용어이자 하위개념이 상위개념으로 끊임없이 연결돼 있는 숫자로 된 언어다. 그 자체로 데이터 속성이 강하고 그만큼 맞춤형 학습 알고리즘을 설계하기가 용이하다. 서울대 출신 수학박사들이 만든 마타수학은 자기완성형 수학교육 시스템을 표방하는데 오답으로부터 학습실력을 역추적해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 산타토익이나 마타수학의 공통점은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교육의 주도권은 수요자(학생)가 아닌 공급자(강사)에게 있었다. e러닝만 해도 교육환경이 바뀌었을 뿐이지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강사의 강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e러닝은 일방향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온라인 실시간 강의 중 수강생과 댓글로 소통하는 일부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비춰볼 때 원시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새로 쓰는 에듀테크 환경에서는 교육의 무게중심이 학생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일방적인 지식전달에서 쌍방 간 커뮤니케이션으로 질적 발전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산타토익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별도의 영상 콘텐츠가 없고 실시간 변하는 사용자의 학습수준에 따라 교육콘텐츠가 바로바로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빅데이터 기반 교육산업 현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앞서 언급한 산타토익·마타수학 외에 눈에 띄는 곳은 없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교육산업의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 등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에듀테크는 시대적 조류이며 이 흐름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e러닝이 처음 출현했을 때 교육의 현장성을 강조하며 잠시 반짝이다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빗나가고 있는 것.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 연구소장은 “한국은 높은 교육열에 비해 교육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맞춤형 콘텐츠로 영화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던 넷플릭스처럼 에듀테크 기반 교육서비스도 앞으로 급격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AI가 수업하고 VR 체험학습...학교가 송두리째 바뀐다
부동산 부동산일반 2018.03.14 15:57:15시카고의 초등학교 6학년 마수마 칸의 세계사수업. 태블릿PC를 열어 선생님이 미리 업로드해준 자료와 에세이 과제를 확인한다. 고대 아테네와 현재 미국의 교육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 분석하라는 과제다. 칸이 에세이를 작성·제출하면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곧바로 피드백을 해준다. 대신 수업시간에는 같은 주제를 놓고 친구들과 토론을 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류의 삶은 크게 달라졌지만 교육 변화는 더뎠다. 교사가 획일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이 피동적으로 수용하는 교실 풍경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 ICT)과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은 학교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연구소장은 “기술의 발전으로 즉각적으로 콘텐츠에 접근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학습 프로세스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반 ‘에듀테크’가 교실을 접수한다=지난 2016년 미국 조지아공대의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은 학기 시작 5개월이 지난 즈음 깜짝 놀랐다. ‘질 왓슨’이라는 이름의 조교가 사람이 아닌 AI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질 왓슨은 수백명의 학생들이 보내는 e메일 질문에 새벽이든 낮이든 척척 답해줘 교내에서도 우수 조교로 꼽힐 정도였다. 지금은 AI가 조교 역할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교사 자리까지 꿰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교사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학생의 수학 능력에 맞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AI 교사의 소프트웨어 비용은 우수한 인간 교사의 인건비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낮아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교육전문가인 앤서니 셀던 버킹엄대 부총장은 “AI 교사의 출현은 인쇄술의 발명과 맞먹는 획기적 변화”라며 “10년 후에는 AI가 인간 교사를 대체하고 각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개인 AI 교사와 함께 전 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립학교에서도 이튼이나 웰링턴과 같이 비싼 사립학교가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데이터·클라우드·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에듀테크는 이미 교실을 본격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 클래스룸이다. 각종 자료 업로드, 문서작성, 과제 제출, 시험 등 교실에서의 일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교육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미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절반이 넘는 1,500만명이 쓰고 있다. VR과 AR는 기존의 2D 교실을 3D로 바꾸며 학생들이 가상체험을 통해 살아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육용 VR프로그램인 구글 익스퍼디션 파이오니어를 활용하면 만리장성에서부터 화성까지 다양한 지역을 가볼 수 있다. 현재 500곳 이상의 가상체험 프로그램이 나와 있으며 이미 영국에서만 50만명 이상의 학생이 이를 활용해 교육을 받았다. 임재환 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단순지식 전달의 주입식 강의는 클라우드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교실에서는 토론과 체험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의 대전환이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에듀테크 덕분”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듀테크 투자 급증…뒤처진 한국=에듀테크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에드테크글로벌에 따르면 에듀테크 시장은 매년 17%씩 성장해 오는 2020년이면 2,52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핀테크 등 ICT 기반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영국은 에듀테크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영국 학교들이 에듀케이션 관련 기술에 매년 쓰는 예산만 9억파운드에 달하고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9조원, 관련 기업만 1,000여개에 달한다. 반면 뜨거운 교육열과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조건을 갖춘 한국은 교육 혁명 열풍에서 아직은 비켜나 있다. 디지털 교과서의 경우 도입됐지만 플랫폼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 e북 수준에 불과하다. 클래스팅과 같은 앱도 학습관리 도구라기보다 교사와 학부모·학생 간 소통 도구 정도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홍 소장은 “우리나라 교실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 머무르고 있다”며 “심지어 와이파이조차 깔리지 않은 학교가 많아 에듀테크 도입은 아직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난 1~2년 사이에 미국과 영국의 교실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2~3년 뒤처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
미래사회 첫 단추는 교육혁명…창의·융합인재 키워라
산업 기업 2018.03.12 17:37:37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주도한 서배스천 스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서 인류 문명을 개척해온 인공지능(AI) 권위자이면서 교육혁신 전문가이기도 하다. 일견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스런 교수는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인간 영역을 지키기 위해 교육을 통해 인류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신념의 소유자다. 지난 2013년 세계 최대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인 ‘유다시티(Udacity)’를 설립한 스런 교수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며 “이로써 비어 있는 일자리 200만개 이상이 채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런 교수의 행보는 끊임없는 기술진화가 교육 패러다임 대전환의 촉매 역할을 하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지식의 반감기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고 그 결과 미래 일자리와 연계한 교육혁신도 절실해지고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도 “오는 2030년까지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세계 대학의 절반이 없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일자리는 미래산업에서 나온다”고 경종을 울렸다. 교육혁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코세라·에덱스 등의 무크(MOOC·온라인 공개강좌)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경을 넘어 7개 도시가 캠퍼스인 ‘미네르바스쿨’, 창업사관학교로 불리는 ‘에코42’ 등 대안학교도 부상하고 있다. 교육 관련 기술기업인 ‘에듀테크’는 최고의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별 맞춤학습을 도와줄 로봇을 보조교사로 채용하는 학교, 학년 구분을 없앤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그 결과 획일적 커리큘럼을 고수하는 전통적 학교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이제 교육의 무게중심이 ‘탑(지식)의 높이’에서 탑의 도면을 그리고 빠르게 쌓는 ‘축성능력’으로 옮아가야 한다”며 “지식습득 그 자체가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는 능력,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어릴 때부터 입시에 치우친 주입식 교육 △토론보다 정답만을 강요하는 문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저해하는 칸막이식 학과 구분 △신산업을 반영하지 못하는 학제 개편 △차별화 대신 평균 지향의 교육정책까지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 연구소장은 “미래 설계의 첫 단추를 교육혁신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기존 대학은 잊어라" 프로젝트 중심 혁신스쿨이 인재 키운다
산업 기업 2018.03.12 17:31:46재미교포인 최다나(20)씨는 지난 2016년 초 고교 졸업을 앞두고 신생 대학인 미네르바스쿨에 지원했다.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최씨는 정해진 캠퍼스 없이 학기마다 샌프란시스코·서울·베를린·런던·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전 세계 주요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수업을 듣는 미네르바스쿨이 더 넓은 세계와 문화를 경험하며 세계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다. 합격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1학년 과정을 끝낸 최씨는 지난해 9~12월 서울에서 2학년 1학기 과정을 마친 후 지금은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2학기 수업을 듣고 있다. 최씨는 “미네르바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어센트(Ascent)’라는 합격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봤던 공동체 의식이 결정적이었다”며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에 한 학생이 제작한 비디오를 놓고 둘러앉아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커뮤니티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4년 개교해 아직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한 미네르바스쿨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이 됐다. 미네르바스쿨의 파격은 단순히 캠퍼스가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수업 내용과 방식에서도 기존 대학의 커리큘럼, 교수 방식과 차별화된다. 미네르바스쿨은 창의적 사고, 비판적 사고, 효과적 의사소통, 효과적 상호작용 등 4개 카테고리를 120가지 주제로 나눠 교양·전공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사전에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교수가 내준 과제를 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 이른바 ‘거꾸로 학습’이라고 불리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채택했다. 또 방문 국가의 유명 대학·기업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제 해결력을 키운다. 서울에서도 네이버·SAP코리아·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의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려면 기존의 일방통행식 강의에서 벗어나 미네르바스쿨처럼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젝트 중심 교육(Project Based Learning·PBL)’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팀아카데미(MTA)는 PBL의 극단적 사례로 꼽힌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이 2007년 설립한 MTA 역시 미네르바스쿨처럼 캠퍼스나 강의실이 없고 심지어 교수와 강의도 없다. 대신 팀 코치가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면서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15명 안팎의 학생들은 팀을 이뤄 4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소통·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 학생들은 매년 20개 내외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쌓은 실전 경험과 협업·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대부분 창업에 나선다. 스페인뿐 아니라 중국·네덜란드·멕시코·인도 등 6개국에 11개 랩을 운영하는 MTA는 입소문을 타고 각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교육기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미네르바스쿨과 MTA가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으로 고등교육의 혁신 사례로 꼽힌다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MOOC)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 확보 통로가 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코세라’는 29개국 161개의 대학·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2,600개 안팎의 온라인 강의 코스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수강한 인원만 2,500만명이 넘는다. 인공지능(AI)과 딥러닝, 자율주행차 등에 특화된 강의를 제공하는 ‘유다시티’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단기간에 양성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출자한 ‘에드엑스(edX)’는 데이터 분석과 같은 공학뿐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학·법학 등 27개 주제에 걸쳐 방대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아마존·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 내 IT 기업들은 이들 무크와 제휴를 맺고 자사가 제작한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6개월 또는 1년 과정의 ‘나노 학위(nano degree)’를 취득하거나 ‘마이크로 마스터 프로그램(Micro Masters)’을 이수한 수강생을 선별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AI 등 첨단 분야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빨라 기업들은 학부·대학원 등 기존 학제를 모두 마친 학생들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무크와 나노 학위 등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빨리 양성해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채용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니 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로봇으로 AI로...교육 시장 진출하는 ICT기업들
산업 IT 2018.03.12 17:30:394차 산업혁명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뀜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교육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기업들은 기존 시청각 교재 대비 몰입감을 높인 교육용 로봇,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교육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교육용 로봇 ‘알버트’가 대표 사례다. 지난 2012년 출시된 알버트는 근접인식센서·내비게이션·스마트펜·광학인식센서 등이 탑재돼 있으며 콘텐츠도 수시로 업데이트해 학습 몰입도를 높여준다. SK텔레콤은 ‘알파고 쇼크’가 발생한 2016년 알버트를 통해 초중급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알버트 스쿨’을 내놓기도 했다. 알버트 스쿨은 PC나 스마트폰으로 프로그램을 코딩하고 이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을 관찰하며 컴퓨터 알고리즘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국내에는 200여개 유치원에 1만대의 알버트가 공급됐다. 수출도 20여개국에 이를 만큼 점점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해외 업체들도 교육용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소니가 지난해 내놓은 ‘키트 쿠브’는 로봇 조립을 통해 프로그래밍 등을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교육 등으로 활용되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로봇 시장은 2015년 10억달러에서 내년에는 91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네이버·카카오 등은 AI 스피커를 통해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AI 스피커와 영어로 대화할 수 있으며 ‘룩셈부르크의 수도는 어디지?’와 같은 질문에 스피커가 대답하는 식의 1대1 대면학습도 가능하다. 이들 AI 스피커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음성 관련 빅데이터가 쌓일수록 응답률의 정확도가 높아져 향후 학습지 교사와 같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높다.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의 한 관계자는 “일반 학교 도입을 비롯해 원격학습, 학습장애학생 치료용 등으로 로봇의 활용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현장이 최고의 교재"...대학, 기업과 밀착해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8.03.12 17:30:11초연결·초지능·초융합으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기업과 대학, 지역사회의 협력 생태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갈수록 짧아지는 기술혁신 주기와 기술의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내부자원에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대학 역시 인재 양성 기능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과 마켓을 만들어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면 다가오는 혁명기에는 한 명의 개인이나 기업이 모든 기술을 섭렵해 새로운 제품과 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인접 학문과의 연계가 용이한 대학을 싱크탱크로 활용해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유효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산학협력은 미래 기술 개발보다는 기업이 주문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하청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육부의 산학협력 지원 예산은 지난 2012년 1,786억원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3,271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대다수 대학이 기업과의 협업 확대 대신 사업 증빙자료인 논문 생산에만 열을 올리면서 오히려 지원금이 산학협력에 독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다양한 학문에 걸쳐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한 대학의 강점과 현장의 문제와 치열한 시장의 속성을 이해하는 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산학협력이 설계됐을 때만이 지역·산업·글로벌을 연계하는 개방 혁신 허브로서 대학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산학협력의 궁극적 지향점은 산학 일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학과에서 전문화된 연구진을 보유한 대학이 학제 간 융합을 통해 강화된 역량을 기업에 제공하고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미래 기술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공동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꼽힌다. NCSU는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선도하며 미래 기술 연구의 핵심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산학협력 전용공간인 센테니얼캠퍼스를 통해 구글 등 미국 유수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도 유치했다. 이 교수는 “기업의 실무진이 대학에서 강의하는 정도로는 산학협력의 실효성을 높일 수 없다”며 “기업과 대학이 밀착해 기술 수요에 즉각 반응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PBL)으로 전환돼야만 ‘협력하는 괴짜’들을 양성하는 플랫폼으로서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두뇌 경쟁력 뚝...뚝...거꾸로 가는 韓 인재육성
산업 기업 2018.03.12 17:29:33우리나라의 인재 관리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유학 이후 아예 해외에 눌러앉는 학생이 많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업의 인재 관리도 주먹구구식이라 기술 분야 두뇌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7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 지수는 100점 만점에 55.82점으로 조사 대상 63개국 중 39위에 그쳤다. 한국은 인재 유지 및 유치와 관련해 ‘노동자 동기부여’에서 10점 만점에 4.12점으로 59위였다. ‘두뇌유출’과 ‘기업 경영 교육’에서도 각각 3.57점과 4.62점으로 하위권인 54위로 나타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슈퍼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된 미국·중국 등과 비교하면 우리는 너무 안이하다”면서 “경제 규모 차이에서 오는 결과라고만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인재 육성 정책도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어릴 때부터 대학 입시 준비에 매몰 돼 창의성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교육의 무게중심이 다양성을 장려하기보다는 평균적 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는 탓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토론보다는 정답 고르기에 치중한 학습이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모적 논쟁만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하다 여론이 극명히 엇갈리자 1년 유예 결정을 내려 불신을 자초했다. 논술은 개선보다 단계적 폐지 추세라 시대를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객관식 대입시험 폐지·IB과정 도입...개혁 나선 日
부동산 정책·제도 2018.03.12 17:28:33우리와 비슷하게 압축적인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제도를 갖고 있던 아시아권 국가들도 교육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 없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주입식 교육의 대명사였던 일본은 과감하게 입시제도를 뜯어고치고 창의력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국제바칼로레아(IB) 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0년 치러지는 대학입학시험(2021년 입학)부터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대학입시센터시험을 폐지하고 서술형 문항과 절대평가가 도입된 대학입학 공통 테스트를 실시한다. 객관식 문항으로만 이뤄진 기존 시험과 달리 새로 도입되는 센터시험은 국어와 수학 시험문제가 서술형과 단답형으로 출제된다. 영어 역시 2020년부터 말하기와 쓰기가 평가항목에 추가된다. 토익과 같은 외부 민간 시험으로도 대체 가능해진다. 혁신적인 교과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IB 프로그램 도입.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 재단 ‘국제 바칼로레아기구(IBO)’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으로 연간 학비가 수천만원씩 드는 명문 국제학교들이 제공하는 교육과정이다. 문부과학성에서 지난 2013년에 처음 IB의 공교육 도입을 선언하고 IB 교육과정 및 시험 전 과정을 일본어로 번역했으며 2016년 11월에 첫 IB 대입시험을 치렀다. 2018년까지 200개 공립학교에 IB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교육 개혁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21세기형 인재 양성을 위한 비전인 ‘덜 가르치고 더 학습하자 (Teach Less, Learn more)’를 제시하고 이에 맞춰 교과과정을 바꿔왔다. 단순 지식 전달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 디자인에 대한 이해, 사례 연구 등이 교과과정의 중심이 됐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간파하고 또다시 발 빠르게 ‘신메이지 유신’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중 교육혁명이 핵심”이라면서 “‘교육재건→인재재건→경제재건’ 이라는 프레임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
[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로봇교사가 맞춤수업 하는데...AI시대, 단순 지식 주입 안통해
산업 기업 2018.03.12 17:27:32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충남삼성고등학교’. 여기에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수업이 많다. 미술·컴퓨터·기술 과목 등을 융합한 디자인 수업은 그중 하나다. 수업은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친구들끼리 조를 짜 특정 아이템의 디자인을 논의하고 직접 설계·제작까지 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좌충우돌 끝에 목표했던 제품을 내놓는다. 성취감은 덤이다. 이 과목이 선택 수업인 점도 눈에 띈다. 학생 입장에서는 본인이 들을 수업을 직접 고르며 자신의 역량과 적성을 점검할 수 있다. 교과 이기주의를 버린 교사들도 현실과 접목한 커리큘럼을 만드는 데 거부감이 없다. 종합적 사고를 갖춘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려는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앞으로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과 새 지식을 배우려는 태도가 필수”라며 “다양한 상황에서 팀 단위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또한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AI)이 보편화 되는 시대에 반복적 암기식 교육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교육의 목표를 지식(contents)에서 학습능력(context) 배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기업·일자리 변화→교육 혁신 유인=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하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최고 앞선 나라의 것을 먼저 베껴 빨리 따라가기만 해도 남들보다 앞설 수 있었다. 그래서 교육도 많은 지식을 전수받는 시스템이 중요했다. 하지만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이 근간인 4차 산업혁명은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고 있다. 교사는 학생과 함께 배워야 하고 일자리를 두고도 인간은 로봇과 경쟁할 판이다. 배움의 강도가 날로 세지면서 기업과 학교의 구분도 무의미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카피할 대상 자체가 없어졌다. 많은 옵션 중에 스스로 선택해 실천해나가는 게 중요해졌다. 실제 4차 산업혁명으로 기업의 모습은 놀라우리만큼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물류창고에는 AI가 탑재된 ‘키바’라는 로봇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바닥 먼지를 쓸어담는 청소기처럼 생긴 키바는 물류창고에서 입력된 물건을 찾아 정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아마존이 도입한 키바만도 4만5,000대.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가 떠났다. 종일 일해도 불평이 없고 비용도 아낄 수 있어 기업이 굳이 사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비단 로봇만이 아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사막 경주용 차를 만든 미국의 정보기술(IT) 기반 자동차 업체 로컬모터스. 이곳에는 생산 라인도, 숙련공도 없다. 로컬모터스의 모든 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3D 프린팅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디자인을 전 세계 불특정 일반인에게 맡긴 셈. 달리 보면 굳이 자동차 회사에 취업하지 않아도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차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것을 찍어낸다는 3D 프린팅으로 이 같은 기업 형태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업의 변화상은 우리 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게임 등 신산업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입으로만 혁신을 외칠 뿐 교육 시스템이나 규제 등은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AI가 실생활에 속속 도입되면 중간직 대량 공급에 치중해온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작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보단 학습능력·창의력·소통 능력 키워야=홍정민 휴넷 에듀테크 연구소장은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가르치는 전통적 학교는 과거의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등에서는 로봇이 교사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학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로봇은 학생들에게 나쁜 피드백이 없고 학생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교사들은 학생의 정서 관리 등 고차원적 업무에 투입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의 AI 온라인 수업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AI가 조교를 맡아 수업을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의 자본가들이 투자한 ‘알트 스쿨(Alt School)’도 제조업 조립 라인에서 찍어내는 듯한 천편일률적 커리큘럼을 버리고 개인맞춤형 교육을 지향한다. 네덜란드에서 선풍적 인기인 ‘스티브잡스학교’는 학년 구분이 없다. 태블릿PC 등으로 개인별 학습이 가능하고 나이가 어린 친구에게는 도움을 주며 더 큰 가치를 배울 수 있다. 학교 풍경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홍 소장은 “앞으로는 AI가 처리한 데이터를 근간으로 의사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인 만큼 소프트웨어 교육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사·교수 역할도 지식 전수자가 아닌 코치가 되고 있다”며 “남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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