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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천 부평역서 퀴어축제…올해도 대관 '지난'
사회사회일반 2024.11.02 08:00:00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의 권리를 알리는 퀴어축제가 2일 오후 부평역 인근에서 열리는 가운데 조직위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장소 대관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퀴어축제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일 오후 1시 20분부터 4시 30분까지 부평역 인근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 슬로건은 '거침없이 멈춤없이 오늘도 무지개 인천'이다. 오후 2시부터 행사장에서는 오픈마이크, 연대발언, 공연 등 무대행사가 진행된다. 이후 참가자들은 인근 부평대로(부평역~부평구청역) 일대에서 거리 행진을 벌인다. 전날 오후에는 행사 전야제로 퀴어 가족구성권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조직위 관계자는 "평등과 존엄을 위해 연대하는 이들의 함성으로 광장과 거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관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조직위는 당초 부평역 북광장에서 축제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부평구청이 타 단체들의 해당 장소 사용 신청을 앞서 승인하면서 부평역 인근 우리은행 앞 도로로 장소를 변경해야 했다. 조직위는 구가 신청 기간이 아니었던 때 광장 사용 신청을 받아 조직위가 신청을 하려고 했을 땐 이미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부평구 규칙에 따르면 역전광장 사용 신청서는 사용 60일 전부터 7일 전 사이에 제출해야 한다. 조직위는 지난해에도 해당 광장에서 축제를 진행하기 위해 대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부평구청은 행사 당일 부평문화재단과 사용을 협의하고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알고 보니 축제 예정 당일에는 부평문화재단이 아닌 한 기독교 단체가 이미 광장 사용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해당 단체는 신청 기간을 어겼는데도 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고 결국 조직위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공방으로까지 치달았다. 해당 재판은 지난 9월 2심이 끝났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2심 재판에선 광장 사용은 규칙을 뿐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퀴어축제 조직위가 대관에 어려움을 겪는 건 비단 인천에서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4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에 미국 인권운동가 샐리 후퍼 초청 강연회를 위한 대관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당시 서울역사박물관은 “사회적 갈등이 우려되는 행사로 박물관 운영·관람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공익활동지원센터는 대관 운영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조직위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28일 "합리적 이유 없는 평등권 침해"라고 판단하며 “해당 기관의 주장대로라면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은 향후에도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시민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 되레 다양한 시민 활동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도 어김없이 반대 세력이 맞불 시위를 예고하면서 행사 현장 당일에도 교통혼잡은 물론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단체도 이날 부평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경원대로에서 행진할 예정이다. 당일 3400여명이 참석해 집회·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도심권 차량정체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회·행진 장소 주변에 교통안내 입간판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차량 우회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교통경찰관 등 130여명을 현장에 비치하고 방송으로 실시간 상황을 공유하면서 교통 상황을 관리할 예정이다. 반대 집회가 인근에서 열리면서 두 세력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2018년 인천 첫 퀴어문화축제 때는 기독교 단체와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반대 집회를 열면서 행사 참가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축제에서는 부평역 일대에서 진행된 퍼레이드 대열에 50대 남성이 난입했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춘천 퀴어축제에선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양측이 축제 시작 전 현수막을 떼어내고 언성을 높이는 등 서로 간 마찰을 빚기도 했다. -
텐 하흐와 작별한 맨유, 39세 젊은 감독에게 지휘봉 맡겼다
문화·스포츠스포츠 2024.11.02 07:59:17루벤 아모림(39) 감독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지휘봉을 잡게 됐다. 맨유는 1일(현지 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모림 감독과 2027년 6월까지 계약했고 1년 연장 옵션을 포함했다"라며 "현재 소속팀인 스포르팅 CP(포르투갈)에서 업무를 마무리한 뒤 오는 11일 팀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맨유는 지난달 28일 에릭 텐 하흐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해 2026년 6월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했던 텐 하흐 감독은 2024-25시즌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후 맨유는 차기 사령탑으로 아모림 감독을 낙점하고 영입 작업을 벌여왔다. 맨유는 아모림 감독에 대해 "유럽 무대에서 가장 흥미롭고 높은 평가를 받는 젊은 사령탑"이라며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아모림 감독은 스포르팅을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는데, 그중 첫 번째 우승은 팀 역사상 19년 만이었다"고 평가했다. 2020년 3월 스포르팅의 지휘봉을 잡은 아모림 감독은 포르투갈 리가 우승 2회(2020~2021, 2023~2024), 포르투갈 리그컵 우승 2회(2020~2021, 2021~2022), 포르투갈 슈퍼컵 우승 1회(2021~2022) 등 여러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모림 감독이 11일 합류하기 전까지 맨유는 뤼트 판니스텔로이 코치가 이끌 예정이다. -
로제 '아파트' 새 역사 썼다…영국 싱글차트 '2위' K팝 여성가수 최고 순위
서경스타TV·방송 2024.11.02 07:32:41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APT.)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서 2위를 차지했다. 로제는 영국 싱글차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K팝 여성 가수로 기록됐다. 1일(현지시간) 공개된 최신 순위에 따르면 '아파트'는 지지 페레즈의 '세일러 송'(Sailor Song)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파트'는 지난달 25일 자 차트에 4위로 처음 진입한 뒤 1위에 도전했으나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린 데 만족해야 했다. K팝 가수가 이 차트 정상에 오른 사례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일하다. '아파트'는 다음 달 공개되는 로제의 첫 솔로 정규앨범 '로지'(rosie)의 선공개 곡이다. 한국 술 게임인 '아파트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노래다. 이 곡은 '아파트 아파트'를 반복하는 중독적인 후렴구와 경쾌한 밴드 사운드를 앞세워 공개 직후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앞서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히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8위를 기록했고, 뮤직비디오는 음원 공개 11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2억회를 돌파했다.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외국 팬들이 '아파트'라는 한국어 발음을 따라 하는 영상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순위를 추가로 끌어올릴 여지는 남아있다. 향후 '아파트'가 차트 1위를 달성할 경우 로제는 영국 싱글차트와 앨범차트에서 모두 1위를 경험한 최초의 K팝 가수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차트에서의 순위는 경쟁 곡이나 발매 시기 등 운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에 2위 만으로도 충분한 성공"이라며 "이 곡은 팬덤 화력을 바탕으로 초반에 성공을 거둔 뒤 하락세를 그리는 경향을 따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향후 몇 주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미성년자 아들이 낳아온 아이, 양육비 부모가 부담해야 할까요?
사회사회일반 2024.11.02 07:26:40미성년자인 아들이 교제 중 낳은 아이의 양육비를 부모가 대신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김천지원은 최근 미성년 비양육자와 그 부모를 상대로 제기된 인지 청구 소송에서 "미성년자인 비양육자와 그의 부모는 연대하여 과거 및 장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A(16)양과 B군의 교제였다. 두 사람은 교제 과정에서 임신을 하게 됐고 A양은 2022년 출산 후 홀로 아이를 양육해왔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양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공단은 검토 끝에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을 근거로 B군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은 비양육친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일 경우 그 부모에게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B군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그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고 성년 이후에는 B군이 직접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가 B군의 친생자임이 분명하므로 인지 청구는 이유 있다”며 “A양이 B군과 결별한 후 홀로 양육해 오고 있는 사정을 참작하면 A양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성계선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미성년 부모의 부모가 양육비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게 됐다"며 "미성년 미혼부모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양육비 문제 해결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미성년 부모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양육비 지급 책임을 미성년 부모의 부모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아이의 건강한 성장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미성년 부모의 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판결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무인 사진관에서 '성관계'한 커플 CCTV에 '찰칵'…"바닥 닦다가 정떨어졌다"
사회사회일반 2024.11.02 07:25:24무인 사진관을 운영하는 업주가 사진 부스 안에서 성관계한 커플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부산에서 무인 사진관을 운영하는 A씨 부부는 지난 13일 오후 9시쯤 폐쇄회로 CCTV를 통해 낯 뜨거운 장면을 목격했다. 사진관 부스 안에서 20대로 추정되는 커플이 성관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40분 전에 아이들끼리 와서 사진 찍고 갔던 곳이다. 업주로서 정말 어이가 없고 분통 터진다”라며 “사람이지 않으냐 짐승 아니고. 선을 넘었다. 충동만 가득해서 윤리 의식 다 저버리고 살면 세상이 아니잖느냐”고 말했다. 사진이 출력된 이후 여성은 사진을 손에 쥐고 남성과 성관계했다고 한다. 사진 부스는 검은색 커튼으로 가려져 있으나 칸막이 형식이 아니라 밑이 뚫려 있다. 이에 사진관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부를 볼 수 있고,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특히 커튼만 젖히면 부스 안에 있는 사람들과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다. A씨는 CCTV를 확인한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자신도 택시를 타고 사진관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1분 차이로 이들을 놓쳤고 현장에는 20대 커플이 남기고 떠난 체모와 체액이 발견됐다. 뒤처리는 A씨의 몫이었다. A씨는 "바닥을 닦고 청소하는데 정떨어지더라. CCTV가 8대나 있는데 버젓이 저런 짓을 하고 치우지도 않고 흔적까지 남겨놓고 가는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20대 커플은 A씨가 사진관으로 달려가는 동안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고, 바지를 입으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이들은 부스 밖에서 또 다른 커플을 마주쳤지만, 여성은 거울을 보고, 남성은 여성의 가방을 들어주며 유유히 사진관을 빠져나갔다. 이 사건으로 A씨는 가게를 접을 예정이다. A씨는 “처음에는 (운영)하면서 행복했다. 이제 정이 떨어진다. 누가 또 그러고 있을까 봐 계속 확인하게 되더라”라며 “그냥 가게를 접으려 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부스 안에서 소변을 보는 손님, 의상 바구니에 구토를 해놓고 떠난 손님, 받침대를 파손한 손님 때문에 시달렸다고 한다. A씨는 “운영하면서 마음이 편한 적이 없다. 여러 일 겪다 보니 정신이 피폐해지고, 부정적인 사람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건반장 패널로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공연음란죄 가능성이 있고, 업무방해도 성립할 수 있다”며 “체모, 체액 등 증거를 남기고 떠났기 때문에 형사처벌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다음 주 증시 전망] 마침내 다가온 美 대선…변동성에 대비하라
증권국내증시 2024.11.02 07:16:01다음 주인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개별 업종에 집중하며 변동 장세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한 주간 40.91포인트(1.58%) 감소하면서 전날 2542.36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가가 지난주에 이어 순매도 행렬을 보이며 주가를 끌어 내렸다. 이 기간 외국인은 홀로 1조 6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날 코스닥 지수는 지난 한 주간 1.64포인트(0.23%) 상승한 729.05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미국 대선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 금리 결정 등 주요 이벤트를 거치며 국내 증시가 출렁일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005940)은 다음 주 코스피 지수가 2490~2610포인트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대선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전국 단위 여론 조사에서는 여전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쉽사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는 원전, 에너지 인프라, 은행, 바이오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에는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종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이번 FOMC에서 미국 연준이 기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면서도 향후 인하 속도는 더뎌지며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에는 미국 경제 지표가 잇따라 호조를 보이자 금리 동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은 96.7%이다. 반면 다음 달 기준 금리 동결 가능성은 26%까지 치솟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국내 증시는 고금리 지속, 미국 신정부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주가지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미국 당선자별 대선 수혜주, 중국 경기 부양 관련주 등 정책 이슈와 관련된 개별 업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방산, 조선, 철강, 화장품, 음식료 등을 추천 업종으로 제시했다.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에 관해선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엔비디아의 주력 인공지능(AI) 가속기인 호퍼 시리즈(H100·H200)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주 주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못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25일 대비 2400원(4.29%) 오른 5만 8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6만전자’ 복귀에 실패했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 빅테크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는 3분기 매출과 순이익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햇으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 지출 우려로 주가는 하락했다. 김 연구원은 “AI 수익화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탓에 한국 또한 AI 수혜 분야의 주가 상승세가 주춤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AMD에 대한 HBM3E 제품 공급을 본격화로 기술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까지 낮아져 있는 주가의 반등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시장의 불신이 팽배해 있는 만큼 반등 시의 주가 탄력성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집계기준 차이가 가른 성적…10월 수출 4.6%↑ 575억弗
경제·금융경제·금융일반 2024.11.02 07:07:14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호조에 지난달 수출이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575억 2000만 달러(약 79조 3300억 원)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 8월부터 3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최대 실적이며 13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40.3% 늘어난 125억 4000만 달러로 2018년 10월(116억 달러) 이후 6년 만에 역대 10월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버 신규 투자에 따라 고부가·고성능 메모리인 HBM과 DDR5 수출이 증가한 결과다. 자동차도 5.5% 늘어난 62억 달러를 기록했다. 9월에 이어 또다시 월별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철강은 8.8% 불어난 28억 7000만 달러로 2월부터 8개월간 지속된 수출 감소 흐름에서 벗어났다. 국가별로는 대중 수출이 10.9% 급증한 122억 달러를 찍었다. 2022년 9월(133억 달러)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미 수출은 10월 기준 최대인 10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543억 5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31억 7000만 달러 흑자였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주일 전의 상황과 정반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수출은 0.4% 역성장하면서 성장률을 1%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다.소비·투자 등 내수(0.9%)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가 기술적 경기 침체(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을 정도로 수출 부진은 뼈 아팠다. 그랬던 수출이 10월엔 575억 2000만 달러로 역대 10월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일차적인 이유는 집계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한은이 발표하는 GDP에서의 수출은 전 분기 대비로 따지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별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서 본다. 3분기 GDP에서의 수출도 전년 동기로 비교하면 플러스 성장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아직 견고한 측면도 있다. 올해 월별 반도체 수출액을 보면 1월(94억 달러)과 2월(99억 달러)을 제외 시 3월부터 110억~130억 달러 안팎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우려는 있지만 메모리반도체 쪽은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아직은 견고하지만 올해 말 전후로 증가세가 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바탕으로 수출을 낙관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배경 뒤에는 지난해 9월까지 전년 대비 12개월 연속 이어졌던 마이너스 성장이 있다. 뒤집어 보면 전년과 비교하는 월별 수출의 기저 효과를 앞으로는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대자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이번 수출 발표부터 기저 효과가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며 “수출 증가율 측면에서는 과거처럼 두 자릿수 증가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월 수출 증가율은 7월 13.5%를 보인 후 8월(11.0%)과 9월(7.5%), 10월(4.6%) 등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월별 수치는 좋지만 4분기에는 미국 대선 등 경제·통상 부문 리스크 요인들이 많다”며 “수출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어서 성장을 강하게 이끌던 경제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올해 내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5661억 달러 수준이다. 특히 미 대통령 선거 이후 글로벌 정세가 관건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미 대선 이후 대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상존해 이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고려아연 덕에…’ 주식사주기 운동 참여했던 울산시민 주머니 두둑해져[울산톡톡]
사회전국 2024.11.02 07:00:00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덕에 울산시민들이 적지 않은 돈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제안했던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해 이 운동에 참여했던 여러 시민사회단체 회원, 지역 상공계 관계자 등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건 추석 전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9월 13일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66만 원이었다. 이에 김두겸 울산시장은 추석 다음날인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비판했으며, 연휴가 끝난 19일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제안하며 본인도 직접 주식을 산 뒤 인증샷까지 남겼다. 울산시에 따르면 다음 날인 9월 20일 울산사회단체연합을 시작으로 10월 초까지 울산시청에서만 34개 단체가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에 동참한다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원만 626명이었다. 이들 단체와 함께 울산시 산하 5개 구군에서도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했으며, 지역 상공계에 노동조합까지 더해 1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직접 참여 의사를 밝혔다.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릴레이는 10월 10일까지 이어졌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주식을 샀다고 인증샷을 올린 9월 19일 종가는 70만 7000원. MBK의 공개매수만 진행됐던 9월 고려아연 주가는 73만 5000원까지 상승했다. 10월 들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시작한 뒤로 종료일인 23일까지 주가는 87만 7000원까지 올랐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89만 원이다.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시민들은 해당 운동의 취지에 맞게 89만 원 공개매수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시장은 주식 매입 당시 주변에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1주만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에 따르면 김 시장은 10주 이상을 샀으며, 가족들에게도 주식 매매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 초기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다시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공개매수 전 주가는 50만 원대였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기자회견에 참석해 놓고, 실제 주식은 사지 않은 사람도 많을 거다”는 농담이 있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를 발표하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최소 89만 원은 확보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23일 울산시청 주변 분위기는 밝았다. 이날 점심시간 울신시청 주변 식당에 모인 이들의 대화 주제는 ‘주식 수익’과 ‘공개매수에 응하는 방법’이었다. ‘누가 얼마에 몇 주 사서 얼마나 벌었느냐’가 주된 대화였다. 당시 한 국장급 공무원은 “20만 원 정도 손해 볼 거라 생각하고 1주 샀는데, 15만 원 정도 벌었다”며 “고려아연 덕에 직원들에게 커피 돌렸다”고 말했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이들도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다, 고려아연 1일 종가는 100만 4000원이다. 상황은 장기화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으로 김 시장은 10월 31일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다시 제안했다. 김 시장은 “울산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써 120만 시민의 단합된 힘을 다시 한번 보여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며 “과거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 자산운용으로부터 SK를 지켜낸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위대한 울산시민의 힘으로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켜내자”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154만 3000원까지 올랐던 고려아연 주식의 1일 종가 100만 4000원으로 내렸지만, 주식갖기 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던 시기 평균가인 70만 원대 보다는 여전히 높다. -
코웨이 "1년 렌탈료 반값"…블랙프라이데이 특별 프로모션
산업중기·벤처 2024.11.02 07:00:00코웨이(021240)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오는 27일까지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코웨이는 행사 기간 동안 자사몰인 코웨이닷컴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최대 12개월 렌탈료 반값 할인, 최대 12만 원 캐시백 지급, 제휴 쿠폰팩, 사은품 제공 등 폭넓은 혜택을 제공한다. 먼저 행사기간 코웨이 주요 제품을 대상으로 렌탈료 반값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코웨이 인기 제품인 아이콘 정수기 시리즈 신규 렌탈 고객에게 6개월의 렌탈료를 50% 할인해준다. 또 비렉스 안마베드와 마인 시리즈, 시그니처 안마의자 등 비렉스 인기 제품을 대상으로 최대 12개월의 렌탈료 반값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코웨이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제휴카드 캐시백 혜택과 특별 사은품 증정 이벤트도 마련했다. 롯데카드와 IBK카드 등 코웨이 제휴카드로 렌탈료를 결제하면 최대 12만 원의 캐시백과 함께 매월 최대 2만 5000원의 렌탈료를 추가로 할인해 준다. 행사기간 코웨이 자사몰 코웨이닷컴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최대 10만 원 상당의 제휴 쿠폰팩을 지급한다.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런드리고 3만 포인트 △청소연구소 3만 포인트 △티빙 1개월 무료 이용권 등을 제공한다. 또 코웨이 정수기 및 공기청정기, 룰루 비데, 비렉스 안마의자 등 2가지 제품을 동시에 구매하면 매월 렌탈료 최대 15% 추가 할인과 함께 특별 사은품도 제공한다. 코웨이 제품 2대 구매 고객에게는 20만 원 상당의 오슬로 주물냄비 2종 세트를 증정하며, 3대 이상 구매 시 35만 원 상당의 본템 탄소매트를 구매 고객 전원에게 증정한다. 코웨이 라이브커머스 채널인 ‘코웨이Live’에서는 오는 11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특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해당 방송에서는 아이콘 정수기, 비렉스 안마의자, 룰루 비데 인기 제품을 라이브 방송 한정 혜택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해당 프로모션 및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코웨이 홈페이지, 코웨이닷컴 앱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코웨이가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렌탈료 할인은 물론이고 캐시백, 특별 사은품 제공 등 폭넓은 혜택을 담아 준비한 만큼 고객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
영화 ‘울버린’이 현실로? 전기 자극 주니 새살 돋아나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사회사회일반 2024.11.02 07:00:00공상과학(SF) 영화 좋아하세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엑스맨’ 시리즈에는 돌연변이로 인해 기이한 능력을 갖게 된 초능력자, 일명 '뮤턴트'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자기장을 이용해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매그니토’가 철로를 엿가락처럼 갖고 노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죠. 뮤턴트들의 정신적 지주인 ‘프로페서X’는 텔레파시와 독심술로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도 있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저의 ‘최애’ 캐릭터는 과묵하면서도 진중한 상남자 스타일의 ‘울버린’이었는데요. 과묵하면서도 진중한 울버린이 손등에서 '클로'를 꺼내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흥미진진합니다. ‘엑스맨’ 시리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 친구들과 어떤 초능력을 가장 갖고 싶은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클로가 울버린의 시그니처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초능력 덕분입니다. 영화에서는 피부나 근육 등에 난 상처를 초고속으로 재생할 수 있다고 해서 ‘힐링팩터’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자가 치유능력이 아니었다면 울버린이라도 매번 단단한 물질이 손등을 뚫고 나오는 걸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힐링팩터 기술을 머지않아 현실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국내 연구자들이 흉터를 최소화하면서도 상처가 더 빨리 회복되도록 돕는 ‘전자약’을 개발했거든요. 삼성서울병원 최병옥 신경과 교수와 이종희 피부과 교수, 김상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공동 개발한 자가구동 상처치료 전자약(전기밴드)입니다. 상처에 전기자극을 주면 주변 섬유아세포들이 이동해 혈류증가, 염증 감소, 콜라겐 분비를 유도해 상처를 메우는 세포 재생 효과를 이용했습니다. TV·노트북·핸드폰 등 일반 전자기기에서 방출되는 50·60 헤르츠(㎐) 전자기파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충전이나 외부 전원 공급 없이도 구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스크래치, 절단된 면을 치유하는 신소재 연구를 통해 힐링팩터 기술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 액정이나 본체에 흠집이 날까봐 혹은 좁은 주차장에서 자동차 문을 열다가 ‘문콕’ 사고가 벌어질까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죠. 주로 정보기술(IT)에 적용했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바이오 의학 분야에 접목한 겁니다. 연구팀은 치료 효과가 충분해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세포 이동 실험에서 배양접시 위에 상처를 모방한 빈 공간을 만들고 전기자극을 줬더니 주변 세포의 95.6%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그에 반해 전기자극이 없을 땐 63.1% 정도만 이동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세포독성 검사에서 세포 생존율은 100%였고 전기자극으로 인한 DNA 손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전자약의 월등한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죠. 연구진은 “새로운 종류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반 의료기기를 개발해 다른 분야 기술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왜 약이냐고요? 전류·자기장 등 에너지로 뇌 또는 신경 기능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내는 의료기기를 전자약이라고 부릅니다. 전자약은 기존 화학 약물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적고 음식물 섭취 능력과 무관하게 집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토대로 치료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미세전류를 활용해 우울증, 편두통 등을 치료하는 전자약은 이미 상용화됐고 파킨슨병·알츠하이머 치매 등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퇴행성 질환에서도 치료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죠. 영화 속 상상력을 뛰어넘는 혁신 기술들이 의료 현장에서도 하루빨리 구현되길 기대해 봅니다. -
WGBI로 성큼 다가온 원화 국제화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오피니언사외칼럼 2024.11.02 07:00:00마침내 우리나라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그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이를 가능케 한 ‘우리나라 외환시장 구조 개선’이라는 성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서울외환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나 원화상품 투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원화 국제화의 진전’이라 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외환 및 금융위기의 여파로 ‘원화 국제화’와 같은 거대담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WGBI 편입’ 추진이 기폭제가 되어 케케묵은 위기 트라우마를 과감히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중장기적 시야를 가지고 리스크 부담을 마다하지 않은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 실무진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의 내용이 실무적으로 디테일한 이해를 요하는 만큼 관련자가 아니면 다가가기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외환시장 개장시간을 새벽까지 연장했다는 정도만으로 설명을 얼버무리지 말고 여러 각도에서 대중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어떤 점이 개선되었는지 살펴보자. 무엇보다 국제투자자들은 원화 확보를 위한 외환거래를 전보다 훨씬 편리하게 할 수 있다. 현지 시간대에 원하는 현지 은행과 유로화, 엔화 등을 환전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국제화되지 않은 ‘로컬’ 통화이지만 외환거래가 안정적으로 결제되고 원화금액이 대한민국 시스템내에서 본인의 은행 계좌로부터 필요시 원하는 곳으로 이체되는 데 문제될 게 없다. 다만 현지 은행이 로컬 통화인 원화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 첫째는 서울외환시장에 등록해야 한다. 즉 RFI(Registered Financial Institution)가 돼야 한다. 둘째 RFI는 자기를 대신해서 우리나라 시스템 내에서 원화자금을 이동시키는 업무를 맡아줄 ‘대행’ 은행을 지정해 놓아야 한다. 즉 RFI는 국제투자자와 원·달러 거래(대고객거래)를 하고 서울외환시장에서 타은행과 커버거래(은행 간 거래)를 통해 원화를 확보한 다음 이를 대행은행으로 하여금 국제투자자의 요구대로 이체 등의 업무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제투자자들의 원화에 의한 외환거래부터 자산운용까지 원활하게 프로세스가 이루어지는 데는 기존에 잔존해 있던 미세한 불편함을 제거하고 서비스의 수준을 높인 결과이다. 대표적인 예로 국제투자자들의 일시적 원화차입(overdraft)이 허용되었으며, 동 서비스를 통해 결제의 안전성과 완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채 투자의 편의성 증진 측면에서 볼 때 유로클리어, 클리어스트림과 같은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의 통합계좌를 이용할 경우 환전부터 국채 매매까지 일괄 처리가 가능해진 것은 획기적인 개선이라 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국내 보관은행(custodian)을 선임하고 본인 명의 외화 및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서만 외환거래나 국채 매매대금 결제를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서류 확인 등 복잡한 절차도 많았던 때를 떠올리면 실로 엄청난 변화이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의 효과로서 WGBI 편입에 이어 우리가 기대하는 또 한 가지는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변화 가능성이다. 그동안 NDF는 국제투자자들이 원화 없이도 원·달러환율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었다. 선물환 거래 시의 계약환율과 만기시의 현물 환율 간 차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달러화로 정산하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투자자들도 유동성이 큰 서울외환시장을 통해 원화금액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외환거래비용도 낮출 여지도 큰 만큼 NDF거래가 원화결제를 수반하는 선물환거래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얘기를 종합해 보면 그야말로 원화 국제화는 성큼 다가온 듯하다. ‘명목적으로’ 해외에서의 원화차입 수단이 광범위하게 허용되지 않았다 뿐이지 비거주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스왑거래를 통해 원화 차입의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외환매매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거시경제 및 금융정책이 더욱 투명하고 견실해져야 한다고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실질적’으로 원화 국제화가 진전된 만큼 바야흐로 원화 국제화 시대를 선언하는 순간이 빨리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중개사들을 비롯한 로컬 금융기관들은 위기 의식을 가지고 서둘러 필요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왜 극단 선택했나'…믿기 힘든 죽음, 심리 부검으로 밝힌다
사회사회일반 2024.11.02 07:00:00강원도 원주시 소재 국립과학수사원을 찾았던 지난 10월 29일. 오전에 시신 부검이 끝난 상태였지만 오후에는 또 다른 부검이 진행 중이었다. 심리 부검. 수사기관과 유족들은 가족이 왜 세상을 떠났는지, 죽음을 왜 결심했는지 이유를 밝히기 위해 국과수 감정관들을 찾았다. 심리 부검은 자살로 사망한 대상자(혹은 자살이 의심되는 대상자)의 자살 원인 및 자살에 이르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추론하는 감정이다. 유서·진술서·소셜미디어(SNS) 등 각종 가용할 수 있는 자료를 분석해 대상자의 심리적 상태를 추출하고, 이를 토대로 원인 및 과정을 추론한다. 자살 예방 목적이 아닌 행정적 및 사법적 처리를 위한 심리 부검이 법 심리 부검이다. 사회적으로 자살이 심각한 문제가 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 규명 필요성이 커졌다. 군 복무 중 벌어진 자살 사건의 경우 중립적인 감정 기관이 법심리부검을 실시해 유가족의 불신을 불식시키는 일도 중요해졌다. 법 심리 부검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행정적 및 사법적 처리를 위한 자살 원인 규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12년 군의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 개정으로 군내 자살 사건 중 공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인정될 시 순직 처리가 가능해졌다. 훈령 개정 이후 군내 자살 사건 발생 시 군내의 요인이 자살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국과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 심리 부검 감정은 실질적으로 국과수에서만 수행하고 있다. 군 자살 사건 및 수사 기관에서 인지한 자살 사건에 대해 법 심리 부검 감정을 실시한다. 군 내부 원인으로 자살한 병사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자살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규명해 사건 해결에 기여한다. 국과수는 군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 중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을 경우 감정을 수행한다. 유서, 주변인 진술, SNS 기록, 병원의무기록 등 수사 기록 일체를 제출받아 방대한 자료 속에 숨겨져 있는 자살자의 심리 상태를 추출하고 분석한다. 변사자의 자살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유가족 면담을 실시하고, 면담 과정에서 수사 기록에서 발견할 수 없는 정보를 찾는다. 이를 종합해 대상자의 자·타살 가능성 추론, 자살에 영향을 미친 중요 요인 도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대상자의 심리적 과정 추론, 군 내부 요인의 자살 행동 영향 여부 추론 등을 진행한다. 최근 법 심리 부검이 주목받은 사례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서울 서이초 교사 사건을 꼽을 수 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인 이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2022년 6월 국과수에 이 중사에 대한 심리 부검을 의뢰했다. 2023년 10월 경찰은 국과수에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서이초 교사의 심리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사회적으로 자살의 원인 규명이 중요한 사건이나 제주도 제3산록교 사건과 같이 사고사 혹은 자살을 가장한 타살이 의심되는 사건의 경우 변사자의 사망 당시의 심리적 상태 및 자살에 영향을 미친 요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 심리 부검 감정 의뢰는 증가세다. 2022년 11건이었던 의뢰 건수는 2023년 38건으로 약 3.5배 증가했다. 올해는 약 30건의 감정이 예상된다. 국과수는 법 심리 부검 전담 감정을 신설해 여러 기관에서 의뢰된 감정을 수행할 방침이다. -
강남 유흥업소 '이곳' 왜 밤손님 많나 했더니…암암리에 '이것' 팔았다
사회사회일반 2024.11.02 07:00:00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마약류를 판매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유흥업소에서 손님 유치를 목적으로 마약류를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유흥업소 실운영주 A씨(42) 등 판매자 10명과 매수자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 91명이 입건됐다. 이 중 유흥업소 관련자는 53명으로, 접객원 등 종사자 28명과 방문 손님 2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업소 20곳에서 일했는데 이 중 18개 업소가 강남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유흥주점 실운영자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손님 유치를 위해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판매하고 투약 장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마약류를 찾는 손님이 늘면서 매장 매출이 증가해 이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업소 접객원 B씨 등 77명은 2021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필로폰 등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강남 청담동의 한 클럽 MD인 C씨 등 13명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클럽 주변에서 마약류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4일 A씨가 운영하는 300평 규모 업소 31개 방과 17일 클럽 판매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케타민 39g, 대마 30g 등 1753명 동시 투약 분량(시가 5325만원)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이번 사건은 마약 수사와 관련해 특정 업소 전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최초 사례다. 경찰은 A씨가 운영하는 업소에 대해 마약류관리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강남구청에 행정처분을 통보했다. 올해 8월 개정된 법률에 따라 마약류 금지행위 장소 제공 영업장은 관할 구청장에게 위반사항을 통보해야 한다. 1차 적발 시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월 매출 10억원 이상 유흥업소에 대한 영업정지는 가장 강력한 제재"라며 "마약사범 단속 시 업소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예방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
사실상 癌발생률 1위 ‘대장암’…채소만 먹으면 안심? [건강 팁]
사회사회일반 2024.11.02 07:00:00대장암은 우리 몸에서 소화 기능의 가장 마지막을 담당하는 대장에 생기는 암이다. 작년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2021년 기준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종으로 떠올랐다. 대장암 환자는 대부분 고령층이다. 고령 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대장암 환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장의 안쪽 벽은 점막층, 점막하층, 근층, 장막층의 네 개 층으로 구성된다. 대장암은 일반적으로 가장 안쪽에 있는 점막층에서 작은 선종의 형태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은 선종으로 시작해 크기가 점점 자라면서 더 큰 선종이 되고, 암으로 진행하면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까지 전이되기도 한다. 대장암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병변의 크기보다 암의 침범 깊이가 중요하다. 대장암이 점막층 또는 점막하층까지만 자라있는 상태를 조기 대장암이라고 한다. 국가 5대 암 검진 사업과 대장내시경 건강검진의 증가로 인해 조기 대장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조기 대장암은 대부분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다. 대장암 중 일부는 표면에서 간헐적으로 소량의 출혈이 발생하는 소견을 보인다. 대장암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대변 속에 혈액이 있는지 확인하는 대변잠혈검사를 시행하는 이유다. 대변잠혈검사에서 혈액이 검출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조기 대장암의 치료는 크게 수술보다 덜 침습적인 내시경 치료와 수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내시경절제치료는 대장내시경을 통해 조기 대장암 자체만을 절제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점막절제술은 점막하층에 용액을 주입해 병변을 들어올린 다음, 올가미를 활용해 병변을 포획함으로써 종양을 절단한다. 조기 대장암의 병변 크기가 2㎝보다 작으면 대장내시경 하 점막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러한 내시경절제치료는 대장 밖에 위치하고 있는 림프절을 절제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조직검사 결과 주변 림프절 전이의 위험인자가 확인되면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실제 내시경절제치료를 받은 조기 대장암 환자 10명 중 1명 꼴로 주변 림프절까지 암세포가 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장암이 비교적 일찍 발견됐더라도 병변의 크기가 2㎝를 넘으면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대장암 병변이 전후로 넓게 퍼져 있거나 병변 아래의 섬유화가 예상되는 경우 특수한 칼을 이용해 점막하층까지 박리해내는 점막하박리술이 시행되고 있다. 내시경으로 절제하기에 병변의 위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처음부터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대장암 병변의 크기가 너무 커 천공 발생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깊은 점막하층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처럼 병변의 양상이나 암의 깊이, 합병증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 대장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붉은 육류 외에도 동물 지방, 가공육, 알코올, 설탕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와 비만 등이 대장암의 주요한 발생요인으로 여겨진다. 반면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로부터 섭취된 식이섬유는 대장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며 시큼한 과일, 암녹색 채소, 말린 콩 등도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들 중에는 대장암이 생길 것을 우려한 나머지 돼지고기, 소고기 등의 붉은 육류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분들이 있다. 문제는 붉은 육류를 섭취하지 않고 식이섬유, 채소만 섭취하면 오히려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정 음식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기 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적당량 섭취하길 권한다. 흡연은 모든 암 발생의 위험 인자다. 만약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반드시 금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다. 조기 대장암을 포함한 대장암을 진단하기 위해 가장 정확한 검사법은 대장내시경이다. 특히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비만 등 대장암 위험 요인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
"하루 2시간 무급으로 일하라" 인텔 최후 전성기 이끈 CEO 이야기 [줌컴퍼니]
경제·금융경제동향 2024.11.02 07:00:00요즘 재계의 최대 화두는 삼성전자입니다. 질문은 한 가지로 요약됩니다. 정말 "정말 삼성에 무슨일이 생긴 것 아니냐"는 겁니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삼성의 영향력이 그민큼 크다는 뜻입니다. 서울경제신문 줌컴퍼니는 비단 삼성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해외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연달아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1탄이었던 일본 도시바 사례에 이어 이번 2탄은 인텔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끈 고(故)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앤디 그로브는 거의 저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집요할 정도로 새로운 성공에 매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 입니다. 실제 그가 사장으로 재임하던 1979년에서 1998년 사이 인텔의 매출은 19억 달러에서 260억달러 13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사업의 성공은 그 자체로 파멸의 씨앗을 품고 있다. 성공과 현실에 안주하면 실패가 돌아온다. 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엔지니어'라기보다 '조직 관리자'에 가까웠다는 게 실리콘밸리의 평가입니다. 전문 엔지니어라고 보기 어려웠던 잡스가 빅테크 제국을 일궈낸 것처럼 그로브 역시 기술에 대한 이해보다 조직과 일하는 문화 개선에 대한 맹렬한 열정이 회사를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과거 인텔 이사회 멤버로 일했던 데이비드 요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그가 남긴 일하는 문화와 조직관행이 여러 세대에 걸쳐 실리콘밸리에 이어졌으며, 이런 면에서 그로브야말로 진정한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치에 쫓긴 귀머거리 유대인 1936년 헝가리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로브는 4살 때 성홍열과 중이염을 앓으며 청력 대부분을 상실했습니다. 나치가 헝가리를 점령했을 때 가짜 신분을 내세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가 1956년 헝가리 혁명 때 탈출해 미국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당시 그는 영어를 거의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일푼으로 뉴욕에 넘어와 뉴욕시립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이어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화학공학박사 학위를 획득했습니다. 이때 그는 그의 아내와 식당 알바를 해 생활비를 벌었다고 합니다. 창조적 대결문화 만들어낸 터프한 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경제지를 보면 그로브는 인텔 내부에 '창조적 경쟁'문화를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합니다. 창조적 경쟁은 무엇일까요. 대단한 경영 철학이 아닙니다. 그가 인텔을 이끌던 당시에는 '모든 임직원이 자신의 생각을 소리지르며(shouting) 주장하고 토론을 마친 뒤에는 아주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일'이 매일같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것이 창조적 대결이라는 말로 후일에 남게 된 것이죠. 그는 임직원들과 토론 과정에서 화가 나면 벽돌같이 커다란 보청기를 탁자에 쾅쾅 내려치곤 했는데 그에게 질책 당하는 일은 마치 각목으로 뒤통수를 맞는 것과 같은 충격을 줬다는 게 후임 CEO들의 술회입니다. "위기다. 하루 2시간 더 일하라. 단, 무급으로" 그로브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일반적인 경영자보다 더 많은 위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돌직구식 해법을 내놨습니다. 1970년대 후반 일본 반도체 업체와 D램 경쟁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직원들을 해고해 비용을 줄이는 대신 추가임금 없이 하루에 2시간씩 더 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시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일본 메모리 업체와 인텔의 차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로브라고 해서 완전 무결한 CEO는 아니었던 것이지요. 이 상황에서 그가 꺼낸 카드가 바로 CPU입니다. 그는 당시 세계를 지배했던 IBM에 CPU를 독점 공급하면서 칩 자이언트로 자리잡게 됩니다. 메모리 기업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업으로 과감한 변신에 성공한 것입니다. 기업은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그의 철학이 관통한 사례인 셈입니다.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계속해서 허물을 벗어야 한다. 방법론과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모든 변화가 모여 전환이 된다." 지금 인텔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텔의 지난해 매출은 540억 달러로 2021년 대비 3분의 1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올해 인텔은 37억 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도 하염없이 폭락해 3년 전 대비 60% 가량 하락했습니다. 인텔에 전임 재무통 CEO들에 이어 기술통인 팻 갤싱어가 부임했을 때 시장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인텔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아직 실적은 신통치 않습니다. 테크 기업 CEO의 최대 덕목은 직원을 독려하고 경쟁자들은 윽박지르면서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편집증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어쩌면 오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만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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