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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인의 예(藝)-<56>남계우 '꽃과 나비'] 꽃내음 따라 올망졸망 모여든 나비..손대면 날아갈 듯 생생
    [조상인의 예(藝)-<56>남계우 '꽃과 나비'] 꽃내음 따라 올망졸망 모여든 나비..손대면 날아갈 듯 생생
    작가 2018.04.06 17:33:48
    바람에 떨어진 벚꽃인가 싶었더니 다시 휘리릭 날아오르는 것이, 흰 나비였다. 동백 목련이 흐드러지고 개나리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드문드문 나비 떠다니는 것도 보이곤 한다. 그저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근심 걱정을 떨칠 정도로 밝고 따뜻한 기운이 충만한데, 자칫하다간 챙겨야 할 일마저 깜빡하기 일쑤다. 이게 다 봄 탓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 꽃이지만 그보다 더 안달하게 하는 나비다. 느긋한 날갯짓이 쉽게 잡힐 것 같으면서도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어디 좀 보자 싶으면 이내 눈 밖으로 달아나버린다. 봄비가 조금이라도 굵
  • [조상인의 예(藝)-<55>변월룡 '진달래']아련한 연분홍 꽃잎...사무쳤던 고국의 봄을 그리다
    [조상인의 예(藝)-<55>변월룡 '진달래']아련한 연분홍 꽃잎...사무쳤던 고국의 봄을 그리다
    작가 2018.03.30 16:16:39
    봄을 안고 온 진달래가 제주도를 한 바퀴 돌고 올라와 전남 여수 영취산을 뒤덮었다. 경남 통영에서는 진달래 화전 지지고 진달래 설기 찌는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자욱하다 한다. 진달래축제가 열리는 강화도 고려산까지 꽃 기운이 치고 오는 데는 채 열흘도 걸리지 않을테니,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4월 27일 판문점 일대에도 그림 같은 진달래가 한창일지 모르겠다. 남쪽의 꽃 소식이 봄을 알리듯 오는 1일 북한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리는 우리 예술단의 공연 소제목도 ‘봄이 온다’로 붙었다. 그래서 진달래다. 살에 닿는 따스한 바람으로
  • [조상인의 예(藝)-<54>윤형근 '청다색(靑茶色)'] 아련하게 번져나온 色...움트는 생명력을 화폭에
    [조상인의 예(藝)-<54>윤형근 '청다색(靑茶色)'] 아련하게 번져나온 色...움트는 생명력을 화폭에
    작가 2018.03.23 14:19:14
    언 땅이 언제 녹을지, 빈 땅에 언제 싹이 틀지를 땅 위에 사는 사람은 알기 어렵다. 우수에 얼음이 녹고 경칩에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것 정도를 선조들의 경험 어린 절기 상식을 통해 가늠할 뿐이다. 하지만 춘분에도 함박눈이 내려 설중매(雪中梅)를 보듬기 일쑤니 이치에 합당한 때는 자연만이 알 뿐이다. 말 한마디 않고도 사람을 뒤흔들어 놓는 윤형근(1928~2007)의 그림이다. 봄을 맞아 차가운 땅에 스멀스멀 돌기 시작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아련하게 번져 나온 색의 움직임이 봄날의 아찔함을 부르는 아지랑이를 피워올린다. 천의
  • [조상인의 예(藝)-<53>박이소 '당신의 밝은 미래']허름한 조명기구가 만든 환한 빛...'그늘진 세상'을 비추다
    [조상인의 예(藝)-<53>박이소 '당신의 밝은 미래']허름한 조명기구가 만든 환한 빛...'그늘진 세상'을 비추다
    작가 2018.03.16 15:58:53
    아, 밝다. 너무 밝다. 미술관 전시장에서 조명이 비추는 곳에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조명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막힌 벽뿐이다. 박이소(1957~2004)의 ‘당신의 밝은 미래’는 조명 자체가 작품이다. 아니, 정확히는 공사장 등지에서 쓰이는 야외용 전등과 이를 얼기설기 지탱하고 있는 각목들로 이뤄진 이 허름하고 연약한 조명기구와 함께 빛이 비치는 벽구석까지가 작품이다. 혹시 가까운 곳에 음향기기가 있다면 존 레논(1940~1980)의 ‘이매진(Imagine)’을 틀어놓고 이 작품을 감상하길 권한다. 잠시 머리를 열고
  • [조상인의 예(藝)-<52>조희룡 '홍백매도'] 힘차게 휘어진 둥치...나부끼는 꽃잎...사군자의 '絶頂'을 엿보다
    [조상인의 예(藝)-<52>조희룡 '홍백매도'] 힘차게 휘어진 둥치...나부끼는 꽃잎...사군자의 '絶頂'을 엿보다
    작가 2018.03.09 14:31:46
    봄이다. 매화 철이다. 매화 그림이라 하면 스스로 ‘매화 늙은이’라는 뜻으로 ‘매수’라 호를 붙인 조희룡(1789~1866)이 으뜸이다. 매화를 그리다 흰머리가 됐다고 했을 만큼 매화를 좋아한 그는 ‘석우망년록’이라는 저서에서 매화에 몹시 빠져있음을 고백했다. “나는 매화를 지나치게 좋아해서 잘 때는 내가 직접 그린 매화 병풍을 눕는 자리 주위에 둘러쳤고, 매화 시가 새겨진 벼루(梅花詩境硯)를 쓰고 매화 이름이 들어간 먹(梅花書屋藏煙)을 사용한다. 앞으로 매화 시 백 편을 지을 작정인데 시가 완성되면 내가 사는 곳에 매화백영루(梅花
  • [조상인의 예(藝)-<51>오지호 '남향집']봄 마중나온 소녀...영롱한 햇살...움트는 생명의 기운을 담다
    [조상인의 예(藝)-<51>오지호 '남향집']봄 마중나온 소녀...영롱한 햇살...움트는 생명의 기운을 담다
    작가 2018.03.02 14:49:05
    볕이 따뜻해졌다. 그늘을 벗어나 볕 자리를 찾아 섰어도 찬바람이 마냥 시리기만 하던 겨울이 끝나간다. 햇볕에 서면 이제 온기가 느껴진다. 어찌나 햇빛이 좋은지 둥치 굵은 고목의 그림자가 검지 않고 파랗다. 태양빛이 너무 환하면 잠시 깜빡이는 눈앞이 보랏빛으로 아찔하게 뒤덮일 때가 있다. 그 파릇한 기운의 그림자가 지붕을 타고 올라 하늘까지 치솟았다. 그림자와 하늘이 같은 파란색이다. 이른 봄볕이 얼음뿐 아니라 그림자마저 녹인 모양이다. 오지호(1905~1982)의 ‘남향집’은 겨울 끝자락 봄 첫머리에 걸리기 탁월한 그림이다. 화가는
  • [조상인의 예(藝)-<50>이두식 '축제']강렬한 오방색의 변주...화폭위 신명나는 춤판
    [조상인의 예(藝)-<50>이두식 '축제']강렬한 오방색의 변주...화폭위 신명나는 춤판
    작가 2018.02.23 14:41:38
    아주 어릴 적, 꽹과리 소리 캉캉 울리던 농악대 풍물놀이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더듬어 본다. 너무나 강렬했고 조금 놀라기도 했던 것 같다. 당장 나가 어깨춤을 들썩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싫지도 않았다. 시원함과 통쾌함이 남았다. 유럽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인 스위스 루체른의 카니발을 마주했을 때의 첫 느낌도 당혹스러움에 가까웠다. 이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러나, 집단 광기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흥에 취한 사람들이 낯설었다. 더 놀라운 것은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어색해하던 이방인까지 어느새 하나가 되어 즐기게 되더라는 사실이다.
  • [조상인의 예(藝)-<49>강세황 '영대빙희도']하얀 얼음호수 위서 활쏘기...담백하게 담아낸 老화가
    [조상인의 예(藝)-<49>강세황 '영대빙희도']하얀 얼음호수 위서 활쏘기...담백하게 담아낸 老화가
    작가 2018.02.09 17:41:16
    전 인류의 축제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개막을 알리는 성화가 백자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에 안착했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에서는 고대 올림픽 경기의 생생한 모습, 월계관을 쓰는 우승자의 영광이 채색 도자기에 새겨져 전한다. 하지만 이번에 성화대로 사용된 백자의 시대 조선은 올림픽과 거리가 먼 나라였다. 하물며 동계올림픽 종목인 설상, 빙상 경기는 오죽했겠나. 조선 시대에 그린, 얼음판 위에서 재주와 재능을 겨루는 장면을 찾자 하니 이 그림이 거의 유일하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인화가 표암(豹菴) 강세황(1713~1791)의
  • [조상인의 예(藝)-<48>이암 '모견도(母犬圖)' ]'다복한 가족' 보는 듯 흐뭇
    [조상인의 예(藝)-<48>이암 '모견도(母犬圖)' ]'다복한 가족' 보는 듯 흐뭇
    작가 2018.02.02 15:38:06
    붉은 테 목줄을 맨 어미 품으로 강아지들이 파고든다. 윤기 흐르는 어미의 검은 털색을 닮은 검둥이부터 누렁이, 흰둥이까지 세 마리다. 다복하다. 아직 어린 것들이라 어미 젖을 더듬거린다. 극성스러울 정도로 젖을 찾아 문 흰둥이가 아무래도 막내인 성 싶다. 거꾸로 매달리다시피 엄마 품을 차지했다. 그 옆 검둥이도 적극적이다. 늘어뜨린 어미의 긴 앞다리를 들어 비집고 안길 틈을 찾았다. 앙앙거리는 둘보다도 어미 등에 툭 걸터앉은 누렁이가 외려 가장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헤벌어진 입과 잠든 얼굴을 보니 녀석은 이미 배불리 먹은 모양이다.
  • [조상인의 예(藝)-<47>나혜석 '자화상'] 강인한 얼굴에 흔들리는 눈빛...新여성의 고뇌를 담다
    [조상인의 예(藝)-<47>나혜석 '자화상'] 강인한 얼굴에 흔들리는 눈빛...新여성의 고뇌를 담다
    작가 2018.01.26 14:47:13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최근 방남해 강릉과 서울 등지 공연장을 살펴보고 돌아갔다. 하룻밤 자고 간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관심은 별나게 뜨거웠다. 외모에 대한 평가부터 패션과 표정 등에 대한 시시콜콜한 관심이 들끓었다. 다음 달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즈음해서는 북한 선수단 뿐 아니라 예술단과 응원단이 우리 땅을 밟을 예정이건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파견된 북한 응원단을 ‘미녀군단’이라 불렀던 때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미녀 응원단’을 주목
  • [조상인의 예(藝)-<46>서세옥 '춤추는 사람들']화폭 가득 '무리의 울림'...붓 지난 자리는 그대로 춤사위
    [조상인의 예(藝)-<46>서세옥 '춤추는 사람들']화폭 가득 '무리의 울림'...붓 지난 자리는 그대로 춤사위
    작가 2018.01.19 15:47:03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어우러져 춤춘다. 한 사람의 오른손은 옆 사람의 왼손을 붙들고, 또 그 손은 위쪽 사람의 발과 연결되고, 아래에 있는 사람의 손으로 또 이어진다. 화면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한 덩어리를 이룬다. 하나라고 외치며 치솟는 우리네, 한민족을 보는 듯하다. 농묵의 짙은 흔적에서 인간의 강렬한 힘이 느껴지고 먹의 번짐에서는 생명력의 파동이 전해진다. 물기 머금은 촉촉한 선에서 시작해 아스라한 갈필을 넘나들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그은 선은 자유자재로 뒤엉켜 사람들 간의 조화를 탄생시켰다. 붓이 지난 자리는 그대로
  • [조상인의 예(藝)-<45>이인상 '설송도']담담한 먹빛...서릿발 같은 기개...선비의 혼 깃든 雪松
    [조상인의 예(藝)-<45>이인상 '설송도']담담한 먹빛...서릿발 같은 기개...선비의 혼 깃든 雪松
    작가 2018.01.12 14:33:11
    훤칠하게 뻗은 낙락장송이 눈앞을 턱 막고 섰다. 그 소나무 참으로 반듯하구나. 곧기가 전봇대 같은 것이 기개가 치솟아 화폭을 뚫었다. 나무 윗부분이 화면 너머로 툭 잘렸으니 그 높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심산인가. 나무 위로 소복소복 눈이 내렸건만 추운 기색은커녕 늠름하기만 하다. 옅고 맑은 먹으로 그린 데다 눈 내린 설경이지만, 독야청청 푸르른 잎은 망설임이 없다. 실제 푸른 색은 조금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나 매서운 바람이 나무의 푸른 서슬을 더 돋군다. 사찰 입구를 지키는 일주문 기둥처럼 나무줄기는 듬직하
  • [조상인의 예(藝)-<44>이성자 '오작교'] 점 하나 하나가 눈물...사무치는 그리움을 그리다
    [조상인의 예(藝)-<44>이성자 '오작교'] 점 하나 하나가 눈물...사무치는 그리움을 그리다
    작가 2018.01.05 15:49:14
    “이것은 동양에만 있는/ 다리다// 이것은 동양에만 있는/ 눈물이다// 이것은 동양에만 있는/ 그리움/ 아롱진 사랑이다// 동양의 지혜로/ 가로 놓인// 은하수/ 먼 별들의 다리// 일 년에 한 번/ 만났다 헤어지는 사랑을 위한/ 하늘의 다리// 이것은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만 놓이는/ 동양의 다리다// 그리움이여/ 너와 나의 다리여.” 한국적 정신성과 동양의 유산을 간직한 채 서양미술을 받아들여 특유의 추상예술을 완성한 이성자(1918~2009)의 1965년작 ‘오작교’를 본 조병화 시인은 같은 제목의 이 시를 헌사했다. 하늘이 내
  • [조상인의 예(藝)-<43>김정희 '세한도']고고한 松柏에 빗댄 사제의 情...먹물보다 진한 의리를 담다
    [조상인의 예(藝)-<43>김정희 '세한도']고고한 松柏에 빗댄 사제의 情...먹물보다 진한 의리를 담다
    작가 2017.12.29 16:38:53
    추운 날씨 탓인가.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흔들어 쓰는 일회용 손난로 하나에 언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녹아내린다. 연말연시라 주고받는 시의적절한 안부 이건만 심신이든 혹은 상황과 처지이든 ‘좀 더 추운’ 사람에게는 더 절절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제주에서 귀양살이하던 19세기 조선의 천재 추사 김정희(1786~1856)도 그랬다. 제주로 온 지 어느덧 5년째. 찾는 이는 없고 세상에서 잊힐 것 같은 두려움마저 스칠 정도로 외로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인적 드문 추사 유배지로 책꾸러미가 배달됐다. 김정희의 제자
  • [조상인의 예(藝)-<42>한묵 '금색운의 교차']강렬한 원색 굽이치는 동심원...숨쉬는 우주를 담다
    [조상인의 예(藝)-<42>한묵 '금색운의 교차']강렬한 원색 굽이치는 동심원...숨쉬는 우주를 담다
    작가 2017.12.22 14:39:09
    어두운 골목길 끝에서 다 큰딸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던 아버지는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켰다. 스무 살이 넘었어도 딸은 아버지 눈에 여전히 다섯 살, 무작정 “아빠~”를 외치며 달려와 안길 것만 같다. 뛰다 넘어질까 불빛에 눈부실세라 아버지의 전등은 얼굴을 피해 걸어오는 발 앞만 훑어준다. 빙글빙글 춤추는 불빛에 흥얼흥얼 아버지의 노래가 흐른다.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사랑은 말이 아닌 행동이요, 다짐이 아닌 실천이다. 캔버스 뒤에 전등을 들이댄 것 마냥 그림에서 빛이 난다. 멀찍이 앞을 비춰주던 아버지의 전등불을 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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