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북한에 한국군의 탱크가 있는 것일까. 자유북한방송 인터넷판에 올라온 기사 하나가 논란과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보도 내용은 간단하다. ‘북한 탱크연구소라는 곳에 한국군 탱크가 1대 있다.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120㎜ 활강포에 신형 장갑, 표적 자동 추적 시스템, 첨단 광학 장비, 1,000마력 정도의 엔진을 장착한 이 탱크의 성능에 북한군 지휘관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일축했다. 국산 전차가 수출된 적이 없고 일선 부대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마당에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특이한 대목은 군이 보유 전차 전량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는 점. 처음에는 이 같은 첩보를 무시했으나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동일한 내용이 반복해 올라오자 전수 조사를 거쳤다. 결과는 장부와 일치. 비는 전차가 단 한 대도 없었다.
군 관계자는 “비슷한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다녔다”며 보유 전차 전량을 조사하기에 앞서 실시한 사전 조사 결과 “세 가지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첫째,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더라’는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 봤거나 운전해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착시 가능성. 북한의 ‘땅크전시관’ 한구석에는 북한이 개념 연구차 시험 제작한 전차가 하나 전시돼 있는데 외양이 K-1 전차와 비슷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방국 전차가 북한에 흘러 들어갔을 경우다. 목격담이 사실이라면 K-1 전차와 실루엣이 비슷한 미국제 M-1 계열 전차가 중동 등지에서 반정부 세력에 노획돼 북한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M-1 계열 전차는 자유북한방송에서 보도된 ‘한국군 전차’의 스펙과 모든 것이 일치한다. 엔진이 1,000마력이라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미국제 M-1 전차는 1,500마력).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한국군을 혼란시키거나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흘린 역정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돌다리도 두들기는 차원에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며 “북한 정보에는 이 같은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민간 군사 전문가 K씨는 “북한이 보유한 한국군 전차 얘기는 한 마디로 ‘청와대 밑을 지나는 북한군 땅굴’ 수준의 소문에 불과하다”고 단언하면서도 “북한군이 우방국의 전차 등으로 우리 군의 전차 운용 교리를 연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만큼은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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