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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

< 27 > 기도에 대한 세 이야기

인생은 제로섬 게임 아냐

질투에 눈 멀면 하향평준화

내가 현재 지닌 것에 감사를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사자를 만났다. 갑자기 마주친 터라 도망가기는커녕 발이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이글이글 타는 사자의 눈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기도하기 시작한다. “하나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번만 넘겨주신다면 제가 정말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한참 정신없이 기도하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사자가 공격하지 않는다. 눈을 살며시 떠봤더니 사자도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들어보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틈에 도망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배를 탔다. 가벼운 의견 충돌이 급기야 말다툼으로 커졌다. 서로가 아주 미워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갑자기 배에 구멍이 났다. 한 사람이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배가 파선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다른 사람도 기도한다. 돌아온 응답은 파선하지 않을 길은 없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한 사람이 또다시 기도한다. 기왕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다면 상대방 쪽부터 먼저 가라앉게 해달라고. 그래서 상대방이 고통받으면서 죽는 얼굴을 보고 나서 죽고 싶다는 거다. 결국 둘 다 죽고 만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엄청나게 질투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잘되는 꼴을 볼 수가 없어 매일매일 소화제와 진통제를 달고 산다. 하루는 악마를 만났는데 악마가 묻는다. “그대 표정이 좋지 않은데 무슨 일인가.” 자기가 소원이 하나 있다며 악마에게 들어 달라고 애원한다. 악마는 뭐든지 소원을 들어주는데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상대방에게는 자신이 받게 되는 것의 두 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눈 하나를 잃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외눈이 되고 상대방은 두 눈을 다 잃고 만다. 질투에 눈이 먼 것이다.

이 세 가지 기도 중 그나마 사자의 기도가 제일 착하다. 감사기도이니까. 외눈박이 소원이 제일 나쁜 이유는 상대방을 장님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멀쩡한 자신의 눈 하나도 날려보내겠다는 심보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류 모든 사회에서 질투가 예외 없이 악덕으로 간주되는 이유다. 질투는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질투는 하향 평준화로 항상 방향을 잡는다. 자신이 잘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못 되는 것이 1차 목표다. 인생은 원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그런데 질투에 사로잡히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제로섬 게임으로 변하고 만다.

질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기보다 잘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는(envy) 것이다. 또 하나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에 대한 시기(jealous)다. 굳이 말하면 후자가 더 견디기 힘들다.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 더 잘되는 것은 원래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기도 하는데 뒤에 오는 상대방이 앞질러 가면 정말 힘들어진다. 회사에서도 나보다 입사가 늦은 후배에게 추월당하면 정말 열 받는다. 자신이 그동안 뭐하고 살아왔는지 회의가 밀려온다. 원래 최고의 경쟁자는 사실 입사동기들이다. 승진 대상자에도 항상 같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가 있었다. 10명의 투자자 돈을 관리해준다. 1인당 1억달러씩 합이 10억달러다. 자신의 연봉은 200만달러다. 이 사람은 행복할까. 아니다. 항상 불만에 가득 차 있다. 자신은 죽을 힘을 다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일하는데 투자자들은 그저 자신에게 전화 한 통하면서 위세를 부리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머리도 자신보다 나쁘고 학교도 자신보다 훨씬 못한 데를 나왔다는 사실에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라.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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