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서적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로 ‘출판 대불황’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도매상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소출판사와 서점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출판산업을 살리고 독서 분위기 제고를 위해 새로운 독서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인서적 부도와 이에 따른 ‘출판 대불황’ 공포는 책 판매가 부진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3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송인서적의 부도로 출판계 영향이 큰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1월말에 발표될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에 이런 방안까지 포함해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송인서적의 부도는 국내 출판산업의 총체적인 구조 탓이 크다. 우선 출판시장의 축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집계된 2015년 출판사 전체 매출은 4조278억원으로 전년대비 4.8%가 감소했다. 2016년은 더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출판 시장은 ‘2012년 독서의 해’의 이듬해인 2013년 4조3,203억원 규모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들이 책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연간 국민(성인) 독서율은 65.3%에 그쳤다. 역대 최저다. 국민 3명 중 1명은 아예 책을 읽지 않는 셈이다. 2년 전인 2013년에 비해 6.1%포인트나 하락했다. 2015년 1인당 독서량은 9.1권으로, 역시 0.1권이 하락했다.
책 구매통로의 편중도 출판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서점이 늘고 대형서점이 영업망을 확장하면서 동네 중소서점들이 고사해 가고 있다. 1995년에 5,000여개에 달했던 전국 서점 수가 꾸준히 줄어 2015년말 현재 1,550개에 그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 분위기가 나빠지면서 문화소비가 줄어들고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가라앉은 출판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출판사와 서점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과 함께 새로운 독서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앞서 2012년에도 도매상들의 대거 부도로 시장이 흔들렸는데 정부는 ‘2012년 독서의 해’로 지정하고 출판계와 함께 대대적인 책 읽기 캠페인을 벌였다. 덕분에 2013년 출판계가 반짝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국내 출판시장은 3~4단계의 유통경로를 거친다.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 서점에 공급하는 데 중간에 서적도매상들이 끼는 것이다. 대형서점의 경우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받아 독자에게 판매하지만 중소서점들은 서적도매상을 통해 출판사와 연결된다. 현재 국내에 있는 서적도매상은 330개 정도로, 이중 송인서적을 포함해 북센, 북플러스, 한국출판협동조합 등 빅4가 대부분의 거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송인서적의 영업 중지로 출판사와 중소서점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이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일 1차부도 처리된 송인서적이 최종 부도날 경우 출판사들의 피해는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