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마이웨이’ 속 김지원이 연기한 최애라는 한 마디로 무인도에 던져 놔도 악착같이 살아남을 캐릭터다. 동물로 치면 고양이보단 개과. 매우 직선적이다. 생활력 강하고 불의의 상황이 닥치면 ‘아니다’를 가장 먼저 외칠 줄 아는 정의의 사도다. 정은 또 어찌나 많은지 지인이 딱한 처지에 놓이면 스스로 발광할지라도 ‘내 사람’을 지킬 줄 안다.
그런 애라의 꿈은 뉴스 데스크 백지연이었지만, 현실은 백화점 인포 데스크 최 양이었다. 어릴 적부터 ‘마이크 잡이’에 대한 열망을 여전히 놓지 못하고 꿈을 향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매력이 고동만(박서준 분)과 일치했고, 둘은 친구에서 ‘쌈’, ‘썸’, 그리고 ‘연인’까지 평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었다.
김지원은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킹콩 by 스타쉽 사옥에서 서울경제스타와 ‘쌈 마이웨이’ 종영 인터뷰를 함께 하며 “드라마가 끝나고 허하기도 했다. 열심히 촬영했는데 시청자분들께서 이렇게 관심을 많이 주셨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나더라. 헛헛하다”고 종영 소감과 함께 드라마의 인기에 감사함을 표했다.
‘쌈 마이웨이’는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 때문에 마이너 인생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도 남들이 뭐라던 ‘마이웨이’를 가려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골 때리는 성장로맨스를 담았다. 이 과정을 솔직하고 속 시원하게 전한 드라마는 연출력, 대사, 배우들의 케미 등이 복합적으로 공감과 호평을 얻으며 13.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종영했다.
지난 13일 제주도로 포상휴가를 떠났던 김지원은 “배우들을 촬영할 때만 보다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보는 건 처음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우리는 대학생들처럼 놀았다. 스태프들이 ‘넌 왜 연기자처럼 안노냐’고 할 정도로 재미있게 놀았다. 스케줄상 나는 하루 일찍 갔는데, 거의 무박 3일로 놀았다. 술도 기분 좋게 마셨다. 말 반 술 반 이었다”고 흥겨웠던 포상휴가 분위기를 전했다.
김지원은 사실 차분한 성격의 배우다. 그런 그가 이번에 ‘쌈마이’의 최애라 캐릭터에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을까. 그 격차를 좁히는 데 많은 노력이 들었을 터다. “처음에 대본을 받고서 애라를 용감한 친구라 생각했다. 꿈을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용기 있게 도전하고,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초반에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그 점에 초점을 맞춰 얘기하려 했다. 처음에는 ‘마이크 똘아이’라는 캐릭터로 극명하게 설정됐다. 동만이와 애라가 서로에게 일이 생겼을 때,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케미에도 신경 썼다”
이번에 처음으로 가장 센 ‘사이다 직진 캐릭터’를 연기한 것으로는 “너무 좋았다. 밀당 없이 솔직해서 연기하면서 굉장히 속 시원했다. 재미도 있었다. 보는 분들도 답답해하지 않고 재미있으셨을 것 같다. 애라가 진솔하고 용감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돌변하기도 해야 했다. 나도 연기하면서 ‘나란 사람에게도 이런 면이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스스로도 많이 발견한 시간이었다.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모니터하면서 재미있게 본 신들이 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오죽하면 저희 사무실 사람들과 ‘행사를 뛰자’고도 농담할 정도였다. 준비하면서도 재미가 있더라. 나는 실제로 무언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실제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 생각하는 방향도 더 긍정적이 된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점차 애라와 내가 많이 닮아갔던 것 같다. 실제로 그 캐릭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애정이 많았다. ‘연기자 김지원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도 듣고 싶었다. 전작에서는 이지적이고 똑똑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캐릭터의 매력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운이 좋게도 ‘쌈마이’를 만난 것 같다”
실제 김지원의 성격을 알려달라고 하자 “내가 평소에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다. 애라가 보여준 애교는 귀여우려고 했던 것이라기보다 ‘쪼기’(氣)가 있어서 더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 내가 원래 집순이다. 주로 쉴 때는 집에 있으면서 영화, 드라마, 예능을 본다.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극 중에서 호흡을 맞춘 동만 역의 박서준 역시 실제로는 차분한 타입의 배우라 알려져 있다. 그런 두 사람이 1회부터 ‘비글미’를 쏟아내야 했던 상황. 어떻게 호흡을 맞춰갔는지 묻자 “나도 낯을 가리지만 말을 못 붙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초반에만 좀 서먹했고 점점 가면서 많이 친해졌다. 안재홍, 송하윤도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많아서 중반부터는 너무 즐겁게 친구들과 지내는 것처럼 촬영했다. 웃느라 NG도 많이 났다. 남일바에서는 소주를 들고 많이 촬영했는데, 카메라가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연기할 정도였다”고 답했다.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대사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웃음 요소가 많아 애드리브도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작가님도 편안하게 해도 된다고 하셨다. 풀어놓고 촬영했다. 나보다도 박서준과 안재홍의 애드리브가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장면들이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애드리브는 동만이 어깨를 때리고서 동만이가 ‘심쿵’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동만 뿐만 아니라 김주만(안재홍 분), 백설희(송하윤 분)와 또래들끼리 ‘판타스틱 4’를 연기하면서 실제 배우들끼리의 현장 분위기도 더 없이 좋았다고. 김지원은 촬영장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는 “모두들 칭찬할 게 너무 많다. 박서준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감사한 파트너였다. 박서준이 최선을 다해 고동만을 만들었기 때문에 최애라가 예쁘게 보일 수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 격투기까지 해내야 해서 힘들었을 텐데 한 번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분위기 메이커였다. 배려도 많이 해주셨다. 내가 울어야 하는 감정신이 있을 때는 박서준이 말없이 지켜봐줘서 눈물이 날 수 있게 도와줬다. 아이디어가 많은 연기자라서 촬영하면서 그 분의 아이디어 덕에 나온 장면들도 많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하윤은 마음이 따뜻한 분이다. 그냥 설희 같았다. 설희가 엄마 같은 캐릭터인데 하윤 씨도 누구를 챙기는 걸 좋아한다. 말도 안 되게 착하다. 위로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잠을 많이 못 자서 지칠 수 있었는데 덕분에 마음은 지치지 않았다. 안재홍은 이번에 촬영하면서 더 팬이 됐다.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캐릭터를 예상했는데, 차분하면서 재미를 아시는 분이더라. 재미있는 신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이다”
동만을 사이에 놓고 박혜란(이엘리야 분)과는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웠다. 동만의 전 여친인 혜란은 이혼 후 동만을 잊지 못하고 찾아와 애라를 향한 질투심을 쏟아냈다. 최근 인터뷰로 만난 이엘리야 역시 차분하고 속 깊은 배우임을 알고, 실제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했다. 왠지 코드가 통할 것 같은 두 사람이었다. “실제론 너무 좋았다. 이엘리야는 굉장히 여린 언니다. 스스로 갈등을 준다는 것 자체에 걱정을 하면서 촬영했다. ‘카페 가면 차는 뭐 마셔요’를 얘기하는 등 촬영 쉬는 시간에는 취미 얘기도 했다. 이엘리야 언니가 예쁜 카페도 좋아해서 추천도 받고 그랬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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