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여파로 한반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가정 집에서 ‘병균 덩어리’인 바퀴벌레 수가 4년 전에 비해 무려 5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로 해충 활동 시기가 늘어나고 번식 속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화 진행으로 외부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바퀴벌레들이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바퀴벌레 발견 건수가 급증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종합환경위생기업인 세스코는 지난해 해충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발견된 바퀴벌레가 약 239만4,222마리로 전년의 202만6,443마리보다 18.1%나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2012∼2016년 연 평균(186만3,658마리)과 비교할 경우 28.5%나 크게 늘었다. 2012년 159만940마리, 2013년 166만211마리, 2014년 164만6,472마리이던 바퀴벌레는 2015년 200만마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해 발견된 바퀴벌레 수가 2012년에 비해서는 무려 50.6%나 급증한 것이다.
바퀴벌레 배설물에는 가려움증·피부염·피부괴사·천식·건초열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사람 대변을 잘 먹기 때문에 여러 병원체도 퍼뜨린다. 세스코는 전국 가정집·소규모 외식업장·대형건물·식품공장 등 약 40만곳에서 해충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이 가운데 수도권이 절반 이상이다.
몸 길이가 1.1∼1.4㎝로, 집에 서식하는 바퀴벌레 중 크기가 가장 작은 독일바퀴가 약 77%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지난해 발견된 독일바퀴는 188만4,000여마리로 5년 연평균(144만4,000여마리)보다 30% 이상 웃돌았다. 그 다음은 몸길이가 2∼2.5㎝로 중형인 일본 바퀴로 지난해 33만2,900여마리 발견됐다. 외부에 주로 서식하지만 실내 침입 빈도가 높은 일본바퀴는 5년 평균(5만7,000여마리) 대비 12%나 많이 출현했다.
바퀴가 주로 발견되는 계절은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주로 5월 증가하기 시작해 7∼9월 가장 많이 발견된다. 산란 성수기가 여름철인 만큼 겨울철에도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독일바퀴는 8월, 일본바퀴는 6월에 가장 많이 출현했다.
덩치가 3.5∼4.0㎝ 정도로 크고 더듬이가 긴 미국바퀴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6만1,900여마리가 발견됐다. 색이 옅고 다리가 짧은 산바퀴 발견량은 2015년 1만6,000여마리에서 2016년 7만5,800여마리로 5배 가량 뛰었다.
세스코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기후변화로 해충 활동시기와 번식 속도가 빨라져 바퀴벌레가 계속 급증하고 있다”며 “도심지 개발 등 때문에 외부 서식처가 파괴되면서 내부 침입 개체가 증가해 건물 내·외부에서 더 많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집안 구석이나 싱크대 밑 등을 꼼꼼하게 청소해 바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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