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재가 발표한 ‘시차’는 당초 ‘쇼미더머니6’ TOP3 경연곡으로 준비한 곡이다. 하지만 TOP3 1라운드에서 아쉽게 탈락한 우원재는 2라운드에서 로꼬, 그레이와 함께 보여줄 예정이었던 마지막 무대를 선보이지 못했다.
음원 유출 사고로 인해 급하게 음원 발매일을 앞당겼지만, 지난 4일 발매된 ‘시차’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더 컸다. 로꼬와 그레이의 밝은 분위기 속에 잘 스며들며, 지금까지의 우원재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쇼미더머니6’는 역대급이라고 말은 하지만 이미 이전 시즌에서 탈락했던 이들의 재도전도 많았고, 이미 힙합 신에서는 주가를 올리고 있는 참가자들 역시 다수였기 때문. 여섯 시즌을 거듭하면서 제한된 인프라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신선함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 몇 안 되는 일반인 참가자 우원재의 등장은 커다란 충격과도 같았다. 첫 방송 당시 우원재는 묵직한 감정선 상에서 마치 호소하는 듯한 랩을 선보이며 심사위원이었던 타이거JK를 비롯해 시청자들을 강하게 이끌었다.
눈까지 덮어버린 비니와 어둡고 무표정한 얼굴로 뱉어내는 가사들은 밝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우울함과 음침함 그 자체였다. 마치 세상의 모든 짐은 혼자 다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악마 래퍼로 유명한 이그니토와 비교되며 신예 악마로 불리기도 했다.
돈이나 여자를 주제로 하는 랩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최근 힙합 신의 흐름 가운데서, 공황장애, 우울증 등 불안의 터널을 지나온 자신의 심리 상태를 녹여낸 랩을 선보이는 우원재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특유의 시적이고 철학적인 가사 속에 그가 솔직하게 녹여낸 감정과 아픔들은 시청자들에게는 진정성으로 가닿았고, 자연스레 우원재를 향한 응원과 관심으로 이어졌다. ‘존재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원재는 신선함과 뚜렷한 캐릭터를 모두 구축하며 초반부터 입지를 다져나간 셈이다.
물론 우원재를 향한 시선에는 극명한 호불호도 있었고, 그가 TOP3 무대까지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 이도 거의 없었다. 메타포처럼 등장한 “알약 두 봉지가 전부지”라는 반복된 가사처럼, 경연을 거듭할수록 우원재가 앞으로 넘어야 할 한계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원재는 ‘팀 배틀’과 ‘또’ 무대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조우찬이 13세 소년이었던 탓에 심한 욕도 비난도 할 수 없었기에 상대팀에게 조우찬을 향한 디스 랩은 최대의 난제와도 같았다. 우원재는 이 난제를 ‘우찬아 걱정 마 울어도 돼 사실 산타는 없거든’이라는 허를 찌르는 가사로 센스를 발휘했다.
이와 함께 우원재는 이전까지 선보였던 음악과 달리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던 ‘또’ 무대와 세미파이널 무대에서 선보인 ‘진자’를 통해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분명 수많은 무대를 거쳐 온 베테랑에 비해 음악적 기교나 무대 매너는 투박했어도, 방송 이후에 보여줄 우원재의 음악 행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쇼미더머니6’는 우원재의 성장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약 3개월의 방송 기간 동안 우원재의 일상과 음악 인생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우원재 스스로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힘들었던 것은 제 말에 영향력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 영향력을 책임질 만큼 어른이 되지 못했다”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힙합계에서는 소속이 없는 우원재가 어디에 둥지를 틀게 될 것인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래퍼로서 정식적인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우원재의 향후 거취와 그가 앞으로 들려줄 음악에 대한 기분 좋은 기다림이 시작됐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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