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듯하다.
검찰은 지난 19일 110억원대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3월 뇌물수수·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됐고 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겼다. 불과 1년 사이 검찰이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전직 대통령 가운데 한 명을 구속하고 한 명은 구속의 기로에 서게 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과연 검찰 스스로 반성할 부분은 없는지 의문이 든다.
먼저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와 관련해 10여년 만에 정반대의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팀은 2007년 당시 대선 후보이던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및 BBK 의혹을 수사해 ‘전면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에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적시했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최근 조사에서 과거의 진술을 번복한 탓이 크다. 하지만 10여년 전 당선인 신분인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와 현 정부의 적폐 청산 기조 아래 전직 대통령 신분인 그를 조사하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같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유독 ‘죽은 권력’에 가혹한 것은 검찰의 생리다.
인신 구속에 집착해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 수사 행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난주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재판에서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을 구속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는데도 아직 수사 기록을 정리하지 않았는데 그럴 거면 왜 그렇게 서둘러 구속했느냐”고 검찰을 질타하기도 했다.
피의 사실을 언론에 공표해 수사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피의자를 망신 주는 행태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수수하고 다스 법인카드로 4억원을 사용했다는 등의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9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판박이다.
검찰이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파헤쳐 법의 심판대에 세운 성과는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의 권력 지향적 속성과 피의자 인권침해, 피의 사실 공표 등 오점도 일부 드러났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과잉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미흡 등을 지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이 같은 수사 관행부터 개선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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