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 ‘미투’ 운동이 첫 취지와는 달리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인권혁명이 될 신성한 사회적 운동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꽃뱀’이 출몰했다. 진짜 피해자는 ‘양치기 소년’ 꼴이 될 판이다.
몇몇 곳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목적이 사회 정화인지 ‘금품 갈취’인지 헷갈리는 ‘미투’ 운동이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다.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 임사라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곽도원이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는 등의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임사라 대표의 글 내용에 따르면 임 대표는 23일 연희단거리패 후배들로부터 ‘힘들다,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곽도원과 함께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금품 요구를 받았다는 것.
임사라 대표는 “(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이)‘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 나가지 않느냐, 우리가 살려줄게’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이윤택 고소인단인 피해자 17명 전체를 도울 방법으로 곽도원이 스토리펀딩을 통해 기부하거나, 변호인단에 후원금을 전달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날 4명은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아느냐”며 화를 냈다고.
이후 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피해자 4명은 곽도원에게 “피해자 17명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임 대표는 “여러 차례 사과 요구 등의 전화와 문자가 왔다”며 “‘너도 우리 말 한마디면 끝나’ 식의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 법한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곽도원은 지난달 ‘미투’ 폭로로 인해 과거 극단 시절의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지만 즉각 이를 부인, 논란이 사그라졌다.
‘미투’ 운동 초기, 성폭력 피해자들은 신상 공개의 두려움과 앞으로의 경력 단절을 감내하면서까지 과거의 아픔을 폭로했다. 그럼으로써 사회에 깊숙이 침투한 권력자들의 행패를 뿌리 뽑기 원했다.
하지만 폭로 과정 중 피해자가 과거의 성희롱, 성폭행 증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해자를 ‘미꾸라지’로 만들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도리어 무고한 이를 가해자로 뒤집어씌울 수 있는 또 다른 여지도 되고 있다.
‘미투’는 ‘나도 당했다’를 뜻하는 것이지, ‘나도 뜯겠다’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미래에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미투’ 악용자에 대항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마땅히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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