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정부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소속 직원이 민원인을 ‘오타쿠(특정 대상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통칭하는 일본어)’라고 불러 논란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인 민원인을 특정해 비하한 것이 공공기관 직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30일 KISA 등에 따르면 이 기관의 한 직원이 지난 24일 e메일을 다른 직원에게 전달하면서 ‘오타쿠가 보낸 e메일’이라고 덧붙였는데 이것이 실수로 민원인에게 전송됐다. 사건은 ‘한자 도메인’ 도입 논의 중인 KISA와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민원인들이 e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민원인 중 하나인 강모씨는 e메일 캡처 화면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내가 이런 사람들이랑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단 말인가”라며 “e메일이 누군가에게 ‘전달’됐다는 얘기는 우리를 이렇게 취급하는 직원이 둘 이상이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이는 KISA 측이 ‘민원인들이 한국어코드패널(KGP) 회의를 방해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KGP 회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와 도메인 문제를 논의하는 조직으로 KISA가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원인들은 직업 개발자로 ‘한자 도메인’ 정책에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개인 차원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KISA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담당 직원이 선배에게 답변 내용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e메일이 전달된 것 같다”면서 “해당 직원에게 주의 조치를 취했고 진흥원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김석환 KISA 원장도 트위터를 통해 “외부 전문가를 비하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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