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6)이 로마에서 모스크바로 떠나기 직전 오랜 친구인 실비오 베를루소코니(82) 전 이탈리아 총리를 만났다. 약 20분간의 짧은 조우였지만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초남들의 우정’을 과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등과 만찬을 한 뒤 러시아로 복귀하기 전에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만났다.
지난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푸틴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6년의 나이 차를 뛰어 넘어 지금까지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 2011년 베를루스코니가 거듭된 성추문 의혹과 경제위기 책임을 지고 사이한 뒤에도 두 사람은 수시로 만나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5년 6월엔 베를루스코니를 시베리아 알타이 산악지대로 초대해 여가를 보내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도 같은 해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지역을 병합하자,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 없이 현지를 찾아 푸틴과 회동하며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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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2017년 10월에는 베를루스코니가 푸틴 대통령의 생일에 맞춰 두 사람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새겨 넣은 이불보를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EU의 대(對)러시아 제재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작년 6월 포퓰리즘 정부 출범 후 노골적으로 친러 성향을 보이고 있어, 이날 푸틴과 이탈리아 정부 주요 관계자들의 회동은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다.
푸틴 대통령은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회견에서 살비니 부총리와 그가 이끄는 반(反)난민, 반EU 성향의 정당인 ‘동맹’을 지칭하면서 “그들은 미국과 EU가 도입한 러시아 제재의 조속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강경 난민 정책을 앞세워 현재 이탈리아 정치인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과거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을 찬양하는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는 등 이탈리아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친푸틴 인사로 꼽힌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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