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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경제학부 73년만에 첫 내국인 여교수…'금녀의 벽' 허물다

박예나 로체스터대 교수 임용 확정

내년 2학기부터 강의 시작할 듯

해외서도 드문 여성거시경제학자

박예나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




조순·이현재·박재윤·한승수·정운찬.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면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 발탁돼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들 외에도 쟁쟁한 경제학자들이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뒷받침한 수많은 인재를 양성했다.

광복 이듬해인 지난 1946년에 학과가 개설된 서울대 경제학과(현 경제학부)는 지금까지 수백 명의 교수가 거쳐 갔지만 여성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재직한 중국 국적의 손시팡 교수 단 한 명뿐이었다. 학부생 10명 중 3명이 여학생일 정도로 숫자가 늘었지만 지금도 38명의 교수(조교수 이상) 모두 남성이다. 이 중에는 4명의 외국인 교수도 포함돼 있다.

한국인 여성에게는 높았던 서울대 경제학부의 ‘금녀(禁女)의 벽’이 내년에 허물어진다. 최근 서울대 경제학부가 학과 설립 7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 여성 교수를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교수는 여성 할당으로 뽑힌 게 아니라 거시경제학 분야에서 일반 경쟁을 뚫고 채용된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27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경제학부는 올 1학기에 박예나(37)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부 교수를 임용하기로 결정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장은 “임용은 확정됐고 부임 시기만 미정”이라며 “내년 2월까지 임용유예 신청을 했는데 통상 해외 거주 교수들은 임용 결정 후 최대 1년간 유예를 신청할 수 있어 내년 9월부터 강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05년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박 교수는 2007년까지 한국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다. 2014년에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최적의 과세 및 제한된 효율성’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그해부터 로체스터대 경제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거시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박 교수가 내년 2학기에 강의를 시작하면 서울대 경제학부 첫 한국인 여성 교수 타이틀을 달게 된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1946년 학과 개설 이래 한국인 여교수가 한 명도 없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근무했던 손 교수는 중국 국적이다. 지난해 5월 정은이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를 첫 여성 교수로 낙점해 채용하려 했으나 정 교수가 개인 사정으로 스스로 임용 신청을 취소한 바 있다.

특히 박 교수 채용은 일반 경쟁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 교수를 채용할 당시에는 지원 대상자를 여성으로 제한했고 채용 분야도 통상 세부 전공을 지정하는 것과 달리 ‘경제학일반’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별에 상관없이 거시경제학 분야에서 지원을 받아 박 교수를 최종 선발했다.

박 교수는 거시경제학뿐 아니라 공공재정·국제경제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외국인 교수지만 몇 년 전까지 손 교수님이 계셨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최초 여성 교수라는 타이틀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미국에서도 거시경제학을 하는 여성 경제학자는 아직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이는 경제학계 전반에서 점차적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연구경력이 길지 않은 조교수인 만큼 한국에서도 계속 연구에 집중해 좋은 경제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경제학부장은 “박 교수는 성별 상관없이 지원자 가운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아 채용된 것이어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경제학을 전공한 여학생들이 훌륭한 경제학자로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여성 교수 채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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