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의 등장이 울산의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LNG 추진 선박과 운반선의 발주가 시작되면서 위기의 조선산업을 살리는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석유를 중심으로 정유와 화학제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던 울산에 지난 2016년 LPG를 원료로 SK어드밴스드가 프로필랜 생산을 시작했으며, 오는 2021년부터는 폴리프로필렌 생산까지 시작된다.
기존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에너지 국제 시장을 꿈꾸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도 가스가 추가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발전소와 벙커링(해상에서 LNG 충전) 사업까지 울산 경제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17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LNG의 확대는 기울어 가던 조선산업을 일으킨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석유를 시추하는 해상플랜트의 급격한 추락으로 지난 2015년 이후 위기에 몰린 현대중공업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IMO의 환경규제로 LNG 관련 선박 발주가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LNG를 연료로 운행하는 선박을 올해 처음 5척이나 수주했다. 지난해까지 중소형 선박에 주로 넣던 LNG추진선을 대형 선박에 넣기 시작한 것으로 내년부터 꾸준한 수주가 예상된다. LNG 사용 확대는 LNG운반선 수주로 이어진다. 지난 2017년 전체 48척 가운데 7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5척 중 12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했다. 올해는 전체 수주량이 줄어 9월까지 총 25척 중 8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했지만, 내년부터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카타르,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등에서 약 100척 이상의 LNG선 발주가 내년 상반기 예상된다. 조선 3사가 지난해 발주된 전 세계 LNG운반선 76척 가운데 66척을 수주했고, 올해도 80%가량을 수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현대중공업의 전망이 밝다.
천연가스는 석유화학공단의 변화도 이끌고 있다.
지난달 22일 울산PP는 울산신항 배후단지에서 40만톤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공장 기공식을 하고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했다. 울산PP의 공장 기공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화학 산업의 ‘쌀’인 폴리프로필렌은 지금까지 원유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번 울산PP는 출발점이 가스다. SK가스에서 생산하는 프로판가스(LPG)가 SK어드밴스드에서 프로필렌(PDH)으로 다시 울산PP를 거치면서 폴리프로필렌(PP)이 된다. 울산PP는 2021년 5월 연간 40만톤의 폴리프로필렌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시는 오는 2025년까지 약 5조원의 직간접적인 생산유발 효과와 약 1,200명의 직간접적인 고용유발 등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가 야심 차게 준비해 왔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도 올해 초 SK가스가 참여하면서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지난 13일 투자 협약 서명식을 했다. 애초 오일허브로 진행하던 사업은 2017년 초 25% 지분 투자를 약속했던 중국 국영석유회사 자회사인 시노마트가 사드 배치 영향 등으로 투자 철회를 결정하며 2년 넘게 표류했다. 지난 1997년 울산신항만 건설 프로젝트와 함께 기획돼 지금까지 3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사업이다. 시노마트의 빈자리에 SK가스가 오일 대신 가스로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1단계 사업은 울산항 총 32만㎡ 부지 중 22만㎡ 부지에 264만 배럴의 LNG와 석유제품 저장 탱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단계 사업은 잔여 부지 8만2,000㎡에 LNG와 석유제품 586만 배럴을 저장한다. 3단계엔 LPG도 추가될 예정이다. 울산기준 생산유발효과 2조8,725억원, 고용유발효과 2만4,938명으로 추정된다.
미포산단 내 LNG 발전소 건립(1조 3,000억원)과 연계돼 진행될 북항 사업은 앞으로 북항의 잔여 부지와 항만 배후단지를 활용해 LNG 벙커링(해상에서 LNG 충전) 등도 추가로 계획돼 있어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LPG 등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99% 중동에서 들여왔는데,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안정됐기 때문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셰일가스 확대로 인한 울산 경제 변화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에 LNG발전소를 유치하면서 직도입 LNG터미널이 필요했고, 이는 오일·가스허브 사업 유치로 이어지게 됐다”며 “선·후 공정이 이어지면서 연관 산업이 발전하는 화학 산업의 특성을 반영된 것으로 울산 경제에 새 활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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