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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왕 건립 추정 '충주고구려비'...광개토대왕, 397년 직접 세웠다

3D 스캐닝·RTI 촬영 등 동원

동북아역사재단, 비석문 재검토

건립 연대 최대 109년 앞당겨져

'후대에 세운 기념비' 학설 뒤집어

'신라와 형제국가 관계' 단서로도

국보 제 205호 충주 고구려비. 일명 ‘중원 고구려비’로 불리며 남한 내 유일한 고구려 비석이다. /사진제공=문화재청




한반도에 유일한 고구려 비석이자 국보 제205호로 지정된 충주 고구려비(중원 고구려비)가 광개토대왕 재위 7년(397년)에 세워진 고구려 최초의 비석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광개토대왕 후대에 선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414년)의 축소판’으로 일러도 5세기 초, 늦으면 6세기에 건립된 것이라는 학설을 뒤집는 것은 물론 신라와의 관계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오는 22일 ‘충주고구려비 발굴 40주년 기념학술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충주 고구려비 석문 재검토 : 재액(題額)과 간지(干支)를 중심으로’를 발표한다. 3D 스캐닝과 RTI 촬영 등 첨단장비를 동원해 충주고구려비에 새겨진 글자를 판독한 결과를 담고 있다. 마을 어귀의 입석(入石)인 줄 알았던 비석이 고구려비로 확인된 것은 지난 1979년으로, 훼손이 심해 전체 비문의 20~30%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따라서 건립 연대 또한 불확실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비석 정면에 표시된 제액에서 ‘永樂七年歲在丁酉(영락7년세재정유)’ 8글자를 새롭게 판독했다. 맨 앞글자인 ‘永樂(영락)’은 광개토태왕의 연호이고, ‘七年(칠년)’은 재위 연도인 397년이며 이 해의 간지는 ‘丁酉(정유)’년이다. 건립 연대가 기존보다 적게는 52년에서 많게는 109년까지 앞당겨진 것이다.

그간 학계는 충주고구려비의 건립 연대를 449~506년 사이로 추정해왔다. 비석의 전면에 새겨진 글자로 제작 연대를 추정해 건립 연대로 449년(장수왕 37년) 12월22일, 480년(장수왕 68년) 12월23일 506년(문자왕 15년) 12월23일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러한 판독에 대해서는 비석 발견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학자들 간에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국보 제 205호 충주 고구려비. 일명 ‘중원 고구려비’로 불린다. /사진제공=동북아역사재단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고광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제액 부분에서 판독한 여덟 글자는 광개토태왕비와 금동여래입상 등에도 나타난 연호와 간지를 기재하는 동일한 방식”이라며 “문맥상으로도 본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어 판독의 신뢰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주고구려비의 건립 연대가 바로 잡히면서 충주고구려비의 위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충주고구려비는 414년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보다 한참 뒤늦게 세워진 축소판으로 학계에선 후대에 선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해왔다. 문화재청도 충주 고구려비에 대해 “장수왕이 남한강 유역의 여러 성을 공략하여 개척한 후 세운 기념비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독으로 충주고구려비가 광개토대왕릉비보다 17년 가량 앞서 제작됐고, 광개토대왕이 직접 세운 유일한 비석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 시기 고구려와 신라 양국간의 관계도 엿볼 수 있게 됐다. 고 연구위원은 “신라와의 경계지역에 세워진 충주고구려비는 왜군이 신라에 침략했을 때 고구려가 군사 5만을 지원하면서 상호 신뢰관계를 쌓는 관계에서 만들어진 비석”이라며 “양국이 예속관계가 아닌 ’여형여제‘, 즉 형제국가의 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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