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1월17일 미국 백악관, 퇴임을 사흘 앞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고별 연설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육사)의 육군 원수로 재선 대통령을 지낸 그의 고별 연설 중반부는 ‘경고’로 가득 찼다. 군대와 기업이 결합한 이른바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번영을 해칠 수 있다는 걱정을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연설로 강조한 것이다. 전쟁을 치르며 방대한 군사체계와 대규모 방위산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경험이 재앙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였다.
보수 공화당원인 그의 경고를 사람들은 예상 밖으로 여겼지만 실은 처음이 아니었다. 첫 임기 시작과 스탈린 사망 직후였던 1953년 봄, 소련에 대화를 제시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총과 군함·로켓은 결국 배고프고 춥고 헐벗은 사람들에게 빼앗은 것입니다. 무기를 사기 위해 자원을 쏟아붓는 나라는 그냥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땀과 과학자들의 재능, 아이들의 미래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전략폭격기 한 대면 학교를 30개 이상 세울 수 있고 구축함 한 척이면 8,000명 이상이 살 수 있는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철십자장에 매달린 인류’라는 제목의 임기 초 연설과 ‘군산복합체의 구조화’를 경고한 고별 연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정치·경제·사회·도덕적으로 군사화하던 미국 사회에 대한 고찰이자 영구적으로 전쟁 위협에 놓인 세계에 대한 걱정이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미실행. 취임 초 연설과 달리 아이젠하워 행정부 아래서도 미국의 국방비는 정부 지출의 절반, 국내총생산(GDP)에 이르렀다. 전쟁이 없던 시기로 보면 이례적으로 늘어났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아이젠하워조차 기득권으로 굳어버린 군산복합체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고별 연설의 약발도 전혀 들지 않았다.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소련과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며 국방비를 대거 늘렸다. 누가 정권을 잡든 ‘미국 전체 기업의 이익보다 더 많은 돈이 방산에 투자되는 억지’가 이어졌다. 정보기관들은 소련의 전력을 크게 부풀렸다. 미국의 국방비는 월남전에 한창 개입할 때나 빠져나왔을 때를 가리지 않고 올라만 갔다. 소련이 해체됐을 때 국방비 지출이 줄어 복지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던 기대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국가채무가 늘어만 가는 미국에서는 전쟁을 대행하는 민간 군사기업까지 판친다. 소수의 기득권을 위해 온 세계가 주기적으로 전쟁을 겪는 구조는 언제나 종식될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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