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요코스카 주일미군 해군기지를 방문하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자격으로 형식적이나마 주일 미군기지의 운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기지에 근무하는 군무원들의 급여는 일본 정부가 지급한다는 설명이었다. 서울의 용산 미군기지 출입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인 군무원들이 미군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방식과는 차이가 많았다.
최근 주한미군사령부가 9천명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잠정적 무급휴직 30일 전 사전 통보를 했다. 미군은 보도자료까지 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재차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인 직원을 ‘볼모’로 잡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인 직원의 무급 휴직으로 미군 역시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여튼 4월 이전에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무급휴직이 시행된다. 일본은 군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고 한국은 미군이 고용하는 방식이라 주한미군에는 근무자의 무급휴직이라는 특이한 일이 발생한다.
차제에 일본의 방위비 소요 산정 방식의 장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하향식에 가까우나 일본은 상향식에 유사하다. 일본은 2016~2020년간의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년간 약 9465억엔 (한화로 약10조3000~3500억원)으로 합의하고 이행중이다. 협정에 따라 1년에 약 1조8200억원의 방위비를 주일미군의 주둔을 위해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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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의 주둔비용에 대해 일본이 30%밖에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고 주장하자,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의 부담비율은 70%라고 반박했다. 미일 최고지도자 간에 쟁점은 일본의 방위비 분담 비율이다. 일본은 미군의 주둔 방위비 분담 비율도 70%로 전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입장이다. 한국 50%, 독일 약 30%대로 평가하고 있다. 소요비용을 현장 실무자 차원에서 집계하고 미군이 동의하여 결정되었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도 일본은 이미 2000년대부터 분담금 비율 70%를 지켜왔다는 점을 인정한다. 트럼프의 30%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한다. 일본은 분담금 부담비율이 절대 액수만 높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일지위협정은 “일본 내에서 주일미군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된 비용 즉 인건비 및 시설의 공공요금 비용 등은 일본에 부담을 주지 않고, 미국이 부담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의 특수한 동맹관계를 고려해 일명 ‘배려예산’이란 것을 편성해, 주일미군 내에서 일하는 일본인 근로자들의 인건비, 주일미군 기지의 수도, 전기 등의 공공요금 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한다. 주일미군기지 근처의 군사보안상의 이유로 어업 조업에 제한을 받는 일본인 어부들의 보상비, 지상기지의 토지관련 보상비 등 관련 비용을 전부 일본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배려예산은 일본인 지갑으로 들어가며 소탐대실할 필요가 없다는 정책이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의 자존심이 걸린 자국 근로자 인건비나 주민 보상비용 등은 비율만 반영하고 자체적으로 지급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최근 워싱턴 국방대학교 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그동안 세계 최대 규모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는 캠프 험프리스 건설을 위해 약 90억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기여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론적인 주장만으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이견이 심한 협상과정에서 일본의 상향식 틀을 접목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 불가피하다. 각론 차원에서 돈 계산은 동맹이라도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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