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는 유럽의 동쪽 땅끝마을이고 우리에게는 두 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습격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한국앓이’ 중이었다. 한국 관광객은 지난 2015년 3만명에서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30만명으로 급증했다. 러시아 현지인의 눈에는 기적 같은 현상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졌다. 러시아어, 심지어 영어를 몰라도 한국 여행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공항의 안내판에서부터 유명 관광지의 인기 있는 식당 메뉴에 한국어가 추가로 등장했다.
이러한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블라디보스토크 시청은 한국 독립운동과의 역사적 유대를 슬기롭게 활용했다. 시청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이동휘 선생의 기념비를 우리 측이 건립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시내 중심지의 유명한 교회공원 주변 부지까지 무상으로 제공했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심장부인 중앙혁명광장에서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 ‘한국의 날’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총영사관의 요청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는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해외공관 중에서도 처음이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러시아 극동지역에는 신북방정책의 ‘9개의 다리’ 협력(가스·철도 등 한러 협력의 우선순위 9개 분야)을 부각하기 위한 9개의 대표적인 한류문화행사가 계획돼 있다. 그 취지는 양국 국민 간 ‘나인 브릿지(다리)에서 나인 랑데부(상봉)’를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우리 총영사관은 한국 영화제·사진전·예술공연 및 한러 극동포럼이라는 ‘4개 상봉’에 이어 한국의 날 당일에는 우리 전통문화, 역동적인 젊은 세대의 한류문화, 우리 맛 먹거리장터 등 ‘5개 상봉’을 주선할 계획이다. 더불어 한국의 날 전야에는 강원도와 경기도 등이 조직한 오디세이 방문단이 조만간 새롭게 완공될 발해, 한인 이주 및 독립운동 등 한민족역사 유적지를 도보로 탐방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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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수교 30주년 행사는 결국 문화·경제의 선순환 교류를 통해 신북방정책의 가시적 성과 도출을 거두게 하기 위함인데, 이미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인근 나제진스크 선도개발구역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의 연해주 산업공단 조성이 추진되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이 매년 방문하는 즈베즈다 조선소가 있는 볼쇼이카멘의 조선클러스터에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및 한국해양설비연합회 등 우리 조선업계의 참여도 활발하다.
다만 지금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이러한 준비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젊은이들로 활기 찼던 아무르만 해변과 아르바트 거리에는 휑하니 을씨년스러운 바람만 불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불행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한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사태가 진정돼 그동안 준비해왔던 여러 행사들이 결실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비 온 뒤 땅이 굳고 하늘이 화창해지듯이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수교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올해로 30년을 맞은 한러 양국 간 우정은 더욱 단단해지고 행사의 결과는 더욱 환하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총영사관과 진출 유관기관들은 코로나19 극복 이후의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국앓이는 현재진행형이며 ‘블라디보스토크 팀코리아’는 서른 즈음의 한러 관계가 한층 성숙되고 양국 협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스토브리그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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