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경제 추락, 주가는 상승… 이게 무슨 일?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美연준 기습적 금리인하 단행으로

주식시총 코로나 위기전으로 회복

트럼프 팬데믹 부실대응 막아준셈

시장가치 항상 변해...문제는 '일자리'





요즘 경제 뉴스는 우울한 내용 일색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수요일에 나온 1·4분기 국내총생산(GDP) 보고서는 일찌감치 대중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상적인 시기라면 경제성장이 연 5% 축소된 것은 대단히 나쁜 소식이다. 하지만 1·4분기 GDP 보고서는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의 빗물 몇 방울을 포착한 데 불과하다. 그보다 시의성이 높은 다른 자료들은 미국 경제의 추락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실업률을 16%로 전망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직후 몇 주간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는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해 지금은 호황을 누리던 지난해 가을 수준을 회복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경제와 주가의 관계를 고려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 둘째,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 셋째,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 이것이 투자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 규칙이다.

대체로 탐욕과 두려움 사이에서 움직이는 주가와 실질 경제성장 간의 관계는 대단히 느슨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주식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에는 보다 심오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는 부분적인 이유는 마땅한 다른 투자처가 없어서다. 주가 상승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허약하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준다.

주식투자의 주된 대안이 무얼까. 국채매입이다. 하지만 요즘 채권수익률은 지극히 낮다. 10년 만기 국채이자율은 0.6%에 불과하다. 2018년 말 수준에서 3% 이상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물가연동채 금리는 -0.5%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익을 내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는 것은 꽤 매력적으로 보인다.

금리가 이토록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향후 수년간 경제가 심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는 채권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 주가 상승은 실물경제가 허약하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든다. 허약한 경제가 주가를 받치는 것이라면 올 초 일시적 주가 하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3월 몇 주 동안 세계는 2008년형 금융위기의 경계에 서 있었고 겁먹은 투자자들은 위험의 기미만 보여도 서둘러 자금을 회수했다. 그러나 연준이 전례 없는 규모와 범위의 자산을 매입하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덕분에 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연준의 조치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큰 경제적 재앙에 직면했을 것이다. 이 역시 연준의 중추기구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비현실적 경제 독트린을 지지해온 자신의 심복들을 임명하려는 도널드 트럼프의 시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임박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부실하게 대응했던 것처럼 연준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해보라.

여기서 다시 주식과 경제현실 간의 괴리로 돌아가자. 이 같은 현상은 최소한 200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장기적 현상이다. 2007년 이후 현대 경제에 관해 우리가 배운 부정적인 것들을 정리해보자. 우리는 선진경제국들이 대부분의 사람이 믿는 것보다 안정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위기에 쉽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배웠다. 생산성 증가 역시 둔화됐다. 전반적인 경제성장은 15년 전 대다수의 관찰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쁘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선전했다. 코로나19 위기 직전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2007년 수준을 훌쩍 웃돌았고 닷컴 거품기 당시의 정점을 넘어섰다. 왜일까.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대안을 강구했다는 것이다. 고용은 대공황의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이러한 회복은 전적으로 사상 최저 금리 덕분이었다. 저금리의 필요성은 경제의 근본적인 허약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기업들은 고수익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꺼리는 반면 자사주 환매를 선호한다. 그러나 저금리는 주가를 띄우는 보양제다.

이들 중 어느 것도 현재의 시장가치가 적정하다는 진술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투자자들은 지나칠 정도로 호재에 매달린다. 그러나 시장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솔직히 알지 못한다.

우울한 경제 뉴스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강한 회복력을 보이는 데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그것이 험한 경제상황을 순화시키지는 못한다. 다우주가지수에 신경 쓰지 말라. 그보다는 사라지는 일자리에 시선을 고정하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