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병 후보로 출마했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6·15를 계승한 것이 아니라 ‘변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을 개혁개방시켜 민주화로 이끌겠다는 자유민주주의 인권운동가의 시각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폈다면, 문 대통령은 북을 주권국가로 존중하고, 북한 지도자를 합법적 지도자로 존중하는 국제법 시각에서 북한을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대중의 6.15와 문재인의 6.15는 다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015년,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대북전단은 (북한에 대한) 주권침해가 아니냐’고 물었던 기억을 되짚었다.
김 교수는 “2015년 언저리에 대북전단 논란으로 TV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다음날 출근길에 모르는 번호전화를 받았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였다”며 “어제 인터뷰 봤다면서 문 대표는 제게 대북전단이 ‘주권을 침해하는 국제법 위반’아니냐며 의견을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전단살포의 부작용은 지적했지만 주권국가의 지도자를 비난하는 전단살포니 국제법상 주권침해라는 의견에는 깜짝 놀랐다”며 “국제법상 주권존중은 영토침공이나 내정간섭이나 주권개입을 금지한다는 것인데, 독재자의 실상을 알리는 행위가 주권침해라는 그의 주장은 상당히 앞서가는 논리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교수는 당시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에게 ‘박정희 독재시절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독재를 비판하고 외국의 인권단체가 박정희독재의 실상을 알리는 팜플렛을 배포하는 것도 주권침해가 되는 겁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어 “문재인 대표의 대북전단 반대논리는 단순히 접경지역 불안, 긴장고조가 아니라 북한지도자에 대한 주권침해라는 보다 강경한 입장이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지금도 대통령의 인식이 그대로인지는 모르지만, 김여정 최초담화 직후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백해무익, 안보위해’ 표현이나 통신선 중단이후 NSC 회의직후 북이 아니라 탈북단체에 ‘엄중경고’한다는 표현 등은 아직도 대통령이 동일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과거 김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트로이의 목마’에 빗대 설명했던 기억도 꺼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이 교류협력 자체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교류협력의 목표가 개혁 개방과 북한변화임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며 “햇볕정책은 ‘트로이의 목마’라며, 북에 무작정 주는 선물이 아니라 그 안에 개혁개방, 북한변화, 인권향상과 민주화라는 본래의 목표를 감추어놓은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DJ는 1999년 서해교전시 당당하고 단호한 대처로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켰고 그다음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반면) 문재인은 북이 단거리미사일발사와 서해 포사격, GP총격과 남쪽에 대한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과 조롱에도 조용히 있다가 김여정이 전단시비 하자마자 전단 막겠다고 남쪽민간단체에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DJ는 확고한 ‘북핵불용’ 입장 하에 김정일이 핵개발하려는 의지를 없애려고 했지만, 문재인은 이미 수십개의 핵폭탄과 투발수단과 전략군이라는 실전운용군대를 확보한 상황인데도 20년전 평화체제 타령으로 김정은이 핵 포기할거라고 순진하게 믿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언컨대, 지금 DJ가 살아있다면 핵보유 이후 북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북핵정책을 추진했을 것이고, 지금 DJ가 살아있다면 전단문제와 북의 협박에 대해 문재인의 청와대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냈을 것”이라며 “DJ와 문재인의 대북정책은 목표와 접근방법이 다르다. 6.15를 계승한다면서 DJ의 대북정책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문재인 정부”라고 일갈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자 “삐라(대북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고 반응한 뒤 1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시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하지만 북측은 청와대의 이런 대응에도 여전히 강도 높은 무력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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