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의 등록금 환불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용도 제한을 완화하고 제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추가 예산을 확보했지만 정작 재정 지원이 절박한 영세 대학들은 혜택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재정상황과 수익구조가 취약한 소규모 사립대는 기본 역량을 갖춘 대학에 국비를 지급하는 혁신지원사업에서 애초부터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 재정 지원의 초점이 혁신지원사업비에 맞춰지면서 부실 대학을 향한 퇴출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서울경제가 대학 정보공시 웹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통해 일선 대학의 재정상황을 분석한 결과 누적 적립금이 10억원도 되지 않는 영세 대학들 상당수가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적립금은 대학이 장래에 건축비·장학금·연구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쌓아두는 재원이다.
지난 2018 회계연도 기준 적립금이 10억원 미만인 4년제 일반 사립대 2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3곳을 제외한 21곳은 대학혁신지원사업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전문대의 경우 25곳 중 절반인 12곳이 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개발(R&D), 교육, 시설 확대 사업에 3년간 재정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부는 올해 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된 일반 대학 143곳(사립대 105개·국공립대 38개)에 8,031억원을, 전문대 97곳에 3,908억원을 각각 지급할 계획이다.
혁신지원사업은 재정건전성 등을 기준으로 삼은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부실 대학은 사실상 사업에 선정되기 힘들다. ‘대학 살생부’로 불린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상위 64%에 오른 대학들이 ‘자율협약형(1유형)’ 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순위에 들지 못한 대학 중 일부는 구조조정을 전제로 ‘역량강화형(2유형)’ 혁신지원사업에 뽑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혁신지원사업 두 유형 어디에도 들지 못한 일반대와 전문대 수십 곳은 정원 감축을 권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지원이 제한돼 퇴출 대상으로 지목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혁신지원사업비가 상대평가로 결정되다 보니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영세 대학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용도 제한을 ‘네거티브’(특별한 금지 사항 외에 모두 허용) 방식으로 완화했지만 빈곤 대학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거센 퇴출 압박에 시달릴 전망이다. 2학기에도 코로나19 혼란이 이어지면 등록생이 줄어들고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부실 대학들의 재정 여력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빈곤 대학들이 재원 부족으로 등록금 환불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내년 신입생 유치마저 어려워진다. 추경에 포함된 대학 지원 예산 1,000억원도 등록금 환불 노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재정이 바닥인 부실 대학들에게는 ‘언감생심’ 지원이 될 전망이다.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적립금을 많이 쌓은 대학들은 여유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 대학은 적립금이 얼마 남지 않아 코로나 충격이 큰 상황”이라며 “혁신지원사업비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만 지급되는 돈이기 때문에 혁신지원사업을 통한 지원은 대학 전체에 대한 지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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