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길고양이가 6년 만에 절반 넘게 감소했다는 결과가 발표됐지만 서울시가 중성화(TNR)사업 효과를 과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언급한 개체 수 감소에 요구되는 중성화율은 최소 70%다. 하지만 길고양이 서식현황 보고서에는 조사지역 평균 중성화율이 10%~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TNR사업에 필요한 예산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결론을 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길고양이 서식현황 모니터링 추진’ 격년 보고서(2013~2019년)에 따르면 길고양이 개체 수는 최대 추정치 기준으로 2013년 24만 6,762마리에서 2019년 11만 6,019마리로 조사됐다. 6년 만에 52.9%가 감소한 것이다.
반면 서울시가 밝힌 중성화(민관협력 포함) 실적은 2013년 6,003마리에서 2019년 1만 1,642마리로 늘었다. 서울시는 이를 TNR사업 효과로 홍보했다.
문제는 보고서에 나타난 중성화율이다. 서울시는 “군집별로 70% 이상 중성화되고 매년 15% 정도 추가로 중성화될 때 외부에서 길고양이가 유입되지 않고 번식이 줄어 군집의 개체 수가 감소한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조사된 중성화율(2013년 수치 미제시)은 2015년 10.5%→2017년 26.01%→2019년 22.76%이다. 근거로 제시된 70%에 훨씬 못 미친다.
보고서는 지난해 “TNR 실적이 증가하면서 길고양이 개체 수도 감소 하는 경향이 있으나 단순히 서울시 TNR 개체 수 증가의 효과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2015년에는 “조사지역 전체 중성화율은 10%로 TNR사업을 통해 길고양이의 개체 수 조절이나 감소를 기대할 수 없다”며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제안했었다.
서울시는 올해 보도자료에서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자체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고 길고양이를 입양해 키우는 시민이 증가하는 것도 영향을 줬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러나 ‘동물자유연대’는 자체 TNR 실적을 매해 1,000건 가량, ‘동물권 행동 카라’는 누적건 수 3,000건 등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캣맘들이 사비로 수술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고양이 중성화수술비는 건당 15만원 수준이다.
TNR보다 서울 내 도심재개발 등 환경변화가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주택재개발사업 추진 실적면적이 증가하면서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 폭이 점점 커졌다. 이후 재개발 사업 면적이 감소 추이를 보이자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폭이 완화됐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최근 길고양이 도시 서식환경 악화돼 ‘고양이 수난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한정된 먹이들 두고 개체끼리 경쟁하는 영향도 있어 중성화는 일부 효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 서울시, 자치구 예산이 투입되는 길고양이 TNR 총 사업비는 2015년 9억 6,089만원에서 2016년 11억 741만원 , 2017년 11억 5,051만원 , 2018년 12억 1,928만원, 2019년 14억 3,317만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많은 논문에서 TNR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고서를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었고 추정치임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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