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군 초급 간부들의 전입 초기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군 내부의 자살 상담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상담 이력이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1일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 군 초급 간부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전문성을 높이고 익명심리상담지원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 예방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초급 간부는 소위~중위 사이의 장교와 하사~중사에 속하는 부사관을 말한다.
이날 권고는 지난해 11월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라 시행한 직권조사의 후속조치다. 인권위는 지난 2018년 1월 한 공군 소위가 부임 4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초급 간부들의 자살이 지속하자 침해구제 제1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안 마련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인권위는 자살 예방을 위해 크게 세 가지를 권고했다. 먼저 군 내부에서 이뤄지는 자살 예방 상담의 전문성을 높이고 표준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독립적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군 내부 상담 결과가 진급·장기 선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익명심리상담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활용하고 이를 위한 예산 지원을 국방부에 요구했다. 통상 군 간부들은 심리 상담을 한 이력이 나약함 등으로 인식돼 인사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해 상담을 꺼려왔다. 자살 예방 관련 국방부의 연간 예산 규보는 약 5,000만원 선으로 500여명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0년 기준 경찰청은 관련 예산으로 30억원을 확보했으며 통상 6,000여명이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유형에 따라 예방 대책을 구체화하라고도 권고했다. 초급 간부들이 주로 겪는 부임 초기 스트레스에는 선임·상관의 폭언·폭행, 전입 초기 업무 과중과 지휘 부담, 징계 절차 진행 중 신변 비관 등의 경우로 구분된다.
군 자살 통계(2018년 기준)에 따르면 간부의 자살 비율은 63%로 병사에 비해 2배 높다. 이 중 60%가 임관 3년 내의 초급 간부다. 이들 대부분이 20대 중반의 나이에 상급자로부터의 각종 스트레스와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를 계기로 자살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생명 존중과 인권친화적인 병영문화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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