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임상시험에 적용된 접종용량과 접종간격이 다양한데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당초 4주 간격 접종을 계획했고, 11월 이를 기준으로 감염예방 효과(2차 접종 14일 이후 기준)를 발표해 혼선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기존 백신의 접종간격이 3~4주인 경우가 많고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 접종간격이 각각 3주, 4주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1차·2차 투여량도 동일했다.
지난달 저명 의학 저널 ‘랜싯’에 발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중간결과 논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임상시험 중 1차·2차 투여간격과 투여량을 수정했다. 영국·브라질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 필요한 백신을 접종간격 4주에 맞춰 생산·공급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내 임상시험에서 90%의 감염예방 효과를 보인 ‘1차 저용량(표준용량의 2분의1)+2차 표준용량 투여군’의 접종간격은 53%가 12주 이상, 99%가 9주 이상이었다.
영국에서 2회 모두 표준용량 투여군의 감염예방 효과는 접종간격 9주 이상(비중 60.5%)이 65.6%로 전체(6주 미만 19%, 6~8주 20.5%, 9~11주 26%, 12주 이상 34.5%) 평균인 59.3%를 웃돌았다. 영국·브라질을 합친 표준용량 투여군 평가에서도 접종간격 6주 이상의 감염예방 효과(65.4%)가 6주 미만자(53.4%)보다 높았다.
1차 접종 12주 후 2차 접종을 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할 나름의 근거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논문에는 최적의 접종간격이 6주인지, 9~11주인지, 12주인지를 판단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영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백신 접종간격 확대 방침을 설명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간격을 12주로 할 때 면역 효과가 최대 80%까지 올라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4주 간격 접종시 예방 효과가 평균 70%(저용량+표준용량 90%와 표준용량 62%)라고 발표했는데 이보다 좋은 성적이다.
따라서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감염속도가 빠른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연일 4만∼5만명대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서 1차 접종인원이라도 빨리 늘리는 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최고 의료책임자들은 의료종사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초기 방어의 대부분은 1차 접종 이후 이뤄진다”며 정부의 조처를 옹호했다. 영국 백신접종·면역공동위원회(JCVI) 위원인 웨이 셴 림 노팅엄대학병원 교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차 접종 22일째부터 면역 효과가 나타나 최소 3개월은 지속된다”면서도 “다만 2회차 접종은 여전히 중요하며 면역효과를 나타내는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하 수십도의 특수 유통·보관설비가 필요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달리 냉장유통·보관하면 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접종속도를 높이는데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2회 백신을 접종해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더 단단히 붙는 중화항체를 형성하고 항바이러스 면역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며 접종간격으로 12주를 권고한 영국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비상상황이 아니면 6~9주로 당겨 면역력을 확실하게 키워주는 게 낫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화이자 mRNA 백신의 임상 3상 결과를 보면 1차 접종의 감염예방 효과는 평균 52.3%였는데 접종 12일까지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2차 접종의 예방 효과는 접종 후 2~6일이 90.5%, 7일 이후가 94.8%였다. 1차 접종 후 12일 동안은 효과가 거의 없고 95% 수준의 예방 효과를 보려면 4주 이상 걸린다는 얘기다.
3종의 코로나19 백신은 1차 접종 후 면역반응 과정에서 형성된 중화항체의 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든다. 이 때 2차 접종을 하면 1차 면역반응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2차 면역반응이 유도돼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교두보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달라붙어 인체 세포를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중화항체의 양과 질이 동시에 향상된다. 면역반응 유지 기간도 길어진다. 1차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를 분비하는 혈장세포(plasma cells)와 기억(Memory) B세포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T세포(CD4+ T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장세포는 생존기간이 짧은 것과 오랜 기간 생존하는 세포로 구성되는데 CD4+ T세포는 오래 생존하는 혈장세포의 형성을 도와 2차 접종시 항체의 양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기억 B세포는 항원에 더 단단히 붙을 수 있는 항체를 형성, 중화 기능이 더욱 향상된 항체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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