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권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이 지난 7일(현지 시간) 추가 부양책이 통과되면 내년 완전고용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조기 경기회복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한때 2%를 넘어서며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채 10년물도 1.2% 가까이 치솟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한 탓에 단기물 수익률은 낮은 수준으로 억제되고 있지만 장기물 수익률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제시한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면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투자은행(IB)들도 미국 경제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1%로 높여 잡았다. 올해와 내년 전체 GDP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0.2%포인트 상향한 6.8%, 4.5%로 제시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6.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인 부양 효과를 얻을 때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기는 어렵다”면서 “그것이 상품이나 임금, 자산 가격(또는 이들 모두)에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 장관도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2차 세계대전 때와 비슷한 규모의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가 한 세대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에서 10년물 물가연동채권(TIPs) 수익률을 빼 산출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은 2.21%까지 치솟으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은 있겠지만 인플레이션 리스크 못지않게 디플레이션 리스크도 눈앞에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경제적 손실에 비하면 작은 것”이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할 도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봐도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면 1.6%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채권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기준으로 1.75%까지 오르더라도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더 나아가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5% 이상 올라야 증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채권 금리 상승이 황소장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한동안 ‘티핑 포인트’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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